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더 많이 남아 있다. 원아와 아이들을 위해 시간을 짜내려고 애쓴 그는 침실로 들어가 노트북을 켜고 야근을 계속했다.다음날 점심.원아는 다시 한번 주희진의 전화를 받았다. 아래층으로 내려와 밥을 같이 먹자고 했다.어제 일을 생각하니 원아는 꽤 불쾌해져서 거절할 작정이었다.“이모, 죄송합니다. 오늘 좀 바빠요...”[초설아, 네가 현석이를 싫어하는 거 알아. 걱정하지 마. 오늘 이모는 누구를 위해서 여기에 온 것이 아니라 너한테 사과하고 싶어서 온 거야.]주희진이 설명했다.‘사과...?’원아는
주희진은 ‘초설’의 사려 깊은 말을 들으며 외국에 있는 ‘원아’를 생각했다.만약 자기 딸도 눈앞의 이 여자애처럼 배려심이 많으면, 자신도 그렇게 많은 일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원아의 평온한 얼굴을 보면서 주희진은 늘 익숙한 느낌이 들었고 또 설명할 수 없는 친밀감을 느꼈다.주희진은 눈시울이 약간 촉촉해진 채,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뒤섞인 채 ‘초설’을 바라보며 말했다.“초설아, 이번 일은 이모가 정말 많이 미안해.”“이모, 이모 잘못이 아닌데 왜 사과를 하세요...”원아는 고개를 저으며 입가에 웃음을 지어 보이
다만, ‘초설’의 지금의 태도로 보면, 자신이 더 이상 ‘초설’에게 소개팅이라는 방식으로 ‘초설’과 소남이 상사와 부하직원의 선을 넘는 걸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주희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초설아, 너는 참 똑똑한 아이야. 네 나름대로 다 계획이 있어서 결혼이 급하지 않다면, 이모는 그냥 타인인데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니? 자, 어서, 빨리 먹어, 식으면 맛이 없을 거야.”주희진이 이렇게까지 말하니 원아도 앞으로 자신이 더 이상 소개팅을 하러 안 가도 되고,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식사를 마친 후에
주희진은 현석이가 또 무슨 일인가를 했다는 것을 듣고, 그가 또 ‘초설’을 괴롭힐까 봐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현석아, 남녀 간의 일 같은 건 그렇게 많이 설명이 필요 없는 거야.”현석은 주희진이 ‘초설’을 걱정하는 표정을 눈에 담으며 말했다. “사모님, 안심하세요. 저는 초설 씨를 방해하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저는 오히려 초설 씨가 왜 절 거절했는지를 알아냈습니다.”주희진은 깜짝 놀랐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의 말을 받아 물었다.“왜지?”“원래 어제 제가 초설 씨를 회사에서 집까지 데려다 주고 싶었는데, 초설 씨가 택시를
현석은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말했다.“사모님, 저는 이제 이유를 알았고, 이 자료를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으니 그냥 사모님께 드리고 먼저 가보겠습니다.”주희진은 현석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는 평안했던 마음이 다시 긴장됐다.‘소남과 초설...’주희진은 더 이상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어 임씨 저택의 운전기사에게 차를 몰고 한빛 하이츠으로 가달라고 했다.한빛 하이츠 바로 입구 앞에 있는 주차장에 주차한 채, 주희진은 차 안에 앉아 오후 내내 계속 뒷좌석에 앉아 묵묵히 한빛 하이츠에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
운전기사가 임문정에게 문자를 보내 주희진의 이상한 행동을 보고하고 나서 잠시 후 주희진의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가 임문정인 것을 확인한 주희진은 망설이지도 않고 전화를 받을 생각 없이 바로 옆으로 내려놓았다.기사는 뒤를 돌아보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창밖을 내다보며 별장단지에 출입하는 모든 차량을 지켜보고 있었다.이런 주희진의 모습을 보고 기사는 어쩔 수 없이 말했다.“사모님, 전화가 울립니다.”“중요한 전화가 아니에요.”주희진이 대답했다. 그녀는 임문정이 이 시간에 전화한 것은 보통 귀가가 좀 늦어질 수 있다는 걸 알리기
‘초설’은 차문을 닫은 후 바로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사실이었구나...”주희진은 온몸이 덜덜 떨려왔다. ‘초설’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손을 떨며 핸드폰을 들어 ‘초설’에게 전화를 했다. “사모님...”기사는 주희진의 얼굴이 창백한 것을 보고 혹시 몸이 불편한 건 아닌지 걱정했다.주희진은 손가락을 세워 입술에 대며 말했다.“조용히 해.”기사는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고 백미러에서 주희진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주희진이 걸었던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고, ‘초설’ 쪽은 통화 중이었다.다른 곳.원아는 소남의 전화를 받았
“도련님들, 원원 아가씨, 염 교수님, 차에 타세요.” 장 기사는 차에서 내려 뒷좌석의 차문을 열어주었다.훈아는 차 뒷좌석이 좁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앞장서서 조수석으로 걸어가 문을 열고 앉았다.동생들은 모두 엄마에게 기대는 것을 좋아하니 유난히 철이 든 큰 형 훈아는 제자리를 비워주어 동생들이 편하게 앉을 수 있게 했다.원아와 아이들이 차에 오르자 장 기사는 다시 운전석에 앉았다.원아가 말했다.“기사님, 우선 근처 쇼핑몰에 데려다 주시면 안 될까요? 살 게 좀 있어서요.”임문정과 주희진의 결혼기념일에 참석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