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친 고객은 바람처럼 사라졌다.비서: "대표님, 박 대표님에게 올라오라고 할까요?"진아연은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한편으로 그가 걸어온 전화나 문자가 있는지도 확인했다.결과는 없었다.갑자기 찾아온 건지, 그냥 지나가던 길에 들린 건지, 아니면 또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그녀의 고요하던 마음이 뒤집혔다.그녀는 응접실에서 나와 그를 만나러 갔다.그녀가 1층 로비에 도착했을 때 그의 고객이 박시준과 얘기하는 것을 보았다. 그 고객이 허리를 구부정하고 아첨하는 모습이 눈에 거슬렸다.그녀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것을 발견한 박시준의 깊은 눈동자가 즉시 그녀의 얼굴에 떨어졌다."박 대표님, 그럼 방해하지 않고 이만 가보겠습니다."고객은 진아연이 오는 것을 보고 즉시 박시준에게 작별했다.진아연은 성큼성큼 박시준 앞으로 다가가서 변함없이 준수한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일이에요? 전화로 말할 수는 없어요?""회사에 찾아왔다고 지금 나를 탓하는 거야?" 그의 매 같은 눈이 주위를 둘러보았다.프론트 데스크와 경비원이 멀지 않은 곳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그가 그녀를 찾아왔다는 뉴스가 곧 그녀의 회사에서 퍼질 것이다."탓이라뇨? 참 듣기 거북하게 말하네요." 진아연은 회사 밖으로 걸어 나갔다. "아무 일 없으면 직접 찾아올 필요도 없는 거 아닌가요? 당신 회사랑 업무상 관계가 없는 것 같은데.""업무상 관계를 맺고 싶다면 언제든지 맺을 수 있어.""박시준 씨!"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더 이상 나를 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했잖아요. 그래 놓고 지금 여기에 나타나서 이런 말은 왜 하는 거예요?""정말 이상하네." 그는 그녀의 붉어진 얼굴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준기도 전에 그렇게 말했는데, 난 분명히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어."진아연은 눈살을 찌푸렸다."내 개인 욕심 때문에 널 귀찮게 하지 않을 건 맞아. 하지만 아이 생일에 날 초대하지 않는 건 너무한 거 아니야?" 그는 그녀를 나
차창이 내려지더니 마이크의 얼굴이 그들의 눈앞에 나타났다."야! 둘이 회사 입구에서 뭐 해? 땡볕 쬐고 있어?" 마이크가 놀렸다. "곧 점심 먹을 시간인데, 둘이 식당에 가서 천천히 다투는 게 좋겠어. 회사 입구에서 다투는 건 보기 안 좋잖아."진아연의 얼굴이 더욱 차가워졌다.박시준: "밥 먹으러 갈래?"진아연: "당신이랑 안 먹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돌아서서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마이크는 경적을 울리고 박시준에게 말했다. "저 사주세요!"박시준은 그를 차갑게 흘겨보고는 떠나려고 했다."밥 사줘요. 그래야 제가 진아연 점심 배달도 하죠!" 마이크가 그를 불러세웠다.그의 발걸음이 갑자기 멈췄다.두 사람은 회사 근처 식당에 갔다. 마이크는 진아연을 대신해 주문한 후 그녀의 번호를 적고 웨이터에게 나중에 배달해 달라고 했다.박시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진아연의 프라이버시를 폭로하는 거잖아!"마이크는 코웃음을 쳤다. "걔가 여기서 배달시킨 게 몇 번인데요!"박시준: "...""모두가 자신과 같다고 생각하나 봐요? 비서한테 심부름이나 시키고, 자기는 사무실에서 편하게 쉬고 있으면 되는 줄 아나봐요." 마이크는 그를 조롱할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았다.조지운의 일상 업무가 그의 시중을 드는 것이라는 생각만 하면 마이크는 기분이 언짢았다."마이크, 터놓고 얘기할게. 진아연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박시준은 물컵을 들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마이크: "진아연과 명확하게 선을 긋고 싶어 하는 건 박시준 씨 아니었어요? 지금 억울한 표정을 짓는 건 꼭 진아연이 그쪽한테 미안한 일을 한 것 같잖아요. 너무 웃기는데요.""내가 언제 진아연과 선을 긋겠다고 했지?"박시준은 '쾅' 소리를 내며 물잔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마이크는 물잔에서 튀어 오르는 물방울을 바라보며 주저 없이 말했다. "성빈 씨가 얘기했어요! 하준기 씨 결혼식 날, 여소정이 깽판 친 뒤에 걔들의 신혼집에 가서 놀고 있었는데, 성빈 씨가 그쪽이 자신이 진아연과 안
"뭘 결정해?" 진아연은 그의 팔을 밀어냈다. "언제 나한테 뭘 결정하라고 한 거야?"마이크는 어리둥절했다. "그에게 전화해서 물어보지 그래?"진아연: "내가 왜 그에게 전화해야 해? 정말로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알고 싶으면 왜 직접 묻지 않는 건데?"마이크: "오... 그럼 너한테 찾아오라고 할까?""마이크, 너 누구 편이니?""물론 네 편이지! 내가 박시준 편이라면 그가 널 가질 수 있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도울 거야! 그랬으면 그도 지금처럼 낭패하진 않겠지."진아연은 그녀에 대한 마이크의 감정을 의심하지 않았다."나 B국에 갔다 올 생각이야. 회사도 최근 별일 없고, 아이들도 말 잘 들으니까, 잠시 B국에 갔다가 올게." 진아연이 말했다.마이크: "뭐 하러 가? 그 환자 보러 가는 거야? 갔다 오는 데 하루 종일 걸리는데. 며칠 후면 아이들의 생일 파티잖아. 끝난 뒤 가는 건 어때?"진아연은 이 문제를 고려했었다.하지만 최운석은 이미 그녀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걸었고, 그녀도 그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고 싶었다.오가는 데 시간이 꽤 걸리지만 장거리 비행에 익숙해서 그런지 피곤하다고 생각되지 않았다.저녁, 박시준의 저택.성빈이 박시준에게 몇 번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그래서 성빈은 지금 그의 집에 찾아왔는데 집에 없었다.오후에 두 사람은 말다툼을 했다.정확히 말하면 박시준이 일방적으로 성빈을 꾸짖었다.박시준은 자신과 성빈의 채팅 기록을 캡처해 성빈에게 보냈고 자신이 언제 진아연과 선을 긋겠다고 말했냐고 물었다.성빈은 자신이 대외로 그렇게 말한 건 박시준을 위한 것임을 납득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설명했다.다만 박시준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그는 성빈에게 해외 출장을 가라고 지시했다.원래 그 출장은 자회사의 한 부서장이 가야 했지만, 지금 성빈에게 가라고 한 건 성빈에게 내리는 처벌과도 같았다.출장 목적지 나라는 경제가 좋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곳에 적어도 보름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성빈은 물
이때 커다란 손바닥이 뒤에서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그는 입술을 오므리고 몸을 긴장된 채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성빈 씨, 대표님께서 시끄러운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목소리를 낮추십시오." 박시준의 경호원은 정중하게 그에게 알렸다.성빈은 멀지 않은 곳에서 음침한 안색의 박시준을 발견했다.그는 무릎에 화살을 맞은 듯 바로 무릎을 꿇고 싶었다.방금 그가 진아연과 그들의 관계에 대해 그렇게 큰 소리로 불평했으니 박시준도 다 들었을 것이다. 들었을 게 분명했다!"시준아!" 성빈은 바로 미안함이 섞인 환한 미소를 지었다."꺼져!" 박시준이 말하자 경호원은 즉시 성빈을 밖으로 내보냈다....차에 탄 성빈은 크게 한숨을 쉬었다."성빈 형." 휴대폰에서 조지운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때야 성빈은 그가 전화를 끊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조지운은 박시준이 방금 꺼지라고 말하는 것도 들었을 것이다.에고! 체면이 싹 구겨지게 됐구먼."너도 내가 우습지?" 성빈은 매우 낙담했다."아니야. 방금 내가 제안한 거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해 봐. 사실 진아연은 좋은 사람이야. 형이 그분이랑 어울릴 일이 별로 없어서 약간의 편견이 있는 거같아." 조지운은 종종 진아연의 집에 놀러 갔다. 마이크도 그의 앞에서 진아연 얘기를 많이 했고 지운도 그녀의 아이들을 매우 좋아했기 때문에 그녀에 대한 호감이 컸다.그녀는 다른 여자들과 다를 뿐이다. 자신보다 강한 남자 앞에서도 쉽게 자신을 낮추지 않았다."편견은 없어! 지운아, 넌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거야. 난 그냥 둘이 같이 있으면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것 같다고 생각할 뿐이야. 긴 아픔보다는 짧은 아픔이 나은 법이니까, 차라리 헤어지는 게 낫지. 하지만 둘 다 내 친구라는 사실에는 영향 주지 않아!" 성빈이 설명했다."하지만 그 둘은 정작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 조지운은 웃음이 나왔다. "앞으로 그들 앞에서 그런 말을 하지 마. 안 그러면 다음엔 유배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성빈: "..."밤새 이리저리
"진아연! 너 뭐 하러 가?" 그의 잠긴 목소리는 차갑고 날카로웠다.그녀는 그의 조금 통제되지 않은 어조에서 그가 방금 깬 것을 알 수 있었다."B국에 할 일이 있어서요." 진아연은 티켓을 들고 계속 안으로 들어갔다. "이 시간에 누가 내가 외국에 간다고 얘기한 거예요?"그는 대답을 하지 않고 되레 물었다. "곧 애들 생일인데 지금 꼭 B국에 가야겠어?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 거야?"평소라면 그녀는 그가 오지랖이 넓다고 말했을 수 있다.하지만 이 순간 그녀는 매우 차분했고, 이런 사소한 문제로 그와 다투고 싶지 않았다.그가 이런 일련의 질문을 던진 이유는 그녀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급한 일 아니에요."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박시준 씨, 이건 나의 개인적인 일이에요. 당신한테 말할 필요 없어요. 애들 생일 전에는 꼭 돌아올 거예요."그는 미간을 주무른 뒤 냉정을 되찾았다. "아무 일 없으면 됐어.""네. 계속 자요! 이제 비행기에 탑승해야 해요." 그녀는 시선을 떨구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와 이렇게 평화로운 대화를 나눈 지 얼마나 되었지?그들은 가장 날카로운 면으로 서로를 마주하는 데 익숙해진 것 같았다."그래."전화 통화를 마친 그는 이불을 젖히고 긴 다리를 뻗어 침대에서 일어났다.그는 욕실로 들어가 수도꼭지를 틀고 찬물로 얼굴을 씻었다.그는 거울 속 자신을 넋이 나간 듯 바라보았다.얼굴에 맺힌 물방울이 얼굴 윤곽을 따라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졌다!누군가를 신경쓰는 마음은 결국 숨길 수 없구나.방금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그는 두 사람이 여전히 냉전 중인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가 전화를 받을지 안 받을지도 생각하지 않았고, 그녀가 안 받으면 자신의 구겨진 자존심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생각하지 않았다.다행히 그녀는 응답을 거부하지 않았고, 그녀를 간섭했다고 그를 비난하지도 않았다.10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비행기는 B국 수도 공항에 도착했다.진아연은 공항에서 나온 뒤 원래 바로 최운석의 집으로 가려고 했지
매우 기뻐하겠지?다만 그의 가족들은 그녀를 그다지 환영하지 않을 것 같았다.하지만 그들은 모두 체면치레하는 사람들이니 그녀를 내쫓지야 않을 것이다.꽃가게를 지날 때 그녀는 차를 세웠다.그녀는 가게에서 싱싱한 카네이션 꽃다발을 골라 산 후 꽃을 안고 차에 올랐다.차는 다시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두 개의 신호등을 더 지나 약 2km를 직진하면 최운석의 집에 도착하게 된다.그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거침없이 차를 최운석의 집 앞까지 몰았다.차는 최운석의 집 마당 밖에 멈췄다.차에서 내리자 잠긴 마당 문이 보였다. 빌라의 문도 꽉 닫혀 있었다... 전혀 사람이 사는 집 같지 않았다.그녀는 가는 눈썹을 찌푸리며 휴대폰을 꺼내 최운석 아버지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그녀는 최악의 상황을 예상했다. 최운석 아버지는 그녀의 번호를 차단했을 수도 있다.하지만 전화는 통했다."최경규 씨, 저 지금 당신의 집 앞에 있어요. 집 문이 닫혀 있는데 집에 계시지 않는 건가요?" 진아연은 긴장한 듯 침을 삼켰다."진아연 씨, 죄송해요! 우리 가족은 지금 해외여행 중입니다. 돌아가서 당신을 맞이할 수 없을 것 같군요!" 최운석 아버지의 어조는 매우 방정맞았다. "다른 일 없으면 이만 끊겠습니다. 참, 우리 아들은 잘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잠깐만요!" 진아연이 날카롭게 외쳤다. "운석 씨는 수술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안정을 취해야 해요! 어떻게 데리고 여행을 갈 수 있어요? 그가 가고 싶어 해도 말렸어야 해요! 여행 중에 사고가 생길까 걱정되지 않으세요?"최운석의 아버지는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진아연 씨, 당신의 수술비는 다 준 것 같은데요? 남의 잔치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는 건 실례인 거 알죠?"그는 말을 마친 뒤 전화를 끊었다.진아연은 전화가 끊긴 후의 '삐삐' 소리를 듣고 손가락을 꼭 움켜쥐었다.이 노인네가 해도 너무 하네!그녀는 오늘에서야 그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최운석이 죽든 살든 전혀 관심
그녀는 차로 돌아와 휴대폰으로 최운석에게 전화를 걸었다."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그녀는 취운석의 휴대폰은 절대로 그가 끈 게 아니라는 직감이 들었다.그녀는 미간을 씰룩거리며 최운석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어..."진아연은 소름이 돋았다!대체 뭘 하려고 거지? 분명 수술 전까지는 정상적인 사람 같았는데.방금 그의 이웃이 한 말과 함께 생각하니 그녀는 몸서리를 쳤다.그가 이사를 간 건 그녀가 그를 다시 찾지 못하도록 하려는 건가? 아니면 최운석의 상태가 호전되면 바로 이사를 가려고 계획했었던 것인가?하지만 최운석의 상태가 호전되면 바로 이사를 가야 할 이유가 뭘까?그들은 어디로 이사했을까?그녀는 아무런 단서가 없었다. 물병을 열어 물을 한 모금 마셔 자신을 진정시킨 뒤 그는 주소록을 열어 자신을 최운석의 아버지에게 소개시켜 준 사람을 찾았다.그 사람은 그녀가 받았던 환자 중 한 명의 가족이었다.그녀가 전화를 걸자 통화는 바로 연결되었다."진 박사님, 무슨 일로 전화하셨나요? 지금 B국에 계십니까?""네, 저 지금 B국에 있어요. 제가 전화를 드린 건 확인할 사항이 있어서에요. 최경규와는 어떤 관계시죠? 잘 아는 사람인가요? 지금 그가 이사를 갔는데, 혹시 아세요?"상대방은 어리둥절했다. "이사를 갔다고요? 저한테는 아무런 얘기 없었는데요! 그리고 잘 아는 사이도 아닙니다. 박사님께서 제 아버지를 치료해 주고 나서 그가 지인을 통해서 절 찾았던 겁니다. 저한테 자기 아들의 상황을 들려줘서 제가 가봤더니 참 불쌍하더라고요. 그래서 박사님께 연락을 드린 거고요."진아연의 마음은 조금씩 내려앉았다."진 박사님, 그 사람 아들의 수술은 이미 마치지 않았습니까? 수술 효과가 매우 좋다고 들었는데, 그들을 찾는 건... 설마 그가 박사님께 잔액을 지불하지 않았습니까?""아니에요. 돈은 그가 다 지불했어요. 전 그냥 최운석의 상황을 확인하고 싶었는데, 지금 그들은
박시준을 들여보내야 하나?마이크는 그와 앙금이 없었기에 진아연이란 요소만 아니면 마이크는 그를 들여보낼 것이다.마이크가 고민하는 동안 집에 있던 경호원이 박시준에게 문을 열어주었다.마이크: "???"진아연이 집에 있었다면 그녀는 경호원에게 "당신은 대체 누구 편인가요?" 라고 큰 소리로 물었을 게 분명했다.마이크도 그녀에게 이 질문을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아연이가 집에 없으니까 당신이 책임자가 됐네요!" 마이크는 경호원에게 다가가 조롱했다.경호원은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 "제가 열지 않았어도 당신이 열었을 거잖아요. 나중에 당신이 열었다고 하면 되잖아요."마이크: "선처리 후보고하는 것도 모자라 책임을 떠밀 줄도 아네요!"경호원은 그를 무시하고 돌아서서 자리를 떴다.박시준은 마이크에게 다가가 물었다. "아이들은 집에 있습니까?"마이크는 짙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아이 때문에 올 줄 알았어. 쪽팔리지도 않아요? 명색에 ST그룹 회장이라는 사람이 아이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 올 수 있는데, 꼭 엄마가 없을 때 몰래 와야겠어요? 내가 아연이에게 말하지 않을 것 같아요?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말할 겁니다!"박시준은 마이크의 조롱을 무시했다.그는 주머니에서 두 장의 티켓을 꺼냈다. "지운이가 좋아하는 연극 티켓입니다. 오늘 밤 8시에 시작하는데 갈 건가요?"마이크: "지운이가 좋아한다고요? 확실해요?""들고 가서 물어보면 되잖아요?"마이크는 2초 동안 잠시 생각한 후 티켓을 받았다. "그럼 난 가서 연극을 볼 테니까, 애들은...""장 이모님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시죠. 잠깐만 있다가 갈 거니까요." 박시준은 덤덤하게 말했다.마이크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나중에 아연이가 영상통화를 걸면 어떡할래요?""진아연이 정말 영상통화를 건다 해도 그건 당신이 걱정할 일이 아니야." 박시준은 이미 최악의 결과에 대해 예상하고 있었다. "당신한테는 기껏해야 욕 좀 하겠지. 결국 미움을 받는 건 나니까.""음, 그렇게 심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