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남은 미간을 약간 찌푸린 위엄 있는 표정에 다소 불쾌감을 띠고 있었다. 이 불쾌함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녀는 알고 있다."좀 존중해 주세요." 원아는 그와의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의 손을 잡아뺐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의 손목은 남자에게 더 꽉 쥐어졌다.문소남의 깊고 매서운 시선이 차가운 기운을 띤 채 그녀의 촉촉한 눈을 바라보았다."어떻게 하는 게 존중이야? 내가 당신을 사촌 형수라고 부르면 돼?"조롱으로 가득 찬 차가운 말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원아는 다시 한번 그의 말에 격노했다.
원아는 진수혁과 헤어지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처음부터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다음날 아침.원아는 할아버지의 아침 식사를 치우고 출근했다.회사를 가기 위해 막 지하철을 탔을 때, 원아의 핸드폰이 울렸다.모르는 핸드폰 번호였지만, 원아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원아 씨인가요?"여자 목소리다."네, 그런데요?" 병원 앞 이 지하철 역은 항상 빈자리가 없었다. 그녀는 불안정하게 서서 왼손으로 손잡이를 꼭 쥐고 있었다."나는 진수혁 엄마예요. 할 말이 있어서 전화했어요."진수혁의 엄마라는 말에
정은희가 길을 건넜다.원아는 10여 미터를 사이에 두고 정은희를 주시하다가 다른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넜다.원아는 회사에 출근하려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이 아니라, 마치 뭐에 씐 것처럼 정은희의 발걸음을 따라 길을 건너고 있었다.원아는 회사와 일과 프로젝트가 더 이상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그런데 원아야 너 왜 이러는 거야?걸어가면서 그녀는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물었지만, 끝내 답을 얻지는 못했다.그녀는 사실, 당시 자신이 낳은 아이를 한 번이라도 보고 싶어서 무의식적으로 정은희를 미행한 것이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
그러나 도련님은 지하철을 타고 8시 반쯤 회사에 도착하라고 분명히 말했다.정은희는 할 수 없이 이른 아침부터 몇 년 동안 타지 않은 지하철을 타러 갔다. 출근 시간 러시아워에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당시 문소남을 위해 자녀를 낳았던 그 여자아이는 지금 24살이 되었을 것이다. 국내든 국외든 이미 직장 생활을 시작했을 나이다.하지만, 지하철은 여러 개의 노선이 있고, 매 노선마다 숫자도 헤아리기 어려운 많은 역이 있다. 매 역마다 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린다. 정은희는 자신이 그 여자아이와 부딪힐 확률이 매우 희박하다고
"설계팀 팀장이 자기 팀에 새로 온 원아라는 직원이 개발 지역 출신이라고 했습니다. 원래 회의에서 원아라는 직원에게 나강에 대해 좀 더 물어보고 싶었는데, 팀장 말이 오늘 그 직원이 출근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고위 인사는 말을 마친 후 대표의 눈치를 살폈다.그는 대표의 안색이 나빠지기는커녕 오히려 웃는 것을 발견했다.물론 대표의 웃음은 금세 지나갔다. 그는 T그룹에서 여러 해 동안 일했지만, 대표가 웃는 것은 처음 보았다. 그것도 부하 직원이 이유 없이 무단결근한 상황에서!문소남은 예리한 시선으로 나강의 설계도 초안을 바라
원아는 어린 아이가 자신을 보지 못하도록 숨었다. "오빠, 어른 돼서 지하철 운전하지 않을래? 그럼 내가 매일 이렇게 긴 차를 탈 수 있잖아." 원원이가 진지하게 오빠에게 물었다.정은희는 원원이의 말을 들으며 자상하게 웃었다.도대체 몇 정거장을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처음에는 지하철에 사람이 가득했었는데, 점점 사람이 줄어들었다. 정은희는 아이들을 달래면서 가끔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둘러보고, 두 아이를 감싸 안았다. 그녀는 사고가 날까 봐 걱정이 됐다.두 아이는 T그룹 대표의 아들 딸이다. 사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을 데
지하철을 타고 다시 T그룹으로 돌아가는 길에 원아는 참지 못하고 핸드폰을 꺼내 바로 문소남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녀는 문소남의 입에서 정확한 답을 얻고 싶다는 절박한 마음이었다."전원이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전원이 왜 꺼져있어?원아는 눈썹을 살짝 찌푸린 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그녀가 전화를 건 번호는 가족과 절친한 친구들만이 알고 있는 문소남의 개인 전화 번호다. 물론 핸드폰을 키고 끄는 것은 당연히 그가 결정한다.그러나 원아는 일찍이 문소남이 직접 그녀에게 이
그러나, 가사도우미가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원아 씨? 대표님 집에 안 계세요. 오늘 아침에 나가셔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요.""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원아는 어색하게 종료 버튼을 눌렀다.핸드폰을 가방에 넣은 다음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 몹시 피곤했다. 지하철이 빨리, 더 빨리 달렸으면 좋겠다.번화한 도시의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마치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느껴졌다. 바닥에 내려앉지 못하고 공중에 떠서 흩날리는 먼지처럼, 문소남이 정확한 결과를 알려주지 않으면, 그녀는 정착할 수 없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