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희가 직접 희진을 찾아가지 않는 이유는 희진의 오래된 상처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만일 그녀가 생각했던 희진의 딸은 사실 오판이었다. 그것은 희진에게 있어서 의심할 여지없는 또 한 번의 작지 않은 타격이었다.주희진의 절친으로써 친딸을 잃은 희진의 아픔이 얼마나 깊은 지 오수희 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임영은이 입양되기 전, 희진은 매일 극복하기 힘들 정도의 불안과 고통 속에서 지냈다. 아름다웠던 얼굴도 날로 초췌해지고 온 몸에 털끝만큼의 활력도 남아 있지 않았었다.이후 그녀는 임문정과 함께 영은을 데려와
“이모, 엄마가 말씀하시길 언니는 태어나자마자 죽었다고 하셨어요. 이건 틀림없는 사실이에요. 이모도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누가 아버지와 엄마에게 거짓말을 할 수 있겠어요?” 영은은 슬픈 표정으로 열심히 말했다.오수희가 생각해 보니 확실히 그렇긴 하다.당시 임문정이 지금 같이 신분이 높지는 않았어도 정치권에서는 기대주라고 할 수 있었다. 당시 그는 이미 정계에서 꽤나 명성이 자자하던 터였기에 감히 그를 속여 넘길 만큼 대담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그런데도 왠지 모르게 오수희는 여전히 마음속에 일말의 불안감이 남아 있었다.“
영은이 평상시와 달랐던 행동의 이유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그래서 더 이상 만류하지 않고 그녀를 먼저 보냈다.……마음이 어지러운 영은은 자신을 가리는 것도 잊어버리고 직접 차를 몰아 장정안이 운영하는 바로 갔다.그녀는 바에 들어서자 안에서 즐기고 있던 일부 팬들이 그녀를 알아보았다.영은은 아주 인기 있는 배우는 아니었다. 처음 데뷔했을 때 그녀를 모티브로 한 영화 ”고아”에 출연해서 한 차례 인기를 끌긴 했었다. 그 외에는 별 다른 대표작은 없다시피 해서 사실 어떻게 해도 뜨지 못하는 배우에 속했다.그러나
임영은은 광분한 사람들 사이에서 간신히 벗어나 장정안을 찾았다. 그러나 오늘도 룸에서 술에 푹 젖어 있는 것을 본 그녀는 머리가 아파오며 귓가에 윙윙거리는 이명이 들렸다.장정안, 이 쓰레기 새끼는 분명 원아와 결혼했으면서도, 결혼 생활조차 제대로 어떻게 못해 여기서 취해 자빠져 있었다!선글라스를 벗은 임영은이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장정안을 매섭게 걷어차며 말했다.“장정안, 일어나!”늘어선 빈 술병들 사이에 파묻고 있던 고개를 든 장정안은 풀린 듯한 눈으로 술을 마시고 있는 영은을 보니, 좀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그는
“장정안, 설령 내가 우리 부모님 친딸이 아니면 어때? 두 분이 이미 나를 친딸로 여기시는데. 당신이 감히 나를 이렇게 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아버지에게 한 마디 하면 어쩌려고? 내가 당신을 이 A시 어디에서도 발 못 붙이게 할 수도 있어요. 안 믿겨요?”이를 악 다문 영은이 눈을 부릅뜬 채 소리쳤다. “그럼 어디 한번 해 보든지.” 장정안이 그녀의 말에 신경도 쓰지 않고 목을 누르던 손에 힘을 더 세게 주었다. 영은은 곧 숨이 넘어 갈 것 같았다.“오랫동안 임 지사 부부와 TV 앞의 시청자들 앞에서 착하고 순한
임 노인이 의뢰한 설계는 오래된 부지 위에다 새로운 스타일의 건물을 올리는 것이었다.회사에 있을 때 원아도 다른 설계사들의 설계도를 본 적이 있었다.그 중에는 현대식 별장으로 설계된 것도, 전통 양식의 주택으로 설계된 것들 모두 있었다. 또 중국과 일본의 전통 양식으로 설계된 것들도 있었다.그러나 최종 결과는 모두 예외 없이 임 노인에 의해 패스 되었다.횟수가 늘어나자 임 노인은 T그룹의 설계사를 모두 ‘멍충이’들이라고 욕했다. 또 그동안 이 다국적 기업의 뛰어난 설계 팀이 자신이 그토록 원하는 설계조차 해내지 못한다고 비난
“원아, 이 양심도 없는 것, 이 추운 날 내가 저를 보러 온 날 안에 들이지 않는 것은 그렇다 쳐. 그런데 네가 나를 때려. 내 아들이 눈이 멀어 너 같은 정말 눈이 멀어서 승냥이 같은 너를 좋아하게 되다니, 정말…….”장인숙의 입에서 원아를 욕하는 저속한 욕설들이 튀어나왔다. 입으로 조리 정연한 말로 안되니, 이제 거진 쓰지 않는 어휘들까지 사용해서 비난했다.날카로운 말들은 잘 벼려진 한 자루의 칼처럼 원아의 심장에 박혔다.원아는 가슴에서 분노가 끓어올랐다. 하지만 이렇게 산발한 장인숙을 때릴 수도, 욕할 수도 없어 가슴
“소란 피우지 마세요. 어머니는 괜찮으셔도 제가 창피 당하기 싫어요!”문소남은 어머니가 소란을 피우니 정말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직접 어머니를 안고서 강제로 차에 밀어 넣었다. ‘찰칵’하고 차량 문이 잠기더니 차는 곧바로 훌쩍 떠났다.장인숙이 끌려간 후에도 여전히 원아는 몸이 조금씩 떨려왔다.손바닥 안에 말아 쥔 손가락이 점점 차가워졌다.장인숙이 차창을 두드리며 필사적으로 나오려는 모습을 원아는 창문으로 모두 지켜보았다. 두 사람을 방해하기 위해서라면 장인숙은 자신을 망가뜨려가며 그리 오랫동안 쌓아온 우아한 이미지도 내팽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