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이해할 수 없어도 당신은 부끄럽지도 않나요?""내가 부끄러워하면 지성이가 태어났을까?" 진아연은 그의 말에 얼굴이 금세 빨개졌다.그녀는 박시준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욕실로 들어가 세수했다.아래층 거실, 여소정은 라엘과 함께 간식을 먹으면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라엘아, 네 아버지 말이야. 이모를 싫어하는 것 같지? 왜 내가 왔는데 나오지도 않는 거야." 여소정은 어린 라엘에게 장난삼아 물어봤다.이에 라엘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환영하죠. 아빠는 지금 엄마 방에서 엄마 자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걸요!"여소정: "엄마가 자는 게 뭐가 그리 재밌어? 엄마를 깨워서 화내는 게 두렵지도 않나 봐?"라엘은 머리를 긁적이며 아버지를 위해 변명하려고 노력했다.이때 진아연이 내려왔다."소정아, 언제 왔어? 어제 밖에서 종일 놀아서 너무 피곤해 이제 일어났어." 진아연은 바로 여소정에게 다가가 설명했다."불꽃놀이를 본 거 아니야? 그렇게 힘들었어? 시준 씨는 왜 그러는 거야? 왜 나를 피하는 거야?" 여소정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네가 불쾌할까 봐 그러는 거지. 지금 방에서 아이 돌보고 있어." 진아연은 목소리를 낮춰 말을 이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야.""허허, 난 시준 씨가 뭘 두려워하고 있는지 알고 있지." 여소정은 말하면서 미소를 보였지만 왠지 어색해 보였다. "준기가 곧 결혼한다고 들었어. 나보다 훨씬 괜찮은 조건을 갖추었어. 우리 집보다 돈도 많고 이쁘다고 들었어..."진아연은 그녀의 말에 표정이 굳었다. "이렇게 빨리? 전에 가족들과 사이 틀어졌다고 하지 않았어? 바로 화해한 거야?""전에 다투고 나서 바로 부모님과 화해했다고 들었어. 나한테 고마워해야지. 내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빨리 정신을 차리고 우수한 약혼녀를 만날 수 있을까?"정교한 메이크업까지 한 여소정이지만 그녀의 말투에서 여전히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약혼녀? 소개팅한 여자와 결혼까지 하는
홍 아줌마는 바로 물 한 잔을 떠서 그에게 건넸다.진아연은 얼른 다가가 그의 등을 두드려주면서 말했다. "천천히 드세요. 체한 거 아니에요?"반면 여소정은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한참 쳐다봤다.그녀는 여자의 육감을 믿고 박시준에게 물었다. "시준 씨, 왠지 켕기는 부분이 있는 것 같네요. 시준 씨가 하준기한테 약혼녀를 소개해 준 건 아니죠?"조금 전까지 박시준의 등을 두드려주던 진아연은 여소정의 질문에 동작을 멈췄다.물을 마시던 박시준도 그녀의 질문에 급히 동작을 멈췄고입에 머금고 있는 물을 재빨리 마시고 부인했다. "아니에요... 저는 준기 약혼녀 몰라요...""오! 그러면 왜 갑자기 흥분한 거죠?" 여소정은 콧방귀를 뀌면서 진아연에게 말했다. "만약 시준 씨가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면 나였어도 그냥 넘어갈 수 없어! 가서 행패를 부려도 거하게 부렸지!"진아연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서 난 준기 씨와 다른 여자의 결혼식에 갈 수 없다는 거야. 소정아, 날 한 번만 봐주라!""하준기는 시준 씨와 다르지. 하준기는 내가 찼기 때문에 다른 여자와 결혼한 거야. 난 그를 미워하지 않아. 하지만 너와 시준 씨는 다르지." 여소정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뭐가 달라? 내가 매번 그와 헤어지자고 말했었어." 박시준 앞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조금 부끄러운 부분이 있지만 다시 함께 있게 되었으니 크게 상관없었다."하하! 하지만 두 사람한테는 아이가 있잖아! 만약 나와 하준기 사이에 아이가 있었다면 다른 여자가 아무리 들이대도 별수 있겠어? 아무리 싸워도 만약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면 그냥 쓰레기가 된 거야! 물론 네가 먼저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면 다른 여자와 결혼해도 상관없겠지." 여소정은 웃으면서 자기의 생각을 알렸다.박시준은 남은 물을 전부 마셨고슬슬 마음의 전정을 찾았다.두 사람의 대화로 나중에 강진과의 결혼 소식이 알려진다면 어떤 폭풍이 몰아칠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왜 안 드세요?" 진아연은 물잔을 들고
"아이도 데려갈 생각이야?" 박시준의 자연스러운 질문에진아연은 그를 보더니 물었다. "그럼 박시준 씨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진아연은 도저히 그의 생각을 헤아릴 수 없었다."물론 데려가고 싶지." 아이를 안고 다니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그만한 행복이 없었다.아이들은 달콤한 짐이라는 말이 틀림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아이를 데려가고 싶지 않아요. 박시준 씨와 갈 곳이 있어요." 진아연은 그와 상의했다."어디 갈 거야? 그래도 아이들한테는 말해야 하지 않을까? 혹시라도 같이 가고 싶다면 어쩌지?" 박시준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물었다."제가 연수하던 대학에 갈 생각이에요. 여기서 기다리세요. 제가 가서 물어볼게요." 그녀는 말을 마치자 바로 아이들 방으로 뛰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팔을 껴안고 말했다. "돌아올 때 맛있는 거 사달라고 하는데요. 그럼 저희 가요!"진아연은 직접 운전해 박시준과 함께 연수하던 대학으로 향했다.그녀가 다니던 대학은 전 세계에서 꽤 유명한 의과 대학이었다."임신 말기 때 이곳에서 공부했었어? " 박시준은 그녀와 드넓은 학교에서 산책하며 먼저 입을 열었다.가끔 학생들이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구정은 A국의 공휴일이어서 B국의 학생들은 늘 그렇듯 학교에 다녔다."정확히 말하자면 제가 아이를 낳고 대학원을 다녔죠." 진아연은 말하면서 그의 손을 꽉 잡았다. "솔직히 저희한테 아쉬움이 너무 많다고 생각해요. 박시준 씨, 저는 전처럼 지내고 싶지 않아요. 당신의 문제든 제 문제든, 매번 싸우고 다툴 때마다 살이 찢겨나가는 듯 괴로워요."박시준은 그의 말을 듣더니 목구멍에 가시가 걸린 듯 쉰 목소리로 힘겹게 말을 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야.""어렸을 때 늘 감정에 휘둘러 모든 일에 주관적인 판단을 했어요." 진아연은 추억을 떠올리며 괴로워했다. "이곳에서 공부하는 동안, 박시준 씨를 떠올릴 때마다 미운 감정뿐이었어요. 우리 이제 모든 원한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에 함께
그녀는 손가락에 끼워진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보면서 눈가에 눈물이 맺히더니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진아연은 그의 품속으로 뛰어들어 그를 곽 껴안았다."반지는 언제 샀어요? 매일 같이 있었는데 선물은 또 언제 준비했어요?"진아연은 박시준이 오늘 밸런타인데이라는 걸 모른다고 생각했었다.아침부터 그에게 밸런타인데이라고 알려줄 때까지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전에 목걸이 사줄 때 반지도 같이 봤어. 그리고 오늘이 어떤 날인지 모른 척하기 힘들더라고." 박시준은 바로 그녀에게 설명해줬다.며칠 전부터 밸런타인데이를 맞이하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 시작되었고오늘 아침 휴대폰을 켜자 밸런타인 데이 관련 뉴스가 보였다."그럼 제가 밸런타인데이라고 얘기를 꺼내지 않았으면 언제 줄 생각이였어요?" 그녀는 박시준을 놓아주고 그의 준수한 얼굴을 붉어진 눈시울로 바라봤다.이에 그는 그윽한 눈빛에 쉰 목소리로 답했다. "점심때부터 계속 달력을 봤잖아. 네가 먼저 말을 꺼낼 거라 예상했어."그녀는 미소를 보이면서 삐진 척 말을 이었다. "먼저 말을 꺼내는 게 그렇게 힘들어요? 이런 일도 제가 먼저 말해야 해요!""내가 이렇게 반지를 끼워줘도 그런 소리 할 거야?" 그는 진아연의 손을 꼭 잡고 물었다. "아연아, 다음은 뭘 하지?"진아연은 거리에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행복 가득한 얼굴에는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그냥 이대로 산책이나 하죠."그녀는 약지에 낀 다이아몬드 반지와 품속의 장미꽃, 그리고 가장 사랑하는 남자와 손잡고 있는 모습을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세상 가장 행복한 여자라고 온 천하에 알리고 싶은 생각뿐이었다.A국.조지운은 어머님을 A시 최고 병원으로 이송했고성빈은 소식을 듣자 바로 병문안 왔다.조지운의 어머니는 의식을 회복했지만 정신 상태가 좋지 않았다."성빈 씨, 제 아들 말이에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혹시 대표님도 알고 계셨어요? 저 지금 당장 박시준 씨를 만나서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싶
"빈이 형! 어머니가 많이 아파서 그런 거니까 절대 다른 사람한테 알리지 마! 혹시 대표님이 알게 되면 분명 나를 해고할 거란 말이야!" 조지운은 곧장 쓰러질 것 같았다.이에 성빈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지운아, 너무 흥분하지 마. 어머님의 뜻이 확실하잖아. 어머니가 너와 마이크 씨를 반대한 이유는 마이크 씨가 돈이 없다고 생각해 서잖아. 그럼 마이크 씨한테 돈 많이 벌라고 해."조지운은 그의 말을 듣더니 바로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는 마이크 씨가 친구로는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연인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해. 그리고 생긴 게 이상하고 변태 같다고 말씀하셨어.""하하! 넌 어머니가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고 하는데, 내가 볼 땐 아닌데? 일단 너무 슬퍼하지 말고 어머님 잘 보살피고 있어.""응. 빈이 형, 오늘 시간 돼? 시간 되면 나 대신 마이크 씨와 만나주면 안 될까? 이틀 동안 연락도 하지 않아 아마 괴로워 미칠 지경일 거야. 나는 병원에 있어야 하고 만나도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조지운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가서 만날게."성빈은 병원에서 나오자 바로 스타팰리스로 향했다.성빈의 예상대로 마이크는 집에서 넋을 잃고 있었다."B국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으세요?" 성빈은 아침밥을 식탁에 올려놓고 입을 열었다."아연이가 돌아오지 말래요. 조지운의 어머니가 쓰러진 게 저 때문이라고 몸이 괜찮아지면 그때 다시 얘기하자네요." 마이크는 소파에 누워 화를 냈다."그렇군요. 조지운 어머니의 상태는 많이 좋아졌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직 이해를 못 하셔서 오해한 겁니다. 정신 차리시고 돈을 많이 버세요. 그리고 조지운한테도 잘해주시고...""저도 정신을 차리고 싶은데, 조지운 씨가 저를 무시하고 있잖아요. 나쁜 놈!""조지운도 부모님께 엄청 혼났어요. 이해해 주세요." 성빈은 입에 담배를 물고 말을 돌렸다. "시준이와 진아연 씨는 이제 화해한 거죠? 진아연 씨의 인스타그램을 보니 다이아몬드 반지 사진이 업로드되었던데
성빈은 그녀의 말을 듣더니 소름이 끼쳤다.그는 마음속의 초조함을 억누르며 강진의 멱살을 잡고 소리 질렀다. "강진 씨!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겁니까?! 시준이가 왜 당신과 결혼해야 하는데요? 지금 진아연 씨와 함께 있는데 결혼해도 진아연 씨와 해야죠!"반면 강진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저도 시준 오빠가 진아연과 함께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아무래도 두 사람한테는 챙겨야 할 아이가 있으니 말이에요. 전 상관없어요. 오빠의 마음을 가질 수 없어도 사람만 있으면 충분해요."성빈은 그녀를 놓아주며 비웃었다. "얼굴이 망가지면서 정신도 놓았나 봐요? 아니면 건강 염려증이라도 걸린 겁니까? 시준이가 당신과 결혼한다는 일에 대해 저는 왜 들은 적이 없죠?""시준 오빠가 당신과 결혼할 것도 아닌데 모르는 게 정상이 아닌가요? 성빈 씨, 저는 당신을 친구라 여겨 이런 얘기를 한 겁니다. 물론 저 같은 사람을 친구로 여기지 않겠지만 제 마음속에는 제일 중요한..." 강진은 물잔을 탁자에 놓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닥쳐요!" 성빈은 듣기 싫었는지 바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 "지금 이런 말로 저를 감동하게 할 생각인 거예요? 아니면 또 저를 이용하려는 생각이에요?"이에 강진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저는 당신을 이용하고 감동 주고 싶은 생각 따위 없어요. 제 얼굴이 망가지고 주위의 친구들뿐만 아니라 친인들도 저에게 실망해 떠나버렸죠. 모두 저를 강씨 가문의 치욕이라 여기고 있어요. 인제 와서 유일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입니다. 왜냐면 성빈 씨는 저를 비웃을 사람이 아니니까요""저는 강진 씨가 너무 불쌍해서 그런 겁니다. 하지만 곧 시준이와 결혼한다고 하니, 당신에게 남은 마지막 동정심마저 사라지네요!""성빈 씨, 전 미치지 않았어요." 강진은 그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시준 오빠는 진아연과 함께 있어 아마 엄청 행복할 겁니다. 이 일로 시준 오빠에게 연락해 귀찮게 하지 말고 당분간은 행복하게 내버려 두세요!"성빈 : "아, 당신이 미친 게
그는 빨개진 두 눈을 하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수면제도 깜빡했어.""불면증이 이리도 심했어요? 그럼 어제랑 전날 밤은 어떻게 잤어요? 설마 매일 잠을 설쳤던 건 아니죠?" 진아연은 헝클어진 머리를 잡으며이불을 들추어 침대에서 내려왔다.일단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으니 우선 약부터 구해줘야 했다."어젯밤부터 시작됐는데 아마 이틀 동안 너무 행복해서 시은이가 생각나더라고." 박시준은 그녀가 너무 걱정할까 봐 괜찮은 척 말을 이었다."시은 씨가 떠나서 시준 씨가 꽤 큰 충격을 받았다는 건 이해해요. 하지만 시준 씨,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죠. 시은 씨가 살아있다면 슬픔에 빠진 당신의 모습에 기뻐할 리가 없잖아요. 자주 먹는 약 이름은 기억나요? 아니면 제가 알아서 사 올까요?" 진아연은 그를 위로해 주며 코트를 몸에 걸쳤다."같이 가자!" 이에 박시준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아니에요. 누워있어요." 진아연은 그를 다시 침대에 눕혔다. "이제 약국도 문을 닫아서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지인이 병원에 있어 아마 금방 돌아올 거예요.""진아연, B국에 아는 사람도 많고 생활도 편한데 왜 이곳에 정착하지 않았어?" 박시준은 문득 궁금해졌다."아무리 편리해도 고향이 아니잖아요. 실은 국내에서도 지인들이 많아요. 다만 박시준 씨만큼 뛰어나지 못해 이들의 존재를 몰랐던 거예요." 진아연은 그런 박시준의 모습에 참지 못해 장난쳤다."그럼 경호원을 데리고 가.""그냥 신경 쓰지 말고 누워 계세요." 그녀는 말을 마치자 가방을 들고 침실을 떠났다.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박시준은 아무 말 없었지만 실은 속으로 한탄했다.이런 행복한 나날들이 곧 끝날 거라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던 거다.박시준은 뭐가 문제인지 알고 있지만 해결할 수 없었고귀국할 때 그녀한테 어떤 식으로 작별 인사를 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천장을 바라보며 눈이 뻑뻑해질 때까지 끔뻑거리지도 않았다.이때 웬 차가운 액체가 귓가를 스치고 떨어졌다. 그는
30분 후, 약효가 나자 박시준은 깊은 잠에 빠졌다.그는 잠이 들었지만, 이번엔 잠이 오지 않기 시작한 건 진아연이었다.그녀는 그가 온 후 그들 사이에 일어난 모든 일들을 하나하나 회상했다.그가 온 후 그녀는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잠도 잘 왔고 식욕도 전보다 좋아졌다.그녀는 그가 자신과 같을 줄 알았다.그가 불면증을 앓고 있을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그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당장에는 그에게 약을 사주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앞으로는 그에게 더 잘해주고 더 많은 사랑을 줘야겠다고 다짐했다.하루가 모자라면 한 달, 한 달이 부족하면 일 년… 언젠가는 그의 마음속의 시은이의 공백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다음날 박시준이 일어났을 때는 이미 오전 10시였다.그가 방에서 나오자 진아연은 즉시 그를 끌고 다이닝 룸으로 갔다."밥 먹은 뒤 나가죠." 그녀는 이미 오늘의 일정을 계획해 놓았다. "애들도 데리고."그는 바깥 날씨를 보았다. "오늘은 외출하기 좋은 날씨가 아닌 것 같은데."밖은 안개가 자욱했다. 이렇게 가시거리가 별로 안되는 날씨에는 운전하기가 불편하다."여기 겨울엔 안개가 자주 껴요." 이곳의 날씨에 이미 익숙한 진아연이 말했다. "천천히 운전하면 돼요.""오늘 밖에 무슨 행사 있어?" 그녀가 너무 나가고 싶어 하니 그도 그녀의 흥을 망치지 싶지 않았다."모르겠어요. 그냥 나가서 놀고 싶은 게 아니라 가족사진을 찍고 싶어서요." 그녀는 그가 거절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이미 사진작가도 예약했어요."박시준은 시선을 약간 떨구며 물었다. "한이도 가?""가죠! 가족사진이니까 한 명도 빠지면 안 되죠." 그의 질문을 이미 예상한 그녀가 설명했다. "한이가 당신을 싫어하지만, 나, 라엘, 그리고 지성이는 좋아하거든요. 뭐든 한이랑 잘 얘기하면 다 동의해요."그녀의 말에는 "우리 아들 내 말은 잘 들어요." 라는 자부심이 가득했다.그는 그것이 매우 부러웠다. 그러면서도 조금 걱정되었다. "이마의 상처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