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은 문예성이 원아를 배려하던 모습을 생각하자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대표는 너무 냉랭한 사람이라 상상도 하지 않은 서현이지만 문예성은 늘 유혹하고 싶었다.하지만 문 부사장은 여태 자신을 한 번도 제대로 쳐다보지 않았다. 이것 때문에 서현은 모든 탓을 원아에게 뒤집어 씌웠다.만약 원아의 존재만 없었다면, 늘 바람 같은 문예성이 자신을 보고도 못 본 척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처럼 지조 없이 구는 원아인데도, 그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문소남을 생각하니…….하지윤의 얼굴에 원아에 대한 경멸의 감정이 드러났다.“이런
휴대전화가 계속 울리고 있었다. 원아는 휴대전화를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다. 저쪽에서 소남의 치명적인 증거를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결국 원아는 초조함을 달래며 수신 버튼을 눌렀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저쪽에서 우레 같은 소리로 지르는 욕설이 들렸다.“원아, 너 내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려? 그렇게 나온다면 내가 사정 봐 주지 않는다고 원망하지 마! 나 지금 공수처 앞이야. 지금 CD를 제출하면, 문소남은 바로 아웃이야!”원아가 자신의 말을 안 믿을까 봐 ‘딩’하는 소리와 함께 MMS 하나가 들어
저편에서 협박성 말을 던지고 바로 끊어버렸다.원아의 휴대전화가 언제 바닥에 떨어졌는지 그녀는 알지도 못했다.그녀는 통창 밖으로 보이는 커다란 뭉게구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원래 눈처럼 하얗던 구름이 언제부터인가 희미한 반점이 가득 찼다.어제 웨딩드레스를 입어볼 때 더없이 기대하던 소남의 눈빛이 갑자기 생각난 원아는 절망감에 휩싸였다.……내일 약혼 때문에 소남은 오늘 일찍 일을 마치고 곧장 집으로 달려왔다.저택 내 거실에는 진한 영양죽 냄새가 가득했다.두 녀석 중 하나는 아이패드를 들고 소파에 앉아 마수 게임을 했다
소남은 마치 끓는 물 속에 들어간 것처럼 괴로웠다. 그는 원아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거친 키스가 계속됐다.그는 그녀와의 결혼식을 오랫동안 기대하고 준비해왔다.젊을 때부터 원아가 자신의 신부라고 생각했고 믿었다.많은 일을 겪고 가까스로 원아를 품에 안았다. 이제는 그녀가 문소남의 아내라는 것을 알리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갈팡질팡하며 망설이고 있었다.소남은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키스가 끝나자 원아는 숨을 거의 쉬지 못할 상태에 이르렀다.그는 여전히 원아를 껴안은 채 매서운 눈으로 노려
키스를 마친 원아는 온몸이 녹초가 되었고 머리는 더 아팠다.호텔 홀에는 많은 사람이 무리를 지어 있었다. 꽃들과 분수 그리고 음악 소리가 그녀의 눈과 귀에서 점점 커졌다가 작아지기를 반복했다.홀 안에 가득 찬 환희와 열광은 원아가 느끼고 있는 슬픔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원아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자세히 보았다.문 노인은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하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문예성은 뭐가 그리 좋은지 신이 나 있었다.채은서도 보였다. 비록 얼굴에 웃음은 없었지만, 재벌 며느리의 우아함은 여전했다. 결혼을 가장
그 모습을 본 원아의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온몸의 모든 세포가 뜨거운 불길 속에 있는 것처럼 괴로웠다.임 지사가 여자에게서 CD를 건네받으려는 것을 보고 원아가 큰 소리로 소리쳤다.“아니요! 저는 당신과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이 약혼도 마찬가지예요!”순간 예식장에 정적이 흘렀다.모두가 침묵하며 홀 전체가 죽은 듯 고요했다.소남이 무릎을 꿇은 채 원아를 바라보았다.그는 원아가 자신보다 결혼식을 더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상황을 더 믿을 수 없었다.문 노인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손에 지팡
소남은 전원주택 베란다에 서서 담배를 하나 피워 물었다. 시선은 활짝 핀 벚꽃을 향해 있었다.가지마다 빼곡히 피어난 꽃들이 바람에 흩날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사방이 분홍색 담요를 덮어 놓은 것처럼 벚꽃잎으로 뒤덮였다.원아는 화초를 좋아했다. 화원이 있는 이 전원주택은 소남이 그녀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결혼 선물이었다.그녀에게 깜짝 선물을 주려고 했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다.소남은 흩날리는 벚꽃을 바라보며 두 눈을 감았다. 아직 타다 남은 담배를 비벼 끄고 안방으로 향했다.침실에는 중년 가사도우미 두 명이 원아를 돌
허요염은 이것저것 명품 의상들을 고르고, 신발을 신어보았다.그녀는 영은과 키나 체형, 그리고 발 사이즈 등이 비슷했기 때문에 마치 맞춤 제작한 것처럼 모두 잘 맞았다. 그녀는 기쁜 마음을 억누를 수 없어 무척 들뜬 상태였다.“내게 시킬 일이 또 있어? 뭔데? 말해 봐. 내가 뭐든 완벽히 다 해줄게!”“원아가 비록 문소남과의 결혼을 거절하긴 했지만, 난 그걸로 성에 안 차. 언젠가 문소남이 언론에 원아에 관한 어떠한 기사도 내지 말라고 경고한 적이 있어. 난 이게 너무 거슬려. 네가 가서 나를 위해 이 일을 해줘야겠어. 각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