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소남이 무슨 생각으로 자신에게 그렇게 하는지 알고 싶지 않았고, 오히려 두 사람이 더 거리를 두며 친밀한 관계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소남의 머리는 더욱더 혼란스러워졌다.‘당신이 내게 접근한 목적이 있을 텐데 도대체 진짜 목적이 뭐야?’소남은 생각에 잠긴 채 천천히 일어나서 발걸음을 옮겼다. 비록 여러 가지 고민이 있어 술을 마시기는 했지만 자제력을 잃을 정도로 마시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은 평소보다 훨씬 적게 마셨으며 약간의 취기만 있을 뿐, 지금 자신의 행동에 있어서는 사리분별을 확실히 하고 있
문현만은 어두운 얼굴로 호통을 쳤다. 그는 확실히 장인숙이 곧 출소한다는 것을 알고 채은서가 자신과 이야기하기 위해 단단히 준비한 것 같았다. 그러나 뜻밖에도 채은서가 자신 말고도 예성과 하늘까지 부를 줄은 몰랐다.“인숙이가 비록 예전에 잘못했었지만, 어쨌든 간에 소남이의 어머니이자 세 아이의 할머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 거라.”채은서는 눈살을 찌푸리며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 여자는 소남이 엄마이고 아이들의 할머니라는 혈연관계지만, 저와는 피 한 방울도 안 섞였는데 무슨 상관이에요. 제가 아무 상관도 없는 여자한테 왜 좋게
이 모든 말을 듣고 있는 문현만은 다시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말 다 했어?”채은서는 문현만이 자기가 한 말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에게 확실한 대답도 주지 않은 걸 보며 또 말했다.“아니요. 아버님 아직 할 말 남았어요. 아버님,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세요. 정말 그 여자가 이곳과 어울린다고 생각하세요. 여기에는 우리 송희뿐만 아니라 소남이의 세 아이도 있고 만약 장인숙이 또 미친 듯이 날뛰기라도 해서 자기 손자 손녀들까지 다치게 하면 그때는 어떻게 하실 거에요?”“엄마...” 예성은 엄마 채은서의 막말에 어쩔
채은서는 문현만의 말에 당황하며 머리가 멍해졌다.‘방금 내가 잘 못 들은 건가 아버님께서 별장 한 채를 나한테 준다고 한 거야? 이것도 나쁘지는 않은 방법 같은데...’‘하지만 아버지가 말한 별장이 아무리 호화롭고 좋을지라도 여기 본가보다는 못 할 텐데. 하지만 만약 예성이 식구들까지 데리고 나가서 살게 된다면, 별장에서는 고용인들도 여기보다 더 많이 고용할 수도 있어...’‘하지만 내가 나가서 따로 살게 되면, 장인숙이 여기 본가에 들어와서 산다는 거고. 별장을 준다는 말로 그럴 뜻 하게 말씀하셨지만 오히려 지금 그 여자 대
설령 감옥이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피부관리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도 기껏해야 피부가 좀 푸석푸석해지고 나빠졌을 뿐이지 설마 얼굴이 무서워질 정도로 변했다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그래, 끔찍해. 내가 듣기로는 말이지, 다시 말하려니 끔찍하다. 얼굴은 주름투성이에 그 90세 노인보다 못하게 얼굴이 더 구겨져 있다고 하더라. 말해 뭐하니. 어차피 그때가 되면 하늘이 네가 송희한테 신경을 좀 더 써줘야 해. 우리 손녀가 그 여자의 무서운 얼굴 때문에 겁이라도 먹으면 안 되잖니 알겠지 명심해라.” 채은서는 당부했다.“네,
“할머니가 출소하는 거 알고 있었어?” 원아는 원원을 온화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소남이 아직 안방에서 자고 있었기에는 목소리를 낮추고 원원과 이야기를 나누었다.[네, 알아요. 아빠가 잘못한 사람은 감옥에 가서 반성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할머니도 잘못해서 감옥에 반성해야 한다고, 그래서 우리는 할머니를 볼 수 없다고 했어요.]마치 원원의 목소리는 이 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원아는 문득 원원이 할머니 장인숙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자 조금은 당황스러웠다.훈아와 원원은 처음부터 원아의 손의 키워진 것이 아니었고 아
원아는 또 원원을 달랬다.원원도 고개를 끄덕이며 원아에게 다시 말했다.[언니, 오늘은 제가 어쩔 수 없이 동생 태블릿을 사용해서 언니한테 연락한 건데 혹시 그럼 저도 언니 톡 추가해도 될까요?]“그럼.” 원아가 말했다. 소남은 편하게 아이들과 연락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톡 계정을 전부 만들어 주었다. 아이들은 평소에 집에서도 궁금한 것이 있거나 일이 있으면 바로 톡을 보내 아빠와 소통을 하며 지내고 있었다. 원아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그럼 언니가 원원을 추가할게.”[네, 언니.] 자신의 작은 태블릿을 집어든 원
[네.]원원은 바로 원아가 말하는 대로 하고 태블릿의 카메라를 자신의 얼굴이 잘 보이게 놓았다.아이가 이미 누워 있는 것을 보고 원아도 동요를 가볍게 흥얼거리기 시작했다.태블릿에서 흘러나오는 원아의 노랫소리가 원원에 귀속으로 들려왔다. 원원은 눈을 감고 어릴 때로 돌아간 것을 느끼며 엄마 원아가 침대 옆에 앉아 조용히 자기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노래를 부르며 자기들을 재웠던 것을 회상했다.엄마가 함께 있는 매일 밤, 자신은 늘 달콤한 꿈을 꿀 수 있었다.원원 눈을 감고 입꼬리를 살며시 올리면 자신이 오늘 밤에도 좋은 꿈을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