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팔을 차창으로 내밀었다.그리고 기다란 손가락으로 티슈 몇 장을 건넸다.생각지도 못한 그의 다정한 행동에 자신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받았다. "고, 고마워요."왜인지 모르겠지만 티슈에는 그의 온기가 느껴지는 듯했다.그리고 그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 차창을 닫았고, 차는 그렇게 출발해 멀어져 갔다.오전 10시.진명그룹.진명그룹의 직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회사를 지키고 있었다.한 달 이상 급여가 밀려있는 상태였지만, 진명그룹은 이래뵈도 A시의 유명한 브랜드 기업이었다. 그래서 아무리 인터넷에서 온갖 부정적인 소식이 떠돌아도 직원들은 자리를 지키며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회사에 막대한 부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더라면 진아연도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일반 회사의 모습이 허상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부회장님과 함께 진아연은 회의실로 들어갔다.변호사는 진아연을 보자 "진 아가씨,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는 회장님의 부탁으로 유언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진아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변호사는 서류 봉투에서 문서를 꺼내 담담하게 읽어내려 갔다. "회장님 앞으로 총 부동산 6채에 해당하는 자료가 각각 여기있습니다... 한번 확인해 보세요."진아연은 서류를 건네받아 자세히 살폈다."그리고 회장님 앞으로 요트 3대가 있습니다." 다른 서류를 또한 그녀에게 건네줬다. "그리고 상가 8곳, 차량 12대를 소유하고 계십니다."진아연은 집안 재산에 관련해서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우선 그녀는 재산에 일절 관심이 없었다.둘째, 그녀의 아버지 역시 그녀에게 자세하게 알려주지 않았다.변호사는 계속해서 아버지의 유산 목록을 말했고, 그녀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자신의 아버지가 이렇게나 부자였을 줄 몰랐다.이렇게 고정 자산이 많은데 왜 자신의 치료를 위해 사용하지 않았던 걸까?"이 자산 이외에도 현재 이 회사의 경우도 회장님께서 최대 주주이십니다." 변호사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회장님께서는 이 회
밤 9시.밤바람이 제법 쌀쌀해진 초가을. 땅에는 떨어진 낙엽이 뒹굴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진아연은 택시에서 내렸고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자신의 치마 자락을 매만졌다.가방을 어깨에 다시 메고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해 걸어갔다.어두운 밤, 그녀는 빨간색의 롱스커트의 서스펜더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아침에 외출할 때는 단정한 셔츠와 슬랙스 차림이었다.그녀가 정원에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다른 남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 저런 옷을 입었다는 사실이 박시준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진아연은 조용히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왔고, 박시준이 아직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그는 블랙 셔츠를 입고 있는 그는 오늘따라 더욱더 냉혈한처럼 보였다.그의 표정은 여느 때보다 굳어 있었고, 그런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그녀는 애썼다.실내화로 갈아 신은 다음, 그녀는 그와 인사를 해야 하나 망설였다.그때 아침에 그녀가 힘들어할 때, 티슈라도 건네준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래서 어쩔 수 없이 거실로 걸어가 그를 마주했다.이상하게 오늘 집의 분위기가 어딘가 달라 보였다. 아, 그러고 보니 항상 맞아주시던 이모님이 보이지 않았다."저 오늘... 이모님은 집에 안 계시나요?"아무리 심호흡을 해도 긴장되는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고, 그래서 그녀는 그냥 방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했다."가까이 와." 무미건조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거실에는 두 사람밖에 없어 못 들은 척도 할 수 없었다."왜요?" 그녀는 살며시 돌아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그를 쳐다보았다."내가 가까이 오라고 하지 않았나?" 누가 봐도 그는 화를 억누른 채 말하고 있는게 느껴졌다.너무 긴장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다가갔다.그의 명령을 거역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무리 휠체어 신세인 그라 할지라도 그녀는 무서웠다. 그녀는 가까이 다가가 그의 얼굴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 무슨 일인데요? 혹시 이제 이혼하는 건가요?"전혀 악의가 느껴지지 않은 그녀의 담담한 목소
침실 안, 욕실.간병인은 마른 수건을 가져와 박시준의 몸을 조심스럽게 닦아냈다.두 다리가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지금 있는 간병인은 교통사고 이후, 계속해서 그를 돌봐주고 있는 사람이다.40대 남성이며 간병인으로서는 완벽했다."박 대표님, 다리에 멍이 드셨네요." 간병인은 그에게 목욕 가운을 입혀주며 말했다. "제가 얼른 약을 발라드리도록 하겠습니다."박시준은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 앉았다. 간병인이 나간 후, 조심스럽게 자신의 가운을 들어 올려 작은 멍의 흔적을 보았다.진아연이 남긴 흔적.그의 다리는 완전히 감각이 없는 건 아니었다.그녀가 몰래 그를 꼬집을 때도 그는 알고 있었지만 참았다.자꾸 진아연의 울던 표정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그리고...그녀의 향기가 자꾸 코끝에서 느껴지는 듯했다.여태 많은 여자들의 유혹이 있었지만 그 누구에게도 이렇게 마음이 끌렸던 적은 없었다.심지어 이런 모순적인 감정이 드는 것도 처음이었다.오늘 밤 진아연은 그를 시험에 들게 하는 듯 자극했다.곧 이혼을 할 여자에게 이런 감정이 드는 것이 맞는 걸까?그는 혼란스러워하는 자신의 모습이 어색했다.약간의 후회는 들었지만 오늘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난다 해도 똑같이 화를 내며 다른 남자의 향기가 묻어 있는 그녀의 옷을 찢었을 것이다.......다음날. 아침 7시.진아연은 박시준과의 아침 식사때 마주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일찍 일어났다.그녀는 방에서 나와 바로 식당으로 향했다.이모님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사모님도 오늘 일찍 일어나셨네요! 아침식사가 이미 준비되어 있답니다."'-사모님도'라는 단어가 매우 어울리는 상황이었다.박시준 역시 식당에 나와있다는 뜻이기에 그녀는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사모님, 오늘은 채소로 만든 만둣국을 준비했어요. 고기를 안 드신다기에 특별히 사모님을 위해 준비했는데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네요." 이모님은 신나게 말하며 진아연을 식탁에 앉혔다.진아연은 가시방
그의 얼굴이 그녀에게는 악마처럼 보였다."왜요?" 진아연은 어렵게 말을 꺼냈다."당신이 아이를 가지고 싶지 않더라도 이렇게까지 얘기할 필요는 없잖아요!"박시준의 깊은 눈빛에서 오싹한 한기가 느껴졌다. "내가 말을 이렇게 하지 않으면 너가 행여나 말귀를 못알아 들을가봐."진아연은 심호흡을 하며 그의 얼굴에서 시선을 뗐다.그녀는 자신이 곧 멸망의 나락으로 발을 들여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녀의 이런 반응은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진아연, 설마 너 내 아이를 가지고 싶은 거야?"진아연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내 경고를 무시하지 마. 내가 어떤 사람인지 너도 알잖아. 난 말보다 행동이 더 극단적인 사람이야. 죽고 싶지 않다면 날 건드리지 마." 그는 창밖을 바라보며 날카로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꺼냈다.진아연은 주먹을 쥐면서 말을 꺼냈다. "당신 아이는 안 낳을 거니깐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당신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당신도 잘 알고 있잖아요. 지금 급한 건 이혼 문제죠!"이 아이는 그 사람만의 아이가 아니다.만약에 아이를 낳더라도 이 아이는 내 아이일 뿐.아이들이 자라면 아버지는 죽었다고 말할 것이다!"아직 때가 아니야. 어머니의 몸 상태가 좋아질 때 말할 거야." 그녀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박시준의 어조는 훨씬 차분해졌다.그는 자신이 그녀가 원하는 남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그래도 너무 오래 끌면 안 돼요." 그녀는 약간 불안해하며 인상을 찌푸렸다.오래 끌면 배가 더 커지게 될 것이니까.그때는 숨기지도 못할 테니 당연히 강제로 아이를 지우겠지."급하게 이혼할 만큼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 건가?" 박시준의 시선이 차갑게 그녀의 얼굴에 꽂혔고 마치 뭔가 꿰뚫어보기라도 하듯이 되물었다.진아연은 바짝 긴장이 되었다. "아니요! 급한 일은 없고 그냥... 그냥 당신과 같이 있고 싶지 않아요. 당신과 함께 있으면 너무 우울해지거든요, 몰랐어요?"박시준은 다시 입꼬리를
임산부용 칼슘 보충제는 중년층, 칼슘 결핍자용과 포장이 같았다.다행히 병에 쓰인 것은 단순히 칼슘 보충제였다."굳이 먹는 약을 다른 사람들에게 곧이곧대로 말해야 하나요?" 진아연의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말투는 여전히 차분했다.그리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는 도망쳤다.그녀는 칼슘 보충제를 서랍에 넣고 화장실로 가 세수를 하며 본인을 진정시켰다.이대로는 안 돼. 하루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지 않으면 언젠가는 그에게 들통날 것이다.그녀의 산부인과 검사증명서도 모두 방에 있다. 박시준이 방을 뒤지면 바로 들킬 것이다.물론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박시준이 또라이는 맞지만 그렇게까지 변태는 아닐 테니 그녀의 방을 뒤지진 않을 거다.박 씨 가문으로부터 고액의 예물을 받았기 때문에 그가 이혼을 말하지 않는 이상 이혼을 할 방법이 없었다.그녀는 침대에 앉아 여러 가지 생각에 배고픔조차 잊고 있었다.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문을 열었다."사모님, 대표님께서는 방으로 들어가셨어요. 식사하시러 오세요!" 이모님의 미소는 매우 친절하였다.그녀의 불안한 마음은 많이 완화되었다. 이 별장에서는 박시준을 제외한 모든 이가 그녀에게 친절했다.아마도 그녀가 어려서 잘 보살펴주는듯한 느낌이었다.그녀는 이모님을 따라 다이닝 룸으로 갔다. 테이블에는 이미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이모님, 저 혼자서는 이 많은 걸 다 못 먹어요. 같이 식사해요!"이모님은 여전히 친절한 미소를 지으셨다. "사모님, 드실 수 있을 만큼만 드세요. 저는 규정을 어길 수 없어요.""혹시... 자제분이 계신가요?" 박시준이 없으니 진아연의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있어요. 지금 대학생이에요! 사모님과 나이가 비슷하죠. 왜 갑자기 그게 궁금하신 거예요?"진아연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그냥... 듣기로는 임신하면 몸매도 다 망가지고 한다던데 이모님 몸매는 여전히 좋으시네요!""그런가요? 임신했을 때 입덧으로 아무것도 못 먹어서 출산할 때
"진아연, 누가 그래? 시준 씨가 좋아하는 다른 여자가 있다고? 그 말은 어디서 들었어? 그 여자 이름은 알고 있어?" 강진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비록 박시준의 옆에는 자신 외에 다른 여자가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지만.진아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까 내가 한 말은 그냥 의심일 뿐... 난 당신만큼 박시준씨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조금 진정된 후 그녀는 말을 바꿨다.박시준의 문제가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이 일에 엮이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단지 순조롭게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시준 씨가 다른 여자와 있는 걸 직접 본 줄 알았잖아! 깜짝 놀랐네." 강진은 진아연의 말을 믿고 차분해졌다. "시준 씨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남자는 아니야. 그는 여자를 좋아하지도, 아이를 좋아하지도 않아."진아연은 무심한 듯 물었다. "그가 아이를 싫어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어?""솔직히 그건 나도 잘 몰라. 이유를 알고 싶지도 않고. 그가 싫어하면 낳지 않으면 되니까." 강진은 중얼거리듯 말을 했다. "솔직히 나한테만 잘 하면 됐어.""당신만 괜찮다면야." 진아연은 그녀의 생각을 바꾸는 것을 포기했다.자신이 선택한 결과를 감당할 수만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던 모두 자신의 몫이니까.그녀는 강진의 행동이 어리석다고 느껴졌지만 박시준의 아이를 낳기로 결정한 자신도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어리석어 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주문한 음식이 나왔다.진아연은 너무 배가 고파 밥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하지만 강진은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으로 인해 입맛이 나질 않았다. "진아연, 정말로 시준 씨한테 관심이 없는 거야?"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없어."강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능력 있고 매력적인 남자인데."진아연은 진지하게 생각하고 말을 했다. "너와 박시준씨 중에서 하나만 선택하라면 난 차라리 널 선택하겠어." 그렇게 하면 적어도 맞지는 않겠지.강진은 무척이나 당황했다. "진아연, 설마 너..."진아연은
차가 옆으로 빠르게 지나갔다.찬바람과 함께!진아연이 고개를 들어보니 어두운 밤 속에서 롤스로이스의 미등이 어렴풋이 보였다.박시준의 차 같은데?그녀는 얼굴에 맺힌 눈물을 닦고 재빨리 기운을 차려 별장으로 걸어갔다.별장의 앞마당에서 그녀는 주차된 차를 보았다.그녀는 문밖에서 서성이면서 박시준이 방에 들어간 후 별장에 들어가기로 하였다.눈이 아파 고개를 들어보니 밤하늘에는 별들이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었다.예쁘다.내일은 날이 좋을 것 같네.어느새 그녀는 밖에서 한 시간을 서 있었다.마당에 있던 차도 운전기사가 벌써 차고에 주차를 했다.거실의 불은 여전히 켜져 있었지만 아무도 없는 듯 고요했다.마음이 편해진 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 거실을 향해 걸어갔다.2층 베란다에서 박시준은 회색 잠옷을 입고 휠체어에 앉아있었다. 손에 들고 있는 와인은 이미 마신지 오래였다.그녀가 밖에 서있는 한 시간 동안 그 역시 한 시간 동안 베란다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시간 동안 멍청하게 서있다니 너무 오래 서 있어서 나무 그림자처럼 보였다.박시준은 어릴 적부터 주변에 똑똑한 사람만 곁에 남겨두었다.하지만 진아연은 예외였다.그녀는 어리석었다. 자신의 성격이 안 좋은 걸 알면서도 몇 번이고 심기를 건드리다니참으로 어리석은 여자였다.그러나 그녀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함께 영향받고 있었다.감정을 리드당하는 기분.이런 묘한 기분은 그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것이었다.......방으로 들어온 진아연은 몸이 무거웠다.아마도 찬 바람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옷장에서 두꺼운 이불을 꺼내 몸을 감싸고 잠에 들었다.밤새도록 땀을 흘려 몸 안의 한기를 몰아냈다.이튿날, 몸이 끈적거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샤워를 하고 방문을 나선 그녀는 맛있는 냄새를 따라 식당으로 향했다. 마침 이모님께서 맛있는 음식을 테이블에 올렸다."그 사람은 밥을 먹었나요?" 진아연이 물었다.
"앉아." 그의 눈은 그녀를 가볍게 훑었다."네." 그녀는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테이블에는 노트북이 놓여있었다.그녀를 향한 있었던 노트북 화면에는 감시 영상이 보였다.자세히 보니 그의 침실 감시 화면임을 알 수 있다.침대를 향한 카메라 각도.침대 위에는 그와 그녀가 있었다.진아연은 CCTV 영상 화면을 보고 갑자기 몸 안의 피가 거꾸로 솟는 거 같았다!그녀는 벌떡 일어나서 노트북을 가리키며 이를 악물고 꾸짖었다. "박시준 씨! 변태예요? 안방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다니요!" 그녀는 무척이나 화가 났다!석 달 동안 그와 한 침대에 살았다는 사실을 잊고 살았는데.그가 식물인간 상태였기 때문에 그를 전혀 남자로 생각하지 않았다.밖에서 아무리 화려해도 개인 공간 안에서는 보기 흉한 행동들을 할 수도 있는데 자신이 3개월 동안 감시를 받았다는 사실을 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와 같은 방을 쓸 때 아무도 그녀에게 방에 감시 카메라가 있다고 말해주지 않았다.박시준은 분노에 떨고 있는 그녀를 보며 오히려 차분했다."내가 감시 장치를 설치했다고 생각하는 거야?"그도 오늘에서야 그가 아플 동안 방에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감시 카메라는 어머니의 지시에 따라 설치되었다.간병인이 그를 학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해 두었다고 했다.과거에 아무리 강한 사람이였다 할지라도 식물인간이 된 그를 두려워하지는 않을 테니까.어머니의 걱정하는 마음이 이해가 되기 때문에 박시준은 화를 낼 수 없었다.그는 어머니로부터 모든 CCTV 영상을 전달받았다.오늘 CCTV 영상을 전부 보고그는 화가 머리까지 치밀어 올랐다.진아연이 이런 여자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아... 어머니가 설치하셨다고요?" 진아연은 불안해서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왜 이런 일을 하신 거죠? 적어도 제게 귀띔이라도 해주셨어야죠! 전...전...""진아연, 넌 내가 깨어날 거라 아예 생각도 못 했나 보지?" 그의 눈에는 독기가 가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