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소남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소남은 두 손을 꽉 쥐며, 안전벨트를 풀고 싶은 충동과 에런을 여자로 착각하지 않으려는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갔다. 에런은 소남의 상태를 보며 마음이 불안해졌다. 자신이 전에 공포의 섬에서 자주 보던 종류의 약이 떠올랐다. 그 약은 주로 여성들에게 먹여 순종적으로 만들고, 그 후 노예로 삼는 것이었다. “보스, 조금만 더 버티세요. 그리고 저는 남자입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에런이 신중하게 말했다. “닥쳐!” 소남은 온 힘을 다해 한 마디를 내뱉었고, 몸속에 타오
‘집으로 오는 내내 계속 내 이름만 불렀다고...’ 원아의 얼굴은 자신도 모르게 붉어졌다. 소남은 의식이 또렷했지만, 약의 기운을 빌려, 그는 마치 너구리처럼 원아를 꽉 껴안고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채, 조용히 중얼거렸다. “초설아...” 원아는 목도리를 하지 않아, 그의 뜨거운 숨결이 목덜미에 고스란히 느껴졌다. 소남의 온몸이 그녀에게 의지한 채였다. 원아는 거의 버티기 힘들었고, 속수무책으로 에런을 바라보며 말했다. “문 대표님을 데리고 들어가 주세요.” 에런은 고개를 끄덕이며, 원아에게 매
“누나, 걱정 마세요. 제가 동생들을 잘 볼게요.” 잠자코 있던 훈아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원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 아이 중에서 훈아는 가장 성숙하고, 책임감이 강한 아이였다. 그녀는 서둘러 위층으로 올라갔다. 이미 에런은 소남을 원아의 침실 침대에 눕혀 놓은 상태였다. “염 교수님, 한번 봐주세요. 보스가 많이 힘들어 보이는데, 혹시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에런은 직접적으로 말하지 못했고, 원아가 부끄러워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 그런데 정말 저쪽 사람들이 약을 먹인 거 맞아요?
두 시간 후, 실내는 점차 고요해졌다. 원아는 눈을 감은 채, 소남의 가슴에 기댔다. 장인숙이 소남에게 먹인 약의 효과는 너무 강력해서, 결국 원아도 자신을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이 얽힌 채 남긴 흔적을 느끼며, 원아의 마음은 멈출 수 없이 떨리고 있었다. ‘나... 이제... 다시 한번, 소남 씨의 여자가 되었어...’ “초설 씨...” 소남은 원아를 꽉 껴안으며, 그녀를 자신의 뼛속까지 녹여버릴 듯이 가까이 끌어안고 있었다. “네...” 원아는 흐릿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소남은 더 이상 말을
“보스, 제가 잘 못했습니다. 너무 경솔했네요 다음부터는 절대 그럴 일 없을 겁니다...” 헨리는 아빠가 에런을 혼내는 걸 보고 궁금한 듯 물었다. “아빠, 왜요? 소방관은 정말 멋있잖아요. 에런 아저씨가 언니의 의술이 대단하다고 칭찬한 거였어요!” “그래.” 소남은 에런을 경고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에런은 억울한 듯 입을 닫았다. ‘이젠 될 수 있으면 헨리 앞에서는 말을 하지 않는 게 낫겠어...’ ...원아는 거실에서 벌어진 이 작은 소동을 알지 못했다. 아침 식사를 준비해 식탁에 올린 뒤, 거실로
“그건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소남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데릭의 취미를 간섭할 생각은 없다는 뜻이었다. 데릭이 요리를 연구하는 것은 그저 일과 중간의 즐거움일 뿐, 업무 효율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에런은 고통스러운 얼굴로 속으로 한탄했다. ‘비교가 없으면 상처도 없다는 말이 딱 맞네. 둘 다 같은 여자인데, 원아 형수님이 만든 요리는 천상의 맛이지만, 데릭이 만든 요리는 먹자마자 병원에 가서 위세척을 받아야 할 정도야...’‘더욱이, 데릭은 요리를 할 때마다 나에게 먼저 시식하라고 강요를 하고 있지
에런이 대답했다.“우정희는 정말 그저 평범한 여자예요. 너무 평범해서, 만약 성형하지 않았다면 길거리에서 마주쳐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얼굴이에요. 우정희가 H국에 가서 성형하지 않았더라면, 두 번 쳐다볼 사람도 없었을 거예요.” 소남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원아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 점점 궁금해졌다. ‘이 우정희라는 여자는 누구일까? 어떤 배경을 가진 사람인지, 왜 장인숙이 이 여자를 지지하는 걸까?’‘예전에 장인숙은 소남 씨에게 결혼 상대를 소개할 때마다 항상 고귀한 출신의 여성을 데려왔는데, 재벌가의 딸이거나 정
원아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에런만 가기 싫은 게 아니었다. 그녀도 사실 그곳에 가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대표님, 우리가 모두 가면 아이들은 어떻게 하죠?” 그녀가 물었다. 지금은 설 명절이라 본가에도 손님들이 끊임없이 오가는 상황일 텐데, 소남이 아이들을 다시 본가에 보내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소남은 그간 사람들의 명절 인사를 막느라 고생했으니, 아이들을 그곳에 보내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다. “걱정하지 마요, 현자 이모님이 곧 출근할 거예요.” 소남이 대답했다. “현자 이모님이요?” 원아는 의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