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속의 하지윤은 몸에 맞는 우아한 정장을 입고, 곱슬머리를 뒤로 묶어 올린 채 총명하고 세련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그녀가 문소남의 옆에 서니, 그와 그녀의 모습은 완벽한 선남선녀로 보였다.카메라를 마주한 텔레비전 속의 문소남은 의연하고 침착했다. 그는 기자들의 신랄한 질문에 계속해서 대답했다."T그룹 산하의 식당은 각 방면에서 늘 원칙을 지킵니다. 이 점은 품질 관리를 담당하는 기관에서 저희를 대신해 충분히 증명해 줄 것입니다. 이번 ‘킹덤’에 제기된 문제에 대해 저는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
"나도! 나도! 엄마, 나랑 오빠가 설거지해 줄게." 원원이가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훈아야! 엄마 말 들어. 여동생과 함께 여기서 놀아라. 설거지는 엄마가 할게. 너와 여동생이 좀 더 자라면, 그때 엄마를 도와 집안일을 하는 것이 어때?" 원아는 훈아의 작은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친절한 아이들이 있어서 원아는 마음이 흐뭇했다. 이 두 아이는 특히 철이 들었다.그러나, 그들은 겨우 다섯 살이다. 집안일을 하기에는 아직 너무 어리다.비록 일부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은 일찍 집안일을 맡아 아
밤은 먹처럼 까맣고 고요했다.두 아이는 이미 잠들었고, 원아는 홀로 컴퓨터 앞에서 계속 설계도를 그리고 있었다.사실 원아는 지금 일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일단 일을 멈추면 그녀의 머릿속은 각양각색의 의심으로 가득 찰 것이기 때문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일에 몰두하려고 애썼다. 이미 밤 11시가 되었다. 원아는 컴퓨터 화면을 쳐다보며 오랫동안 멍하니 있었다.하루 종일 그 남자는 자신에게 전화 한 통 하지 않았다.그녀는 화장실에 가서 샤워를 하며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한 뒤, 가운을 입고 거실에 앉아 다시 문소남에게
문소남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필요 없어. 배고프지 않아. 하 총감도 오늘 수고했어. 일찍 돌아가서 쉬어."그는 책상 위의 핸드폰을 들었다.하지윤은 긴 속눈썹으로 눈에 드러나는 감정을 숨겼다.문소남은 휴대폰의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한 듯 바로 원아에게 전화를 걸었다.애석하게도 연이어 몇 통의 전화를 걸었는데 계속 전원이 꺼져있다는 안내음만이 들려왔다.문소남의 안색이 몹시 어두워졌다. 오늘 그는 하루 종일 바빴다. 고위층과 이번 위기를 어떻게 넘길지 상의하느라 바빴고, 또 M & A 방안을 마련해야 했다.하루 종
다른 쪽.장정안과 그가 껴안고 있는 여자를 따라 호텔로 들어간 이연은 그들이 엘리베이터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이런 고급 호텔은 손님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매우 중시한다. 장정안의 불륜 증거를 촬영하기 위해 이연은 하는 수없이 호텔 손님인 척하고 거금을 들여 그들의 옆방에 방을 하나 얻었다.이연이 카드를 긁고 엘리베이터에 올랐을 때, 공교롭게도 술에 잔뜩 취해 비틀거리는 남자 하나가 동시에 엘리베이터에 발을 들여놓았다.그 술주정뱅이는 키가 크고 검은색 야구 모자를 쓰고 있어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그는 술이 많이 취한
"원해? 그럼 더 열심히 해!"여자는 더욱 열심히 그녀의 입을 움직였다.장정안이 쾌락의 큰 고함을 질렀다.그가 마침 여자를 침대 위에 눕히고 누르려 할 때, 갑자기 플래시가 터졌다. 장정안은 순간 정신을 차렸다.젠장!이연은 자신의 부주의에 화가 나서 죽을 뻔했다. 그녀는 장정안의 증거를 잡기 위해 너무 서두르다가 핸드폰 플래시를 끄는 것을 잊어버렸다. 그야말로 죽을 뻔했다.그녀는 더 이상 찍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핸드폰을 넣고 몸을 돌려 도망쳤다.그러나, 몇 걸음 뛰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어떤 한 손이 그녀의 목을 꽉 졸
원아의 오른쪽 눈꺼풀이 계속 떨리고, 마음속의 의심도 점점 깊어졌다......심장이 빠르게 뛰었지만, 그녀는 스스로에게 진정하라고 강요했다.반쯤 열려 있는 방문을 예의 바르게 두드리자 나지막하고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원아가 문을 밀자 방안에는 디퓨저 냄새가 뚜렷하게 풍겼고, 이는 유래 없이 그녀를 더욱 긴장시켰다.방에 이연이 없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몸을 돌려 떠나려고 했지만, 힘찬 큰 손에 끌려 들어갔고, 방문도 꽝하고 닫혔다!원아는 자신을 잡고 있는 사람이 장정안인 것을 보고 갑자기 마음속에 경
"장정안, 너 이거 강간이야. 나는 너를 고소할 거야!"장정안은 원아를 몸 밑에 눌렀다. 여자의 몸에서 신선하고 좋은 냄새가 났다. 뼈도 없는 것 같은 부드러운 몸이 그의 몸 아래에서 버둥거렸다. 그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우리는 혼인 신고를 한지가 꽤 됐어. 당신은 부부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지 않겠어?""꺼져! 우리는 곧 이혼할 거야. 무슨 부부의 의무를 이행해. 장정안, 네가 감히 나를 건드리면 문소남은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원아는 그에게 눌려 꼼짝도 할 수 없었고, 분노한 작은 얼굴은 새빨개졌다. 그녀는 문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