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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제9장

작가: 젠모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방문이 열리자 박 사모님이 문어구에 서서 방안을 들여다보았다.

방안에는 진아연이 무릎을 두 손으로 꼭 껴안은채 고개를 숙이고 벽에 기대어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녀는 망연한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문쪽으로 돌렸다.

"아, 아연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니?!"

박 사모님은 진아연의 창백한 얼굴을 보자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아연아... 상태가 왜 이러니? 설마... 시준이가... 이렇게 만들었니?"

박 사모님의 목소리가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진아연은 며칠 전보다 많이 말라있었다.

얼굴에는 핏기가 조금도 없었고 입술은 수분 부족으로 메말라 있었다.

오랜만에 사람의 온기가 느껴져서 그런지 가슴속으로부터 뭔가 벅차올랐지만 소리를 낼 힘이 없었다.

이모님이 바로 따뜻한 우유 한 잔을 가지고 와서 건넸다. "사모님... 어서 마시세요... 이제 박 사모님께서 오셨으니 다 괜찮으실 거예요. 얼른 음식을 가져다드릴게요..."

박 사모님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이게 다 무슨 일이니? 시준이가... 설마 아연이에게 밥을 주지 말라고 한 거야? 어쩐지... 아연이가 갑자기 너무 말랐다고 했어! ... 아연이를 굶겨 죽일 셈인 거야?!"

진아연의 모습은 박 사모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그녀는 재빨리 거실로 나가 아들에게 말했다.

"시준아. 아연이는 내가 어렵게 데려온 네 아내야. 근데... 네가 이렇게 아연이를 괴롭히면 엄마 마음은 어떻겠니?"

"잘못을 했다면 벌을 받아야죠. 어머니를 생각하지 않았다면 제가... 그녀를 제 집에 두지 않았을 겁니다."

그의 목소리는 무미건조함 그 자체였다.

"이틀 굶은건 저 여자가 한 짓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 여자가 마음대로 집안을 돌아다녔고. 선까지 넘었는데 어떻게 그냥 둡니까?"

"뭐라고? 아연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박 사모님이 알고 있는 진아연은 착하고 눈치빠른 아이여서 절대 어리석은 행동으로 박시준을 화나게 만들고 그럴 사람이 아니였다.

박시준은 어머니의 말에 아무 대답 없이 가만히 있었다.

"... 시준아. 그래. 결혼도 그렇고 아이도 그렇고 낳고 싶지 않다는 거 안다... 하지만 엄마로서 그런 널 그냥 둘 수 없어... 아연이는 착한 아이야. 네가 아연이를 좋아하라는 말은 아니야. 그저 너희 둘... 명의상 부부라도 좋으니 그냥 함께 있어주면 좋겠어!"

박 사모님은 이 말을 마치며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흘렸다.

말을 하면 할수록 숨이 가빠져 왔다.

박시준은 어머니에게 변명을 하려 했지만 어머니의 상태가 다시 안 좋아진 것을 느끼고 바로 경호원에게 어머니를 부축하라는 눈짓을 보냈다.

"... 시준아, 내가 이렇게 살아있는 한... 아연이를 내보낼 생각은 하지 말거라! 이혼을 하지 말라는 건 아니야... 아니면 네가 좋아하는 여자를 내앞에 데려오든가...엄마는 네가 혼자 외롭게 살아가는 꼴을 두고 볼수 없어! "

박 사모님은 부축을 받고 소파에 앉았지만 머리는 점점 더 어지러워졌다.

이 말을 끝으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30초 후, 박 사모님의 고개는 천천히 한쪽으로 기울어졌고 끝내는 소파에 털썩하고 쓰러졌다.

오늘 아침에 퇴원한 박 사모님은 다시 급하게 병원에 실려갔다.

박시준은 어머니의 태도가 이렇게 강경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자신에게 화를 낼 줄은 예상도 못 했다.

진아연과의 이혼 문제는 빨리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사실 그는 진아연이라서 싫은 게 아니라 다른 여자라도 똑같이 대했을 것이다.

그래서 진아연과 이혼을 하기 위해 굳이 다른 여자를 찾을 필요는 없었다.

......

방 안에서 진아연은 우유를 마신 뒤,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거실에서 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다 들었다.

박시준은 별말을 하진 않았지만 사모님은 그때문에 열받아서 쓰러지셨다.

이모님은 그녀에게 얼른 죽을 만들어 가져왔고 빗으로 헝클어진 머리를 빗겨주었다.

"사모님, 들으셨죠? 대표님께서도 사모님을 바로 내쫓으실 수는 없으실 거예요."

이모님은 그녀를 위로했다.

진아연은 이틀 동안 방 안에 갇혀있으면서 생각들을 정리했다.

"전... 이혼할... 거예요..."

그녀의 목소리는 거칠었지만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이제는... 그가 싫다고 하더라도. 제가... 반드시 이혼할 거예요."

마음 같아서는 일분일초라도 더 이상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

박시준! 악마 같은 사람!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이모님은 당황해하며 "사모님, 우선 먼저 뭐라도 먹고 이야기해요. 제가 나가서 상황을 보고 올게요."

이모님이 방을 나가려던 찰나, 거실쪽에서 경호원과 함께 이쪽으로 오고있는 박시준의 모습이 보였다.

"대, 대표님. 사모님께서 지금... 상태가 좋지 않으세요."

박시준은 평소와 같은 무표정이었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보는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이모님이 자리를 비키자, 경호원들이 휄체어에 앉은 그를 모시고 방문어구까지 갔다.

진아연은 고개를 들어 올리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둘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불꽃이 타닥-하고 튀었다.

"좋아요! 이혼해요! 박시준씨!"

진아연은 죽 그릇을 내려놓고 자신의 캐리어를 끌고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

이미 그녀는 언제든 떠날수 있도록 만단의 준비를 했었다.

"당신이 좋아하는 여자랑 결혼하세요!"

그녀는 흥분하며 말했다.

박시준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네 이 태도는 지금 네가 잘못한 게 없다?"

"아니요! 있죠! 잘못한 거라고는 제가 당신 컴퓨터를 사용해도 괜찮다고 생각한 거죠!"진아연은 거친 숨을 고르며 "그래서 지금 이렇게 벌받았잖아요! 그럼 된 거 아닌가요?! 이혼 합의서는 준비되어 있겠죠? 없다면 제가 당장 가서..."

갑자기 자신에게 함부로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박시준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내가 언제 벌이 끝났다고 했지?"

진아연은 마치 머리를 한 대 세게 맞은 느낌이었다.

"이렇게 내 곁에 있는 게 고통스럽다면. 그래. 계속 박 사모님 소리 듣고 살게 해주지!"

박시준은 그녀와 상의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명령조로 이야기했다.

"아, 물론 이혼은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야."

그는 이 한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진아연은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가 이혼하자고 하면 하는 거고, 안한다면 아닌 게 되는 거야?

설마 그녀 혼자 이혼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러다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면서 땅이 거꾸로 움직이는 거 같았다.

그녀는 바로 침대로 돌아가 누웠다.

오랜만에 침대에 누워서 그런지 흥분된 감정은 점차 진정이 되었다.

아무리 박시준이라 할지라도 지금은 자신과 이혼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의 어머니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녀 역시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준 사모님을 위해서조금 기다려 주는것도 괜찮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다.

일주일 후.

그녀의 몸이 정상적으로 회복되었다.

아침 식사 후, 재검사를 하기 위해 혼자 병원으로 향했다.

어떤 강한 예감이 들었다.

그녀의 아이가... 사라졌을 거란 예감 말이다.

박시준 때문에 이틀이나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스트레스 역시 엄청나게 받았다.

분명... 아이 역시 극심한 스트레스와 영양 부족으로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의사는 그녀에게 다시 초음파 검사를 하자고 했다.

검사를 받는 진아연의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 아기는... 잘못된 거죠...?"

의사: "왜 그렇게 말씀하시죠?"

"사실... 요즘 극심한 스트레스에...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질 못 했거든요... 그래서 아기도..."

의사: "아, 이틀 정도 안 먹는다고 해서 큰 문제될건 없습니다. 사실 입덧이 심한 경우에는 한 달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할 수도 있거든요."

진아연은 긴장했다. "그럼 아기는..."

의사: "축하드려요! 자궁에 아기집 두 개가 보이네요. 쌍둥이입니다."

제9장

이전 검사에서 아기집이 두 개까지 보이진 않았다.

불과 일주일 만에 다른 한 아이까지 세상에 나오고자 한다.

진아연은 초음파 사진을 들고 병원 복도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의사는 그녀에게 쌍둥이를 임신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그리고 만약 낙태를 할 경우에는 앞으로 절대 쌍둥이를 가지긴 힘들 거라 말했다.

진아연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 모든 것이 박 씨 가문 주치의의 걸작이다.

그들은 수정관 임신 시, 쌍둥이를 가질 수 있다고는 말하지 않았었다.

아마도... 그들에게 있어서, 그녀는 단순히 가문의 혈통을 이어줄 도구에 불과했을 것이다.

지난주에 출혈이 있었고 그녀는 생리가 왔다고 주치의에게 말했었다. 아마 주치의는 임신이 실패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박시준이 깨어난 뒤, 이혼까지 말이 나왔으니 주치의가 그녀를 찾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

이제 아이의 생사는 그녀의 마음에 달린 것이다.

병원에 1시간 정도 앉아 있었고... 어느 순간, 가방 속의 휴대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자리에 일어나 병원 밖으로 천천히 걸어나가며 전화를 받았다.

"아연아...! 네 아버지가...! 어서 빨리 아버지 집으로 오렴!" 수화기 건너편의 어머니의 목소리는 많이 갈라져 있었다.

진아연은 순간 멈칫했다.

아빠가... 위독하시다고?

이렇게 갑자기?

그녀의 아버지는 회사 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시는 바람에 그녀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근데... 아버지 상태가 이렇게 심각할 줄은 전혀 몰랐다.

안 그래도 복잡해진 진아연의 마음은 더욱더 혼란스러워 졌다.

그녀와 아버지의 관계는 좋지 못했다. 다른 여자와 불륜을 저지른 아버지를 영원히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아버지가 쓰러져 많이 위중한 상태라고 하니 가슴 한편이 아려왔다.

......

아버지의 집에 도착했고, 거실은 난장판이었다.

장희원이 그녀를 데리고 침실로 들어갔다.

그녀의 아버지 진준은 침대에 누워있었다. 딸 진아연이 들어오자 그는 힘겹게 눈을 뜨며 천천히 그녀를 향해 팔을 뻗었다.

"아빠... 이렇게 아프면서 왜 병원에 안 가는 거야?" 진아연은 힘겹게 뻗어있는 아버지의 차가운 손을 잡았다. 그러자 그의 두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맺혔다.

왕은지는 그녀를 바라보며 날카롭게 말했다. "말은 쉽지! 우리가 지금 병원에 입원시킬 돈이 어딨니?!"

진아연은 그런 그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 당신. 날 박 씨 집안에 팔아넘기면서 돈 많이 받았잖아? 왜 아빠를 치료하지 않는 건데?!"

왕은지는 입꼬리를 올리며 "그 돈은 빚 갚는 데 사용해야지! 네 아버지가 얼마나 많은 빚을 졌는지 아니? 진아연. 넌 내가 그 돈을 꿀꺽했다고 생각하나 본데! 네 아버지 병은 이미 가망이 없어! 그러니깐 그냥 보내드리는 게 맞아!"

왕은지는 그 말을 끝으로 침실을 나가버렸다.

그래도 여동생 진희연은 자리에 그대로 남았다.

과거가 어떻게 되었든 그녀는 진준의 피가 흐르는 친딸이었고, 아버지로서 그는 그녀를 항상 아끼고 사랑해 준 것은 사실이였다. 이렇게 아버지를 잃고 싶지 않은건 진희연도 마찬가지였다.

"아빠... 엄마 말은 너무 개의치 마세요. 치료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돈이 없어서 잠시 못하는 거니깐." 진희연 역시 침대 옆에 서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아빠... 빨리 일어나야지..."

진준은 자신의 딸 진희연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하였다.

눈물을 머금은 두 눈은 진아연을 바라보며 힘겹게 입을 열어 말했다. "아연... 우리 예쁜 딸... 아빠가 미안... 하다... 네 엄마한테도... 미... 안해. 다음 생에... 다 갚으... 마..."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있던 아버지의 큰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그리고 흐느낌 소리가 온 집안을 울려퍼졌다.

진아연은 심장이 뜯겨져 나가는 듯했다.

그녀의 세계는 하룻밤 사이에 완전히 달라졌다.

결혼을 했고, 아이를 가지게 되었으며...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분명 아직 그녀는 어린데,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아기에 불과한데, 세상은 그녀를 벼랑끝까지 몰고가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장례식 날. 하늘이 마치 그녀의 마음을 아는 듯 계속 비를 내렸다.

파산 위기의 집안이라 장례식장에 찾아오는 조문객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장례식이 끝난 뒤, 계모인 왕은지는 자신의 친구들을 불러 호텔로 가버렸다.

순식간에 조문객들은 빠져나갔다.

묘지에는 장희원과 진아연 두 사람만 남았다.

회색빛 하늘처럼 둘의 마음은 무거웠다.

"엄마. 아직도 아빠를 용서 못 하겠어?" 진아연은 씁쓸한 눈빛으로 아버지의 묘비를 바라보며 말했다.

장희원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당연히 용서 못 하지. 이렇게... 죽어도 용서 못 해."

그런 엄마를 보며 진아연은 말했다. "근데... 왜 그렇게 울어?"

장희원은 깊은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사랑했으니깐 . 아연아. 사람의 감정은 매우 복잡한 거란다. 사랑도 미움이고, 미움도 사랑이란다. 참 모순적이지."

그날 저녁. 진아연은 지친 몸을 이끌고 박시준이 있는 별장으로 들어갔다.

아버지의 장례가 끝나고 날짜를 보니 3일이나 지나 있었다.

지난 3일 동안 그녀는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녀에게 따로 연락이 오진 않았다.

그녀 역시 일부러 따로 말하지는 않았다.

박시준과 그녀의 관계는 얼음장보다 더 차가운 관계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정원 문을 열고 들어서자 별장 불이 밝게 빛나고 있었고 거실에 사람들이 많이 와있었다.

모두 고급스러운 옷차림에 한 손에는 다들 와인잔을 들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자신과 너무 다른 즐거운 모습에 그녀는 잠시 주춤했다.

"사모님!" 이모님이 머뭇거리는 그녀를 보고 바로 반겼다.

며칠 사이 그녀의 표정은 너무나도 메말라있었다. 거실의 분위기와 너무나도 다른 그녀의 초췌한 모습에 이모님은 그녀를 조심스럽게 살피며 다가왔다.

"비가 와요. 어서 들어오세요!" 이모님은 그녀의 팔을 붙잡고 거실로 들어왔다.

진아연은 검은색 트렌치코트에 가냘픈 발목에는 검은색 플렛 슈즈를 신고 있었다.

그녀 역시 평소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으며 어딘가 모르게 차가워 보였다.

이모님은 그녀를 위해 분홍색 슬리퍼 한 컬레를 가져왔다.

무심코 슬리퍼로 갈아 신은 그녀는 거실을 쳐다보았다.

박시준의 손님들은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를 보는 것처럼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눈빛은 대담하다 못해 무례했다.

진아연은 거실 중간에 있는 소파에 앉아 있는 박시준을 당당하게 쳐다봤다..

그의 손가락에는 담배 한 개비가 들려 있었고, 담배 연기 사이로 보이는 그의 차가운 얼굴 역시 연기처럼 사라질듯 위험해 보였다.

그리고 그의 옆으로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여자는 긴 흑발에 몸매가 드러나는 타이트한 흰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으며, 화려한 화장이 잘 어울리는 미인이었다.

여자의 상반신은 거의 박시준에게 기대다 싶이 있었고, 그녀의 손에도 얇은 담배 한 개비가 들려있었다.

한눈에 봐도 그녀와 박시준은 특별한 관계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진아연은 그 여자에게 시선이 잠깐 머물렀지만 바로 미간을 찌푸리며 시선을 거뒀다.

"당신이 진아연?"

같은 여자가 봐도 너무 아름다운 그녀는 소파에서 일어나 황홀하게 진아연 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음, 사모님의 안목은 역시 다르네. 생긴 것도 나쁘진 않고. 다만... 어려. 아, 내 말은 나이가 아니라... 몸매가..."

진아연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네. 그쪽은 참 아름다우세요. 몸매도 얼굴도 저보다 다 나으세요... 그래서 언제 박시준 씨와 결혼하실 건가요?"

아무 감정 없이 내뱉은 그녀의 한 마디가 상대방을 오히려 자극했다.

"진아연! 너무 어려서 그런가? 상대를 봐가면서 덤벼야지! 내가 시준 씨랑 몇 년을 함께한 사이인지 알아? 지금 뭔가 착각하나 본데! 네가 시준 씨의 아내라고 하더라도 나한테 안돼! 지금 내가 네 뺨을 때리더라도 그는 눈 하나 깜빡 안 할걸!" 그러면서 여자는 팔을 들었다.

그때 '쨍그랑!' 하며 술병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진아연이 탁자 위에 놓여 있는 고급 와인 한 병을 집어 들고 테이블로 내리쳐 버린 것이다.

새빨간 액체들이 사방으로 튀었고 빨간 와인이 카펫 위로 흘러내렸다.

진아연은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한 손에는 깨진 술병을 들고 그 여자에게 겨누었다.

"한대 치겠다?

그래! 해봐! 내 몸에 손대기만 해봐!

가만있지 않을 테니깐!"

그리고 술병을 들고있는 자세로 여자를 향해 조금씩 다가갔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충격에 빠져버렸다.

소문에는 소심하고 내성적이라고 했는데... 이 정도면 미친 여자가 아닌가!

박시준은 가늘게 뜬 눈으로 쳐다보며 담배 연기를 천천히 내뿜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독기가 한껏 올라와 있는 진아연의 작은 얼굴에 머물렀다.
댓글 (2)
goodnovel comment avatar
강윤진
8회가 중복되어있어요
goodnovel comment avatar
alsgml132
앞으로 전개가 너무 기대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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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팔을 차창으로 내밀었다.그리고 기다란 손가락으로 티슈 몇 장을 건넸다.생각지도 못한 그의 다정한 행동에 자신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받았다. "고, 고마워요."왜인지 모르겠지만 티슈에는 그의 온기가 느껴지는 듯했다.그리고 그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 차창을 닫았고, 차는 그렇게 출발해 멀어져 갔다.오전 10시.진명그룹.진명그룹의 직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회사를 지키고 있었다.한 달 이상 급여가 밀려있는 상태였지만, 진명그룹은 이래뵈도 A시의 유명한 브랜드 기업이었다. 그래서 아무리 인터넷에서 온갖 부정적인 소식이 떠돌아도 직원들은 자리를 지키며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회사에 막대한 부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더라면 진아연도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일반 회사의 모습이 허상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부회장님과 함께 진아연은 회의실로 들어갔다.변호사는 진아연을 보자 "진 아가씨,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는 회장님의 부탁으로 유언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진아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변호사는 서류 봉투에서 문서를 꺼내 담담하게 읽어내려 갔다. "회장님 앞으로 총 부동산 6채에 해당하는 자료가 각각 여기있습니다... 한번 확인해 보세요."진아연은 서류를 건네받아 자세히 살폈다."그리고 회장님 앞으로 요트 3대가 있습니다." 다른 서류를 또한 그녀에게 건네줬다. "그리고 상가 8곳, 차량 12대를 소유하고 계십니다."진아연은 집안 재산에 관련해서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우선 그녀는 재산에 일절 관심이 없었다.둘째, 그녀의 아버지 역시 그녀에게 자세하게 알려주지 않았다.변호사는 계속해서 아버지의 유산 목록을 말했고, 그녀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자신의 아버지가 이렇게나 부자였을 줄 몰랐다.이렇게 고정 자산이 많은데 왜 자신의 치료를 위해 사용하지 않았던 걸까?"이 자산 이외에도 현재 이 회사의 경우도 회장님께서 최대 주주이십니다." 변호사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회장님께서는 이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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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9시.밤바람이 제법 쌀쌀해진 초가을. 땅에는 떨어진 낙엽이 뒹굴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진아연은 택시에서 내렸고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자신의 치마 자락을 매만졌다.가방을 어깨에 다시 메고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해 걸어갔다.어두운 밤, 그녀는 빨간색의 롱스커트의 서스펜더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아침에 외출할 때는 단정한 셔츠와 슬랙스 차림이었다.그녀가 정원에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다른 남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 저런 옷을 입었다는 사실이 박시준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진아연은 조용히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왔고, 박시준이 아직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그는 블랙 셔츠를 입고 있는 그는 오늘따라 더욱더 냉혈한처럼 보였다.그의 표정은 여느 때보다 굳어 있었고, 그런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그녀는 애썼다.실내화로 갈아 신은 다음, 그녀는 그와 인사를 해야 하나 망설였다.그때 아침에 그녀가 힘들어할 때, 티슈라도 건네준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래서 어쩔 수 없이 거실로 걸어가 그를 마주했다.이상하게 오늘 집의 분위기가 어딘가 달라 보였다. 아, 그러고 보니 항상 맞아주시던 이모님이 보이지 않았다."저 오늘... 이모님은 집에 안 계시나요?"아무리 심호흡을 해도 긴장되는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고, 그래서 그녀는 그냥 방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했다."가까이 와." 무미건조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거실에는 두 사람밖에 없어 못 들은 척도 할 수 없었다."왜요?" 그녀는 살며시 돌아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그를 쳐다보았다."내가 가까이 오라고 하지 않았나?" 누가 봐도 그는 화를 억누른 채 말하고 있는게 느껴졌다.너무 긴장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다가갔다.그의 명령을 거역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무리 휠체어 신세인 그라 할지라도 그녀는 무서웠다. 그녀는 가까이 다가가 그의 얼굴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 무슨 일인데요? 혹시 이제 이혼하는 건가요?"전혀 악의가 느껴지지 않은 그녀의 담담한 목소

  • 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   제13장

    침실 안, 욕실.간병인은 마른 수건을 가져와 박시준의 몸을 조심스럽게 닦아냈다.두 다리가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지금 있는 간병인은 교통사고 이후, 계속해서 그를 돌봐주고 있는 사람이다.40대 남성이며 간병인으로서는 완벽했다."박 대표님, 다리에 멍이 드셨네요." 간병인은 그에게 목욕 가운을 입혀주며 말했다. "제가 얼른 약을 발라드리도록 하겠습니다."박시준은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 앉았다. 간병인이 나간 후, 조심스럽게 자신의 가운을 들어 올려 작은 멍의 흔적을 보았다.진아연이 남긴 흔적.그의 다리는 완전히 감각이 없는 건 아니었다.그녀가 몰래 그를 꼬집을 때도 그는 알고 있었지만 참았다.자꾸 진아연의 울던 표정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그리고...그녀의 향기가 자꾸 코끝에서 느껴지는 듯했다.여태 많은 여자들의 유혹이 있었지만 그 누구에게도 이렇게 마음이 끌렸던 적은 없었다.심지어 이런 모순적인 감정이 드는 것도 처음이었다.오늘 밤 진아연은 그를 시험에 들게 하는 듯 자극했다.곧 이혼을 할 여자에게 이런 감정이 드는 것이 맞는 걸까?그는 혼란스러워하는 자신의 모습이 어색했다.약간의 후회는 들었지만 오늘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난다 해도 똑같이 화를 내며 다른 남자의 향기가 묻어 있는 그녀의 옷을 찢었을 것이다.......다음날. 아침 7시.진아연은 박시준과의 아침 식사때 마주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일찍 일어났다.그녀는 방에서 나와 바로 식당으로 향했다.이모님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사모님도 오늘 일찍 일어나셨네요! 아침식사가 이미 준비되어 있답니다."'-사모님도'라는 단어가 매우 어울리는 상황이었다.박시준 역시 식당에 나와있다는 뜻이기에 그녀는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사모님, 오늘은 채소로 만든 만둣국을 준비했어요. 고기를 안 드신다기에 특별히 사모님을 위해 준비했는데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네요." 이모님은 신나게 말하며 진아연을 식탁에 앉혔다.진아연은 가시방

  • 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   제14장

    그의 얼굴이 그녀에게는 악마처럼 보였다."왜요?" 진아연은 어렵게 말을 꺼냈다."당신이 아이를 가지고 싶지 않더라도 이렇게까지 얘기할 필요는 없잖아요!"박시준의 깊은 눈빛에서 오싹한 한기가 느껴졌다. "내가 말을 이렇게 하지 않으면 너가 행여나 말귀를 못알아 들을가봐."진아연은 심호흡을 하며 그의 얼굴에서 시선을 뗐다.그녀는 자신이 곧 멸망의 나락으로 발을 들여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녀의 이런 반응은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진아연, 설마 너 내 아이를 가지고 싶은 거야?"진아연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내 경고를 무시하지 마. 내가 어떤 사람인지 너도 알잖아. 난 말보다 행동이 더 극단적인 사람이야. 죽고 싶지 않다면 날 건드리지 마." 그는 창밖을 바라보며 날카로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꺼냈다.진아연은 주먹을 쥐면서 말을 꺼냈다. "당신 아이는 안 낳을 거니깐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당신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당신도 잘 알고 있잖아요. 지금 급한 건 이혼 문제죠!"이 아이는 그 사람만의 아이가 아니다.만약에 아이를 낳더라도 이 아이는 내 아이일 뿐.아이들이 자라면 아버지는 죽었다고 말할 것이다!"아직 때가 아니야. 어머니의 몸 상태가 좋아질 때 말할 거야." 그녀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박시준의 어조는 훨씬 차분해졌다.그는 자신이 그녀가 원하는 남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그래도 너무 오래 끌면 안 돼요." 그녀는 약간 불안해하며 인상을 찌푸렸다.오래 끌면 배가 더 커지게 될 것이니까.그때는 숨기지도 못할 테니 당연히 강제로 아이를 지우겠지."급하게 이혼할 만큼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 건가?" 박시준의 시선이 차갑게 그녀의 얼굴에 꽂혔고 마치 뭔가 꿰뚫어보기라도 하듯이 되물었다.진아연은 바짝 긴장이 되었다. "아니요! 급한 일은 없고 그냥... 그냥 당신과 같이 있고 싶지 않아요. 당신과 함께 있으면 너무 우울해지거든요, 몰랐어요?"박시준은 다시 입꼬리를

  • 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   제15장

    임산부용 칼슘 보충제는 중년층, 칼슘 결핍자용과 포장이 같았다.다행히 병에 쓰인 것은 단순히 칼슘 보충제였다."굳이 먹는 약을 다른 사람들에게 곧이곧대로 말해야 하나요?" 진아연의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말투는 여전히 차분했다.그리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는 도망쳤다.그녀는 칼슘 보충제를 서랍에 넣고 화장실로 가 세수를 하며 본인을 진정시켰다.이대로는 안 돼. 하루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지 않으면 언젠가는 그에게 들통날 것이다.그녀의 산부인과 검사증명서도 모두 방에 있다. 박시준이 방을 뒤지면 바로 들킬 것이다.물론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박시준이 또라이는 맞지만 그렇게까지 변태는 아닐 테니 그녀의 방을 뒤지진 않을 거다.박 씨 가문으로부터 고액의 예물을 받았기 때문에 그가 이혼을 말하지 않는 이상 이혼을 할 방법이 없었다.그녀는 침대에 앉아 여러 가지 생각에 배고픔조차 잊고 있었다.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문을 열었다."사모님, 대표님께서는 방으로 들어가셨어요. 식사하시러 오세요!" 이모님의 미소는 매우 친절하였다.그녀의 불안한 마음은 많이 완화되었다. 이 별장에서는 박시준을 제외한 모든 이가 그녀에게 친절했다.아마도 그녀가 어려서 잘 보살펴주는듯한 느낌이었다.그녀는 이모님을 따라 다이닝 룸으로 갔다. 테이블에는 이미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이모님, 저 혼자서는 이 많은 걸 다 못 먹어요. 같이 식사해요!"이모님은 여전히 친절한 미소를 지으셨다. "사모님, 드실 수 있을 만큼만 드세요. 저는 규정을 어길 수 없어요.""혹시... 자제분이 계신가요?" 박시준이 없으니 진아연의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있어요. 지금 대학생이에요! 사모님과 나이가 비슷하죠. 왜 갑자기 그게 궁금하신 거예요?"진아연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그냥... 듣기로는 임신하면 몸매도 다 망가지고 한다던데 이모님 몸매는 여전히 좋으시네요!""그런가요? 임신했을 때 입덧으로 아무것도 못 먹어서 출산할 때

  • 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   제16장

    "진아연, 누가 그래? 시준 씨가 좋아하는 다른 여자가 있다고? 그 말은 어디서 들었어? 그 여자 이름은 알고 있어?" 강진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비록 박시준의 옆에는 자신 외에 다른 여자가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지만.진아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까 내가 한 말은 그냥 의심일 뿐... 난 당신만큼 박시준씨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조금 진정된 후 그녀는 말을 바꿨다.박시준의 문제가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이 일에 엮이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단지 순조롭게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시준 씨가 다른 여자와 있는 걸 직접 본 줄 알았잖아! 깜짝 놀랐네." 강진은 진아연의 말을 믿고 차분해졌다. "시준 씨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남자는 아니야. 그는 여자를 좋아하지도, 아이를 좋아하지도 않아."진아연은 무심한 듯 물었다. "그가 아이를 싫어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어?""솔직히 그건 나도 잘 몰라. 이유를 알고 싶지도 않고. 그가 싫어하면 낳지 않으면 되니까." 강진은 중얼거리듯 말을 했다. "솔직히 나한테만 잘 하면 됐어.""당신만 괜찮다면야." 진아연은 그녀의 생각을 바꾸는 것을 포기했다.자신이 선택한 결과를 감당할 수만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던 모두 자신의 몫이니까.그녀는 강진의 행동이 어리석다고 느껴졌지만 박시준의 아이를 낳기로 결정한 자신도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어리석어 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주문한 음식이 나왔다.진아연은 너무 배가 고파 밥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하지만 강진은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으로 인해 입맛이 나질 않았다. "진아연, 정말로 시준 씨한테 관심이 없는 거야?"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없어."강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능력 있고 매력적인 남자인데."진아연은 진지하게 생각하고 말을 했다. "너와 박시준씨 중에서 하나만 선택하라면 난 차라리 널 선택하겠어." 그렇게 하면 적어도 맞지는 않겠지.강진은 무척이나 당황했다. "진아연, 설마 너..."진아연은

  • 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   제17장

    차가 옆으로 빠르게 지나갔다.찬바람과 함께!진아연이 고개를 들어보니 어두운 밤 속에서 롤스로이스의 미등이 어렴풋이 보였다.박시준의 차 같은데?그녀는 얼굴에 맺힌 눈물을 닦고 재빨리 기운을 차려 별장으로 걸어갔다.별장의 앞마당에서 그녀는 주차된 차를 보았다.그녀는 문밖에서 서성이면서 박시준이 방에 들어간 후 별장에 들어가기로 하였다.눈이 아파 고개를 들어보니 밤하늘에는 별들이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었다.예쁘다.내일은 날이 좋을 것 같네.어느새 그녀는 밖에서 한 시간을 서 있었다.마당에 있던 차도 운전기사가 벌써 차고에 주차를 했다.거실의 불은 여전히 켜져 있었지만 아무도 없는 듯 고요했다.마음이 편해진 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 거실을 향해 걸어갔다.2층 베란다에서 박시준은 회색 잠옷을 입고 휠체어에 앉아있었다. 손에 들고 있는 와인은 이미 마신지 오래였다.그녀가 밖에 서있는 한 시간 동안 그 역시 한 시간 동안 베란다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시간 동안 멍청하게 서있다니 너무 오래 서 있어서 나무 그림자처럼 보였다.박시준은 어릴 적부터 주변에 똑똑한 사람만 곁에 남겨두었다.하지만 진아연은 예외였다.그녀는 어리석었다. 자신의 성격이 안 좋은 걸 알면서도 몇 번이고 심기를 건드리다니참으로 어리석은 여자였다.그러나 그녀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함께 영향받고 있었다.감정을 리드당하는 기분.이런 묘한 기분은 그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것이었다.......방으로 들어온 진아연은 몸이 무거웠다.아마도 찬 바람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옷장에서 두꺼운 이불을 꺼내 몸을 감싸고 잠에 들었다.밤새도록 땀을 흘려 몸 안의 한기를 몰아냈다.이튿날, 몸이 끈적거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샤워를 하고 방문을 나선 그녀는 맛있는 냄새를 따라 식당으로 향했다. 마침 이모님께서 맛있는 음식을 테이블에 올렸다."그 사람은 밥을 먹었나요?" 진아연이 물었다.

최신 챕터

  • 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   제3177장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 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   제3176장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 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   제3175장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 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   제3174장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 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   제3173장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 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   제3172장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 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   제3171장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 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   제3170장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 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   제3169장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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