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있다 갈 거예요. 그 사람 아직 퇴근 안 했어요." 원아가 대답을 마치자, 1분이 다 되었고, 전자레인지는 ‘땡’하는 소리와 함께 작동을 멈췄다.문소남은 그녀의 뒤 약 1미터 떨어진 곳에 서서 그녀가 말한 ‘그 사람’이라는 말을 생각했다.그 사람은 곧 그녀의 생활에 들어올 다른 남자를 가리킨다.원아는 감정이 통제력을 잃을까 봐 감히 다른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자신을 억제하며 라면에만 집중했다.이것은 그녀가 인터넷에서 배운 방법이다.방금 1분이 지나 ‘땡’ 소리가 났고, 이제 그녀는 스프를 찢어 그릇에 넣은 다음, 젓
그들 세 사람이 있는 환경에 발을 들여놓을 때마다 그녀는 속수무책으로 빠져들게 된다. 아직 발이 깊이 빠지지 않은 틈을 타서 가장 빠른 속도로 도망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앱으로 부른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데, 원아의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친구가 보낸 카톡이다. "내가 방금 너의 카톡을 내 남자친구의 친구에게 줬어. 그 사람이 너를 추가할 테니 먼저 이야기를 나눠 봐.""그래." 원아가 회답을 보냈다. 이어 카톡에서 친구 추가 알림이 왔다.상대방의 프로필 사진은 매우 단정했다. 남자는 안경을 쓰고 있었고, 흰색 캐주얼
문소남은 왼손 손가락에 담배를 끼고, 오른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그는 왼손을 차창 밖으로 내밀어 담뱃재를 떨고 난 다음 아들을 손짓해서 불렀다.아이가 어리둥절해 하며 다가갔다.문소남은 깊은 눈빛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네가 아줌마를 너의 엄마로 만들고 싶으면, 아줌마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 돼?"아이는 머리를 긁적거리다가 아버지의 말 뜻을 알아차리고 금새 시무룩해졌다. 현실을 똑똑히 인식하게 된 아이는 고개를 떨구고 실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알겠네. 아줌마는 나와 원원이의 엄마가 되고 싶지 않은 거구나.”실망
대표는 비록 가족에게든 다른 사람들에게든 냉담하지만, 아버지로서 자신의 자녀들을 아주 좋아한다. 다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를 뿐이다.대표의 명령을 받은 동준은 수중의 바쁜 일을 내려놓고 재빨리 달려왔다. 대표가 모처럼 명백하게 두 아이에게 사랑을 표하고 싶어 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비록 동준은 대표가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릴 것이 아니라, 아버지로서 직접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가야한다고 생각했지만, 대표는 5년여 만에 처음으로 아이들을 기쁘게 해주겠다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이다. 정말 쉽지 않은 한
검은색 벤틀리가 구불구불한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차안에 앉아 있는 원원이는 손에 우유를 들고 수시로 한 모금씩 마시고 있었다.동준은 차를 몰면서 백미러로 차 뒷좌석에 있는 두 아이를 흘끗 보았다. 아이 옆에는 정사각형의 스폰지밥 그림이 그려진 캐리어가 놓여 있었다.캐리어는 문훈아가 정리한 것으로 가출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풍기고 있었다.아이의 이런 행동은 동준을 매우 난처하게 했고, 그는 대표에게 보고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한참을 생각한 동준은 잠시 대표에게 전화를 걸지 않기로 했다. 먼저 원아의 상황과 뜻을
그때 화장실에서 두 여자가 나왔다. 그들은 눈 앞의 장면과 몇 마디 대화를 듣고 마음속으로 혀를 찼다. 다들 친엄마가 재가를 위해 아이의 느낌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 여자 엄마가 되어 너무 모질구나!원아는 식탁을 떠난 지 이미 5분이나 되었다. 보통 손을 씻는 데 이렇게 오래 걸리진 않는다. 그녀는 아이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번 소개팅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하면 문소남이 오해하게 될 것이고, 선의로 남자를 소개해 준 친구의 마음을 저버리는 것이며, 여러 방면에서 그녀에게 적합해 보이는
원아는 아이가 달려드는 바람에 똑바로 서지 못하고 소파로 넘어졌다.아무리 애써도 안정되지 않는 격렬한 심장박동은 그녀가 지금 얼마나 긴장하고 두려워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알려주었다."으앙……." 절망적으로 울고 있는 아이는 너무 불쌍해 보였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원아의 눈에 아이의 무릎에 묶인 두꺼운 붕대가 들어왔다. 붕대에는 핏자국이 있었다. 그러나 깁스를 제거했다는 것은 문제가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괜찮아요?" 진수혁은 원아가 넘어지면서 아팠을 것 같아 걱정이 됐지만, 금방 레스토랑의 소파가 매우 푹신
레스토랑의 종업원들이 몰래 서로 눈을 마주쳤다. 이 아이와 저 아가씨는 아는 사이였구나!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원아 아줌마’라는 호칭을 똑똑히 부를 수 있겠는가?문소남은 아들의 이 불쌍한 모습을 본 다음,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2미터 밖에 서 있는 원아를 보고 나서, 아들을 내려다보며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계속 떠들면 나는 정말 너를 데려가지 않을 거야!"문훈아는 아버지가 정말 자신을 원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그럼 아빠는 정말 나를 안 데려가면 돼."원아는 훈아의 애타는 부르짖음에 마음이 아팠지만, 감히 두 사람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