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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Author: 젠모
last update Last Updated: 2022-07-25 16:30:11
방문이 열리자 박 사모님이 문 앞에 서서 방안을 천천히 들여다보았다.

방안에는 진아연이 무릎을 두 손으로 꼭 껴안은채 고개를 숙이고 벽에 기대어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녀는 망연한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문쪽으로 돌렸다.

"아, 아연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니?!"

박 사모님은 진아연의 창백한 얼굴을 보자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아연아... 상태가 왜 이러니? 설마... 시준이가... 이렇게 만들었니?"

박 사모님의 목소리가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진아연은 며칠 전보다 많이 말라있었다.

얼굴에는 핏기가 조금도 없었고 입술은 메말라 거칠어 보였다.

오랜만의 사람의 온기가 느껴져서 그런가 가슴속부터 벅차올랐지만 소리를 낼 힘이 없었다.

이모님이 바로 따뜻한 우유 한 잔을 가지고 와서 건넸다.

"사모님... 어서 마시세요... 이제 박 사모님께서 오셨으니 다 괜찮으실 거예요. 얼른 음식을 가져다드릴게요..."

박 사모님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이게 다 무슨 일이니? 시준이가... 설마 아연이에게 밥을 주지 말라고 한 거야? 어쩐지... 아연이가 갑자기 너무 말랐다고 했어! ... 아연이를 굶겨 죽일 셈인 거야?!"

진아연의 모습은 박 사모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그녀는 재빨리 거실로 나가 아들에게 말했다.

"시준아. 아연이는 내가 어렵게 데려온 네 아내야. 근데... 네가 이렇게 아연이를 괴롭히면 엄마 마음은 어떻겠니?"

"잘못을 했다면 벌을 받아야죠. 어머니를 생각하지 않았다면 제가... 그녀를 제 집에 두지 않았을 겁니다."

그의 목소리는 무미건조함 그 자체였다.

"이틀 굶는 건 저 여자가 한 짓이 비해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 여자는 마음대로 집안을 돌아다녔고. 선을 넘었는데 어떻게 그냥 둡니까?"

"뭐라고? 아연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박 사모님이 알고 있는 진아연은 착하고 눈치빠른 아이여서 절대 어리석은 행동으로 박시준을 화나게 만들고 그럴 사람이 아니였다.

박시준은 어머니의 말에 아무 대답 없이 가만히 있었다.

"... 시준아. 그래. 결혼도 그렇고 아이도 그렇고 낳고 싶지 않다는 거 안다... 하지만 엄마로서 그런 널 그냥 둘 수 없어... 아연이는 착한 아이야. 네가 아연이를 좋아하라는 말은 아니야. 그저 너희 둘... 명의상 부부라도 좋으니 그냥 함께 있어주면 좋겠어!"

박 사모님은 이 말을 마치며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흘렸다.

말을 하면 할수록 숨이 가빠져 왔다.

박시준은 어머니에게 변명을 하려 했지만 어머니의 상태가 다시 안 좋아진 것을 느끼고 바로 경호원에게 어머니를 부축하라는 눈짓을 보냈다.

"... 시준아, 내가 이렇게 살아있는 한... 아연이를 내보낼 생각은 하지 말거라! 이혼을 하지 말라는 건 아니야... 아니면 네가 좋아하는 여자를 내앞에 데려오든가...엄마는 네가 혼자 외롭게 살아가는 꼴을 두고 볼수 없어! "

박 사모님은 부축을 받고 소파에 앉았지만 점점 더 어지러워졌다.

이 말을 끝으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30초 후, 박 사모님의 고개는 천천히 한쪽으로 기울었고 끝내는 소파에 털썩하고 쓰러졌다.

오늘 아침에 퇴원한 박 사모님은 다시 급하게 병원에 실려갔다.

박시준은 어머니의 태도가 이렇게 강경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자신에게 화를 낼 줄은 예상도 못 했다.

진아연과의 이혼 문제는 빨리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사실 그는 진아연이라서 싫은 게 아니라 다른 여자라도 똑같이 대했을 것이다.

그래서 진아연과 이혼을 하기 위해 굳이 다른 여자를 찾을 필요는 없었다.

......

방 안에서 진아연은 우유를 마신 뒤,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거실에서 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다 들었다.

박시준은 별말을 하진 않았지만 사모님은 그때문에 열받아서 쓰러지셨다.

이모님은 그녀에게 얼른 죽을 만들어 가져왔고 빗으로 헝클어진 머리를 빗겨주었다.

"사모님, 들으셨죠? 대표님께서도 사모님을 바로 내쫓으실 수는 없으실 거예요." 이모님은 그녀를 위로했다.

진아연은 이틀 동안 방 안에서 갇혀있으면서 생각들을 정리했다.

"전... 이혼할... 거예요..." 그녀의 목소리는 거칠었지만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이제는... 그가 싫다고 하더라도. 제가... 반드시 이혼할 거예요."

마음 같아서는 일분일초라도 더 이상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

박시준! 악마 같은 사람!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이모님은 당황해하며 "사모님, 우선 먼저 뭐라도 먹고 이야기해요. 제가 나가서 상황을 보고 올게요."

이모님이 방을 나가려던 찰나, 거실에서 경호원을 밀치고 이쪽으로 오는 박시준의 모습이 보였다.

"대, 대표님. 사모님께서 지금... 상태가 좋지 않으세요."

박시준은 평소와 같은 무표정이었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보는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이모님이 자리를 비키자, 경호원들이 휄체어에 앉은 그를 모시고 방문어구까지 갔다.

진아연은 고개를 들어 올리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둘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불꽃이 타닥-하고 튀었다.

"좋아요! 이혼해요! 박시준씨!" 진아연은 죽 그릇을 내려놓고 자신의 캐리어를 끌고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

이미 그녀는 언제든 떠날수 있도록 만단의 준비를 했었다.

"당신이 좋아하는 여자랑 결혼하세요!" 그녀는 흥분하며 말했다.

박시준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네 이 태도는 지금 네가 잘못한 게 없다?"

"아니요! 있죠! 잘못한 거라고는 제가 당신 컴퓨터를 사용해도 괜찮다고 생각한 거죠!"진아연은 거친 숨을 고르며 "그래서 지금 이렇게 벌받았잖아요! 그럼 된 거 아닌가요?! 이혼 합의서는 준비되어 있겠죠? 없다면 제가 당장 가서..."

갑자기 자신에게 함부로 말하는 그녀를 보고도 박시준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내가 언제 벌이 끝났다고 했지?"

진아연은 마치 머리를 한 대 세게 맞은 느낌이었다.

"이렇게 내 곁에 있는 게 고통스럽다면. 그래. 계속 박 사모님 소리 듣고 살게 해주지!" 박시준은 그녀와 상의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명령조로 이야기했다. "아, 물론 이혼은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야."

그는 한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진아연은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가 이혼하자고 하면 하는 거고, 안한다면 아닌 게 되는 거야?

설마 그녀 혼자 이혼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러다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면서 땅이 거꾸로 움직이는 거 같았다.

그녀는 바로 침대로 돌아가 누웠다.

오랜만에 침대에 누워서 그런지 흥분된 감정은 편안함에 쉽게 진정되었다.

아무리 박시준이라 할지라도 지금은 자신과 이혼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그의 어머니 때문에 참고 있는 거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녀 역시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준 사모님을 위해서라도 조금 기다려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일주일 후.

그녀의 몸이 정상적으로 회복되었다.

아침 식사 후, 혼자서 재검사를 하기 위해 병원으로 향했다.

어떤 강한 예감이 들었다.

그녀의 아이가... 사라졌을 거란 예감 말이다.

박시준 때문에 이틀이나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스트레스 역시 엄청나게 받았기 때문이다.

분명... 아이 역시 극심한 스트레스와 영양 부족으로 버티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의사는 그녀에게 다시 초음파 검사를 하자고 했다.

검사를 받는 진아연의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 아기는... 잘못된 거죠...?"

의사: "왜 그렇게 말씀하시죠?"

"사실... 요즘 극심한 스트레스에...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질 못 했거든요... 그래서 아기도..."

의사: "아, 이틀 정도 안 먹는다고 해서 큰 문제될건 없습니다. 사실 입덧이 심한 경우에는 한 달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할 수도 있거든요."

진아연은 긴장했다. "그럼 아기는..."

의사: "축하드려요! 자궁에 아기집 두 개가 보이네요. 쌍둥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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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d : 202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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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아연, 누가 그래? 시준 씨가 좋아하는 다른 여자가 있다고? 그 말은 어디서 들었어? 그 여자 이름은 알고 있어?" 강진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비록 박시준의 옆에는 자신 외에 다른 여자가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지만.진아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까 내가 한 말은 그냥 의심일 뿐... 난 당신만큼 박시준씨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조금 진정된 후 그녀는 말을 바꿨다.박시준의 문제가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이 일에 엮이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단지 순조롭게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시준 씨가 다른 여자와 있는 걸 직접 본 줄 알았잖아! 깜짝 놀랐네." 강진은 진아연의 말을 믿고 차분해졌다. "시준 씨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남자는 아니야. 그는 여자를 좋아하지도, 아이를 좋아하지도 않아."진아연은 무심한 듯 물었다. "그가 아이를 싫어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어?""솔직히 그건 나도 잘 몰라. 이유를 알고 싶지도 않고. 그가 싫어하면 낳지 않으면 되니까." 강진은 중얼거리듯 말을 했다. "솔직히 나한테만 잘 하면 됐어.""당신만 괜찮다면야." 진아연은 그녀의 생각을 바꾸는 것을 포기했다.자신이 선택한 결과를 감당할 수만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던 모두 자신의 몫이니까.그녀는 강진의 행동이 어리석다고 느껴졌지만 박시준의 아이를 낳기로 결정한 자신도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어리석어 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주문한 음식이 나왔다.진아연은 너무 배가 고파 밥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하지만 강진은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으로 인해 입맛이 나질 않았다. "진아연, 정말로 시준 씨한테 관심이 없는 거야?"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없어."강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능력 있고 매력적인 남자인데."진아연은 진지하게 생각하고 말을 했다. "너와 박시준씨 중에서 하나만 선택하라면 난 차라리 널 선택하겠어." 그렇게 하면 적어도 맞지는 않겠지.강진은 무척이나 당황했다. "진아연, 설마 너..."진아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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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   제3177장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 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   제3176장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 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   제3175장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 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   제3174장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 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   제3173장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 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   제3172장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 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   제3171장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 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   제3170장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 신혼 첫날밤, 식물인간 남편이 갑자기 눈을 뜨다   제3169장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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