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준은 똑바로 일어서서 목소리를 가다듬고 낮은 소리로 물었다.“대표님, 염 교수님과 말씀 좀 나눠도 되겠습니까?”동준이 소남에게 묻자 원아는 얼굴이 붉어졌다.‘내가 바로 여기 서 있는데, 소남 씨에게 묻다니... 마치 소남 씨가 질투할까 봐 걱정하는 듯...’‘동 비서님이 그러면 다른 직원들도 나와 소남 씨의 사이가 아주 가까운 줄 알잖아...’원아는 속으로 끓어오르는 부끄러움을 참으며 물었다.“동 비서님,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동준은 헛웃음을 지으며 소남을 흘끗 보고는 자기 보스의 표정이 괜찮은지 확인하고서야 말
멀리서 바라보면, 본채는 저택의 중앙에 위치해 있었다. 멀리서도 분명히 보이는 저택의 밝은 불빛은 정말로 아름다웠다.“정말 멋지네요.” 소남 일행 중에는 T그룹의 설계부서 직원 한 명도 있었는데, 그는 유럽식 건물을 꽤 많이 방문했지만, 이런 저택은 사유지라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일반인이 구경을 하고 싶어도 외벽을 한 바퀴 둘러보거나 현지 박물관에 가서 사진을 보는 것이 전부였다.그렇게 간접적으로 접하는 것은 당연히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것보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소남 일행이 모두 들어오자 집사가
“네.” 소남은 이렇게 좋은 기회를 당연히 놓치지 않았고 원아와 함께 마르코스를 따라 앞으로 나아갔다.반면 동준과 다른 직원들은 제자리에 그대로 있었다.그들은 웨이터의 쟁반에서 와인 잔을 가져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멋진 디자인이네요.” 설계부서 직원이 다시 감탄했다.“물론이죠. 지난 세기의 인테리어 디자인 거장 미하일이 디자인한 것이니까요.” 동준이 바로 대답했다.그는 이번 만찬에 초대된 것을 알고 바로 자료를 찾아보았다.또 다른 여직원은 소남과 원아의 모습을 보며 감탄을 참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원아가 만든 숙취해소제에 대해 궁금해졌다.“정말 그렇게 신기한 효과가 있어요?”“내일이 되면 알게 될 겁니다.”동준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소남의 곁으로 걸어갔다.“마르코스 대표님, 다시 뵙게 되어서 참 영광입니다.”“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동 비서.” 마르코스는 영어와 R어를 유창하게 전환하며 말했다.“여러분, 이쪽이에요.” 소남 일행은 마르코스를 따라 홀 옆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ML그룹의 많은 고위층들은 이미 의자에 앉아 있었고, 소남 일행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바로 열렬히 일어서서 환영했다.
마르코스도 이마를 가리고 무기력하게 대답했다.“물론이지.”“정말 술을 잘 마시네요.” 또 다른 임원이 술잔을 기울이며 중얼거렸다.다른 쪽.소남 일행은 집사를 따라 술자리를 나왔다. 소남은 비틀거리며 발을 헛디뎠다.원아가 즉시 부축해 주었다.“대표님, 조심하세요.”소남은 T그룹의 대표로서 술자리에서 술을 가장 많이 권유받았고 술도 제일 많이 마셨다.“괜찮아요.” 소남은 원아를 힐끗 쳐다보았다,‘원아가 만든 숙취해소제를 미리 먹었으니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지금 누워 있을지도 모르겠어...’T그룹 일행은 본채
‘내가 이 남자의 여자가 마음에 들었으니 본인의 복인 셈인데. 감히 이런 말을 해서 내 계획을 흐트러뜨리다니...’페트르가 또다시 입을 열려고 하자 마르코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르코스는 일부러 심각한 표정으로 집사를 꾸짖었다.“집사님, 오늘따라 왜 일을 이렇게 하는 거예요? 빨리 입구까지 배웅하라고 했는데, 왜 내 귀한 손님들을 계속 여기에 세워 두고 있어요?”집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야. 대표님이 오셨으니 일이 잘 해결될 거야...’“도련님께서 문 대표님 일행에게 오늘 밤 저택에서 쉬시라고 제안하셨습니
“그런 사람이 있다니!”그 무고한 여성들이 전부 페트르에게 괴롭힘을 당하고도 그의 권력을 두려워하여 감히 공정한 보상을 받지 못한 것을 생각하며, 원아는 마음속으로 매우 분노했다.그녀는 순간적으로, 페트르가 마땅한 교훈을 받게 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애석하게도, 자신은 R국에 있는 날이 많지 않지만, 만약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그 무고한 피해 여성들을 위해 공정한 처벌을 내리고 그녀들의 존엄을 되찾기 위해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소남은 원아의 그런 모습을 보며 계속 설명해주었다.“실은 가문의 항렬에 따르면 원래 M
마르코스가 벽에 기대어 대답했다.“들어와.”페트르는 그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그는 이 조카가 줄곧 마음에 들지 않았다.심지어 오늘은 그의 좋은 일을 방해했기 때문에 마음이 더욱 언짢았다.마르코스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페트르가 웃통을 벗고 샌드백에 분풀이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마르코스는 입꼬리를 올렸다.몇 번이나 펀치를 날리는 동안에도 마르코스는 아무 말이 없었다.‘이놈 사과하러 온 거 아니야? 왜 들어왔는데 아무 말도 안 해?’‘역시 그런 여자의 뱃속에서 나온 아이라서 뼛속부터 버르장머리가 없군!’“할 말이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