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의료기술이 발달해 난산으로 산모나 아이가 사망할 확률이 크게 낮아졌지만 의외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리 란 법은 없었다…….모인 사람 중 동준이 가장 이성적이었다. 그는 사람을 보는 눈이 매우 좋았다.동준은 예성이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고 확신했고. 분명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했다. 곧, 그도 예성이 했던 것처럼 분만실 문을 세게 걷어차기 시작했다.문소남 대표님도 사라진 시점에 원아 대표님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는 안 됐다. 혹시라도 그런 일이 생기면 회사는 엉망진창이 되고 말 것이었다. 그리 튼튼하지
원아는 병상에 누워있었다. 자궁이 수축하며 몰려오는 통증은 마치 배에 불이 붙은 것도 같고, 찢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해지는 고통에 그녀의 의식은 흐릿해졌다.하지만 잠시 후, 원아는 마음이 기뻤다. 마침내, 아기의 우렁찬 울음소리를 똑똑히 들었기 때문이었다.그녀는 아기가 의사의 품에 안기는 것을 보았다.이 아기는 소남의 자식이면서 두 사람의 사랑의 증거였다. 더욱이 피로 연결된 가족이었다. ……원아가 순조롭게 남자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에 모든 사람이 기뻐했다. 특히 문 노인과 장인숙은 뛸 듯이 기뻐했다.
원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주희진은 그녀가 또 슬픔에 잠기려 하자 다독이며 달랬다.“원아 씨, 출산한 지 얼마 안 됐으니 우는 건 좋지 않아요. 안 그러면 산후병으로 나중에 고생하기에 십상이에요. 지금은 이모 말 듣는 게 좋아요. 사실, 지금은 기뻐할 때 아니에요? 헨리가 이렇게 무사히, 건강하게 태어난 일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겠어요?”원아는 눈물을 참으려고 애쓰며, 잠든 아기의 귀여운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동생은 왜 먹고 자기만 해요? 혹시 돼지 아니에요? 왜 저랑 오빠랑은 안 노는 거
원아는 주희진의 말에 깜짝 놀라며 복잡한 마음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원아는 이제껏 자신을 적대시하던 그녀가 지금은 왜 지나치게 열정적인지 이해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았다. 그녀는 원아가 친딸이라는 것을 알고서 태도가 바뀐 것이었다. 혹시, 양심의 가책 때문인가? 혹은 지난날을 보상해 주고 싶어서인가?원아가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을 눈치챈 주희진은 그제야 비로소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그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원아 씨, 일단은 산후조리에 신경 써요. 혹시 물 마실래요
T그룹.원아는 동준이 가져온 T그룹에 관한 재무제표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회사는 그녀가 산후조리를 하는 동안 우두머리를 잃은 군사들처럼 엉망이었다. 실력이 유능한 동준이 애쓰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T그룹의 주식은 빠른 속도로 하락하기 시작했고 결국 최저로 떨어졌다. 직원들의 마음이 불안해서인지 회사 전체의 실적 또한 급격히 떨어졌다.좋지 않은 소식으로 가득한 두툼한 서류들을 보며 원아는 피곤한 듯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정말 쉬운 일이라곤 하나도 없었다.그녀는 이제야 그동안 소남이 회사 대표로서 얼마나 바빴고 얼마나
원아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하지윤을 향해 당당히 말했다.순간, 주변의 공기가 팽팽하게 긴장되며 하지윤은 자신이 그녀에게 잡아 먹히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심지어 주눅이 드는 느낌이었다.하지윤은 문소남 외에는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에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겼던 원아에게 그런 느낌을 받자 당황스러웠다. 물론 하지윤은 자신이 이번 입찰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문소남이 회사 대표 자리에 있었더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번 입찰에 성공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T그룹
티나는 소지겸을 원아에게 데려왔다. 두 사람은 사무실에서 한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원아는 다음날 소지겸이 구상하고 있는 사업을 현장 조사하기로 했다.……저녁.원아는 피곤하고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왔다. 하지만 아기 침대에 누워있는 헨리를 보는 순간 모든 피로가 싹 사라지는 것 같았다.헨리는 문소남과 매우 닮았는데, 포도 같은 검은 눈과 오똑한 작은 코 그리고 핑크빛 입술 모두 아빠의 모습을 그대로 찍어낸 것 같았다.원아를 닮은 데라고는 길고 빼곡한 속눈썹과 새하얀 피부뿐이었다
원아가 탄 차가 입찰제안서에 나와 있는 땅이 있는 마을을 지날 때였다. 그녀는 그곳에서 뜻밖에 임문정을 만났다. 그는 캐주얼한 차림으로 공무원들과 함께 그곳을 시찰 중이었다. 그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앞장서서 허리를 숙이고 마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정치인으로서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원아는 차에 앉은 채 그를 바라보았다. 순간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저분이 내 아버지야.’달리는 차는 점점 멀어졌고, 마침내 그가 보이지 않게 되자 원아는 그제야 시선을 돌렸다. ……원아는 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