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표님, 아이가 이렇게 우는 게 안쓰럽지도 않으세요? 이 아이를 원하지 않으시는 것 같으니, 이 아이는 제가 보육원에 보낼게요." 더는 견딜 수 없던 여자가 아이를 택시에 태워 떠날 채비를 했다.그녀는 이렇게 예쁜 남자아이를 박시준이 모질게 내칠 줄은 몰랐다."거기 서세요!" 박시준이 곧바로 소리쳤다. "이 아이를 당신에게 보낸 사람이 도대체 누굽니까? 당신에게 아이를 여기로 보내라고 한 것 외에, 또 다른 말은 없었습니까?"여자가 걸음을 멈추었다. "다른 말은 없었어요! 그 사람은 제가 아이를 당신 집에 데려다주면, 당신이 제게 돈을 줄 거라는 말뿐이었죠. 당신들이 이렇게 나올 줄 진작 알았더라면, 그 사람 말을 따르지도 않았을 거예요. 전 일개 우유 배달원일 뿐이에요. 다른 것은 아무것도 몰라요."박시준: "..."몹시 난처해하는 박시준을 본 경호원이 입을 열었다: "대표님, 그냥 이 여자에게 어서 가라고 하시죠!"경호원은 박시준이 이 아이를 데리고 있으면, 진아연이 견디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또 경호원은 생각했다. 박시준이 이 아이를 이곳에 두지 않더라도, 진아연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이건 누가 봐도 박시준이 진아연을 두고 바람을 피운 상황이 아닌가!누구여도 견디기 힘든 상황일 것이다.아무리 박시준에게 막대한 재산이 있다지만, 진아연의 곁에는 든든한 네 아이가 있었다. 그러니 박시준을 두려워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내가 이 여자를 보내면, 내 결백을 어떻게 증명합니까?" 이렇게 말하고는, 박시준이 아이를 건네받으려 손을 뻗었다.여자가 몸을 돌리고는 한 손을 내밀며 박시준에게 돈을 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박 대표님, 전 아주 먼 곳에서부터 이 아이를 데리고 왔어요. 적어도 여비 정도는 챙겨주셔야 하지 않겠어요? 오늘 택시비도 만만치 않았고요..." 여자가 돈 얘기를 꺼냈다.돈을 챙겨 나오지 않은 박시준이 경호원에게 눈짓했다.경호원이 곧바로 지갑을 꺼냈다: "얼마를 원하시죠?!"경호원의 굵은 목소리와 거친
만약 누군가 몰래 치밀한 계획하에 그의 아이를 만들었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당신 아이가 맞으면요? 그럼 어떻게 할 건데요?" 진아연이 붉어진 눈과 먹먹한 목소리로 말했다."이 아이는 내 아이일 수가 없어! 만에 하나 내 아이가 맞는다고 해도, 누군가 음모를 꾸민 거야! 이 세상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 한 사람뿐이라고!" 박시준은 감정이 요동쳤다. 그는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 아이가 내 아이면, 내가 스스로 빈손으로 이 집을 떠날게. 내가 가진 모든 재산도, 네 아이도 모두 당신에게 남기고 떠날 거야. 난 원하는 게 아무것도 없어."진아연이 그의 팔을 뿌리치고는 이를 악물고 집으로 돌아갔다.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없었을 때 같았다면, 그녀는 화를 이기지 못하고 곧바로 떠나버렸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지금 두 사람에게는 네 아이가 있고, 그 아이들은 모두 성인이 되었다.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더 이상 예전처럼 충동적으로 행동할 수는 없었다.만약 박시준이 정말로 밖에서 외도를 하고, 사생아까지 낳아온 거라면, 네 아이 역시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은 말하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거실로 돌아온 진아연이 외투를 벗었다.그녀는 여전히 부아가 치밀었다.경호원이 아기를 안고 안으로 들어왔다.아기는 아까처럼 크게 울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신경을 거스르는 소리를 냈다.경호원이 아이를 안은 채 어쩔 줄 몰라 했다."대표님, 이 아이... 왜 계속 우는 거죠?"가정부가 곧바로 경호원의 품에서 아이를 데려와 살폈다."실내가 더워서 그러는 걸지도 몰라요." 아이를 돌본 경험이 있는 가정부가 아이를 안아 들자마자 포대기가 벗겨졌다. "입술을 핥는 걸 보니, 배가 고픈가 봐요."경호원: "그렇군요! 집에 이 아이가 먹을 만한 우유는 없죠?"가정부: "나가서 좀 사다 주세요! 친자 확인 검사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거예요."어쨌거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기를 잘 돌봐야 했다.경호원이 고개를 끄덕인 다음, 손을 뻗어 아기의 기
아이는 이제 울음을 그쳤다.안아주는 사람이 있으니 아기는 금세 조용해졌다.가정부는 당황스러웠다. 박시준과 진아연은 늘 사이가 좋았고, 오랜 시간 다투지 않았다.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겨버렸으니, 상황이 좋게 끝나지 않으면 어쩐단 말인가?가정부가 아이를 침대에 눕힌 다음,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라엘이에게 집으로 와 집안 분위기를 풀어달라고 할 작정이었다.대략 30분이 지난 후, 라엘이가 급히 달려왔다.라엘이가 서둘러 온 건, 가정부의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 아니었다.회사의 법무팀 팀장으로부터 진아연이 박시준에게 빈손으로 집을 떠나겠다는 합의서를 쓰게 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라엘이는 팀장의 말을 듣자마자 깜짝 놀라 하던 일을 모두 제치고 급히 집으로 왔다."아빠! 어떻게 된 일이에요? 엄마랑 싸우셨어요?" 집에 돌아온 라엘이가 서둘러 신발을 벗고 곧바로 거실 안으로 들어왔다.박시준은 소파에 앉아있었다.거실 안에는 박시준뿐이었다.라엘이의 목소리를 들은 가정부가 다급히 방에서 나왔다."라엘 씨, 여긴 어떻게 왔어요?" 가정부는 라엘이에게 전화하려고 했지만, 아직 전화를 걸기 전이었다."부모님께서 싸우셨어요? 엄마가 회사 법무팀에 아빠가 빈손으로 집을 떠나겠다는 합의서를 부탁하셨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된 일이에요? 지금 나이에 갑자기 무슨 이혼을 하시겠다는 거예요?" 라엘이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가정부가 슬쩍 박시준을 보았다.박시준은 몹시 침울한 표정이었다.그는 말할 기분이 아니었다.방으로 돌아간 진아연이 방문을 잠가버렸기 때문이다."이리 와요." 가정부가 라엘이에게 작게 속삭인 뒤, 라엘이를 1층 사랑방으로 데려갔다.아기는 우유를 먹은 후 곤히 잠들어 있었다.손님방에 들어가자마자, 침대 위의 아기를 본 라엘이가 놀라 얼어붙었다."얘는 누구예요? 왜 우리 집에 이렇게 어린 아기가 있는 거예요? 네?" 라엘이는 머리카락이 삐죽삐죽 솟아올랐다. 온몸은 불이 붙은 것처럼 화끈거렸다."오늘 아침에 누가 데리고 왔어요. 라엘
라엘이는 오빠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눈물이 터졌다.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기분이었다!화목하고 아름다웠던 집이 순식간에 무너져 버렸다.김세연과 결혼을 했어도, 그녀는 단 한 번도 자신이 밖에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그녀는 결혼한 순간부터 늘 자신이 몹시 성숙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집에 문제가 생기자, 자신은 아직 충분히 강하지 않다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오빠와의 전화 통화를 마친 후, 라엘이가 가정부가 내민 휴지를 건네받았다."라엘 씨, 지금 얼마나 마음이 아플 지 저도 잘 알아요. 하지만 라엘 씨 아버지는 이 아이가 당신 아이가 아니라고 하셨어요. 제가 보기엔 거짓말을 하시는 것 같지 않아요." 가정부가 라엘이를 설득했다. "친자 확인 결과가 나오면 그때 다시 얘기하는 게 어때요?"라엘이가 눈물을 닦고는 침대 위의 아기를 다시 바라보았다.전화 통화 소리가 아이를 깨운 듯했다.무엇을 보고 있는지는 몰라도, 작고 어린 아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바보처럼."그렇지만 제가 보기엔 우리 아빠를 많이 닮은 것 같아요!" 라엘이는 보면 볼수록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렇게나 아빠를 빼닮은 아기를 보고 있자니, 친자 확인 검사 따위는 할 필요도 없이 곧바로 아빠를 내쫓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건..." 가정부가 다시 아기를 바라보았다.정말이었다!라엘이가 박시준을 닮았다고 말하기 전까지, 가정부는 그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제 보니, 보면 볼수록 정말로 박시준과 조금 닮은 것 같았다.겨우 진정되었던 라엘이의 마음이 또다시 무너졌다.또다시 눈물이 터져 나왔다."울지 말아요, 라엘 씨. 일은 이미 벌어졌어요.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 해요. 라엘 씨 어머니는 자식들의 위로가 필요하실 테니까요." 가정부는 갑자기 조금 절망스러웠다.어떻게 박시준이 이렇게 저속한 짓을 벌일 수 있단 말인가?그에게는 이미 네 명의 자식이 있다. 더구나 네 아이 모두 훌륭하게 자라지 않았는가. 일찍이 은퇴해 인생을 즐길 수도 있
아까 아기를 보았을 때, 그의 머릿속에는 아기가 못생겼다는 생각뿐이었다.그는 오로지 이 아이는 결코 자기 아이가 아니며, 그와 진아연의 결혼 생활에 위기를 가져왔다는 생각뿐이었다. 친자 확인 검사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필요가 없었다면, 이 아이를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전 정말 이해가 안 돼요! 멀쩡한 가족을 꼭 이렇게 찢어 놓아야 직성이 풀리시겠어요? 이혼을하면 자유를 되찾을 거로 생각하신 거예요?" 라엘이가 큰 소리로 물었다. "자유를 원하신 거라 해도, 굳이 이렇게 가족들에게 상처주는 일을 할 필요는 없으셨잖아요! 엄마만 아빠를 용서하지 않으실 거로 생각하지 마세요. 저도 절대 아빠를 용서하지 않을 거니까요!"박시준은 말문이 턱 막혔다."변호사가 오면 바로 합의서에 사인하세요." 라엘이가 무거운 마음으로 소파에 앉았다. "엄마가 이혼을 원하시면, 그 길로 집을 떠나세요. 만약 거부하시면, 우리 사남매가 힘을 합쳐 아빠를 몰아낼 거예요."박시준: "..."라엘: "이혼 후에 그 아이를 데리고 멀리 숨어 사시는 게 최선의 선택일 거에요. 절대 우리 눈에 띄지 마세요. 아직 그렇게 많은 나이도 아니고 몸도 건강하시니, 투자를 유치해 회사를 차리시거나 다른 회사의 전문 경영인이 될 수 있으시겠죠. 전 아빠의 능력을 잘 알아요. 절대 밥 굶는 일 따윈 없으시겠죠. 그러니 훗날 우리 사남매가 아빠를 부양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박시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의 입에서 온갖 무정한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박시준은 자기 딸이 자신에게 이 정도로 무정할 줄은 일평생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왜 아무 말씀이 없으세요? 후회하시는 거예요? 하, 이제 와서 후회하셔도 소용없어요! 제가 이미 오빠에게도 전화했어요. 오빠도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났다고요. 오늘밤에 그 아이를 데리고 떠나세요. 오빠와 마주치면 오빠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 그땐 저도 도와드릴 수 없어요." 라엘이가 좋게 제안했다.딸의 협박이 효과가 있었던 걸까. 박시준은 벌써
거실에는 팀장과 박시준만 남았다.박시준에게 할 말이 있던 팀장이 박시준을 몰래 힐끗힐끗 바라보았다. 하지만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알 수 없었다."할 말이 있으면 하세요." 박시준이 먼저 입을 열어 어색함을 깼다."박 대표님, 박 대표님은 제가 굉장히 존경하는 분이세요. 전 줄곧 박 대표님께선 사업과 가정을 지키는 일 모두 성공하신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대표님께선 분명 매우 현명한 사람이시겠죠...""알았으니, 이런 입에 발린 말은 그만하고 요점을 말해요." 팀장의 말을 듣고 있자니, 박시준은 두통이 밀려왔다.그의 아내는 그를 내쳤다. 머지않아 네 아이 역시 그를 내칠 것이다.친자 확인 결과가 뜻대로 나오지 않는다면, 아내와 아이들은 그를 내치는 정도가 아니라, 다시는 그를 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중년의 남성에게 이런 상황이 주는 타격은 어마어마했다."인생의 절반을 현명하게 살아오신 분이, 왜 갑자기 이렇게 심각한 실수를 저지르신 거예요?" 팀장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렇게 훌륭한 진 대표님과, 네 자녀분들을 두고 왜 그런 자극을 뿌리치지 못하셨어요?"박시준: "난 그런 적 없습니다! 왜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는 겁니까?"팀장: "그게... 대표님 말씀이 사실이라면, 진 대표님께서 왜 박 대표님을 외면하신 거예요?"박시준: "아직 나와 그 아이 사이의 친자 확인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어요."팀장: "... 결과가 나오려면 얼마나 걸리나요?"박시준이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사흘 안에 결과를 달라라고 했습니다."팀장: "역시! 대단하세요! 친자 확인은 적어도 일주일에서 보름 정도가 걸린다고 들었거든요. 사흘 만에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 몰랐네요."박시준: "..."팀장: "방금 제가 가져온 합의서에 서명하는 편이 좋을 거예요. 대표님의 억울함이 입증되면, 그 합의서는 무효가 될 거예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귀책 사유가 대표님께 있어서, 재산 분할 소송으로 대표님께서 한평생 쌓아오신 명성이 모두 무너질 수도 있어요."
진아연: "그 사람 머리가 어떻게 되든 말든 내 알 바 아니야.""알았어요! 엄마, 방에만 있으면 지루하지 않으세요? 합의서 작성이 끝나면, 아빠한테 당분간 나가 지내시라고 하는 게 어때요? 매번 잘못은 아빠가 하시는데, 벌은 엄마가 받는 것 같잖아요!" 라엘이는 엄마가 아래층으로 내려와 바람을 쐬게 하고 싶었다."동생들이 오면 그때 다시 얘기하자. 이번 일은 아빠가 확실하게 설명해야 할 거야." 진아연이 말했다."네. 하지만 아빤 그 아이가 아빠 아이가 아니라는 말뿐이세요." 라엘이가 아까 아빠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참, 제가 오빠에게도 전화했어요. 오빠도 곧 돌아올 거예요."진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다른 사람들이 알게 내버려 두고 싶지는 않지만, 이렇게 뻔뻔하게 나오는 이상, 나도 굳이 그의 체면을 살려줄 이유는 없지.""맞아요. 게다가 이번 일은 우리가 외부에 알리지 않아도 자연스레 퍼지게 되어 있어요." 라엘이가 합의서를 들고 말했다. "우선 합의서에 사인부터 받아올게요. 그 아이가 정말 아빠 아이가 맞는다면, 아빠가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게 할 거예요."...오후 4시가 넘은 시각, 지성이가 급히 집으로 돌아왔다.집에 큰일이 생겼다는 누나의 메시지에, 그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집으로 돌아와 신발을 갈아신으며, 박지성은 숨소리도 내지 못한 채 거실을 바라보았다.집 안으로 들어서자, 아빠와 누나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상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있었다."아빠, 누나, 저 왔어요." 지성이가 슬리퍼를 신으며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라엘이가 자신이 앉은 자리를 두드리며 말했다: "이리 와.""응..." 박지성이 순순히 라엘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엄마는? 무슨 일이 있었어?"박지성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박지성은 누군가에게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듯했다.그가 ‘휙’ 하고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박지성, 너도 방금 들었겠지만,
그녀가 박씨 일가로 돌아온 이후, 이런 상황을 마주한 것은 처음이었다.심각한 일이 생긴 것 같았다. 그런 게 아니라면, 부모님과 언니, 오빠가 모두 이럴 리 없었다."현이야, 이리 와." 라엘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네." 현이가 책가방을 한편에 두고는, 언니를 향해 걸어갔다."현이에게는 내가 얘기할게!" 현이가 자신을 오해하는 게 싫었던 박시준은, 자신이 먼저 나서서 상황을 설명하고 싶었다. 현이는 아까 지성이가 그랬던 것처럼 크게 눈물을 터뜨리지 않길 바랐다.이번 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박시준은 크게 자책했다."그러세요! 아빠가 말씀하세요." 라엘이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현이는 느낄 수 있었다.아빠에게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언니가 이런 태도로 아빠를 대할 리 없었다."현이야, 오늘 누가 한 아이를 여기로 보냈어. 아빠 아이라고 하면서 말이야. 하지만 아빤 맹세코 너희 엄마 외에 다른 여자를 만난 적이 없어. 그 아이는 절대 내 아이가 아니야." 박시준이 오늘의 두 번째 맹세를 했다.갑자기 몰아닥친 엄청난 양의 정보에, 현이가 놀라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아빠의 말에는 진심이 묻어났다. 하지만 아빠의 말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었다.집안의 막내인 그녀는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엄마와 오빠, 그리고 언니의 반응을 보고 싶었다."친자 확인 검사를 하면 되지 않아요?" 현이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맞아. 이미 사람이 와서 혈액 채취를 해갔어. 사흘 안에 결과가 나올 거야." 박시준이 말했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모두 나를 너무 냉대하지 말아줘. 만약 검사 결과가 나와 그 아이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걸로 나오면, 다들 내가 받은 상처를 어떻게 위로하려고 그래?"박시준은 오늘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오늘 받은 충격에 비하면, 지난 몇 년 동안 받았던 충격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아빠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현이야, 넌 마음이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