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의 안목은 확실히 정확하고 남달랐다. 다른 느낌의 예복을 입어 볼 때마다 원아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과연 옷이 날개라더니.예복으로 갈아입기 전의 원아는 뛰어난 용모이긴 하지만 그냥 평범한 집안의 예쁜 딸로 보였다.그러나 화사한 드레스로 바꿔 입는 순간 눈을 뗄 수 없게 했다.결국 두 사람은 샵에서 웨딩드레스 네 벌, 예복 네 벌, 그리고 예식용 구두 여섯 켤레를 구매했다.결제할 때, 영수증 위에 일렬로 늘어선 0을 본 원아는 살이 다 떨렸다.이 아름다운 웨딩드레스와 예복들은 자신의 월급으로는 평생 살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달갑지 않은 하지윤이었다. 자신이 10년 동안 곁을 지키며 혼자 사랑했던 남자가 다른 여자의 남편이 된다니.마음을 진정시킨 하지윤의 꽉 쥔 두 손 모두 파르르 떨고 있었다.“대표님, 정말 이름 없는 일개 직원과 약혼하실 건가요? 당신의 신분에 맞는 여성과 결혼하는 것이 옳지 않겠습니까? 저는 원아 씨가 너무 미숙하게 여겨집니다. 물론 어떤 부분에서는…….”“뭐? 그럼 하 부장이 보기에 어떤 여자가 나한테 어울릴 것 같은데?” 소남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늘 총명했던 하지윤이지만 감정이 너무 격해지진 터라 차갑게 변
서현은 문예성이 원아를 배려하던 모습을 생각하자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대표는 너무 냉랭한 사람이라 상상도 하지 않은 서현이지만 문예성은 늘 유혹하고 싶었다.하지만 문 부사장은 여태 자신을 한 번도 제대로 쳐다보지 않았다. 이것 때문에 서현은 모든 탓을 원아에게 뒤집어 씌웠다.만약 원아의 존재만 없었다면, 늘 바람 같은 문예성이 자신을 보고도 못 본 척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처럼 지조 없이 구는 원아인데도, 그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문소남을 생각하니…….하지윤의 얼굴에 원아에 대한 경멸의 감정이 드러났다.“이런
휴대전화가 계속 울리고 있었다. 원아는 휴대전화를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다. 저쪽에서 소남의 치명적인 증거를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결국 원아는 초조함을 달래며 수신 버튼을 눌렀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저쪽에서 우레 같은 소리로 지르는 욕설이 들렸다.“원아, 너 내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려? 그렇게 나온다면 내가 사정 봐 주지 않는다고 원망하지 마! 나 지금 공수처 앞이야. 지금 CD를 제출하면, 문소남은 바로 아웃이야!”원아가 자신의 말을 안 믿을까 봐 ‘딩’하는 소리와 함께 MMS 하나가 들어
저편에서 협박성 말을 던지고 바로 끊어버렸다.원아의 휴대전화가 언제 바닥에 떨어졌는지 그녀는 알지도 못했다.그녀는 통창 밖으로 보이는 커다란 뭉게구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원래 눈처럼 하얗던 구름이 언제부터인가 희미한 반점이 가득 찼다.어제 웨딩드레스를 입어볼 때 더없이 기대하던 소남의 눈빛이 갑자기 생각난 원아는 절망감에 휩싸였다.……내일 약혼 때문에 소남은 오늘 일찍 일을 마치고 곧장 집으로 달려왔다.저택 내 거실에는 진한 영양죽 냄새가 가득했다.두 녀석 중 하나는 아이패드를 들고 소파에 앉아 마수 게임을 했다
소남은 마치 끓는 물 속에 들어간 것처럼 괴로웠다. 그는 원아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거친 키스가 계속됐다.그는 그녀와의 결혼식을 오랫동안 기대하고 준비해왔다.젊을 때부터 원아가 자신의 신부라고 생각했고 믿었다.많은 일을 겪고 가까스로 원아를 품에 안았다. 이제는 그녀가 문소남의 아내라는 것을 알리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갈팡질팡하며 망설이고 있었다.소남은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키스가 끝나자 원아는 숨을 거의 쉬지 못할 상태에 이르렀다.그는 여전히 원아를 껴안은 채 매서운 눈으로 노려
키스를 마친 원아는 온몸이 녹초가 되었고 머리는 더 아팠다.호텔 홀에는 많은 사람이 무리를 지어 있었다. 꽃들과 분수 그리고 음악 소리가 그녀의 눈과 귀에서 점점 커졌다가 작아지기를 반복했다.홀 안에 가득 찬 환희와 열광은 원아가 느끼고 있는 슬픔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원아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자세히 보았다.문 노인은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하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문예성은 뭐가 그리 좋은지 신이 나 있었다.채은서도 보였다. 비록 얼굴에 웃음은 없었지만, 재벌 며느리의 우아함은 여전했다. 결혼을 가장
그 모습을 본 원아의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온몸의 모든 세포가 뜨거운 불길 속에 있는 것처럼 괴로웠다.임 지사가 여자에게서 CD를 건네받으려는 것을 보고 원아가 큰 소리로 소리쳤다.“아니요! 저는 당신과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이 약혼도 마찬가지예요!”순간 예식장에 정적이 흘렀다.모두가 침묵하며 홀 전체가 죽은 듯 고요했다.소남이 무릎을 꿇은 채 원아를 바라보았다.그는 원아가 자신보다 결혼식을 더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상황을 더 믿을 수 없었다.문 노인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손에 지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