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은은 이렇게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재벌가에 시집가기 위해 영은은 최근 주희진에게 상류사회의 예절, 피아노, 꽃꽂이, 요리 등을 배우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었다.심지어 어머니 주희진에게 투자를 배우며 경영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그녀는 자신의 자질과 능력으로 문소남을 잘 내조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영은을 뒤따르던 매니저가 영은에게 권했다.“영은 씨, 오늘 저녁에 드라마 제작진 전체 회식이 있을 거예요. 영은 씨가 잠시 참석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감독님하고 제작자와 관계를 잘 만들어 두면 이후 촬영할
“내 돈을 받으면서 감히 이딴 소리나 지껄이고 있어? 내가 바빠서 너랑 여러 소리할 시간 없어. 언니, 얘 당장 스탭에서 빼 버려요!”영은의 매니저가 고개를 끄덕였다.“응.”영은은 다른 두 여배우도 한 번씩 돌아보며 속으로 얼굴을 기억했다. 앞으로 수습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더 이상 다른 말없이 영은은 바로 이 허름한 작은 트레일러를 떠났다. 앞으로 나서는 영은의 매니저 말투가 냉담하다.“진옥이 너, 빨리 나가라. 너는 앞으로 더 이상 임영은 씨 대역이 아니야.”갑자기 해고된 진옥은 이를 악물며 떠나는 영은의
전화기 저편의 상대는 협박성의 말들을 사납게 쏟아내더니 원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던 원아는 하던 음식을 계속 할 생각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며칠 전 퇴근할 때 디저트 가게에서 만났던 그 낯선 여자가 생각났다.당시 자신에게 CD 한 장을 건네 주던 그녀는 말끝마다 소남에게 불리한 것이 들었다며 소남을 떠나라고 자신을 협박했었다.그때 그녀는 집에 돌아온 후 핸드백을 내려놓은 채 그 일을 잊고 있었다.임신 건망증.지금 그 여자의 전화를 받고서 원아는 그 시디가 기억났다.그 안에 도대
소남이 원아를 안아 들고 침실로 갔다. 그녀의 배를 조심하며 위에서 안았다.놀란 그녀의 시선 가운데, 낮게 허스키하게 가라앉은 소남의 음성이 달콤한 와인향을 띤 것 같았다.“원아, 넌 지금 불장난을 하고 있어. 알잖아, 이러면…… 네가 지른 불 네가 꺼야지!”소남의 눈에 담긴 불꽃을 바라보던 원아의 몸이 일순 굳었다.가느다란 두 팔로 가슴 앞을 가린 원아가 조심스럽게 두 사람의 거리를 벌리며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아직…… 아직 3개월도 채 안 되었어요. 할 수 없어요…….”자그마하고 연한 그녀의 음성엔 수줍음과
본시 우월한 용모와 자태의 문소남은 동작 하나하나도 우아하기 그지없었다. 그가 차에서 내리자 웨딩드레스 샵의 여자 직원들의 시선이 집중되었고, 곧이어 모두의 눈에서 하트가 발사되었다. “세상에, 문 대표님 정말 멋있어요. TV에서보다 훨씬 더 잘생겼어요…….”“이코노믹 잡지에서나 볼 수 있는 인물이라니,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야. 나 쓰러질 것 같아. 아, 어지럽다. 우우우…….”“결혼할 여자 분 너무 행복하겠다. 내가 그녀라면 얼마나 좋을까…….”열을 지어 몰래 귀속말을 나누던 여자 직원들의 시선은 압도적일 만큼 멋진 문소남
그중 똥머리를 한 도우미가 원아의 측면 지퍼를 올리며 감탄했다.“신부님, 이 웨딩드레스 입으신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요. 잘록한 허리선 디자인이나 정교한 재단이 모두 신부님 분위기와 완전 잘 어울려요. 잘 모르시겠지만, 며칠 전에 한 명문가 따님이 오셔서 이 드레스를 입어 보셨는데요, 신부남과는 비교도 안돼요!”원아는 눈자위가 붉어지며 속으로 슬픈 감정이 한 차례 또 한 차례 치밀어 올랐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이토록 예쁜데,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신은 이 드레스를 입고서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지 못할 것이다.“신부님? 신부
웨딩드레스 샵.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소남은 엄지손가락으로 원아의 눈물자국을 살짝 닦아내며 반 농담식으로 말했다.“왜, 결혼을 앞두고 눈물을 흘려? 문 사모님, 부끄럽지 않으세요, 응?”비록 놀리는 투로 말했지만, 약간 창백해 보이는 원아의 얼굴로 향한 소남의 윤기 나는 시선엔 도리어 담담한 안타까움이 들어차 있었다.눈시울이 붉어진 원아가 두 손으로 간신히 그의 소매자락을 잡고서 자신의 우울한 감정을 누르려 애썼다.그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난 괜찮아요. 단지 당신과 결혼할 생각을 하니 너무 행복해서 그래요. 지금
매니저의 안목은 확실히 정확하고 남달랐다. 다른 느낌의 예복을 입어 볼 때마다 원아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과연 옷이 날개라더니.예복으로 갈아입기 전의 원아는 뛰어난 용모이긴 하지만 그냥 평범한 집안의 예쁜 딸로 보였다.그러나 화사한 드레스로 바꿔 입는 순간 눈을 뗄 수 없게 했다.결국 두 사람은 샵에서 웨딩드레스 네 벌, 예복 네 벌, 그리고 예식용 구두 여섯 켤레를 구매했다.결제할 때, 영수증 위에 일렬로 늘어선 0을 본 원아는 살이 다 떨렸다.이 아름다운 웨딩드레스와 예복들은 자신의 월급으로는 평생 살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