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MO는 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의 약자이다.이 기술은 주로 심각한 심폐 기능 장애가 있는 환자에게 사용된다.환자의 심장과 폐 기능이 생명 유지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체외 호흡 및 혈액 순환을 위해 ECMO가 사용된다.한마디로 말하자면 기계를 사용하여 환자의 심장과 폐를 유지시켜 환자의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다.ECMO는 매우 비싸고 보통의 일반 사람들은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었다.비록 김세연은 비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이후의 치료와 생명 유지에 대한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기계에 의지해 의학적으로는 살아 있는 상태이지만 그 의미는 완전 달랐다.식물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라엘이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마도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현이는 휴대폰으로 해당 단어에 대해서 검색을 했고, 설명을 본 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언니에게는 말하지 마렴." 박시준이 말했다. "퇴원한 뒤... 그때 말하자.""그래요."3일 뒤, 라엘이의 상태는 퇴원할 만큼 많이 호전되었다.라엘이는 더 이상 병원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하루라도 빨리 퇴원하고 싶었다.지성이가 라엘이의 퇴원 수속을 밟고 있었고 현이는 병실에서 라엘이의 퇴원 준비를 도와주고 있었다.박시준은 휠체어를 가져왔다.하지만 라엘이는 휠체어를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비록 걸을 수는 있었지만 평소보다 걷는 속도가 느렸고 서툴었다.그녀는 휠체어에 앉아 고개를 살짝 들고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빠, B국에 갈래요."박시준은 라엘이가 그런 말을 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예상했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한이 집에서 머물겠니? 아니면 엄마가 있는 곳에서 머물겠니?"진아연과 진지한은 모두 B국에 각자 집을 소유하고 있었다."엄마 집으로 갈게요!" 라엘이는 어렸을 때도 엄마 집에서 잠깐동안 머물었다. 그녀의 집은 도심에서 가까웠고 한이의 집은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회사 근처였다.그리고 그녀는 B국에서 가장 좋은 병원이 도심에 있을 거
라엘이는 무언가가 생각난 듯 여동생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 넌 돌아가봐! 나 때문에 너무 시간 낭비했어."현이가 바로 말했다. "언니, 보충 수업 받으면 되요. 지금은 언니랑 같이 있고 싶어요. "난 이제 진짜 괜찮다니까." 라엘이는 박지성을 보며 말했다. "박지성, 너 빨리 동생데리고 돌아가. 가서 수업들어."박지성: "며칠만 더 같이 있자!"라엘: "나 진짜 괜찮다니깐. 아빠랑 엄마랑 큰 오빠도 있으니까 정말 괜찮아."박지성: "그럼 내가 먼저 B국에 가서 세연 삼촌 먼저 본다?!"지성이의 말을 듣고 라엘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가족들은 전세기에 올라 B국으로 향했다.10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순조롭게 B국에 도착했다.B국의 집으로 돌아온 진아연은 라엘이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엄마, 저 진짜 괜찮아졌어요." 라엘이는 그리고 바로 물었다. "엄마... 김세연 씨는 어때요?"진아연은 라엘이가 이 질문을 할 것이라고 이미 예상했고 어떻게 대답해야할 지 미리 생각해 놓았다."... 심장과 폐 이식이 필요한 상태야." 진아연이 말했다. "그래서 지금 기증자를 찾고 있어."라엘이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 상태가 많이 안 좋은 건가요...?""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아. 기증자를 찾아 수술만 한다면... 바로 회복될 수 있을 거야.""기증자를 찾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제가 그에게 이식을 해주고 싶어요...""라엘아, 이식 조건에 맞아야 해." 진아연은 딸의 손을 양손으로 잡으며 말했다. "세연 씨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야. 그의 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도 말이야. 라엘이, 엄마가 항상 최고의 의사라며. 엄마 믿을 수 있지?""하지만... 이건 엄마가 잘 하는 것과 다른 문제잖아요..." 라엘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세상에는 엄마만 뛰어난 의사는 아니니까. 엄마가 비록 모르는 분야지만 엄마는 끝까지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 라엘이도 포기하지마."라엘이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엄마, 전 엄마 믿
"현이랑 같이 개인헬기 타고 먼저 돌아가. 아버지는 B국에 남아 언니 곁에 있을게. 아버지는 언제 돌아갈지 아직 모르겠으니 돌아가서 동생 잘 챙기고." 박시준이 말했다.현이는 옆에서 둘째 오빠에게 당부하는 아버지의 얘기를 들으며 서있었다."알겠어요, 동생 잘 챙길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박지성은 바로 아버지에게 약속했다."일단 좀 자고 내일 돌아가!" 박시준은 두 아이들이 금방 오랜 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것을 생각하고 말했다. "돌아가서 무슨 일 있으면 스스로 결정하지 말고 바로 아버지한테 전화해."박지성: "알겠어요, 아버지."박시준은 작은 아들에게 당부를 마친 후 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현이야, 돌아가서 너무 걱정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먹고 학교 잘 다니고. 여기 상황이 좀 괜찮아지면 우리도 금방 돌아갈 거야."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갑자기 뭔가가 떠올랐다: "전에 의사 선생님께서 언니한테 심리상담 전문자 찾아주는게 좋을거 같다고 하지 않았나요?"박시준: "그 문제는 언니와도 상의해봐야 할 것 같아. 그때 가서 엄마랑 언니랑 의논해서 결정하면 돼."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아버지 흰머리 생겼어요." 현이는 아버지와 가깝게 서있었기에 아버지의 흰머리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박시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런 것에 대해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진아연은 걸어오며 박시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일 염색약 사서 제가 염색해 드릴게요. 당신은 검은 머리가 훨씬 잘 어울려요."박시준은 흰머리가 나도 딱히 개의치 않았다, 그렇다고 진아연이 염색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어차피 언젠가는 우리 모두 백발 노인이 될 거야.""그건 그때 가서 얘기해요." 진아연은 박시준의 양켠에 자란 흰머리를 보며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당신 요즘 스트레스 너무 많이 받아서 그런 거예요. 시간이 좀 지나면 다시 검은색으로 될 수도 있어요.""나도 이젠 흰머리가 나야 할 나이가 된거지 뭐." 박시준은 늙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았다.진아연:
마이크는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아마 구두 닦는 거랑 비슷할 거야."조지운: "머리 염색하는 게 아무래도 구두 닦는 거보다는 많이 어렵죠. 그래도 아연 씨는 똑똑하니까 해본 적이 없어도 잘 해낼 수 있을 거에요. 보통은 설명서대로 하면 별 문제 없을 거예요."박시준은 벌써부터 두피가 찌릿찌릿해지는 것 같았다.진지한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엄마, 아니면 아버지 데리고 헤어샵에 가서 염색 받는 건 어때요? 엄마 손도 더럽히지 않아도 되잖아요."한이는 정말 말을 예술적으로 하는 재간이 있는 것 같았다.한이가 걱정하는 것은 엄마가 아버지의 머리 염색을 망치는 것이지만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손을 더럽히지 않아도 된다고 돌려말했다."엄마가 직접 아버지한테 염색해주고 싶은 걸 뭐라고 표현해야 하는지 알아?" 마이크는 한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그걸 정취라고 하는 거야, 넌 여자친구가 없으니 말해도 모를 거야."진지한: "..."말을 하려면 제대로 할 것이지, 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은걸까?"시간도 늦었고 나 지운 씨랑 그만 돌아갈게." 마이크는 한이가 반격하기 전에 바로 진아연과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진아연은 두 사람을 배웅하러 나섰다.그들을 보낸 후 진아연은 방으로 돌아와 한이에게 물었다: "오늘 여기서 잘 거야? 아니면 네가 지내는 곳으로 돌아갈 거야?"진지한: "그냥 여기서 잘게요."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주변에는 아직도 괜찮은 아가씨 없어?"진아연은 한이의 감정사에 대해 자주 묻는 편은 아니였다.마이크가 방금 얘기를 꺼냈었기에 진아연도 잇달아 물은 것이였다.한이는 어머니의 감정사에 대한 질문에 별로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어머니와 아버지가 다른 부모님들처럼 결혼을 재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부모들이 결혼에 대해 비교적 자유롭게로 생각하고 있었고 한이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했다.그들은 다른 부모님처럼 선 자리를 주선하고 그러지 않았다."네, 없어요." 한이는 솔직하게 대답했다."너희 회사
"언니, 세연 삼촌이 깨어나면 절대 언니 탓하지 않을 거예요. 언니가 괜찮아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현이는 언니가 이것을 잊지 않길 바랬다.그녀의 목숨은 김세연이 살린 것과 마찬가지였다, 오직 김세연의 마음만 알아주고 기억하면 된다.현이의 김세연이 깨어난 후의 얘기를 들으며 라엘이는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그 사람이 깨어날 때가지 기다릴 거야."두 자매는 샤워를 마친 후 거실로 나왔다.거실에선 어머니와 아버지를 위해 염색해 주고 있었다.박지성은 어머니의 곁에서 도와주고 있었다."아빠, 떨려요?" 현이는 옆을 다가가 엄마가 염색 하는 것을 잠깐 바라보다 아버지에게 물었다.박시준은 처음에는 약간 떨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긴장감은 사라지고 마음이 편해졌다.사실 진아연은 경험도 없고 염색할 줄 몰랐다, 만약에 이번에 성공하면 나중에 경험이 생기는 셈이다."검은색으로 염색하는 거니까 실패한다고 해도 그렇게 나쁘진 않을 거야." 박시준은 딸의 질문에 대답했다. "이제 점점 늙으면서 흰머리도 더 많아질 텐데, 엄마가 계속 아버지 머리 염색해 줘야지. 그러면서 엄마도 염색 고수가 될 거야."아버지의 말을 들은 현이는 마음속 한켠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그럼 엄마도 흰머리 생기면요? 아버지도 엄마한테 염색해 주실 거예요?"박시준: "너희 엄마만 괜찮다면 아버지는 상관없지."진아연: "저도 흰머리가 많이 생기면 그때 가서 다시 얘기해요."옆에서 한참을 지켜보던 라엘이가 물었다: "아빠, 혹시 제가 죽었을까봐 이렇게 갑자기 흰머리가 많이 생긴 거예요?"박시준이 대답하려던 찰나 진아연이 앞서 대답했다: "아버지가 눈사태 사진 보고 얼마나 놀랐는데, 눈물을 하염없이 많이 흘렸다고."박시준은 반박하고 싶어 입을 벌렸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는 라엘이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아주 희박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라엘아, 네가 아직 살아있어서 정말 너무 좋다." 박시준이 말했다. "앞으로
진아연은 딸의 어깨를 토닥토닥거리며 말했다: "우리 그만 나가자!"라엘이는 그 자리에 서서 마법에라도 걸린 듯이 전혀 진아연의 말이 귀에 들어가지 않았다.진아연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중환자실에서 나왔다.중환자실에서 나오며 진아연은 바로 딸의 보호복을 벗겨주었다."라엘아, 울지 마. 김세연 씨 꼭 괜찮아질 거야." 진아연은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런 상황은 잠깐일 뿐이야. 수술 받고나면 이런 기계에 의존하지 않아도 돼."라엘이는 어머니를 껴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엄마, 세연 씨 꼭 살려내야 해요.... 그 사람한테 할말이 많다구요.""엄마도 알아." 진아연은 손바닥으로 딸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말했다. "세연 씨 지금 우리 집의 생명의 은인이야. 엄마랑 아빠도 얼마나 감사한데, 우리도 지금 여기저기 연락해서 애타게 기증자 찾고있어... 마땅한 기증자 찾게되면 아무 문제 없을 거야.""엄마, 어떻게 해야 최대한 빠르게 기증자를 찾을 수 있을까요?" 라엘이는 어떻게 해서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말이다."라엘아, 엄마도 네가 많이 급한 거 알아, 엄마도 마음이 많이 조급해. 그렇다고 해서 이런 기증자는 돈 쓴다고 해서 얼른 찾아지는 게 아니야. 이미 전 세계를 상대로 기증자 찾고 있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봐... 나랑 너희 아빠도 비용이 얼마나 들든지 상관없이 매일 적합한 기증자를 찾고있는 중이야. 나타나면 바로 너한테 알려줄게."진아연의 말을 들은 라엘이는 조금 진정을 되찾았다."엄마, 세연 씨 지금 통증을 느낄 수 있나요?" 라엘이는 눈물을 닦으며 물었다."지금 의식이 없는 상태니까 당연히 통증을 느낄 수 없지.""이대로 계속 무의식 상태 유지하면 위험해지지 않을까요?" 라엘이는 김세연이 의식을 되찾으면 통증을 느끼게 될까봐 두려웠고, 의식을 되찾지 못한다면 영영 깨어나지 못할까봐 걱정되었다.진아연: "수술만 하면 괜찮아 질 거야. 라엘아, 넌 우선 귀국해! 여기 상황은 엄마가 알아서 잘 지키고
"저희 작은 어머니께서 전에 방송국 아나운서였거든요. 그러다 중병을 앓으셔서 어쩔 수 없이 그만 두셨어요. 지금 학원 강사시지만 학생 가리지 않고 다 받아주는 건 아니예요. 제가 이 전공을 선택한 이유도 작은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서예요. 어릴 때부터 작은 어머니를 매우 존경했거든요." 여학생이 말했다."제가 이 전공을 선택한 이유도 어떤 아나운서를 존경해서거든요." 현이가 말했다."그래요? 어느 아나운서를 제일 좋아하시는데요?" 여학생이 물었다.현이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녀가 가장 존경하는 아나운서는 T국의 아나운서였기 때문이다.그녀는 전에 T국에 살면서 T국 텔레비전만 시청했기에 그녀가 접한 모든 정보는 모두 T국에 관련된 것이였다.그녀는 A국의 유명 아나운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저도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나네요." 현이는 대충 핑계를 대며 화제를 돌렸다."현이 학생 보니까 학교 동아리나 활동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 것 같던데, 혹시 가족들이 반대하세요? 학교 주변에 있는 동네들도 가격이 꽤 높던데 현이 씨 집에 돈이 많으신가봐요."현이: "아니에요. 저희 가족들은 제가 친구를 사귀는지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어요. 다만 제가 그런 모임을 별로 안 좋아해서요. 학점에 관련된 활동이라면 적극 참여할 거예요.""하하하하! 정말 재미 있으시네요. 사람들은 다들 현이 학생이 예쁘다고 다른 학생들은 많이 무시한다고 했는데 작은 어머니가 현이 학생 그런 사람 아니라고 했어요. 저희 작은 어머니가 현이 씨 공부도 엄청 열심히 할 뿐만 아니라 아주 예의 바르고 친절하다고 했어요. 절대 그런 사람 아니라고 했어요." 여학생은 현이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현이는 얼굴이 빨개지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자신의 상황에 대해 학교 그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다.한 사람만 알아도 곧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될 것이다."현이 학생,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다른 친구들한테 저희 작은 어머니한테 과외 받는 거 비밀로 할게요. 그리고
현이는 매우 뜻밖이었다.그녀는 아버지와 언니와 오늘 돌아오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함께 온 여학생의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 "정말 미안한데 오늘은 집에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밥 꼭 살게요."여학생은 현이를 이해해주며 말했다: "그럼 얼른 가보세요! 전 혼자 먹으면 돼요.""그래요." 현이는 대답한 후 휴대폰을 들고 식당에서 나갔다."현아, 방금 누구랑 얘기한 거야?" 박지성은 방금 현이가 한 얘기를 들었다."한 여학생인데 같은 반 친구는 아니에요." 현이가 대답했다. "둘째 오빠, 지금 어디에요?""학교 문앞에 거의 다왔어." 박지성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말했다. "또 새로운 친구 사귄 거야?""아니에요. 정말 우연인데 선생님께서 과외 받을 수 있는 선생님을 소개해 주셨거든요. 근데 이 과외 선생님이 이 여학생 작은 어머니인 거예요." 현이는 둘째 오빠에게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이 여학생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함부로 얘기하고 다니는 사람 같지는 않아요."박지성은 학교에서 유명한 인물이었고 사람들은 모두 그의 가정 배경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현이와 같은 고민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박지성은 현이의 입장에서 대신 생각하며 말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을 너무 쉽게 믿지 마.""저도 알아요." 현이는 아버지와 언니를 생각하며 들뜬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버지랑 언니는 왜 돌아오면서 미리 얘기 안했대요?""나도 두 사람이 돌아온 후에야 알았어. 아마 갑작기 돌아오기로 결정했나 봐!" 박지성이 말했다."언니는 어때요? 많이 회복했어요?" 현이가 물었다.박지성: "나도 아직 못 만났어! 아버지가 나한테 너 데리고 오라고 전화하셨어, 다같이 집에서 밥 먹자고. 아까 나한테 전화했을 때 금방 비행기에서 내리셨어. 그래서 아버지 전화받자마자 수업 결석하고 너 데리러 왔지.""기사님한테 데리러 오라고 하면 되죠!""기사님은 아버지랑 누나 데리러 갔어.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