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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Author: 젠모
last update Last Updated: 2022-07-25 16:30:11
삽시간에 조용해진 거실에는 숨소리만 들렸다.

진아연은 방으로 들어가며 문을 세게 닫았다.

'쾅!'

별장 전체가 흔들리는 듯했다.

감히 박시준이 있는 자리에서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여자는 진아연이 처음일 것이다.

모두들 긴장한 상태로 조심스럽게 박시준의 표정을 살폈고, 그의 태연한 표정을 보니 화가 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예를 들자면 그의 앞에서 감히 60데시벨 이상의 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방금 진아연의 행동은 최소 90데시벨을 넘고도 충분했는데 그는 평온해 보였다.

중요한 것은 방금 진아연이 깨뜨린 와인 한 병의 가격이 거의 이천만 원을 육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마실 기회를 잃었다.

그녀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순식간에 깨트려버렸다.

"음... 사실 어제 진 아가씨께서 부친 장례를 치렀다고 들었습니다. 검은 옷을 입으신 이유도 아마... 장례식장에서 바로 돌아오신 거 갔습니다."

긴 침묵을 깨트리고 누군가 말했다.

흰 드레스를 입은 여성의 이름은 강진. ST그룹의 홍보부장이다.

오늘은 그녀의 생일이다. 그리고 동시에 박시준의 회복을 축하하기 위해 모두들 박시준의 별장으로 와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방금 전 진아연과의 다툼으로 그녀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박시준이 지금은 차분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지만, 그녀는 그가 언제든지 자신에게 화를 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강진은 그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와 사과했다. "시준아, 미안... 진아연씨 부친상은 전혀 몰랐어."

박시준은 피다 만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껐다. 그리고 길다란 손가락으로 와인잔을 들어 한 모금을 마신 뒤, 테이블에 잔을 올려놓고 매력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생일 축하해."

강진의 귀가 빨개졌다. "고마워."

"근데... 진아연은 네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박시준은 천천히 자신의 셔츠 깃을 가다듬고 목소리를 깔며 경고했다. "이 집 안에 있는 모든 것들. 나 말고 아무도 함부로 대할 수 없어."

강진은 많이 당황했다. "하, 하지만... 저 여자는 어차피 이혼할 사람이고. 너한테도 골칫덩어리잖아!"

박시준의 눈빛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설령 내가

이때 이모님이 와서 깨진 술병 조각들과 더러워진 버릴 사람이라 할지라도 내가 보는 앞에서 마음대로 그녀를 밟을 자격이 없어, 그게 누구든간에."

카펫을 치우려 했다.

박시준의 와인 잔에는 친구들이 따른 와인으로 이미 가득 찼다.

"알았어. 시준아... 화내지 마.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강진이가... 진아연 씨를 정말 때릴 리가 없잖아." 박시준의 반대편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수습하려 했다.

"그, 그래! 강진! 너 아직 벌주 세 잔 아직 안 마셨다? 오늘 네 생일이라고 너무 마음대로 하는 거 아니냐!"

강진은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와인 잔을 들고 세 잔을 마시려 했다.

박시준은 옆에 있던 경호원을 흘끔 보았다.

경호원은 즉시 다가와 휠체어를 잡았다.

"그럼 다들 즐기다 가!" 이 말을 남긴 채, 박시준은 유유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강진은 자신에게 태도가 달라져버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충혈된 눈으로 와인 세 잔을 마시기 위해 걸어갔다.

"뭐야! 주인공도 없는데 계속 마시려고?"

"마시게 해! 강진이 속 좀 쓰릴 텐데. 항상 자기가 박 사모님이 될 거라고 생각했잖아!"

"그렇다고 오늘 이 일로 포기할 강진이 아니지! 어쨌거나 시준이 진아연과 이혼한대잖아."

"그나저나 진아연 씨, 예쁘긴 하더라. 근데 한 성격하는 거 같던데 시준이가 이혼 전까지 참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

......

손님방.

진아연은 무릎을 꼭 껴앉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3일 동안 참았던 모든 감정들이 한순간에 터져 나왔다.

아버지가 임종 전, 힘겹게 자신에게 사과하던 그 모습이 자꾸 생각났다.

살아계실 때, 아버지를 미워하던 자신의 모습이 후회됐다.

그렇게 방 안에서 혼자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

다음 날, 밤새 운 탓에 눈은 퉁퉁 부어 제대로 뜰 수 없을 지경이 되어 있었다.

샤워를 하고 깨끗한 잠옷으로 갈아입고 방에서 나왔다.

며칠 동안 입맛이 없어 제대로 먹질 않았더니 속이 약간 쓰렸다.

그녀는 식당으로 가다 박시준의 뒷모습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그때 이모님이 그녀를 발견하고 바로 인사를 건넸다. "사모님, 아침 식사하셔야죠! 어서 오세요!"

예전 같았으면 그녀는 그가 기분이 나쁠까 봐 최대한 피해 다녔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가 이혼을 미뤄야 하는 이유가 생겼으니 더 이상 죄인처럼 피해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그래도 그녀는 그와 가장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았고, 이모님은 아침 식사를 그녀 앞에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젓가락을 들던 순간.

"어젯밤 그 와인. 이천만 원짜리야." 담담한 그의 목소리.

젓가락을 쥐고 있던 진아연은 심장이 덜컥하고 내려앉았다.

이, 이천만 원?

고작 와인 한 병에?

아니. 대체 어떤 와인이길래 그렇게 비싼 거지?

설마... 물어내라는 건가?

설마 그는 그녀가 물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갑자기 위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며, 온갖 생각들로 등에는 식은땀이 났고 입맛도 싹 사라졌다.

박시준은 조용히 그녀의 퉁퉁 부은 눈과 수척해진 얼굴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경고야. 내 허락 없이 그렇게 경거망동하면 그땐 가만 안 둬!"

다행히 이번에는 넘어가겠다는 그의 말을 듣자 다시 속이 괜찮아지는 기분이었다.

사실 임신 초기에 대다수의 여성들은하루 종일 누워있을 정도로 헛구역질이 심하다고 들었다.

다행히 그녀는 가끔 올라오는 메스꺼움을 제외하고는 헛구역질은 없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릇에 담긴 고기를 보니 갑자기 속이 불편해졌고, 그래서 바로 고기를 빼냈다.

"사모님, 혹시 입맛에 맞지 않으세요?" 이모님은 그녀가 고기를 빼내자 약간 긴장한 듯 물어보았다..

진아연은 고개를 저으며 "아, 저 사실 요즘 채소만 먹어요."

이모님은 그 말에 대답했다. "그러시군요! 앞으로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침 식사를 마친 진아연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방으로 돌아갔다.

아버지 진준의 고문 변호사가 오늘 그녀에게 만나자고 했다. 정확히 무엇 때문에 만나자고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대략 예상이 갔다.

단정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가방을 들고 방에서 나왔다.

하필이면 박시준 역시 외출 준비를 마치고 막 나가려던 참이였다.

운전사가 그를 데리러 왔다.

진아연은 시간을 한번 보았다. 열시에 변호사와 만나기로 했는데 벌써 아홉시가 다 돼갔다.

별장촌에서 빠른 걸음으로 10분 정도 걸어 나가야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어제 한바탕 가을비가 내린 뒤라 그런지 쌀쌀한 날씨였다.

갑자기 찬 바람을 맞아서 그런지 얼마 걷지도 못하고 속이 메스꺼워졌다.

은색의 벤틀리는 주차장에서 나와 출발했고, 멀지 않은 곳에서 진아연을 닮은 사람이 보이자 기사님은 약간 속도를 늦췄다.

"사모님 같은데..."

점점 가까워지자 기사는 중얼거리며 다시 속도를 줄였다.

기사는 사실 집에서 나올 때부터 그녀의 옷차림이 인상에 남아 알아본 것이다.

뒤에서 눈을 감고 있던 박시준은 기사의 말에 감긴 눈을 떴다.

"박 회장님, 사모님께서... 토하시는 거 같습니다." 운전석에 있는 기사는 그녀의 상황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진아연은 아침을 먹을 때까지만 해도 헛구역질이 심하지 않아 속으로 내심 기뻐했다. 하지만 이렇게 길에서 토를 할줄은 예상치 못했다.

그녀는 쓰레기통을 붙잡고 토한 다음, 집으로 돌아가 다시 세수를 할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뒤를 돌아본 순간, 박시준의 고급 세단이 보였다.

아침 햇빛에 비친 그의 차는 밝게 빛나다 못해 눈이 부셨다.

어느 순간 그녀 옆에 차를 세우더니 차창이 천천히 내려갔다.

그녀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박시준의 눈과 마주쳤다.

순식간의 그녀의 얼굴이 빨개졌다.

설마 의심하지 않을까 걱정한 것이다.

그녀는 미간을 찡그린 채, 뒷자리에 앉아있는 그를 의식하며 말했다. "아... 하하. 아침을 너무 많이 먹었나."
Comments (1)
goodnovel comment avatar
김한민
참 . 아직은 임신사실을 알면 안될것 같으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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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가 옆으로 빠르게 지나갔다.찬바람과 함께!진아연이 고개를 들어보니 어두운 밤 속에서 롤스로이스의 미등이 어렴풋이 보였다.박시준의 차 같은데?그녀는 얼굴에 맺힌 눈물을 닦고 재빨리 기운을 차려 별장으로 걸어갔다.별장의 앞마당에서 그녀는 주차된 차를 보았다.그녀는 문밖에서 서성이면서 박시준이 방에 들어간 후 별장에 들어가기로 하였다.눈이 아파 고개를 들어보니 밤하늘에는 별들이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었다.예쁘다.내일은 날이 좋을 것 같네.어느새 그녀는 밖에서 한 시간을 서 있었다.마당에 있던 차도 운전기사가 벌써 차고에 주차를 했다.거실의 불은 여전히 켜져 있었지만 아무도 없는 듯 고요했다.마음이 편해진 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 거실을 향해 걸어갔다.2층 베란다에서 박시준은 회색 잠옷을 입고 휠체어에 앉아있었다. 손에 들고 있는 와인은 이미 마신지 오래였다.그녀가 밖에 서있는 한 시간 동안 그 역시 한 시간 동안 베란다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시간 동안 멍청하게 서있다니 너무 오래 서 있어서 나무 그림자처럼 보였다.박시준은 어릴 적부터 주변에 똑똑한 사람만 곁에 남겨두었다.하지만 진아연은 예외였다.그녀는 어리석었다. 자신의 성격이 안 좋은 걸 알면서도 몇 번이고 심기를 건드리다니참으로 어리석은 여자였다.그러나 그녀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함께 영향받고 있었다.감정을 리드당하는 기분.이런 묘한 기분은 그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것이었다.......방으로 들어온 진아연은 몸이 무거웠다.아마도 찬 바람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옷장에서 두꺼운 이불을 꺼내 몸을 감싸고 잠에 들었다.밤새도록 땀을 흘려 몸 안의 한기를 몰아냈다.이튿날, 몸이 끈적거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샤워를 하고 방문을 나선 그녀는 맛있는 냄새를 따라 식당으로 향했다. 마침 이모님께서 맛있는 음식을 테이블에 올렸다."그 사람은 밥을 먹었나요?" 진아연이 물었다.

    Last Updated : 2022-07-25
  • 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   제18장

    "앉아." 그의 눈은 그녀를 가볍게 훑었다."네." 그녀는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테이블에는 노트북이 놓여있었다.그녀를 향한 있었던 노트북 화면에는 감시 영상이 보였다.자세히 보니 그의 침실 감시 화면임을 알 수 있다.침대를 향한 카메라 각도.침대 위에는 그와 그녀가 있었다.진아연은 CCTV 영상 화면을 보고 갑자기 몸 안의 피가 거꾸로 솟는 거 같았다!그녀는 벌떡 일어나서 노트북을 가리키며 이를 악물고 꾸짖었다. "박시준 씨! 변태예요? 안방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다니요!" 그녀는 무척이나 화가 났다!석 달 동안 그와 한 침대에 살았다는 사실을 잊고 살았는데.그가 식물인간 상태였기 때문에 그를 전혀 남자로 생각하지 않았다.밖에서 아무리 화려해도 개인 공간 안에서는 보기 흉한 행동들을 할 수도 있는데 자신이 3개월 동안 감시를 받았다는 사실을 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와 같은 방을 쓸 때 아무도 그녀에게 방에 감시 카메라가 있다고 말해주지 않았다.박시준은 분노에 떨고 있는 그녀를 보며 오히려 차분했다."내가 감시 장치를 설치했다고 생각하는 거야?"그도 오늘에서야 그가 아플 동안 방에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감시 카메라는 어머니의 지시에 따라 설치되었다.간병인이 그를 학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해 두었다고 했다.과거에 아무리 강한 사람이였다 할지라도 식물인간이 된 그를 두려워하지는 않을 테니까.어머니의 걱정하는 마음이 이해가 되기 때문에 박시준은 화를 낼 수 없었다.그는 어머니로부터 모든 CCTV 영상을 전달받았다.오늘 CCTV 영상을 전부 보고그는 화가 머리까지 치밀어 올랐다.진아연이 이런 여자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아... 어머니가 설치하셨다고요?" 진아연은 불안해서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왜 이런 일을 하신 거죠? 적어도 제게 귀띔이라도 해주셨어야죠! 전...전...""진아연, 넌 내가 깨어날 거라 아예 생각도 못 했나 보지?" 그의 눈에는 독기가 가득 했다.

    Last Updated : 202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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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   제3177장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 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   제3176장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 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   제3175장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 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   제3174장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 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   제3173장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 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   제3172장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 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   제3171장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 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   제3170장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 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   제3169장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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