핸드폰의 잠금을 해제한 장인숙은 핸드폰을 정희에게 건넸다. 정희는 전화를 받아 채림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연결되지 않았다. 그녀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핸드폰을 다시 장인숙에게 돌려주었다. “뭐가 문제야?” 장인숙은 우정희의 표정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사모님, 사모님의 전화 번호도 차단된 것 같아요.” 정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녀는 손에 든 핸드폰이 마치 뜨거운 감자처럼 느껴졌다. 장인숙이 핸드폰을 받지 않자 소파 위에 얼른 내려놓았다. “나를 차단했다고? 그게 말이 돼?” 장인숙은 믿을 수
핸드폰을 던지려던 장인숙의 손을 정희가 재빨리 잡았다. “사모님, 진정하세요. 핸드폰이 고장 나면 새로 사는 게 쉽지 않을 거예요.” 새해 연휴가 다가오면서 대부분의 상점들이 쉬기 때문에, 핸드폰 매장도 문을 닫을 확률이 높았다. 온라인 매장에서 구입한다고 해도, 택배도 쉬는 날이 많아서 배송까지는 꽤나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장인숙은 핸드폰을 거칠게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정말 화가 나서 미치겠네, 소남이가 나한테...” “사모님, 너무 화내지 마세요.” 정희는 입술을 꾹 다물고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
장인숙은 도로변에서 20분 넘게 기다린 끝에 겨우 택시를 잡았다. 택시에 올라타자마자 장인숙은 소남이 사는 고급 주택단지로 가자고 택시기사에게 말했다. “사모님, 정말 괜찮을까요?” 정희는 핸드폰을 들어 소남이 사는 단지를 검색했다. 그곳은 보안이 철저한 고급 주택단지로, 집주인의 허락 없이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많은 연예인과 부유한 사람들이 이곳에 사는 이유도 바로 사생활이 철저히 보호되기 때문이었다. “내가 내 아들 만나러 가는데, 뭐가 문제겠어?” 장인숙은 택시 의자가 불편했는지 좌석에 몸을
“설날이잖니, 그래서 훈아랑 다른 애들 좀 보려고 왔지. 내 손주들을 오랜만에 보니까 보고 싶더라고. 그런데 말이야, 너 출입카드는 가지고 있지? 여기 경비원한테 내가 소남이 엄마라고 말했는데도 믿지 않더라.” 장인숙은 희망이 생긴 듯 경비원을 힐끔 노려보았다.오현자는 잠시 당황했다. 이곳은 들어갈 때 출입카드를 찍어야 하지만, 나갈 때는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가지고 있던 출입카드를 꺼내려던 찰나, 문득 아까 소남과 ‘염 교수’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작은 사모님이 문 대표님한테 무슨 계략을 꾸몄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당신!” 장인숙은 호출을 해서 자신이 문 앞에 있다는 사실을 알릴 만큼 멍청하지 않았다. 경비원은 그녀의 날카로운 눈총을 받으면서 속으로 의아했다. 문소남 대표처럼 훤칠한 외모를 가진 사람의 어머니가 이렇게 나이 들어 보이다니 말이다. 장인숙은 콧방귀를 뀌며 선글라스를 다시 썼다. 정희는 추위에 입술이 새파랗게 질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모님, 우리 이대로는 못 들어갈 것 같아요. 일단 집으로 돌아가시는 게 어때요? 점심도 아직 안 드셨잖아요.” 장인숙은 두 팔을 교차한 채 굳건히 서 있었다. ‘내가
원아는 왜 소남이 그렇게 단언하는지 의아해하며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난 어머니에게 돈을 보내고 있어요. 만약 어머니가 그 돈을 포기할 생각이 아니라면 마음대로 행동하지는 못할 거예요.”소남은 냉정하게 말했다. 장인숙에게 절대 굽히고 들어가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원아는 그제야 깨달았다. 소남이 아직 완전히 장인숙과의 끈을 끊지 않았다는 사실을. ‘만약 내가 장인숙이라면, 지금 당장은 조용히 있는 편을 택할 걸야... 하지만 장인숙이 과연 그럴까?’ “하지만 제 생각엔 그래도 어느 정도의 경고성 메시지를
장인숙은 속이 몹시 상했지만, 결국 투덜거리며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점심을 먹지 못해, 장인숙과 우정희는 근처의 한 서양식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장인숙은 사람들이 자신을 구경하듯 바라보는 것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에, 별도의 룸을 요청했다. 룸 안에서, 정희는 장인숙에게 레몬수를 건네며 말했다. “사모님, 너무 화내지 마세요.” “내가 어떻게 화를 안 내겠어? 내가 그래도 그 녀석 친어머니인데, 나를 이렇게 대하다니, 정말...” 장인숙은 요즘 들어 더욱 답답한 나날을 보내는 것 같아 레몬수를 받아 한
하지만 이미 문소남 대표가 관리사무소에 누구의 방문도 허락하지 말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장인숙이 어떤 물건을 가져와도 그냥 들어갈 수는 없었다. 장인숙은 경비원을 무시한 채, 어제처럼 실랑이를 벌이지 않고 곧바로 호출 버튼을 눌렀다. 두 번이나 눌렀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경비원을 바라보았다. “이 호출기 고장 났는데 어제 나한테 연결 안된다고 했던 거 아니야?” “아닙니다, 고장 난 건 아니고요. 어제 문 대표님께서 방문 호출을 차단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눌러도 반응이 없는 겁니다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