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 교수님이요? 방금 같이 내려가긴 했는데 밥을 먹으러 가시지 않은 것 같은데요.” 동준은 사실대로 보고하며 왜 자기 보스가 직접 ‘염 교수’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보지 안는지 궁금했다.‘대표님과 염 교수님 이미 함께 살고 있으면서 왜 이렇게 회사에서는 여전히 두 분은 어색해 보이는 걸까?’동준이 보기엔 어쨌든 문소남은 이 회사의 가장 큰 보스이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밑에 직원들이 감히 무슨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자신을 통해 ‘염 교수’의 위치나 행방을 알 필요가 없이 자신이 직접 나서서 찾으러 가도 된다고
원아는 눈을 뜨고 문 앞에 있는 수혁을 향해 말했다.“깼어요. 수혁 씨 고마워요.”수혁은 ‘염 교수’의 목소리를 듣고 문을 노크하는 동작을 멈추고 말했다.“네, 교수님, 제가 혹시 몰라서 도시락 하나 더 사왔는데. 드시겠어요?”원아는 시간을 한 번 보았는데, 이미 업무 시간이었다. 그녀는 점심시간에 휴식을 취했고, 근무시간에 밥을 먹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 바로 거절을 했다. “고마워요. 점심은 괜찮아요. 조금 있다가 실험실에서 봐요.”수혁은 ‘염 교수’가 안 먹겠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도 더는 고집하지 않고 바로 실험실로
윤수정이 상대방이 알려준 병실 호수를 한 번 보았다.‘뭐야, VIP 병동이잖아? 이 병동을 선택한 걸 보면 분명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닐 거야. 병실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조사할 방법도 없는데... 설마 임문정인가?’ ‘아니야, 오늘 아침 신문에서만 해도 여러 행사에 참석하고 있었잖아. 그런 사람이 어떻게 VIP 병동에서 치료받고 있을 수가 있겠어...’ ‘그럼 설마, 문소남의 아내라는 원아인가?’‘외국에서 유학 중이라고는 하지만, 그 사람이 도대체 어디에서 유학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없잖아. 구체적인 소식도 전혀 없고..
“임씨 가문의 사람들이 얼마나 바쁜 사람들인지 알기나 해요? 모든 걸 다 기억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요. 난 분명히 어제 오늘 병문안을 오겠다고 말해뒀어요. 병실 호수까지 알고 있다고요. 2505호, 맞죠?” “죄송하지만, 저희는 미리 연락받은 게 없습니다. 환자의 가족분들이 너무 바빠서 잊어버리신 모양이네요. 아니면 여사님께서 다시 한번 환자의 가족분께 전화해서 허가를 받아주시겠어요?”수간호사는 고집했다. ‘이 병동에 있는 환자들은 모두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이야. 내 마음대로 들여보낼 수는 없어.’ 수간호사가 계속
이곳에서 계속 주희진을 기다렸다고 말할 수 없었던 윤수정이 재빨리 핑계를 대며 설명했다. “저희 둘째 아들이 몸이 아파서 이 병원에 입원해 있거든요.” 인상을 찌푸린 주희진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임영은을 떠올린 그녀가 공감과 걱정을 담은 표정으로 윤수정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드님은 좀 괜찮으세요?”“상황이 그리 좋지 않네요.” 주희진이 말을 걸어오자, 윤수정이 은근히 기뻐하며 몸을 돌려 그녀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의사도 이유를 알 수 없으니, 진통제와 신경안정제로 상태를 안정시킬 뿐이니까요.” “정말 심각하신
좋지 않은 예감을 느낀 주희진이 눈을 깜박거리며 물었다. “윤 여사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윤수정이 일부러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여사님, 여사님도 저도 가십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제가 내뱉는 말들로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건 원치 않아요. 오늘 저를 만났다는 것도, 제가 했던 말도 다 잊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윤수정이 이렇게 말할수록 주희진은 더욱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염초설이랑 문소남이 남에게 알릴 수 없는 관계라는 겁니까?” “여사님도 알고 계셨어요?” 곧장 자신의 입을
전화를 끊자마자, 윤수정의 핸드폰이 또 울렸다. 수신 버튼을 누른 그녀가 귀찮다는 말투로 말했다. “무슨 일이에요?”[사모님, 큰일 났어요. 재훈 도련님께서 정신을 차리셨는데, 또 온몸에 경련이 일어났어요!]수화기 너머에서는 간병인의 다급한 목소리와 참을 수 없는 통증에 울부짖는 송재훈의 고함이 들려왔다. 조금 전까지 득의양양하던 윤수정의 마음이 순식간에 흐트러졌다. 그녀가 엘리베이터로 돌아가 잽싸게 위층을 누르며 말했다.“당장 의사를 부르세요. 나도 지금 바로 올라갈게요.”...주희진은 병원을 떠난 뒤에도 윤수정이
“하지만 원아는 아직 외국에 있잖아요. 우리가 연락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주희진도 남편의 의견에 동의하는 듯했다. ‘두 사람의 결혼을 위해서라면 원아를 돌아오게 하는 수밖에 없어. 계속 같이 살기로 결정하든 이혼하기로 결정하든, 소남이가 혼자 결정하게 둘 수는 없잖아.’ ‘하지만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원아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거야.’ “그건 그렇지. 하지만 지난번에 원아가 우리한테 국제 택배를 보냈었잖아? 친구한테 그 주소에 대해서 알아봐 달라고 할게. 그러면 원아한테 연락할 방법을 찾을 수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