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가 승낙하자, 주희진이 임문정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초설아, 이만 끊을게. 오늘 저녁에 보자.” [네.] 원아가 말했다.주희진이 먼저 전화 끊었다.상황을 지켜보던 임문정이 물었다.“소남이도 같이 부를까?”“소남이랑 초설이가 같이 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고 싶은 거죠?” 주희진은 남편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임문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지난번에 두 사람이 같은 침실에서 하룻밤을 보냈을 때 이미 수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소남이의 인품을 생각해서 의심을 거뒀었잖아요.”주희진이 임
‘부드러운 표정만 보다가 저렇게 냉담한 표정을 보려니까 익숙하지 않네.’ “대표님, 혹시 제가 퇴근하기를 기다리시는 거예요?”소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은 이미 장 기사가 별장으로 데려갔어요.” 납치를 당하기 전의 원아는 야근한 적이 없었고, 일이 많을 때는 일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곤 했었다. 왜냐하면 일이 많을지라도 아이들을 소홀히 하지 않고, 일보다 아이들을 더욱 중시한다는 것을 문씨 가문의 식구들에게 증명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주희진의 요청을 받아 임씨 저택에 방문할 계획이라는 사실을 문소남에게 알리지
원아의 시선이 월계화에 향한 것을 본 임미자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사모님께서 잘 관리하셨으니, 내년에도 분명히 화려한 꽃이 필 겁니다.” “네, 항상 월계화에는 최선을 다하시니까요.” 원아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놀란 임미자가 초설을 바라보았다. “교수님, 저희 사모님에 대해서 정말 잘 알고 계시네요. 사모님께서는 확실히 최선을 다하십니다. 며칠 전 시간이 나셨을 때 이 월계화를 다듬기도 하셨거든요. 사모님께서도 내년 봄철이 지나면 아주 예쁜 월계화가 필 거라고 하셨습니다.” 임미자의 말을 들은 원아가 미소를 지어
‘이렇게 된 이상, 세세한 것까지 다 알아야겠어. 정말 갈 건지, 어떤 차를 살 건지, 그 차를 누구한테 선물할 건지까지도 다.’ 주희진이 임미자와 함께 다 된 음식을 차리며 소파에 있는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식사하세요.”찻잔을 내려놓은 원아가 임문정과 함께 몸을 일으켜 다이닝 룸으로 걸어갔다. 네 사람이 식탁에 둘러앉자, 임영은이 내려오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원아가 물었다. “이모, 영은 씨는요?”주희진이 한숨을 쉬며 설명했다. “영은이는 몸이 아파서 이틀 전에 또 입원했어.”원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
원아의 마음이 따뜻해졌다.주희진의 관심 어린 말들은 마치 일상생활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관심을 갖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괜찮아요, 한 가지 일을 더 하는 거니까, 아직은 감당할 수 있어요.” 국을 다 먹은 원아가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집어 먹기 시작했다. 음식은 모두 주희진이 직접 준비한 것으로, 손님을 접대하기에 적합한 가정식 요리들이었다. 원아가 천천히 여러 요리를 맛보았다.‘특별히 맛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엄마만의 손맛이 느껴져. 내가 정말 그리워했던 맛이야.’ 임문정과 눈빛을 교환한 주희진이 다시 물었다.
원아가 눈살을 찌푸렸다.‘전에 그 가짜 원아가 해외에 산다는 건 다 소남 씨가 위조한 건데... 아빠 엄마가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지금 큰따님이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원아가 떠보듯 물었다.임문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지난달에 외국에 있는 원아가 보낸 소포를 받았는데, 그 위에 주소가 있었어. 아무래도 거기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저씨의 친구한테 좀 찾아봐 달라고 부탁하려고. 원아가 기억을 잃고 너무 여기저기 자유롭게 놀러 다니는 바람에 우리조차도 그 아이를 찾기 힘든 상황이란다.”임문정
휴대전화를 든 원아가 연결되지 않는 전화와 시간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아직 이르구나.’그녀는 서류 가방을 내려놓고 어수선한 아파트 내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한 시간 후, 원아는 가지런히 정리를 마쳤으나, 알렉세이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그가 무슨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인지 다시 전화를 걸어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던 그녀는 옆에 놓인 종이에 메모를 남기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했다. 아파트를 나선 원아는 택시 한 대를 잡아 별장으로 향했다. 시간은 이미 밤 11시를 지나고 있었다.거실에 들어간 원아는 아무도
‘항상 다른 사람의 보살핌만 받으며 살아왔을 거야, 혼자 우유를 데운 적이 있기는 할까?’‘이 일도 시간이 늦지만 않았다면, 가정부가 했을 거야.’“대표님, 드릴 말씀이 있어요.” 전자레인지가 작동하는 것을 지켜보던 원아가 몸을 돌려 소남을 바라보았다. 소남은 원아가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오늘 식사할 때 들은 이야기인데요, 지사님께서 친구분께 대표님의 아내인 원아 사모님을 찾아달라고 부탁할 생각이라고 하셨어요.” 원아가 말했다.소남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원아를 찾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