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아 씨 집 아래에서 할아버지 돌아오기를 기다려 준 보상이라고 생각해요."원아가 대답했다. "네."퇴근할 시간이 되어 커피잔을 씻으러 나갔던 원아는 밖에서 바쁘게 일을 마치고 돌아온 이연과 마주쳤다.이연이 원아에게 말했다. "퇴근하면 너희 집에 갈게. 우리 얘기 좀 하자."주소은이 다가왔다."내가 좀 전에 원아 씨와 저녁에 술 한잔하기로 약속했는데, 만약 이연 씨가 얘기하려는 거 내가 알아도 괜찮다면 우리 셋이 함께 마실까요?"이연은 주소은을 싫어하지 않았기 때문에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퇴근 후.
장 씨 집안 저택.장인덕은 어두운 표정으로 2층 베란다에 서 있었다. 그의 아내는 위층으로 올라와서 한참을 찾다가 겨우 남편을 찾아냈다."당신은 어떻게 할 거예요?" 그녀는 남편의 성질을 잘 알고 있다. 보통 그는 분노를 잘 폭발시키지 않지만, 한번 폭발하면 아들도 쉽게 감당할 수 없을 정도다. 아무리 나쁜 놈이라고 해도, 장정안은 결국 자신이 낳은 아들이고, 어머니 된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아들을 감싸고 싶어 하는 법이다. 장인덕이 콧방귀를 뀌었다."당신 아들이 돌아오면 먼저 그놈이 어떻게 문 어르신에게 합리적으로 설명
"지난번에 원원이가 있어서 물어보기 불편했는데, 전화해도 안 받더라. 이제 말해봐, 너 뭐 하는 거야? 겨우 내 아들 옆에서 사라지나 했더니, 이번에는 내 조카를 건드려? 너 도대체 무슨 속셈이야?""나는 아무런 속셈도 없어요. 왜 당신 조카에게 무슨 속셈인지 묻지 않죠?" 원아가 말했다.장인숙이 냉소하며 말했다. "사촌 오빠와 결혼하다니 너무 파렴치하지 않니? 네 할아버지와 네 아버지는 너를 이렇게 가르쳤니?"원아는 차분하게 장인숙을 바라보며 말했다. "모태에서 가져온 나쁜 유전자일 수도 있죠." 말을 마친 원아는 장
문소남이 문 앞에 섰다.그가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나가는 길이 꽉 막혀 버렸다. 하나뿐인 출입문이 그의 몸에 의해 단단히 막혀 원아는 나가지도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서있었다. 장인숙은 좀 전까지 소파에 앉아 내내 침묵하고 있었다. 장 씨네 이쪽에는 오빠 장인덕과 사이가 좋지 않아도 새언니라고 불러야 하는 사람이 있고, 문 씨네 이쪽에는 시아버지가 있다.그녀에게는 나서서 말할 자격이 전혀 없는 것 같아 답답했는데, 이제 늘 주인 노릇을 하던 아들이 왔다.거실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고, 장
원아는 화를 참기만 해서 만만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는 아니다. 외숙모는 아무 말도 못 했고, 손이 좀 떨렸다."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는 두 분이 아들을 잘 타일러서 가능한 한 빨리 원아에게 사과하고, 우리 문 씨 집안에도 사과해 주기를 바랍니다." 문 어르신이 지팡이를 짚고 차가운 얼굴로 일어섰다.장인덕은 문소남의 가족들을 따라 나가 배웅했다. 장정안의 모친은 나가지 않았다. 가사도우미는 주방 입구에 서 있었지만, 감히 나가서 탁자 위의 찻주전자와 찻잔을 치우지 못했다.……장인덕은 문소남의
원아는 고개를 들어 장정안을 보았다."할아버지는 어때?" 장정안은 원아와 아이의 사이를 방해하지 않고 병상 앞으로 걸어갔다.아무도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원아는 본능적으로 장정안을 경계했고, 원아 옆에 있던 아이는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원아 아줌마, 무서워하지 마." 아버지가 곧 돌아올 것이다.장정안은 병상 옆에 앉아서 얼굴 상처에 딱지가 앉은 노인을 쳐다보았다. 그는 노인을 이렇게 다치게 한 인간들을 생각하며 마음 속으로 분개했다.그러나 만약 이렇게 다치지 않았다면, 그도 원
장정안의 음성을 계속 듣고 있자니 소름이 끼치고 화가난 원아는 장정안의 카톡을 차단했다. 원아는 할아버지의 병실 밖에 서서 심호흡을 하며 화난 표정을 정리한 다음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소남이는 왜 아직 훈아를 데리러 오지 않는 거냐?" 할아버지가 병실로 들어오는 손녀에게 물었다."아마 길이 막히나 봐요."원아가 우물쭈물 말했다.그녀는 할아버지에게 자신이 문소남과 함께 있을 수 없으니, 더 이상 문소남을 손자사위로 착각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그러나 노인의 심리적 수용 능력은 항상 젊은이들보다 떨어진다. 그
문소남은 미간을 약간 찌푸린 위엄 있는 표정에 다소 불쾌감을 띠고 있었다. 이 불쾌함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녀는 알고 있다."좀 존중해 주세요." 원아는 그와의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의 손을 잡아뺐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의 손목은 남자에게 더 꽉 쥐어졌다.문소남의 깊고 매서운 시선이 차가운 기운을 띤 채 그녀의 촉촉한 눈을 바라보았다."어떻게 하는 게 존중이야? 내가 당신을 사촌 형수라고 부르면 돼?"조롱으로 가득 찬 차가운 말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원아는 다시 한번 그의 말에 격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