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그녀를 안고 있었다.그녀의 비통한 심정은 단번에 달래졌다.그녀는 다시 힘이 넘쳤고 기적이 일어날 거라 믿기 시작했다.그녀의 기분이 안정되자 그는 그녀에게 쿠키를 건넸다.그녀는 쿠키를 받아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수사 결과가 나왔어." 그녀가 쿠키를 두 개를 먹은 후, 그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묘비는 왕은지가 시킨 거야."그녀는 쿠키 박스를 닫고 조용히 심호흡했다.그의 큰 손이 그녀의 작은 손을 잡았다. "넌 병원에 있어. 내가 찾아갈게."말을 마친 그는 즉시 일어나 떠났다.그녀는 그의 훤칠하고 튼실한 뒷모습을 보고 마음속으로 자신을 위로했다. 그는 이번에는 절대로 마음이 약해지지 않을 거야!강진은 그와 오랫동안 함께 한 관계가 있어 그가 자비를 베풀었을 수 있지만, 왕은지는 아니었다.제이 테크놀로지.왕은지의 얼굴은 시퍼렇게 질렸고, 전화기를 든 손이 저도 모르게 떨렸다.그녀가 묘비를 주문하라고 보낸 부하가 잡혔다.그녀는 경찰 측의 인맥을 통해 알아보려 했지만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그녀의 마음은 매우 불안했다!CCTV가 없는 먼 교외에 가서 묘비를 주문하면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수였다!이 사건은 박시준의 아픈 곳을 찌른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래서 그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진상을 밝히려고 했다.이제 그의 손에 잡혔으니, 고문을 받고 배후를 알아내는 건 시간문제였다.그녀는 심호흡한 후 휴대폰으로 항공편을 예약해 외국으로 당분간 도망가려고 했다.탁자 위의 유선 전화가 울렸고 그녀는 두려움에 떨며 전화를 받았다."왕 대표님, ST그룹 박 대표가 많은 사람을 데리고 와서... 대표님을 뵙겠다고 해요." 비서가 숨을 삼키고 이어 말했다. "대표님께서 내려가실 건가요? 아니면 올려보낼까요?"왕은지는 이를 떨며 겨우 대답했다. "지금 당장 경비원들을 내 사무실로 불러요... 경비원들이 오면 그 사람을 올려보내요..."잠시 후, 경비원이 그녀의 사무실에 도착하기 전에 박시준이 먼저 도
박시준은 그가 잃어버린 와인색 박스가 강주승의 손에 있는지 확신하지는 못했다.또한 왕은지가 그의 말을 고분고분 들을지도 확신하지 못했다.그가 왕은지에게 이 정보를 알려준 이유는 왕은지를 이용해 박스의 행방을 캘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함이었다!박스가 도난당한 건 오래전이지만, 틈틈이 튀어나와 그를 고통받게 만들었다.마치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시한폭탄 같았다.오랫동안 생각했지만 아무런 단서가 없었다.도대체 누가 그의 서재에서 그 박스를 가져간 걸까?그를 해치고 싶은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박스 안에 든 정보를 공개해 그의 평판을 폭락시킬 수 있었다!그러나 그 사람은 그 박스를 가져간 후 오랫동안 그에게 연락하지 않았고, 그 안에 든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그를 해치고 싶었던 게 아니라면 그 사람은 왜 박스를 가져갔을까?이건 매우 모순적인 일이었다. 너무 모순적이어서 그는 시공간의 오류가 있었던 게 아닌지 의심했다! 사실 그 박스는 누구도 가져가지 않았고, 다만 시공간의 구멍에 빠진 거라고!하지만 현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시공간의 오류라는 건 없다는 것을 계속 상기시켰다. 정말로 오류가 있다면 왜 일어나는 일들이 하나둘씩 모두 이 세상의 악의를 절실하게 느끼게 했을까?...시은은 오전에 위정의 집에 왔다.위정은 직접 요리해 푸짐하게 점심을 차렸다."시은 씨, 몸이 안 좋나요? 오늘 유난히 조용하네요." 위정은 밥을 그녀 앞에 놓으며 그녀를 부드럽게 살펴보았다.헌혈 후 그녀의 얼굴은 전보다 창백해졌다.하지만 어제와 비교하면 많이 회복됐다."위정 씨, 난 당신과 결혼할 수 없어요." 시은은 젓가락을 들며 눈을 내리깔았다. "오빠가 당신이 좋아하는 건 아연이라고 했어요. 나도 좋아하지만, 아연이를 더 좋아한대요."시은의 말에 위정 얼굴의 차분함이 사라졌다. "오빠랑 얘기한 거예요?""실수로 말했어요."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언제 말하든 다 같아요. 오빠가 당신과 결혼하는 걸 허락하지 않는 건 저를 위한 거예요.""맞아요. 시
"최소 500 ml는 준비해야 합니다."500 ml... 헌혈할 성인 2 명만 찾으면 된다.하지만 지금은 한 명도 구하기도 힘든데 어디 가서 두 명을 구한단 말인가?그는 시은이에게 헌혈하도록 할 수 없었다. 시은이 위험을 감수하게 놔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지성이는 어떻게 해야 하지?지성이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했는데 아이가 죽어가는 걸 이렇게 보고만 있어야 한단 말인가?그가 이렇게 슬픔에 잠겨 있을 때 진아연이 성큼성큼 다가왔다."마이크가 피를 찾았대요." 진아연은 마이크와 통화를 마치고 나서 곧바로 그들에게 소식을 전했다. "200 ml를 찾았다고 하는데 지금 병원에 검사하러 가져갔대요. 별문제 없으면 곧 공수할 거예요."박시준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아직 300 ml가 부족해... 내가 바로 찾아볼게...""어디 가서 찾으려는 거예요? 날도 이미 어두워졌어요." 그가 고생하는 것이 싫었던 진아연이 그의 팔을 잡고 말했다. "혈액 공급원에 관한 소식이 있으면 사람을 보내 가져오면 되잖아요."그녀는 그가 이 문제로 비참해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는 그녀의 눈에서 자신을 향한 사랑을 느꼈고 죄책감으로 눈시울이 붉어졌다.시은이의 혈핵형이 지성의 혈핵형과 일치하다는 걸 그녀가 알게 된다면 그녀는 어떻게 할까?그는 감히 그녀에게 그 말을 할 수 없었고, 그녀에게 희망을 주고 다시 실망하게 하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한 사람만 헌혈해주면 된다... 한 사람만 헌혈해 준다면 지성은 살아남을 수 있다.시은이 헌혈한다고 해도 시은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머뭇거리는 거지?그는 목에 메어 왔고 눈가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옆에 있던 의사가 깜짝 놀라 멍해졌고진아연도 살짝 당황했다.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갑자기 왜 우는 것일까?아직 지성이 죽는다는 말을 들은 것도 아니고, 지성이는 살아남을 희망도 있는데 왜 우는 것일까?"시준 씨, 왜 그래요?" 그녀는 그를 꼭 안고 가녀린 손으로
시은이 옆에 서 있던 위정이 입을 열었다. "500 ml면 되는 거예요?"조지운은 인상을 찌푸리며 힘겹게 대답했다. "500 ml가 말은 쉽지 지성이 혈액형과 일치하는 걸 찾기 어려워요. 한 번에 300 ml만 받을 수 있거든요. 지금 마이크가 B국에서 200 ml를 찾았는데 아직 300 ml가 부족해요."그의 말을 들은 시은은 호흡이 가빠졌다. "300 ml만 있으면 지성이 살 수 있는 거야?"조지운: "맞아요! 하지만 이 300 ml를 찾기 너무 어려워요. 같은 혈액형을 가진 사람이 적은데 나이가 18 세에서 55세 사이어야 하니..."시은은 위정의 팔을 잡고 조지운에게 말했다. "내가 위정이랑 함께 찾아볼게."조지운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시은 아가씨는 돌아가서 쉬어요. 여기는 시은 씨가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날이 어두워졌어요. 만약 혈액 공급원에 관한 소식이 있으면 우리가 맨 처음으로 알 수 있을 거예요."시은이가 돕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미 보호 대상인 그녀가 아무 일 없이 조용히 있어 주는 것이 오히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시은이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아무 말 없이 위정과 함께 자리를 떴다.진아연은 박시준을 껴안고 위정과 시은이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시준 씨, 난 당신이 왜 우는지 알아요." 그녀의 목소리가 차분하고 나지막하게 들려왔다. "시은 씨 때문이죠?"시은이의 두 차례 뇌외과 수술을 모두 그녀가 진행했다.검사를 맡은 위정이 그녀에게 시은이의 혈액형이 조금 특별하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수술 중 출혈이 심하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으니 수술할 때 특별히 주의하라고 귀띔했었다.박시준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시은이의 혈액형이 지성의 혈액형과 일치해요. 그렇죠?" 그녀가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아무도 보호할 수 없다고 한 건 지성에게 시은이의 피를 수혈시키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 없어서 그런 거죠?"그녀는 그의 고민을 맞춰버렸다.그는 그녀가 어떻게 시은이의 혈
시은이는 인상을 찌푸리며 다급히 그에게 다가가 손을 덥석 잡았다."오빠는 제 피를 뽑으려 하지 않을 거에요... 제 피가 지성이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한테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전 꼭 지성이를 살려야 해요. 위정 씨, 제발 부탁해요."그녀는 낮은 소리로 애원했다."위정 씨, 만약 제가 죽는다면 다음 생엔 위정 씨랑 결혼할게요, 응?" 그녀는 그의 손을 꼭 잡고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전 제가 죽을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홍 아줌마가 그러는데 내가 무슨 병에 걸리든 의사 선생님이 다 치료해줬다고 했어요."위정은 미소를 지은 그녀의 얼굴과 맑은 두 눈을 보면서 얼어붙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시은이와 함께 하는 걸 좋아하는 게 바로 그녀가 순수했기 때문이 아니던가?유럽풍 호화 저택.실크 잠옷을 입은 왕은지는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놀란 가슴을 달랜 후 강주승의 번호를 눌렀다.그녀와 강주승은 강진의 소개를 통해 만났다.그들은 전날 저녁에 함께 식사하며 업무적인 이야기를 나눴는데, 두 사람의 마인드가 비슷했으므로 얘기가 잘 통했다."검붉은 색 상자를 잃어버렸다고 하던가요?" 강주승은 머릿속으로 이 검붉은 색 상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상상하기 시작했다."네. 당신이 가져갔다고 했어요." 왕은지는 침을 꿀꺽 삼키고 말했다. "강주승 씨, 도대체 무슨 약점을 잡은 거예요? 저한테 알려주면 안 돼요?""당연히 말씀드릴 수 없죠. 제가 말씀드리면 앞으로 어떻게 그 사람을 위협할 수 있겠어요?" 강주승이 대답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아요. 내 말대로만 하면 왕은지 씨의 안전은 지켜줄 수 있어요.""어떻게 당신을 믿을 수 있을까요?""강진 씨가 한 짓이 당신보다 더 과해요. 그런 강진 씨의 안전도 보호할 수 있으니 당신 정도는 당연히 문제없죠." 강주승이 말했다. "그 검붉은 상자를 어떻게 잃어버렸는지는 얘기 안 했어요? 어떻게 생긴 박스인데요?""말하지 않았어요. 당신 손에 있다고 하던데 잘못 짚
진아연은 가슴이 조여왔고 실망감이 밀려왔다.마이크가 전화하기 전 그녀는 의사의 문자를 보았고, 미처 기뻐할 새도 없이 이런 나쁜 소식이 뒤따랐다."괜찮아." 그녀가 덤덤하게 말했다. "내가 병원에 전화할게.""알았어. 자는 걸 깨운 거 아니야?""아니야. 이미 깨어 있었어. 고생했어." 진아연은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 지금 당장 병원에 가려 했다. "참, 방금 혈액은행에서 혈액 300 ml를 보내왔어. 300 ml면 충분할 것 같아.""그럼 잘 됐어. 충분하면 나 귀국 준비 할게." 마이크가 말했다."그래, 난 지금 병원에 가볼 려고.""알았어. 건강 좀 챙겨! 지성이가 다 낫기도 전에 네가 쓰러지겠어." 마이크가 당부했다. "이 시간에 전화하면 안 되는거 아는데, 전화를 안 하면 불안해서 안 되겠더라고.""난 원래 잠을 깊게 못 자." 진아연은 그와 몇 마디 나눈 후 전화를 끊고외출하기 전에 날씨를 확인했다.그 시각 밖의 온도는 0 도였고 오늘 큰 눈이 내릴 것이라 했다.그녀는 눈을 볼 때마다, 심지어 '눈'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예전에 박시준과 뜨겁게 사랑했던 나날들이 떠올랐다.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들의 관계는 여전히 뜨거웠다.지성이가 나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그녀는 옷장에서 롱패딩을 찾아 자신을 꽁꽁 무장한 후 별장 문을 나섰다.찬바람이 얼굴에 불어오자 추위에 코끝이 찡했다.그녀는 문을 열고 차에 올랐다.그녀는 차에 시동을 걸고 차가 따뜻해지기를 기다리며 캄캄한 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그녀는 매일 밤 불면증에 시달리는 건 아니었다. 출산 후 몸이 허약해져 쉽게 잠 들 수 있었다.오늘 밤, 잠이 들지 못한 건 박시준이 감정을 컨트롤 하지 못하고 울어버린 것으로 인해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녀는 눈을 감는 순간마다 슬픔으로 가득한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그에게 몇 번이고 거친 말을 하고 헤어지자고 했어도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잡은 그에 대한 사랑까지 모른 체할 수 없었다.지성이가 아픈 걸 어떻게 그의 탓이라
그는 아들이 세상을 떠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 아이는 그가 강제로 그녀에게 임신시켜 생긴 것이다.임신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여러 차례의 산전검사, 그리고 태어나기까지 그는 이 아이에게 너무 많은 애정을 쏟아부었다."지성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네가 날 원망하지 않는다고 해도 다시는 널 귀찮게 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두 아이도 말이다.그 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이와 라엘이 그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그들 사이는 여전히 서먹했다. 하지만 그는 두 아이가 영원히 자신을 아빠로 인정해 주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그의 말을 들은 그녀는 설명할 수 없는 슬픔에 잠겼다.지성이가 아직 죽은 것도 아닌데, 그들은 지금 마치 아이가 이미 죽은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는 그녀를 곁눈질해 봤다.그녀는 초췌한 얼굴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본 그는 그녀를 품에 안고 자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도록 했다."눈 좀 붙여, 지성이는 아무 일 없을 거야. 우리는 지금 부질없는 걱정을 하고 있는 거야." 그는 쉰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마법처럼 그녀의 조여왔던 심장이 풀렸다.그녀는 그의 몸에서 나는 익숙한 향기를 맡으며 자기도 몰래 얼굴을 그의 따뜻한 목에 문질렀다. 그러고는 편안한 자세로 그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얼마나 좋을까.그들은 마치 오래된 부부 같았다.오늘 밤 그가 그렇게 울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왕은지를 어떻게 할 지 물어봤을 것이고,그녀에게 왕은지를 벌하지 않았다고 하면 그녀는 분명히 화를 낼 것이다.고요한 복도에서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전해오는 한숨을 들었다.간호사 한 명이 그들을 지나쳐 중환아실을 향해 걸어갔고그의 시선은 간호사를 따라 중환아실로 향했다.아들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궁금했다. 아들만 무사하다면 그는 어떤 고난도 기꺼이 받을 것이다.약 4시간 후, 새벽이 되었다.주치의가 박시준에게 다가오더
통화가 연결된 후 혈액은행 담당자가 말했다. "당직 직원이 접수했어요. 당직 직원에게 물어보니 헌혈한 사람이 연락처를 남기지 않았다고 하네요. 아마 좋은 일을 하고 이름을 남기기 싫었나 봐요."이름을 남기지 않고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진아연은 그가 통화를 마친 것을 보고 입을 열었다. "우리 헌혈해준 그 고마운 분을 찾아봐요."지성이 상황이 안정되었기 때문에 두 사람이 병원에 있어도 딱히 도움 되는 일은 없었다."헌혈한 사람이 이름을 남기지 않았대." 박시준은 독수리 같은 눈으로 예리하게 진아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 안 들어?"진아연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대답했다. "위정 선배가 피 한 봉지를 가져왔었어요. 고마운 누군가 이름도 남기지 않았다고 하면서 말이에요.""이번에 가져온 300 ml도 위정 씨가 찾은 거라고 생각해?"진아연의 속눈썹이 바르르 떨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모르겠어요. 만약 위정 선배가 가져온 거라면 직접 여기로 가져오지 않고 왜 혈액은행에 가져갔을까요?"박시준의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졌다.그녀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했다."제가 위정 선배에게 전화해서 물어볼게요."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위정에게 전화하려 했지만그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집에 갔다 와야겠어."그녀는 그가 시은이를 찾으러 간다는 걸 알아차렸다.그는 300 ml를 헌혈해준 고마운 사람이 시은이라고 의심하고 있다.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그를 따라 병원을 나섰다.입원 병동에서 나오자 거위 털 같은 눈송이가 흩날려 눈 앞을 가렸다.외롭게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그녀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그녀는 갑자기 겁이 났다.어젯밤의 피 300 ml가 진짜 시은의 것이라면 시은이의 몸이 감당할 수 있을까?이런 생각이 든 그녀는 손발이 차가워졌고 그가 점점 멀어져 눈앞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았다.어젯밤의 피가 정말 시은이 것이라면 위정이 그전에 가져왔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