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복도는 조용했다.진아연은 신생아과 중환아실로 왔다.간호사는 바로 그녀를 알아보고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진아연 씨, 지성이는 오늘도 상태가 좋네요! 별다른 일만 없으면 지성이가 퇴원할 때까지 편히 집에서 쉬면서 기다리시면 돼요."진아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지성이 무사한 거라면 여기에 남아 있어도 소용없었다.병원에서 나오자 그녀는 머리가 어지러웠다.그녀는 자신이 괴로운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그녀는 박시준의 태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수없이 자신을 위로할 수 있었다. 시크한 척 할 수도 있었고 혼자서 아이들을 돌봐도 잘 살 수 있지만, 왜 마음은 이렇게 아픈 걸까?그건 마치 그녀가 한이와 라엘이 입으로는 아빠가 필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과 같았다.그리고 그녀도 그가 필요했다.하지만 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것 같았다.그가 그녀에게 다가가려고 하거나, 그녀가 그에게 가까이 가고 싶을 때마다 이 보이지 않는 손은 둘을 밀어냈다!그들은 결국 함께하지 못할 운명인 걸까?저녁 9시, 그녀는 집에 돌아왔다.그녀의 차가운 얼굴을 본 마이크가 추측했다. "박시준을 찾아갔었어?""병원에서 오는 길이야." 그녀는 박시준을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나도 오늘 병원에 갔었어. 의사가 지성이 상태가 안정됐다고 말했어. 큰 문제는 없을 거래." 마이크는 그녀를 부축해 소파에 앉혔다. "지운이가 그러는데, 지금 박시준을 찾지 않는 게 좋을 거래. 박시준은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한동안 우울해했대. 지금 비슷한 상황이지."진아연은 눈을 들어 마이크를 바라보았다. "박시준은 오늘 본가에 갔었어. 박우진을 죽이기 위해. 박시준의 어머니를 죽인 건 박우진이야. 그리고 박우진의 어머니가 대신 총을 맞았어. 그리고 오늘 돌아가셨어."마이크는 말없이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시은의 목숨을 앗아간 건 지성이야." 그녀는 계속 말했다."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지성이는 지금 아무것도 모르는 아
진아연도 회사에 나가고 싶었지만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그녀가 가려 해도 마이크는 그녀를 보내지 않을 것이다.오늘은 또 폭설이 내렸다.올해 겨울의 기온은 저번 년보다 낮아서 마이크는 출근하기 전에 그녀에게 오늘 외출하지 말라고 했다."심심하면 친구 불러서 집에서 놀고 있어." 마이크가 말했다.진아연은 가볍게 대답했다.마이크가 나간 후 그녀는 그녀에게 친구가 별로 없다는 것이 갑자기 떠올랐다. 여소정은 그 사건 후 트라우마가 남았고, 지금 위정 마저도 사라진 상태라 그녀와 놀아줄 친구가 없었다.한 시간 후 마이크가 돌아왔다.그는 털실을 사왔다."아연아, 너무 심심하면 스웨터나 짜고 있어! 아이들에게 짜도 되고, 날 위해 짜도 좋아." 마이크는 뜨개질이 덜 피곤하고 시간도 보내기에도 좋다고 생각했다.진아연은 손에 든 책을 내려놓고 그를 쳐다보았다. "내가 그렇게 할 일 없어 보여?"마이크: "계속 책만 보고 있으면 눈이 피곤하지 않아?""피곤하면 쉬면 되지." 그녀는 그가 사 온 털실을 꺼내 보았다. "네가 사온 털실로는 강아지 옷이나 짤 수 있겠어.""지성이는 지금 강아지랑 비슷하게 큰 거 아냐?" 마이크가 놀렸다."퇴원할 때 되면 그렇게 작지 않을 거야. 뜨개질을 하지 않은 지 너무 오래되어서 지금은 못할 수도 있어.""그냥 아무거나 짜. 진지하게 생각하지 말고." 마이크는 시계를 흘끔 쳐다보고 말했다. "그만 회사 갈게. 연말이라 할 일이 많아.""천천히 운전해. 눈이 와서 도로가 미끄러울 거야." 진아연이 당부했다."그냥 우리 마당에나 눈이 두껍게 쌓였지. 거리는 그렇게 많이 쌓여있지 않아." 마이크가 떠나려던 때, 그는 갑자기 뭔가가 떠올랐다. "아 참, 의사가 2주 뒤면 지성이를 데려갈 수 있대."진아연은 알고 있었다.의사는 그녀에게도 전화를 걸었다.아마 박시준에게도 전화를 걸었을 것이다.다만 그가 그때 병원에 나타날지는 알 수 없었다.2주 후, 진아연은 조지운의 강아지이게 목도리와 옷을 짜주었다.마이크는 그
그녀가 정식으로 이 작은 녀석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전에 그가 인큐베이터에 있었을 때 거의 잠만 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회복된 후 그녀는 그를 찾아가지 않았다.지금 그의 밝은 눈을 보니 그녀의 입꼬리는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지성아! 귀여운 베이비!" 마이크는 그녀 옆에 서서 손가락으로 지성의 작은 볼을 살짝 눌렀다. "삼촌이 안아줄게!"마이크는 조심스럽게 진아연의 손에서 아이를 받아 안았다.이때 조지운이 아기 바구니를 들고 와 마이크에게 아기를 바구니에 놓으라고 했다."작은 아기를 안을 줄 모르면 안지 마요." 조지운은 그에게 알려주었다. "목뒤를 받치고 있어야 돼요.""꼭 경험이 엄청 많은 것처럼 얘기하네요. 내가 전에 한이와 라엘을 얼마나 잘 돌봤는지 못 봐서 그래요!" 마이크가 자랑스러워하며 지성을 바구니에 놓았다.30분 후, 차는 스타팰리스 별장에 도착했다.바구니에서 자고 있던 지성은 소파에 올려졌다.라엘과 한이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동생을 바라보았다.두 아이는 한동안 잠든 지성을 지켜보더니 호기심은 금세 만족해졌다.조지운은 휴대폰으로 지성의 사진을 찍었다.마이크가 그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지성의 사진은 왜 찍은 거에요? 대표에게 보내주려고?""제가 보려고 찍었어요, 왜요?" 지운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보고 싶으면 매일 와서 볼 수 있잖아요. 사진은 왜 찍어요?" 마이크는 그의 속내를 폭로했다. "그 인간에게 사진 보내지 마요. 아들이 보고 싶으면 직접 와서 보면 돼죠. 안 오면 전혀 보고싶지 않다는 뜻이죠. 굳이 지성의 사진으로 귀찮게 할 필요 있어요?"마이크의 말에 조지운은 할 말을 잃었다.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진아연의 마음에는 파문이 일었다.그녀는 바구니에서 지성을 꺼내 안고 침실로 걸어갔다.장 이모가 그녀의 뒤를 따랐다.침실에 들어간 후 장 이모는 문을 닫았다."아연 씨, 제가 지성이를 보고 있을게요. 피곤하면 쉬세요." 장 이모가 말했다.진아연은 장 이모를 보며 물었다. "저를 도와
박시준이 여기에 온 건 일은 둘째치고 도망치는 게 주된 목적이었다.시은이 지성을 위해 희생했다고 생각할 때마다 그의 마음은 찢어져 피가 낭자했다!휴대폰 화면이 밝아지자 그는 메시지를 열었다.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 속 지성은 까맣고 밝은 눈과 귀엽게 멍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그와 시선이 마주친 것처럼.사진을 보니 그의 호흡이 무거워졌다.그는 심호흡하고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이성은 그에게 시은의 죽음은 지성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마음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시은은 더 이상 그의 앞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며, 다시는 그를 다정하게 오빠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슬픔은 멈출 수 없었고, 그의 모든 이성을 파괴했다.저녁, 스타팰리스 별장.마이크가 지성의 퇴원을 축하하기 위해 하준기와 성빈을 초대했다.지성과 같은 아기는 잠이 많다.그들이 왔을 때도 지성은 자고 있었다.그들은 지성이 박시준을 닮았다고 말했지만 진아연은 속으로 알고 있었다. 지성은 박시준을 닮지 않았다는 걸.얼마 전에 박시준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았기 때문이다.박시준이 아기였을 때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물론 그녀는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그냥 보면 지성은 지금의 박시준과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저녁 식사 때 성빈은 진아연에게 주스 한 잔을 따라주었다."아연 씨, 전에 아연 씨를 오해한 것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릴게요." 성빈은 난연하게 말했다. "그리고 지성이 낳느라 수고 많으셨어요!"조지운이 물었다. "성빈 형, 대표님은 언제 돌아오는지 알아?""비서 실장은 너 잖아. 너도 모르는 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내가 아는 건, H시에는 정말로 일이 있어서 갔다는 거야. 다만 H시는 그가 선택한 거지.""H시가 따뜻해서 가셨을 수도 있어요!" 조지운은 대표를 위해 설명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아마도 지성이의 퇴원을 마주하고 싶지 않겠지." 성빈은 터놓고 얘기했다. "아연 씨, 걱정할 필요 없어요. 시간이 지나면 생각
그러나 밤 11시가 되어서도 박시준은 오지 않았다.정말로 지성이 보고 싶었던 거라면, 오늘 밤 분명히 왔을 것이다."아연 씨, 방에 돌아가서 쉬세요!" 장 이모는 시간을 보더니 말했다. "지성이가 그래도 많이 얌전하네요. 새벽에 울면, 제가 우유를 먹일게요.""네, 수고 많으셨어요. 내일 아침에 제가 할게요."진아연은 방에서 나와 침실로 걸어갔다.그녀의 심정은 훨씬 차분했다.한 사람이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는 법이다. 이제 아이가 셋이나 있으니, 세 아이가 모두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만 있다면 다른 건 모두 중요하지 않았다.그렇게 생각하니 그녀는 한결 홀가분해졌다.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잠이 오지 않았다.장 이모가 지성이를 돌보고 있어 그녀는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그녀는 갑자기 임신했을 때 자신이 치료했던 환자가 떠올랐다.환자 쪽에서 급해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임신 말기부터 그 일을 내려놓았다.그녀는 서랍에서 환자의 의료 기록을 꺼내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다.이 환자는 시은이의 병과 매우 유사했다. 시은이 없는 지금 그녀는 이 환자를 꼭 치료해주고 싶었다.비록 이 환자의 병이 낫는다 해서 시은이 돌아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녀에게 위로가 될 수는 있었다. 그녀는 더 많은 선행을 하려고 다짐했다. 만약에 환생이 있다면 그렇게 함으로써 시은이가 다음 생에서 무탈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눈이 조금 아팠다. 하지만 여전히 졸리지 않았다.그녀는 침대 옆 스탠드를 밝게 켜자 의료 기록에 담긴 일련의 정보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얼마 전 지성이의 병 때문인지 그녀는 혈액형에 더 민감했다. 환자의 혈액형이 한눈에 보였다.혈액형: RH 마이너스 O형그것을 본 진아연은 감전된 듯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이 환자는 혈액형이 시은이와 똑같고, 시은이의 병과도 비슷했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더 무서운 건 이 환자와 시은이와 약간 비슷하게 생겼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지?그녀는
"날 찾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나한테 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강주승 씨, 단서가 생겼나요?" 왕은지가 말했다. "우린 지금 같은 배를 탄 신세예요. 당신이 날 보호해줄 수 없다면 난 물귀신처럼 당신을 잡고 같이 빠질 거예요."강주승: "왕은지, 내가 당신을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했나 보죠? 어디서 날 위협하는 겁니까?""강주승, 나 왕은지가 낯가죽으로 지금 이 자리까지 올라온 줄 알아?!" 왕은지의 목소리가 음침해졌다. "안전하게 빠져나갈 방법은 내게 많아. 다만 죽은 듯 조용하게 숨어 지내는 게 싫을 뿐이지! 당신과 힘을 합쳐 박시준을 쓰러뜨리고 싶어서 이러는 거야! 박시준을 쓰러뜨려야만 아무 방해 없이 진아연을 처리할 수 있으니까!"강주승은 몇 초 동안 침묵했다.그 또한 박시준을 무너뜨리고 싶었다. 그래서 왕은지와 싸우는 건 그가 지금 해야 할 일이 아니다."그 박스에 대한 단서가 생겼어요."그는 원래 박스를 찾은 후 다시 논의할 생각이었지만 지금 왕은지가 캐물으니 미리 말할 수밖에 없었다."무슨 단서요?" 왕은지가 긴장하며 물었다."왕은지 씨, 내가 박스를 찾게 되면 당신도 자연히 알게 될 겁니다. 지금 자세히 말했다가 당신이 바로 박시준에게 알려줄지 누가 아나요?" 강주승은 신중했다.왕은지는 속으로 냉소했다!비즈니스계에서 잘나가는 사람은 바보일 리가 없었다.왕은지는 실제로 그렇게 할 계획이었다.만약 박시준이 석 달 뒤에 그녀를 죽이고자 한다면 그녀는 강주승을 팔 생각도 있었다.그녀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그러면 박스를 찾고 나서 얘기하죠! 내가 도와줄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왕은지는 자신의 성의를 표했다. "박시준과 당신 중에서 협력할 사람을 고르라고 하면 난 당연히 당신을 선택할 거예요.""알았어요. 도움이 필요하면 다시 연락할게요."전화를 끊은 뒤 강주승은 강진의 방으로 걸어갔다.강진은 해외에서 기분전환을 할 겸 한편으로는 박시준을 피하고 있었다. 지난 시간 동안 강진
강진의 생각에는 진지한은 나이가 어리지만 일반 성인보다 더 똑똑했다.하지만 진아연의 딸은 그냥 평범하고 순진한 아이였다.그래서 라엘을 상대하는 게 더 쉬울 것이라 생각했다.강주승은 그녀의 말을 듣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워낙 위험한 방법이라, 완벽한 계획 없이는 감히 섣불리 손을 쓸 엄두를 못 냈다.다음 날 아침 일곱 시. 진아연이 어린이 방에 왔다.아이는 자고 있지만 장 이보는 이미 일어났다."이모님, 어젯밤 수고 많으셨어요. 이제 쉬세요. 낮에는 제가 아이를 볼게요." 진아연이 말했다."네. 밤에 분유를 세 번 마셨어요. 식욕도 좋고 힘도 넘치던데요." 장 이모는 미소를 지었다. "너무 얌전해요. 배고플 때만 울고 배부르면 바로 자네요.""한이가 이만할 때도 그랬어요. 라엘은 조금 시끄러웠죠." 진아연이 말을 받았다.장 이모는 잠시 당황했다. "아연 씨, 라엘이랑 한이도 대표님의 아이 맞죠? 두 분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그렇게 얘기했어요."진아연: "우리가 얘기하지 않은 게 아니라, 그이가 전에 실수로 한이를 거의 죽일 뻔했어요. 한이가 그를 용서하지 않으면 저도 아이에게 아빠를 인정하도록 강요하지 않을 거예요."장 이모는 바로 이해했다. "대표님은 예전에 다소 충동적이셨죠.""누구에게나 충동적일 때가 있기 마련이에요." 진아연은 침대 옆에 앉아 지성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누구도 모든 것을 완벽하게 처리할 수는 없어요.""네. 저 먼저 가서 쉴게요." 장 이모가 귀띔했다. "지성이를 거실로 데려가세요. 그러면 계속 여기서 지킬 필요가 없잖아요.""네."진아연은 지성이를 안고 거실로 가 아기침대에 눕혔다. 그러면 언제든지 지성을 볼 수 있었고, 가정부도 도와줄 수 있었다.시간은 바로 열 시가 되었다.김세연이 그녀와 아이들을 찾아왔다.그는 아이들과 그녀를 위해 많은 선물을 들고 왔다."라엘이는지금 겨울방학이고, 아연 씨는 지성이를 돌봐야 해서 말인데..." 김세연은 진아연과 상의했다.진아연은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
갑자기 아기의 울음소리가 그녀를 불러 깨웠다.아마도 바깥의 떠들썩한 소리에 놀랐는지 지성이 울기 시작했다.진아연은 즉시 그를 요람에서 안아 들었다.안자마자 지성이는 바로 울음을 그쳤다."지성아, 형이랑 누나가 밖에서 눈싸움을 하고 있어. 너도 이제 크면 같이 놀아달라고 할까?" 그녀는 아들을 안고 창가에 서서 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아직 지성을 세로로 안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의 까맣고 밝은 큰 눈은 넋을 잃은 듯 진아연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아가야, 배고파? 마지막으로 분유를 마신 지 두 시간이 된 것 같은데... 엄마가 분유 타 줄게." 진아연은 그를 다시 침대에 눕혔다.가정부는 도와주고 싶었지만, 진아연이 아기를 달래는 일이든 분유를 타는 일이든 모든 너무 익숙하여 도와줄 일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아연 씨, 정말 대단하세요. 무슨 일이든 정말 잘하시네요." 가정부가 칭찬했다.진아연은 칭찬을 받아들이며 물었다. "구정 때 고향에는 언제 갈 예정이세요? 미리 말씀해 주시면 돼요."가정부: "전 이틀 전에나 휴가 갈게요! 지성이가 너무 어려서 아연 씨와 장 이모가 많이 바쁠까 걱정되네요. 적어도 요리와 청소는 할 수 있잖아요.""그럼 부탁드릴게요. 수고 많으세요.""수고는 무슨요." 가정부는 도울 일이 없자 말했다. "점심 차리러 갈게요."박시준의 저택.박시준은 오늘 회사에 나가지 않았다. 감기에 걸렸지만, 회사에 가지 않는 건 감기 때문이 아니다.그는 성빈과 조지운이 어젯밤에 지성의 퇴원을 축하하기 위해 진아연의 집에 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가 오늘 회사에 나간다면 성빈과 조지운은 분명 그에게 지성의 얘기를 할 것이다.그들이 참고 말하지 않더라도 그는 자연스럽게 그 일이 떠오르기 마련이다.그는 어젯밤에 아이를 보러 갈 생각을 했었지만, 결국 고통이 이성을 이겼다.그는 마음속의 그 벽을 넘을 수 없었다.그는 정신적으로 자신이 병에 걸렸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아침 식사 후 그는 감기약을 먹고 머리가 아파 잠들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