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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크리스탈 샹들리 아래에 누워있는 박시준의 눈빛은 흑요석처럼 깊게 빛났고, 그 모습은 매력적이고도 위험한 기운이 감돌았다.

환자처럼 보이지 않는 그는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런 모습을 본 박우진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고 주춤거리며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아... 아연아. 아! 아니. 숙모님! 그러고 보니 시간이 너무 늦었네. 그, 그럼 둘이 좋은 시간 보내세요!"

박우진은 식은땀을 흘리며 비틀대다 침실을 빠져나왔다.

진아연은 갑자기 당황해하며 못 볼 것을 본 사람처럼 몸을 떨며 나가는 그의 모습을 지켜봤다.

설마... 박시준이 일어난 건가? !

그럴 리가...! 시한부라고 하지 않았나?!

그녀는 그에게 말을 걸어볼까 했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가까이서 보고 싶었지만 두 발은 마음처럼 움직여지지 않았다.

엄청난 두려움이 그녀를 덮쳐오는 거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아래층으로 달려갔다!

"이모님...! 박시준 씨가 깨어났어요! 눈을... 눈을 뜨고 있어요!"

이모님은 그 말을 듣고는 서둘러 위층으로 올라갔다.

"사모님, 사실 매일 같이 눈을 뜨세요. 그렇다 해서... 정신이 온전히 돌아온 것은 아니에요. 보세요. 우리가 이렇게 지금 이야기를 하고 있어도 반응이 없으시잖아요."

이모님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날 확률은 극히 낮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진아연은 뭔가 두려웠다.

"저... 밤에 불을 켜도 될까요? 조금 무서워서요."

"물론이죠. 그럼 얼른 주무세요! 내일 아침 일찍 본가로 넘어가야 할 거예요. 그럼 내일 아침에 깨우러 올게요."

"네."

이모님을 보낸 후, 진아연은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그녀는 그의 옆에 앉아 잘 생긴 박시준의 얼굴을 바라보며 손을 뻗어 그의 얼굴 앞에서 손을 휘저었다.

"박시준씨,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예요?"

하지만 그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갑자기 슬퍼졌다.

이렇게 몸을 거두지 못하는 그에 비하면 자신의 고통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지 않을까?

"박시준 씨, 꼭 일어나요. 당신의 그 수많은 재산이 박우진의 손에 들어간다면 당신은 죽어서도 눈 못 감을 거니깐."

그녀의 말이 끝나자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녀는 그런 그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심장이 북처럼 쿵쿵 뛰었다.

간혹 식물인간이라도 의식이 있다고 하던데 혹시 방금 그녀의 말을 이해한 건가?

진아연은 불안한 마음을 다잡고 그의 옆에 조심히 누웠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이제 정말 박 사모님이고 아무도 자신을 괴롭힐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만약 박시준이 죽는다면. 그러면 이곳 가족들 역시 자신을 그냥 놔두진 않겠지?

마음 한구석이 조여왔다.

그녀는 박시준이 죽기 전, 박 사모님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그녀의 모든 것을 되찾아 올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녀를 가지고 놀았던... 모두에게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할 것이다!

......

다음날, 아침 8시.

이모님은 진아연을 데리고 이곳의 어르신인 박 사모님이 계시는 본가로 문안인사를 왔다.

집안사람들 모두가 그곳에 모여 있었고, 진아연은 거실로 들어가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하고 차를 따라부었다.

박 사모님은 그런 진아연을 묵묵히 바라보았고, 보면 볼수록 싹싹하고 착한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아연아, 어젯밤엔 잘 쉬었니?"

진아연은 얼굴을 약간 붉히며 말했다.

"아, 네. 덕분에 푹 쉬었습니다."

"그래. 시준이는 어떠니? 혹시 시준이 때문에 놀라진 않았니?"

진아연은 잘 생겼지만 생기라고는 느껴지지 않던 그의 얼굴을 생각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아니요. 전혀요.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비록 그는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 그의 품은 따뜻했다.

어젯밤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그를 쿠션처럼 안아버렸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놀라 일어나긴 했지만 말이다.

"다행이구나. 참, 아연아. 네게 줄 선물이 있어."

박 사모님은 말하면서 보라색 보석함을 열어 그녀에게 건넸다.

"이 팔찌가 너와 잘 어울릴 거 같아 샀는데. 어떠니? 마음에 드니?"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진아연은 부인의 호의를 거절할 수 없었다.

"아! 네, 너무 마음에 들어요. 감사합니다."

"아연아, 사실... 네가 많이 속이 상할 거라는 거 안다. 하지만... 시준이는 이미 저렇게 되었고... 널 아껴줄수는 없지만... 그래도 네가 절대 섭섭하지 않게 보답해 줄 방법이 있긴 해."

그리고 노부인은 이어서 자신의 계획을 말했다.

"너도 알다시피 시준이가 저렇게 되기 전에, 일이 너무 바빠 연애할 시간도 없었단다. 당연히 자식도 없었고..."

이 말을 들은 진아연은 약간 멈칫했다.

아이?

설마... 박시준의 아이를 그녀가 낳아주기를 원하는 건가?

"... 사실 난 네가 시준이의 아이를 가져 우리 가문의 혈통을 이어줬으면 좋겠구나."

노부인의 말이 끝나자 진아연과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경악했다.

"어, 엄마... 시준이가 저렇게 오랫동안 누워있는데. 어떻게 아이를 가져?" 박시준의 친형인 박한이 말했다.

박시준은 살아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벌써부터 하나둘 그의 재산을 탐내기 시작했다.

그 말을 듣더니 노부인은 크게 웃었다.

"걱정 말거라. 이미 손을 써두었으니. 시준이의 가업을 물려받을 아이가 있어야 하지 않겠니? 그 큰 재산을 아무에게나 상속 할 수는 없지. 난 그래서 우리 아연이가 시준이의 아이를 낳아줬으면 해.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어."

노부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두의 시선이 진아연에게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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