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런이 말했다. 아마도 장인숙이 소남이 찾아오는 걸 두려워해서 비밀번호를 바꾼 것일 것이다. “그래.” 소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있는 지문 인식기를 사용했다. 장인숙은 소남이 집에 찾아와 자신을 추궁할 것을 두려워했는지 비밀번호를 바꿨지만, 모르는 것이 있었다. 그녀가 감옥에 갇힌 이후, 이 별장은 소남의 소유가 되었고, 그는 편의를 위해 지문 인식을 등록해 두었었다. 장인숙이 그 사실을 모르고 지문 등록을 삭제하지 않았다면, 그는 언제든 들어갈 수 있었다. 역시나, 지문을 대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장인숙은 불쾌한 표정으로 우정희를 흘겨보며 말했다. “이미 들어왔어.” 정희는 머릿속이 멍해지며 한 가지 생각만 맴돌았다. ‘이제 끝났구나...’ ‘장인숙의 표정을 보니 이 늙은이는 절대 날 보호해줄 생각이 없어!’ “사모님, 저희가 비밀번호를 바꿨잖아요? 그런데 문 대표님은 도대체 어떻게 들어온 거죠?” 정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장인숙이 답할 틈도 없이 소남의 목소리가 문 밖에서 들려왔다. “지문 인식.” 정희는 깜짝 놀라 손에 들고 있던 그릇을 떨어뜨렸다. 그릇이 바닥에 부딪히면서 하얀 액체가 사방으로
에런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나지막이 말했다. “장 여사님, 어제 보스께 약을 먹인 것도 당신 아니십니까? 그 여자를 보스께 바치려던 계획이었잖아요? 그런데 지금 와서 보스가 불충실하다고 비난하시는 건, 좀 너무하지 않나요?” 에런의 말이 정곡을 찌르자, 정희는 불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자신이 한마디라도 잘못하면, 장인숙이 자신을 배신할까 두려웠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소남이는 그저 술에 취했던 거야!” 장인숙은 에런을 노려보며 당장이라도 그의 입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너, 대체 뭐
야심한 밤, A시의 최상급 부지에 자리 잡은 고급 저택에 검은색 링컨 한 대가 들어서고 있었다.원아의 두 눈은 비단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상대방은 그녀가 알기를 원하지 않았다.“겁내지 말자, 심호흡을 하자.”“원아야, 넌 할 수 있어,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 라며 원아는 속으로 자신한테 말했다.차가 별장으로 들어가니 더욱더 긴장됬다.일이 이지경에 이르니 오직 할 수 있는 건 자아 위로뿐이었다.문소남은 훤칠한 키에 근육질 몸매를 가졌고 문을 열어보니 침실에 서 있는 원아가 한눈에 보였는데 그녀는 꽃보다
일을 마치고 문소남은 떠났다.피곤했던 원아는 한참 동안 침대에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의사 말로는 이렇게 하면 임신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문소남은 회사일을 마치고 매일 별장에 왔었다.박기사와 정집사는 반백이 넘는 부부였는데 피곤한 도련님에게 무엇보다도 건강이 제일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하지만 성질이 도도한 도련님은 주장이 세고 말하기 어렵기로 소문났었다!그래서 부부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원아는 정력이 왕성한 도련님을 상대하느라 매일 지쳐있었고 나른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이번 달 마지막 밤.원아는 때로는
“강수 씨, 난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는 딸이 두 명 있어요. 비록 선미는 당신의 친자식이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당신을 아빠라고 불렀어요…”이혜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병상에 누워있던 원강수는“할 말 있으면 해, 내가 너를 가장 아끼는 남편이잖아”라며 말했다.이혜진은“당신이 날 아끼고 우리 선미를 아끼는 줄 알아요…”라며 원강수의 손을 잡고“원아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해외로 유학 보낸다고 하지 않았어요? 우리 선미도 원아보다 겨우 두 살 많은데, 지금 하루 종일 술집에 틀어박혀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아서 정말 걱정이에요.
원아는 고개를 저으며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낯선 엄마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휴대폰이 울렸다.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원아의 절친 이연이었다.“안녕, 너랑 영상통화 한지 오래됐는데 날 일부러 피하는 거야?”이연은 투덜대며 말했다.“너 정말 영국 갈 생각이었어?그쪽에서 누가 괴롭히면 어떡해?”“그리고 내가 듣기로는 외국에서는 침실에서 남녀가 섞여 산다고 하던데, 네가 반드시 주의해야 해. 내 말 뭔지 알지? 내가 너에게 솔직하게 말할게, 만약 외국 남자와 뜨거운 밤을 보낼 시 안전조치 잘 해야 되!”이연은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
원아가 다시 A 시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5년 뒤였다.어린 시절 무자비하게 무시당했던 그녀는 지금은 오로지 자신의 노력으로 미래를 펼쳐나가려 했다.이른 아침.“원아야, 여기야.”이연은 골목 길에서 나오는 원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세월이 흘러 어느덧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더 이상 열여덟 살의 풋풋한 소녀가 아니었다.원아와 이강은 어제 귀국했다.이연이 마중 나가서 원아를 차에 태우고 집으로 와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이연이네 부모는 원아를 미래의 며느리로 받아들였으며 엄청 이뻐했다.이튿날 아침 이강은 원아와 함께 회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