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남과 원아는 주희진과 나란히 걸어 함께 안채로 들어갔다.소남이 둘러보니 임문정은 보이지 않았다.“장모님, 장인어른은 어디 계세요?”“아직 도청에 있을 거야. 오늘 회의가 많아서 좀 늦게 돌아올 거라고 미리 나한테 연락했었는데 조금 전에 다시 연락이 와서 막 회의가 끝나서 곧 온다고 했어. 오랜만에 사위랑 같이 밥을 먹는다고 와인도 한 병 사오겠대. 너희도 서 있지 말고 앉지 그러니? 추우니까 차 한잔해.”주희진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장인어른 요즘 바쁘시죠? 몸은 어떠세요?”소남은 주희진의 맞은편에 앉아 걱정스러운 얼
원아는 주희진의 얼굴에 나타난 어색한 표정을 보고 참지 못하고 말해주었다.“이모, 휴식은 매우 중요하니까 꼭 신경 쓰셔야 해요.”“그래, 나도 알아. 사실 가끔 이래. 내 걱정거리는 주로 우리 원아가 계속 돌아오려 하지 않기 때문이야. 내가 엄마잖아. 너무 걱정이 되니까 밤에 이런저런 생각도 많아지면서 꿈도 많이 꾸거든.”주희진은 일부러 ‘초설’ 앞에서 ‘원아’를 언급했다.즉, 문소남에게 아직 이혼하지 않은 아내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면서, ‘초설’한테 절대 문소남과 원아의 결혼생활을 망칠 생각을 하지마라고 경고
“장인어른.”소남은 임문정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건넸다.원아도 따라서 인사를 했다.“아저씨,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오랜만이야, 초설아. 평소에 시간이 나면 나와 희진 이모 만나러 더 자주 와.”임문정이 말했다.그는 원아가 자주 오지 않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번에 원아가 R국에서 겪은 일을 소남은 임문정에게도 모두 알려주었다.그러므로 임문정은 원아가 시시각각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런 원아가 가족 누구에게도 자신의 정체를 밝힐 용기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네.”원아
‘지금 이런 결과가 된 건 임영은이 스스로 만든 거야. 만약 의사의 조언을 듣고 처방에 따라 약을 복용했다면, 이런 상태까지 되지는 않았을 테니.’“초설아, 지금 영은이를 살릴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을까?”주희진이 물었다.소남 앞에서는 주희진도 감히 이런 말을 입에 올리지 못했다.“만약 병원 의사선생님께서도 이식을 기다리라고 했다면, 기본적으로는 방법이 없을 거예요. 그리고 우리 몸은 일부 기관이 손상이 시작되면 돌이킬 수 없는 경우도 있어요. 특히 장기와 관련된 기관들이요...”원아가 설명했다.“일부의 경우에는 손상
주희진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초설’의 위로를 들으면 마음속의 불안한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는 느낌이 들었다.“원아는 이미 내 곁에 없으니 이제 영은이 빨리 낫기만을 바랄 뿐이야.”영은이 입원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희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가 터질 것 같은데, 영은은 병원을 아주 싫어해서 비싼 VIP 1인 병실을 잡아 주어도 있고 싶지 않다고 했다.게다가 병원은 사람이 많기 때문에 임영은도 한때 유명한 스타였으니, 누군가 임영은이 입원한 것을 보고 문소남에게 알려줄까 봐 걱정되었다.원아는 주희진의 탄식을 들으며 더
문소남은 어린 시절을 보육원에서 보냈고, 문씨 가문에 들어온 후에 장인숙은 자기 아들을 사랑해 주기보다는 오히려 채은서와 싸우는 카드로 여겼다.“내가 보기에는 문 어르신도 그렇게 쉽게 새 손자며느리를 아무렇게나 받아들일 수 있는 분이 아니야. 그걸 통해서도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우리 원아가 정말 훌륭한 아이라는 거지.”임문정은 자기도 모르게 원아를 칭찬했다.비록 자기 친딸은 나쁜 사람에게 통제되고 있지만, 변함없이 문소남과 주희진을 위해 끊임없이 일하고 있었다.임문정 눈에도 자기 친딸 원아가 정말 순탄치 못한 인생을
주희진은 식탁 옆에 앉아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임문정을 바라보았다. “기분이 좋다고요?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나요?”“그냥 우리 사위를 보니까 매우 기뻐서.” 임문정은 일부러 소남을 언급했다.주희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왜, 여보, 당신은 기분이 안 좋아?” 임문정이 다시 물었다.“기분은 좋죠. 근데 아이들이 오지 않아서 좀 보고 싶어서요.”주희진은 방금 전까지 줄곧 아이들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은 보고 싶었다.“죄송해요, 장모님.” 소남은 그 말을 듣자 일단 사과했다.“오늘 장인어
“장모님, 괜찮습니다. 시간도 늦었으니 저희는 먼저 돌아가겠습니다. 해장국은 장인어른께 끓여주세요.”소남이 말했다. 그는 술을 많이 마셔서인지 말도 많아졌다.“말도 안 돼!” 주희진은 눈살을 찌푸렸다.‘소남이도 많이 마셨는데...’“제가 운전하는 게 아니니까 괜찮아요.”소남은 원아를 보며 일어섰다. 그는 술을 많이 마신 것 같지 않게 차분했다.이를 본 주희진도 어쩔 수 없이 소남을 보내주기로 했다. “그래, 알았어. 그럼 돌아가는 길은 꼭 조심해야 한다.”“네, 장인어른, 장모님, 안녕히 계세요.”소남이 말했다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