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유정은 한지윤의 말을 듣고 흔들렸다.진지한이 너무나도 훌륭한데 그의 아이라면 어떨지 모르겠다.다만 좋은 환경이 없다면 아이에게도 일종의 고통일지도 모른다!아이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분명 자신과 함께 고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그리고 그녀가 스스로 아이를 낳는다면 이 아이는 진지한의 사생아가 될 것이다."봐, 너도 망설이고 있잖아." 한지윤은 배유정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유정아, 다시 한 번 제대로 고민해 봐!""이미 며칠 동안이나 고민한 결과야. 나 정말 이 아기 못 키워. 난 돈도 없고 시간도 없어. 출근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건 말이 안돼... 아이 낳아놓고 우리 엄마한테 봐달라는 것도 말이 안돼고. 우리 엄마 많이 편찮으셔서 아기 못 봐줘, 동생은 이제 겨우 대학생이고..." 배유정은 말하며 약간 흥분했다. "이런 상항에서 정말 무책임하게 이 아이를 낳을 순 없어.""유정아, 너무 모든 걸 다 혼자서 짊어지려 하지마. 너희 어머니 지금 회복 중이시잖아? 아버님도 이제 곧 출근하실 수 있잖아? 아버님만 출근하면 더 이상 집에 돈 안 보태도 될 거야." 한지윤은 배유정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한지윤은 몹시 안쓰러웠다."나 이미 부모님께 사업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어, 어쩌면 나한테 목돈 주실 수도 있어. 이 돈 받게 되면 우리 같이 동업해서 가게 하나 차리자, 그럼 그때 가서 아이 가게에 놓고 우리 같이 돌보면 돼!" 한지윤은 자신의 생각을 얘기했다. "유정아,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마! 우리 부모님도 맨 손으로 시작하셨어, 우리 엄마 나 가지고도 매일 아버지랑 여기저기 다니면서 고생 많이 하셨어.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너무 그 어려움을 크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어."배유정: "이 아이를 낳으려면 우리 부모님께도 얘기해야 할 거야. 우리 부모님은 절대 동의하시지 않을 거야."한지윤: "아직 부모님께 말씀 안드렸지? 아니면 지금 당장 얘기해 봐, 부모님이 어
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기에 밖에는 사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그래서 차가 문 앞에 세워진 것을 보고 하인은 바로 정원 문으로 향해 걸어갔다."오늘 손님이 오신다는 얘기는 없었는데요!"경호원도 따라서 문으로 걸어갔다.택시였다.택시 문이 열리고 아기의 울음소리에 경호원과 하인은 깜짝 놀랐다.박시준의 집에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 적은 아주 오랜 만이였다.경호원은 곧바로 정원 문을 열고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건지 확인하러 나갔다.하인은 바짝 그 뒤를 따랐다.한 중년 여성이 아기를 안고 택시에서 내렸다.밖에 폭설이 내리고 있었기에 중년 여성은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아기를 이불로 감싸주었다."누구시죠?" 너무 궁금했던 하인이 먼저 물었다. "혹시 우리 주인님 아시나요?"아기를 안은 중년 여성은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 "혹시 여기가 박시준 씨 댁인가요? 저는 아이 데려다 주러 왔어요. 경비 아저씨가 택시 못 들어오게 했었는데 박시준 씨 댁의 아이라고 하니까 겨우 들여보내 줬어요."경호원: "..."하인: "..."이 아기가 박시준 집 아이라고!?박시준도 이미 노년기에 들어섰는데 이 나이에 밖에서 또 아이를 낳았다니.정말 큰일이었다!진아연은 분명 이혼하겠다고 난리 칠 것이다!하인은 너무 놀라서 영혼이 집을 나간 채 부랴부랴 별장 안으로 달려갔다.마침 박시준과 진아연 모두 집에 있었다... 하인은 이미 집에 곧 폭풍우가 몰아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하인은 문을 열고 별장에 들어선 후, 비틀거리며 진아연 앞으로 다가갔다.진아연은 손에 든 책을 내려놓고 물었다: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사모님, 밖에 어떤 여자 분이 아기를 안고 찾아왔는데, 대표님 아이라고 합니다..." 하인이 말을 마치자마자 진아연은 바로 밖으로 나갔다."사모님, 외투라도 걸치세요! 밖에 많이 추워요!" 하인은 진아연의 외투를 들고 그 뒤를 쫓아갔다.윗층에 있던 박시준은 소리를 듣고 바로 내려왔다.그가 1층에 도착했을 때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정원 입구
"당신이 진아연 씨인가요? 이 아기는 당신네 아기입니다... 아기를 원하시면 제게 수고비 좀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중년 여성이 진아연에게 말했다. "아기를 데려오라고 한 사람이 아기를 당신께 넘기면 수고비 줄 거라고 했어요. 오늘 날씨도 춥고 제가 얼마나 힘들게 아기 데리고 왔는데요!"하인은 진아연의 외투를 들고 쫓아오며 진아연에게 외투를 걸쳐줄 때 마침 중년 여성이 하는 얘기를 들었다."우리 집 아기라는 증거 없잖아요! 아기 생모 데려와서 확인시켜 주세요!" 하인은 진아연의 편에 서서 얘기했다.진아연과 박시준 사이에는 이미 아이들이 넷이나 있고 두 사람의 감정도 매우 좋다.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사생아가 이렇게 하늘에서 뚝 떨어질 수 있겠는가?진아연더러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라는 것인가?네 자녀들은 또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저한테 이런 얘기하셔도 아무 소용 없어요! 저는 단지 심부름으로 아기를 데려온 것 뿐이에요. 어떤 수고비도 주지 않는다면... 그럼 전 이 아이를 데려갈 수밖에 없어요." 중년 여성은 약간 화가 났다.이 추운 날에 눈보라까지 휘몰아치는데 아기에 대한 배려가 조금도 없었다.참으로 이상했다.진아연은 눈앞에 펼쳐진 당황스러운 상황에 너무 놀라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추위도 느껴지지 않았다.잠시 후, 박시준이 성큼성큼 걸어나왔다."무슨 일이야?"하인은 박시준을 보자 바로 그에게 다가가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중년 여성은 박시준의 목소리를 듣고 즉시 목을 뻗치며 박시준을 향해 소리쳤다: "당신이 바로 박시준인가요? 이 아기는 당신네 아기입니다, 아기 원하신다면 제게 돈을 주셔야 합니다!"박시준: "???"아기라니?우리 집 아기라고?박시준은 발걸음을 재촉이며 중년 여성이 말한 아기가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알고 싶었다!진아연은 아기를 보러 가는 박시준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그토록 사랑했던 남자가 밖에서 다른 여자와 몰래 아기를 낳았다니!두 사람 사이의 아름다웠던 추억은 산산조
"박 대표님, 아이가 이렇게 우는 게 안쓰럽지도 않으세요? 이 아이를 원하지 않으시는 것 같으니, 이 아이는 제가 보육원에 보낼게요." 더는 견딜 수 없던 여자가 아이를 택시에 태워 떠날 채비를 했다.그녀는 이렇게 예쁜 남자아이를 박시준이 모질게 내칠 줄은 몰랐다."거기 서세요!" 박시준이 곧바로 소리쳤다. "이 아이를 당신에게 보낸 사람이 도대체 누굽니까? 당신에게 아이를 여기로 보내라고 한 것 외에, 또 다른 말은 없었습니까?"여자가 걸음을 멈추었다. "다른 말은 없었어요! 그 사람은 제가 아이를 당신 집에 데려다주면, 당신이 제게 돈을 줄 거라는 말뿐이었죠. 당신들이 이렇게 나올 줄 진작 알았더라면, 그 사람 말을 따르지도 않았을 거예요. 전 일개 우유 배달원일 뿐이에요. 다른 것은 아무것도 몰라요."박시준: "..."몹시 난처해하는 박시준을 본 경호원이 입을 열었다: "대표님, 그냥 이 여자에게 어서 가라고 하시죠!"경호원은 박시준이 이 아이를 데리고 있으면, 진아연이 견디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또 경호원은 생각했다. 박시준이 이 아이를 이곳에 두지 않더라도, 진아연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이건 누가 봐도 박시준이 진아연을 두고 바람을 피운 상황이 아닌가!누구여도 견디기 힘든 상황일 것이다.아무리 박시준에게 막대한 재산이 있다지만, 진아연의 곁에는 든든한 네 아이가 있었다. 그러니 박시준을 두려워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내가 이 여자를 보내면, 내 결백을 어떻게 증명합니까?" 이렇게 말하고는, 박시준이 아이를 건네받으려 손을 뻗었다.여자가 몸을 돌리고는 한 손을 내밀며 박시준에게 돈을 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박 대표님, 전 아주 먼 곳에서부터 이 아이를 데리고 왔어요. 적어도 여비 정도는 챙겨주셔야 하지 않겠어요? 오늘 택시비도 만만치 않았고요..." 여자가 돈 얘기를 꺼냈다.돈을 챙겨 나오지 않은 박시준이 경호원에게 눈짓했다.경호원이 곧바로 지갑을 꺼냈다: "얼마를 원하시죠?!"경호원의 굵은 목소리와 거친
만약 누군가 몰래 치밀한 계획하에 그의 아이를 만들었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당신 아이가 맞으면요? 그럼 어떻게 할 건데요?" 진아연이 붉어진 눈과 먹먹한 목소리로 말했다."이 아이는 내 아이일 수가 없어! 만에 하나 내 아이가 맞는다고 해도, 누군가 음모를 꾸민 거야! 이 세상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 한 사람뿐이라고!" 박시준은 감정이 요동쳤다. 그는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 아이가 내 아이면, 내가 스스로 빈손으로 이 집을 떠날게. 내가 가진 모든 재산도, 네 아이도 모두 당신에게 남기고 떠날 거야. 난 원하는 게 아무것도 없어."진아연이 그의 팔을 뿌리치고는 이를 악물고 집으로 돌아갔다.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없었을 때 같았다면, 그녀는 화를 이기지 못하고 곧바로 떠나버렸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지금 두 사람에게는 네 아이가 있고, 그 아이들은 모두 성인이 되었다.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더 이상 예전처럼 충동적으로 행동할 수는 없었다.만약 박시준이 정말로 밖에서 외도를 하고, 사생아까지 낳아온 거라면, 네 아이 역시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은 말하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거실로 돌아온 진아연이 외투를 벗었다.그녀는 여전히 부아가 치밀었다.경호원이 아기를 안고 안으로 들어왔다.아기는 아까처럼 크게 울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신경을 거스르는 소리를 냈다.경호원이 아이를 안은 채 어쩔 줄 몰라 했다."대표님, 이 아이... 왜 계속 우는 거죠?"가정부가 곧바로 경호원의 품에서 아이를 데려와 살폈다."실내가 더워서 그러는 걸지도 몰라요." 아이를 돌본 경험이 있는 가정부가 아이를 안아 들자마자 포대기가 벗겨졌다. "입술을 핥는 걸 보니, 배가 고픈가 봐요."경호원: "그렇군요! 집에 이 아이가 먹을 만한 우유는 없죠?"가정부: "나가서 좀 사다 주세요! 친자 확인 검사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거예요."어쨌거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기를 잘 돌봐야 했다.경호원이 고개를 끄덕인 다음, 손을 뻗어 아기의 기
아이는 이제 울음을 그쳤다.안아주는 사람이 있으니 아기는 금세 조용해졌다.가정부는 당황스러웠다. 박시준과 진아연은 늘 사이가 좋았고, 오랜 시간 다투지 않았다.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겨버렸으니, 상황이 좋게 끝나지 않으면 어쩐단 말인가?가정부가 아이를 침대에 눕힌 다음,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라엘이에게 집으로 와 집안 분위기를 풀어달라고 할 작정이었다.대략 30분이 지난 후, 라엘이가 급히 달려왔다.라엘이가 서둘러 온 건, 가정부의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 아니었다.회사의 법무팀 팀장으로부터 진아연이 박시준에게 빈손으로 집을 떠나겠다는 합의서를 쓰게 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라엘이는 팀장의 말을 듣자마자 깜짝 놀라 하던 일을 모두 제치고 급히 집으로 왔다."아빠! 어떻게 된 일이에요? 엄마랑 싸우셨어요?" 집에 돌아온 라엘이가 서둘러 신발을 벗고 곧바로 거실 안으로 들어왔다.박시준은 소파에 앉아있었다.거실 안에는 박시준뿐이었다.라엘이의 목소리를 들은 가정부가 다급히 방에서 나왔다."라엘 씨, 여긴 어떻게 왔어요?" 가정부는 라엘이에게 전화하려고 했지만, 아직 전화를 걸기 전이었다."부모님께서 싸우셨어요? 엄마가 회사 법무팀에 아빠가 빈손으로 집을 떠나겠다는 합의서를 부탁하셨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된 일이에요? 지금 나이에 갑자기 무슨 이혼을 하시겠다는 거예요?" 라엘이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가정부가 슬쩍 박시준을 보았다.박시준은 몹시 침울한 표정이었다.그는 말할 기분이 아니었다.방으로 돌아간 진아연이 방문을 잠가버렸기 때문이다."이리 와요." 가정부가 라엘이에게 작게 속삭인 뒤, 라엘이를 1층 사랑방으로 데려갔다.아기는 우유를 먹은 후 곤히 잠들어 있었다.손님방에 들어가자마자, 침대 위의 아기를 본 라엘이가 놀라 얼어붙었다."얘는 누구예요? 왜 우리 집에 이렇게 어린 아기가 있는 거예요? 네?" 라엘이는 머리카락이 삐죽삐죽 솟아올랐다. 온몸은 불이 붙은 것처럼 화끈거렸다."오늘 아침에 누가 데리고 왔어요. 라엘
라엘이는 오빠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눈물이 터졌다.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기분이었다!화목하고 아름다웠던 집이 순식간에 무너져 버렸다.김세연과 결혼을 했어도, 그녀는 단 한 번도 자신이 밖에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그녀는 결혼한 순간부터 늘 자신이 몹시 성숙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집에 문제가 생기자, 자신은 아직 충분히 강하지 않다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오빠와의 전화 통화를 마친 후, 라엘이가 가정부가 내민 휴지를 건네받았다."라엘 씨, 지금 얼마나 마음이 아플 지 저도 잘 알아요. 하지만 라엘 씨 아버지는 이 아이가 당신 아이가 아니라고 하셨어요. 제가 보기엔 거짓말을 하시는 것 같지 않아요." 가정부가 라엘이를 설득했다. "친자 확인 결과가 나오면 그때 다시 얘기하는 게 어때요?"라엘이가 눈물을 닦고는 침대 위의 아기를 다시 바라보았다.전화 통화 소리가 아이를 깨운 듯했다.무엇을 보고 있는지는 몰라도, 작고 어린 아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바보처럼."그렇지만 제가 보기엔 우리 아빠를 많이 닮은 것 같아요!" 라엘이는 보면 볼수록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렇게나 아빠를 빼닮은 아기를 보고 있자니, 친자 확인 검사 따위는 할 필요도 없이 곧바로 아빠를 내쫓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건..." 가정부가 다시 아기를 바라보았다.정말이었다!라엘이가 박시준을 닮았다고 말하기 전까지, 가정부는 그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제 보니, 보면 볼수록 정말로 박시준과 조금 닮은 것 같았다.겨우 진정되었던 라엘이의 마음이 또다시 무너졌다.또다시 눈물이 터져 나왔다."울지 말아요, 라엘 씨. 일은 이미 벌어졌어요.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 해요. 라엘 씨 어머니는 자식들의 위로가 필요하실 테니까요." 가정부는 갑자기 조금 절망스러웠다.어떻게 박시준이 이렇게 저속한 짓을 벌일 수 있단 말인가?그에게는 이미 네 명의 자식이 있다. 더구나 네 아이 모두 훌륭하게 자라지 않았는가. 일찍이 은퇴해 인생을 즐길 수도 있
아까 아기를 보았을 때, 그의 머릿속에는 아기가 못생겼다는 생각뿐이었다.그는 오로지 이 아이는 결코 자기 아이가 아니며, 그와 진아연의 결혼 생활에 위기를 가져왔다는 생각뿐이었다. 친자 확인 검사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필요가 없었다면, 이 아이를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전 정말 이해가 안 돼요! 멀쩡한 가족을 꼭 이렇게 찢어 놓아야 직성이 풀리시겠어요? 이혼을하면 자유를 되찾을 거로 생각하신 거예요?" 라엘이가 큰 소리로 물었다. "자유를 원하신 거라 해도, 굳이 이렇게 가족들에게 상처주는 일을 할 필요는 없으셨잖아요! 엄마만 아빠를 용서하지 않으실 거로 생각하지 마세요. 저도 절대 아빠를 용서하지 않을 거니까요!"박시준은 말문이 턱 막혔다."변호사가 오면 바로 합의서에 사인하세요." 라엘이가 무거운 마음으로 소파에 앉았다. "엄마가 이혼을 원하시면, 그 길로 집을 떠나세요. 만약 거부하시면, 우리 사남매가 힘을 합쳐 아빠를 몰아낼 거예요."박시준: "..."라엘: "이혼 후에 그 아이를 데리고 멀리 숨어 사시는 게 최선의 선택일 거에요. 절대 우리 눈에 띄지 마세요. 아직 그렇게 많은 나이도 아니고 몸도 건강하시니, 투자를 유치해 회사를 차리시거나 다른 회사의 전문 경영인이 될 수 있으시겠죠. 전 아빠의 능력을 잘 알아요. 절대 밥 굶는 일 따윈 없으시겠죠. 그러니 훗날 우리 사남매가 아빠를 부양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박시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의 입에서 온갖 무정한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박시준은 자기 딸이 자신에게 이 정도로 무정할 줄은 일평생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왜 아무 말씀이 없으세요? 후회하시는 거예요? 하, 이제 와서 후회하셔도 소용없어요! 제가 이미 오빠에게도 전화했어요. 오빠도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났다고요. 오늘밤에 그 아이를 데리고 떠나세요. 오빠와 마주치면 오빠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 그땐 저도 도와드릴 수 없어요." 라엘이가 좋게 제안했다.딸의 협박이 효과가 있었던 걸까. 박시준은 벌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