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 똥머리를 한 도우미가 원아의 측면 지퍼를 올리며 감탄했다.“신부님, 이 웨딩드레스 입으신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요. 잘록한 허리선 디자인이나 정교한 재단이 모두 신부님 분위기와 완전 잘 어울려요. 잘 모르시겠지만, 며칠 전에 한 명문가 따님이 오셔서 이 드레스를 입어 보셨는데요, 신부남과는 비교도 안돼요!”원아는 눈자위가 붉어지며 속으로 슬픈 감정이 한 차례 또 한 차례 치밀어 올랐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이토록 예쁜데,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신은 이 드레스를 입고서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지 못할 것이다.“신부님? 신부
웨딩드레스 샵.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소남은 엄지손가락으로 원아의 눈물자국을 살짝 닦아내며 반 농담식으로 말했다.“왜, 결혼을 앞두고 눈물을 흘려? 문 사모님, 부끄럽지 않으세요, 응?”비록 놀리는 투로 말했지만, 약간 창백해 보이는 원아의 얼굴로 향한 소남의 윤기 나는 시선엔 도리어 담담한 안타까움이 들어차 있었다.눈시울이 붉어진 원아가 두 손으로 간신히 그의 소매자락을 잡고서 자신의 우울한 감정을 누르려 애썼다.그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난 괜찮아요. 단지 당신과 결혼할 생각을 하니 너무 행복해서 그래요. 지금
매니저의 안목은 확실히 정확하고 남달랐다. 다른 느낌의 예복을 입어 볼 때마다 원아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과연 옷이 날개라더니.예복으로 갈아입기 전의 원아는 뛰어난 용모이긴 하지만 그냥 평범한 집안의 예쁜 딸로 보였다.그러나 화사한 드레스로 바꿔 입는 순간 눈을 뗄 수 없게 했다.결국 두 사람은 샵에서 웨딩드레스 네 벌, 예복 네 벌, 그리고 예식용 구두 여섯 켤레를 구매했다.결제할 때, 영수증 위에 일렬로 늘어선 0을 본 원아는 살이 다 떨렸다.이 아름다운 웨딩드레스와 예복들은 자신의 월급으로는 평생 살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달갑지 않은 하지윤이었다. 자신이 10년 동안 곁을 지키며 혼자 사랑했던 남자가 다른 여자의 남편이 된다니.마음을 진정시킨 하지윤의 꽉 쥔 두 손 모두 파르르 떨고 있었다.“대표님, 정말 이름 없는 일개 직원과 약혼하실 건가요? 당신의 신분에 맞는 여성과 결혼하는 것이 옳지 않겠습니까? 저는 원아 씨가 너무 미숙하게 여겨집니다. 물론 어떤 부분에서는…….”“뭐? 그럼 하 부장이 보기에 어떤 여자가 나한테 어울릴 것 같은데?” 소남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늘 총명했던 하지윤이지만 감정이 너무 격해지진 터라 차갑게 변
서현은 문예성이 원아를 배려하던 모습을 생각하자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대표는 너무 냉랭한 사람이라 상상도 하지 않은 서현이지만 문예성은 늘 유혹하고 싶었다.하지만 문 부사장은 여태 자신을 한 번도 제대로 쳐다보지 않았다. 이것 때문에 서현은 모든 탓을 원아에게 뒤집어 씌웠다.만약 원아의 존재만 없었다면, 늘 바람 같은 문예성이 자신을 보고도 못 본 척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처럼 지조 없이 구는 원아인데도, 그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문소남을 생각하니…….하지윤의 얼굴에 원아에 대한 경멸의 감정이 드러났다.“이런
휴대전화가 계속 울리고 있었다. 원아는 휴대전화를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다. 저쪽에서 소남의 치명적인 증거를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결국 원아는 초조함을 달래며 수신 버튼을 눌렀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저쪽에서 우레 같은 소리로 지르는 욕설이 들렸다.“원아, 너 내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려? 그렇게 나온다면 내가 사정 봐 주지 않는다고 원망하지 마! 나 지금 공수처 앞이야. 지금 CD를 제출하면, 문소남은 바로 아웃이야!”원아가 자신의 말을 안 믿을까 봐 ‘딩’하는 소리와 함께 MMS 하나가 들어
저편에서 협박성 말을 던지고 바로 끊어버렸다.원아의 휴대전화가 언제 바닥에 떨어졌는지 그녀는 알지도 못했다.그녀는 통창 밖으로 보이는 커다란 뭉게구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원래 눈처럼 하얗던 구름이 언제부터인가 희미한 반점이 가득 찼다.어제 웨딩드레스를 입어볼 때 더없이 기대하던 소남의 눈빛이 갑자기 생각난 원아는 절망감에 휩싸였다.……내일 약혼 때문에 소남은 오늘 일찍 일을 마치고 곧장 집으로 달려왔다.저택 내 거실에는 진한 영양죽 냄새가 가득했다.두 녀석 중 하나는 아이패드를 들고 소파에 앉아 마수 게임을 했다
소남은 마치 끓는 물 속에 들어간 것처럼 괴로웠다. 그는 원아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거친 키스가 계속됐다.그는 그녀와의 결혼식을 오랫동안 기대하고 준비해왔다.젊을 때부터 원아가 자신의 신부라고 생각했고 믿었다.많은 일을 겪고 가까스로 원아를 품에 안았다. 이제는 그녀가 문소남의 아내라는 것을 알리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갈팡질팡하며 망설이고 있었다.소남은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키스가 끝나자 원아는 숨을 거의 쉬지 못할 상태에 이르렀다.그는 여전히 원아를 껴안은 채 매서운 눈으로 노려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