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옷이고, 바닥에 있는 건 백이야." 진아연이 딸에게 설명했다. "직원들이 아직 진열을 못했어. 네가 이렇게 일찍 일어날 줄 몰랐거든. 좀 있다 신이랑 화장품도 도착할거야.""엄마, 너무 많아요..." 현이는 깜짝 놀랐다.그녀는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다."천천히 골라. 마음에 드는 걸 남겨두고 아닌 건 그냥 돌려보내." 진아연이 말했다. "날씨가 덥지만 않았어도 엄마랑 함께 쇼핑가는건데. 쇼핑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옷은 두 벌만 고르면 돼요. 백은 필요없어요. 책가방이 있으면 충분해요...""그래도 골라봐. 캐주얼 한 백으로 고르면 되잖아... 책가방 같은 스타일도 있어. 방에 큰 드레스 룸이 있으니 많은 걸 놓을 수 있을 거야." 진아연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현이야, 우린 너에게 빚진 게 너무 많아. 함께 하고 싶고 보상해주고 싶은데 넌 이미 어른이 되었고 앞으로 학교도 가야하니 함께 있을수도 없잖아. 그래서 엄마 아빠가 경제적으로라도 보상하려는 거니 거절하지 말아줄래?"현이는 엄마아빠가 그녀에게 보상해 주려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물건은 사치고 낭비인 것 같았다."돈이 아까워서 그래? 엄마는 너의 지난 삶을 잘 알아. 돈을 어렵게 벌었다는 걸 말이야. 하지만 우리집은 돈이 부족하지 않아. 네 아빠는 재벌 순위에 몇년 씩이나 순위권에 들었었고 엄마도 은퇴하기전에 부자 명단에 오르기도 했었어. 우리가 매일 네게 새옷을 사주고 새 가방을 사준대도 아무런 문제도 없단다." 진아연이 말했다. "네 큰오빠가 돌아와 우리가 네게 제대로 된 옷이나 가방조차 사주지 않은 걸 발견하면 분명 널 데리고 사러 갈거야. 그냥 큰 오빠랑 쇼핑갈래?"현이: "..."큰오빠가 좋긴 하지만 그녀는 큰오빠랑 쇼핑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큰오빠는 말수가 너무 적어서함께 쇼핑한다면 어색할 것 같았다."그럼 좀 고를게요." 현이가 선반 앞에 다가가자 직원이 포장을 하나씩 풀고 그녀에게 보여
"고를 필요 없어." 박시준이 입을 열었다. "색상이 다른 가방은 색상이 다른 옷에 맞춰야 해. 너의 언니는 백이 이것보다 훨씬 많아."진아연이 곧 말을 이었다. "그래, 현이야, 언니 백이 훨씬 더 많으니 이것들은 다 남겨 두자. 여러가지 스타일이 다 있어야 해."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신발과 화장품도 도착했다.도우미는 거실에 있는 가방과 옷을 현이 방으로 옮겼다.화장품과 신이 거실로 옮겨진 후 라엘이와 지성이도 일어나 구경하러 나왔다.."이 신발들은 사이즈만 맞으면 다 남겨." 라엘이가 입을 열었다. "화장품은 맞는지 꼭 써봐야 해."라엘이는 동생을 위해 화장품을 발라봤다."현이야, 이 시리즈가 좋아. 네가 사용해도 알레르기가 생기지 않을거니 이것부터 써." 라엘이는 가장 비싼 세트를 가져와 현이의 손등에 발랐다."언니, 엄마 아빠가 저한테 옷이랑 신이랑 가방이랑 너무 많이 사줬어요. 좀 낭비인 것 같은데..." 현이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뭐가 낭비야. 돈을 카드 안에서만 두는게 진정한 낭비야." 라엘이가 말했다. "며칠 뒤 내가 쇼에 데려가 줄게. 디자이너에게 네 옷을 만들어달라고 하자... 넌 귀엽게 생겼으니 예쁜 옷을 입어야 해."박지성은 우유 한 컵을 손에 들고 마시면서 말했다. "아빠, 왜 동생에게 악세사리는 안 사준 거예요? 우리 박씨 집안 작은 공주님이 얼마나 초라해 보여요.""네 형이 주문했으니 좀 있다 가져올거야." 박시준이 말했다. 현이: "...""박지성, 넌? 아무 것도 없니?" 라엘이가 발을 들고 박지성을 향해 발길질을 날릴 준비를 했다.박지성은 우유를 한숨에 들이키고 차 키를 꺼냈다. "현이야, 오빠는 차 한 대 선물할게. 이 차는 내가 산 후 아직 한 번도 타보지 못한 거야.""네 낡은 차는 네가 타고 다녀. 현이에겐 새 차를 뽑아줄 거야." 진아연은 아들의 차 키를 도로 그의 손에 집어줬다. "네 차는 안 예뻐서 현이 마음에 들지 않을 거야."박지성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난 뭘
T국.수수가 죽었다는 소식이 서 씨 가문에 전해졌을 때 별다른 파장도 일으키지 않았다.어차피 수수는 서 씨 가문의 도우미에 불과했다. 그것도 옛날 도우미 말이다.수수가 서씨 가문을 떠난 후 서씨 가문에선 아무도 그녀를 떠올린 적이 없었다.서준빈이 먼저 수수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수수가 그녀에게 진 빚을 갚았기 때문이었다."아빠, 우리집 못생긴 어린 도우미가 기억나요? 수수라고 말이에요." 저녁을 먹을 떄 서준빈이 이 일을 꺼냈다."당연히 기억하지. 은준이가 그 아이에게 잘해줬잖아." 서 어르신이 서준빈을 힐끗 보고나서물었다. "그 아이는 왜? 널 찾아갔었어?"서준빈이 고개를 저었다. "죽었대요."갑자기 테이블 분위기가 확 변했다.그들은 수수의 생사에 별 관심이 없었지만 이 일에 충격을 받긴 했다."왜 죽었대? 병이 걸린건 아니지? 일을 깔끔하게 잘하는 것 같던데." 서씨 사모님은 재수없다고 생각하며마음속으로 무슨 이상한 병이 아니기를 기도했다."어떻게 죽었는지 저도 잘 몰라요. 나한테 돈을 좀 빌렸는데 오늘 낮에 누군가 돈을 보내왔더라고요. 그녀를 대신해 갚는 거라면서요. 그러더니 그녀가 죽었다면서 예전에 보살펴줘서 고맙다고 인사했어요." 이 일을 말하는 서준빈은 마음이 조금 차가워졌다."누군가 돈을 갚아줬다고? 누구지? 가족이 없지 않아?""자선단체나 뭐 그런거겠지." 서준빈이 추측했다.이때 집사도 입을 열었다. "나한테 빌린 돈도 갚았어요.""돈을 돌려준 사람이 집사 아저씨에게도 그 아이가 죽었다고 했어요?" 서준빈이 물었다.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돌봐줘서 고맙다고 했어요.""어떻게 죽은 건지 모르겠네. 너무 갑작스러워. T대에 붙었다고 하더니." 서준빈이 안타까워 하며 말했다. "병에 걸린건 아닌 것 같아요. 무슨 병이 그렇게 갑자기 도진대요? 사고나 뭐 그런거일 거예요."서씨 사모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아이 팔자가 좋지도 않은데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일찍 죽으면 일찍 환생할 수 있잖아. T대에
그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그가 그때 아주 크게 화를 내고 그녀가 자신을 공항까지 바래다주겠다는 걸 거절했었다.심지어 그는 그녀가 다음날 아침 서씨 가문에 도착했을 때 자신이 이미 떠나가버린 걸 보고 실망했을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무슨 영문인지 그는 그녀가 자기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는 걸 볼 때마다 마음이 짜릿했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이렇게 일찍 세상을 떠날 줄은 몰랐다.그녀가 이렇게 빨리 죽을 줄 알았다면 그녀에게 화를 내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미 모든 것이 늦어버렸다.그녀가 죽었다.그의 개가 죽었을 때처럼 너무 갑작스러웠다.작별 인사를 할 시간도 없이 영원히 그를 떠났다.그가 좋아하는 것은 꼭 다 빼앗아 가야 하는 걸까?A국.현이가 박씨 가문에 온 지 보름이 지났다.이 보름은 현이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그녀는 끼니 걱정할 필요 없고 비바람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으며 생계를 걱정할 필요도, 학비를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그녀는 폭신한 큰 침대에서 눈을 떴다. 밖에서 눈 부신 햇살이 쏟아졌고 방안엔 예쁜 생화가 있었는데 매일 다른 생화로 바뀌었다. 그녀의 새 옷과 새 신발처럼 매일 새로운 것들이었고... 그녀는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이 그냥 이 모든 걸 즐기면 됐다.매일 아래층에 내려가면 맛있는 음식이 기다리고 있어 먹고 싶은 걸 골라 먹을 수 있었다.그녀가 부탁할 필요 없이 맛있는 음식들이 계속 그녀의 앞으로 배달됐고 엄마 아빠와 오빠가 계속 그녀의 옆을 지켰다.지성이가 여름 방학이 있는 것에 비해, 큰 오빠는 일이 바쁜데 그녀와 함께 있기 위해 일을 뒤로 미루었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그들은 그녀를 데리고 각종 전시회와 콘서트장에 갔고 그녀를 데리고 놀이동산과 박물관도 갔다... 매일 일정이 달랐고, 매일 그녀는 새롭게만 느껴졌다.그녀를 데리고 놀러 다닌 것 외에도 그들은 그녀를 데리고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러 다녔다. 또한, 놀러 다닐 때마다 여러가지 기념 선물들도 사주었다.그녀가 상상할 수 있는
현이는 얼굴이 발그스름해졌다. 졸업 후의 일은 너무 멀었다.박씨 가문에 돌아오지 않았다면 그는 방송을 배우고 싶다고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아직 T국에서 혼자 생활하는 거라면 그녀는 아마 취업에 유리한 전공을 택했을 것이다. 컴퓨터 공학이나 의학, 그리고 교사 같은 전공 말이다.이제 그녀는 생계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걸 선택할 수 있었다.인생에는 너무 많은 가능성이 있었다."현이야, 넌 아직 친척들을 뵌 적이 없지? 다들 널 보고 싶어 해. 그래서 네가 대학에 가기전에 집에서 파티를 하려고 해. 친척들을 다 불러서 널 보여주고 싶어." 진아연이 딸과 의논했다. "큰 오빠가 곧 B국에 돌아올 거야. 너만 괜찮다면 이번주 말에 모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네가 싫다면...""엄마, 그렇게 해요." 현이는 보름동안 가족들과 함께 있으면서 자신이 박씨 가문의 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그리고 엄아 아빠와 오빠 언니에게서 일부 친척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하하, 무리하지는 마. 엄마는 널 강요하지 않을거야." 진아연이 소리 내 웃었다. "지금 안 만나도 설에 만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친척들이 널 너무 보고싶어 하긴 해. 매일 네 사진을 보내달라고 성화야.""그럼 이번 주말에 봐요. 저도 친척들이 궁금해요." 현이가 웃으며 말했다.해보자!"사실 우리는 친척이 별로 없어. 왕래가 잦은 사람들은 대부분 나랑 네 아빠 친구들이야." 진아연이 설명했다. "긴장할 필요 없단다. 두려워하지도 말고, 다들 좋은 사람들이야.""그래요, 안 두려워요."현이와 대화를 나눈 후 진아연은 현장 배치 준비에 나섰다.저녁이 되어 퇴근해 돌아온 라엘이는 엄마 아빠가 파티 음식을 의논하는 것을 보았다."파티해요?""그래. 현이가 돌아온 후 아직 축하 파티를 안 했잖아. 친척 지인들을 집에 초대해 축하할 예정이야." 진아연이 대답했다. "라엘아, 금요일을 비워 둬. 동생이랑 나가서 예쁜 드레스를 골라."라엘이는 알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나한테 맡겨
그녀는 나중에 옷을 살 계획이었기 때문에 굳이 금요일 업무 시간에 나갈 필요는 없었다."무슨 생각해!" 라엘이가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설마 옷을 사러 가겠다고 하면 업무 시간을 뺏는 거 같다고 생각하는 거야? 절대 아니야. 언니도 좀 쉬고 싶다구! 오늘 저녁에 나가서 고르고 내일 다시 입어보자... 각자 하나씩 사는 거야. 커플룩처럼!""좋아요!" 현이는 웃으며 말했다. "언니, 근데 매일 일만 하고 연애는 안 해요?"라엘이는 얼굴을 붉히며 미소를 지었다. "뭐, 뭐야? 갑자기 그런 거나 물어보고? 큰 오빠도 연애 안 하잖아!""아, 맞아요. 예전에 뉴스에서 언니가 맞선남을 찾는다는 기사를 본 적 있어요." 현이는 약간 놀리듯이 말했다. "언니, 그때 괜찮은 남자는 있었어요?""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었어! 사실 정말 다 괜찮은 사람들이었어. 넌... 아직 어려서 모르겠지만... 아무튼 조건에 맞는 사람들은 모두 외국에 사는 사람들이었어. 외국에 사는 것은 둘째치고 자라난 환경이 다르니깐 이야기가 잘 통하지 않았어. 그래서 그냥 혼자 찾는 게 나을 거라 생각했어." 라엘이는 자신의 경험을 동생에게 말해줬다."언니라면 충분히 찾고도 남을 거예요! 이렇게나 예쁘고 능력있는데. 좋은 남자 찾을 수 있을 거예요." 현이가 위로했다.라엘이는 약간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현이야, 사실 나 독립하고 싶어. 근데 아직 엄마, 아빠한테는 말도 꺼내지 못하겠어. 혼자 산다고 하면 또 엄청 걱정할 테니까. 근데 친구들한테도 물어보면 연애하고 싶으면 다들 독립하라고 하더라구."현이는 어떤 느낌인지 정확하게 아직은 알기 어렵기 때문에 전적으로 응원했다. "그래서 어디에서 살고 싶은데?""최근에 알아보고는 있어. 회사 근처로. 주말에는 집에 있는 조건으로 설득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해?" 라엘이는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언니가 행복하다면 언제나 응원하죠.""좋아! 하지만 부모님께서 동의하지 않을까 걱정 돼." 라엘이가 말했다. "만약에 엄마, 아빠가 동의하지
그 동안 그녀는 가족들의 보호 아래 잘 지냈고 그러다보니 물가에 대해서 잊고 있었다.박시준이 그녀에게 카드를 주었고 그녀의 카드는 이미 휴대폰 결제 시스템에 등록을 해놓았다. 하지만 사실 쓸 기회가 없었다.부모님과 큰 오빠랑 외출할 때면 계산은 항상 큰 오빠가 했었다.기본적으로 엄마가 뭔가 마음에 들면 집어서 현이에게 보여주면 큰 오빠이 값을 결제했다.큰 오빠가 그들과 함께 있지 않다면 아빠가 비용을 지불할 것입니다.종종 X현이가 반응하기 전에 아빠가 이미 요금을 결제했다.그래서 그녀는 많은 것들의 가격에 대해 많이 알지 못했다.허를 찔린 그녀는 이 드레스의 가격이 400,000위안이라는 것을 알고 기절할 것 같았다.그냥 치마인데 어떻게 40만원에 판다고?이 드레스에는 반짝이는 보석이 박혀 있었지만 현이는 이 보석이 그렇게 비싼 값을 할 가치가 전혀 없다고 느꼈다.큰오빠는 그녀에게 많은 보석을 주었고 그 보석들은 모두 매우 귀중했다.그래서 그녀는 어떤 종류의 보석이 약간의 가치가 있는지 알 수 있었다.예를 들어, 큰 그램과 순수한 색상을 가진 것이 더 가치가 있을 것이다.그녀가 받은 선물에 비해 이 옷에 달린 보석들은 상대적으로 매우 작았다.현이는 라엘이를 옆으로 끌어 당기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언니, 방금 본 드레스의 가격표는 400,000 위안이에요...""글쎄요, 이 가게의 새로운 스타일은 거의 다 이 가격에 있어요." 라엘이는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이것은 고급 맞춤화입니다. 가격이 더 비싸다.""아, 그렇구나..." 하지만 현이는 왜 이렇게 비싼지 이해할 수 없었고 이 가격을 주고 사고 싶지 않았다. "언니, 그냥 우리 다른 곳도 한번 가봐요! 이렇게까지 비싼 옷은 필요 없어요."라엘이가 웃으며 말했다. "여기 옷이 그나마 저렴한 편이라서 온 거야. 이번 기회에 이런 옷들도 입어봐. 현이 네게 잘 어울릴 거 같은데.""언니... 하지만 너무 비싼 걸요." 현이는 옷을 입어볼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입다보면 적
"그럼 내일도 와서 구경하자. 내일은 더 예쁜 게 들어올 거니까." 라엘이는 몇 군데 더 둘러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가 가장 마음에 드는 옷을 사주고 싶었다.현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 원래 옷으로 갈아 입고 나왔다.매장에서 나온 라엘이는 현이를 데리고 고깃집으로 향했다."돌아온 뒤로 고기 안 먹었지?" 라엘이는 웃으며 말했다. "엄마 아빠가 요즘 건강을 생각해서 그런지 워낙 고기나 이런 걸 일절 안 먹으려고 하니까. 아빠도 조금이라도 위생적이지 못 하면 아예 먹질 않으시니. 엄마는 그나마 매운 것도 먹고 하는데."현이는 부모님 곁에 있다보니 영양가 있는 음식들을 먹었다.담백했지만 현이의 입맛에는 맛있었다.하지만 고기 굽는 냄새가 나자 식욕이 확 돋았다."큰 오빠는요?" 현이가 물었다."근데 그거 알아? 예전에 오빠가 아빠를 엄청 싫어했다는 거. 근데 지금은 행동이랑 입맛까지 닮아가는 거 있지." 라엘이가 웃으며 말했다. "나랑 지성이는 좀 달라서 몰래 밖에 나가서 고기랑 샤브샤브 먹기도 했어."현이는 매우 흥미롭게 생각했다. "둘째 오빠 지금 부를까요?""오늘은 우리끼리만 먹자." 라엘이는 메뉴판을 받아 주문을 마친 뒤, 물었다. "아이스크림 먹을래? 여기 아이스크림 맛있어!"현이는 아무 생각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뜨거운 음식 먹고 바로 차가운 음식 먹으면 배탈날 텐데요."라엘: "몇 번 여기서 먹었는데 설사한 적 한 번도 없었어! 물론 이렇게 먹으면 위에 정말 안 좋겠지만."현이: "네."음식을 주문한 뒤, 라엘이는 현이에게 바깥 풍경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저 건물 보이지...?"현이는 멀리서 언니가 가르킨 큰 건물을 바라보았다."저게 진명 그룹이야." 라엘이가 설명했다. "진명 그룹은 할아버지 때부터 설립한 건물이래. 명예와 돈 모두 가지시긴 했지만 할머니를 엄청 힘들게 하셨데. 임신을 하셨을 때도 바람을 피우셨다니 말 다했지. 그래도 마지막 유언장에 모든 재산을 어머니에게 주고 가셨어.현이는 처음 듣는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