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내일도 와서 구경하자. 내일은 더 예쁜 게 들어올 거니까." 라엘이는 몇 군데 더 둘러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가 가장 마음에 드는 옷을 사주고 싶었다.현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 원래 옷으로 갈아 입고 나왔다.매장에서 나온 라엘이는 현이를 데리고 고깃집으로 향했다."돌아온 뒤로 고기 안 먹었지?" 라엘이는 웃으며 말했다. "엄마 아빠가 요즘 건강을 생각해서 그런지 워낙 고기나 이런 걸 일절 안 먹으려고 하니까. 아빠도 조금이라도 위생적이지 못 하면 아예 먹질 않으시니. 엄마는 그나마 매운 것도 먹고 하는데."현이는 부모님 곁에 있다보니 영양가 있는 음식들을 먹었다.담백했지만 현이의 입맛에는 맛있었다.하지만 고기 굽는 냄새가 나자 식욕이 확 돋았다."큰 오빠는요?" 현이가 물었다."근데 그거 알아? 예전에 오빠가 아빠를 엄청 싫어했다는 거. 근데 지금은 행동이랑 입맛까지 닮아가는 거 있지." 라엘이가 웃으며 말했다. "나랑 지성이는 좀 달라서 몰래 밖에 나가서 고기랑 샤브샤브 먹기도 했어."현이는 매우 흥미롭게 생각했다. "둘째 오빠 지금 부를까요?""오늘은 우리끼리만 먹자." 라엘이는 메뉴판을 받아 주문을 마친 뒤, 물었다. "아이스크림 먹을래? 여기 아이스크림 맛있어!"현이는 아무 생각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뜨거운 음식 먹고 바로 차가운 음식 먹으면 배탈날 텐데요."라엘: "몇 번 여기서 먹었는데 설사한 적 한 번도 없었어! 물론 이렇게 먹으면 위에 정말 안 좋겠지만."현이: "네."음식을 주문한 뒤, 라엘이는 현이에게 바깥 풍경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저 건물 보이지...?"현이는 멀리서 언니가 가르킨 큰 건물을 바라보았다."저게 진명 그룹이야." 라엘이가 설명했다. "진명 그룹은 할아버지 때부터 설립한 건물이래. 명예와 돈 모두 가지시긴 했지만 할머니를 엄청 힘들게 하셨데. 임신을 하셨을 때도 바람을 피우셨다니 말 다했지. 그래도 마지막 유언장에 모든 재산을 어머니에게 주고 가셨어.현이는 처음 듣는
다음 날. 라엘이는 현이를 데리고 다시 쇼핑에 나섰다.옷 몇 벌을 고른 뒤 현이는 어제 봤던 옷이 자꾸 생각났다.그래서 두 사람은 그 치마 세 벌을 주문하러 갔다.라엘이는 어머니의 사이즈를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연락해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사이즈는 오늘 고쳐서 바로 줄 수 있나요?" 라엘이가 매장 대표에게 물었다. "내일 입어야 하는데.""야근해서라도 예쁘게 수정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매장 대표가 이어서 말했다. "진 아가씨는 저희 VIP이시니 뭘 원하시든지 저희가 다 맞춰 드리는 게 맞습니다.""고마워요. 결제하시죠!" 라엘이가 가방에서 카드를 꺼냈다.현이 역시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며 말했다. "언니, 제 카드 사용하는 게 어때요?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데. 얼마가 들어있는지 모르겠지만."라엘이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아빠 카드네. 한도가 따로 없을 거야. 지금 집을 살 때 사용해도 문제 없을 걸."현이: "..."라엘: "한 번 돈을 써보고 싶으면 네 카드로 긁어도 돼!"현이: "혹시 제가 사용하면 아빠가 알까요?"라엘: "하하하! 왜? 뭐라고 할까봐 그래? 걱정마. 얼마를 써도 신경쓰지 않을 거야. 지성이도 아빠 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걸. 자동차랑 각종 디지털 제품들을 사도 아빠는 뭐라 안 했어."언니의 말을 들은 현이는 바로 매장 대표에게 카드를 건넸다.매장 대표가 카드기에 카드를 긁은 뒤, 현이가 이어서 비밀번호를 입력했고 바로 결제 성공을 했다."언니, 언니는 아빠 카드 아니에요?" 현이가 카드를 가방에 넣으며 물었다.라엘: 난 엄마의 세컨드 카드를 사용해. 어렸을 때부터 돈을 벌어서 엄마한테 맡겼거든. 그러나 열여덟 살이 되고 나서는 내 카드를 사용하기 시작했지. 어머니가 매달 내 카드로 일정 금액의 돌을 이체하면 내가 직접 쓰고 있어. 감시당하는 게 싫으면 직접 카드를 만들어도 돼."현이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저도 직접 돈을 번 다음에 카드 만들래요!"그녀는 지금 아직 돈을 벌 능력이 없었기에 아무
"내 어린 시절 동반자 같거든. 회사가 성장하는 걸 지켜봤고, 회사 또한 내 성장을 지켜봤으니까." 라엘이는 발코니에 서서 회사 건물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 어릴 적 꿈이 우주 대스타가 되는 거였어. 남들 앞에서 스스로를 뽐내는 걸 좋아했었거든. 하지만, 나중에 자라면서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사라지더니, 지금은 그런 욕구가 없어졌어.""언니가 연예인이 된다면 진짜 인기 많았을 거 같아요." 현이가 말했다."하지만 지금은 인기있고 그런 것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아. 그저 회사를 잘 키워서 아빠랑 큰 오빠처럼 기업가가 되는 게 꿈이야.""언니라면 지금도 이미 대단한 걸요.""넌 꿈이 뭐야?" 라엘이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현이는 질문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고선 마침내 고개를 저었다. "좋은 대학을 나와서 먹고살 수 있을 정도의 직업을 갖는 게 꿈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이런 것들을 고민한 필요가 없어져서 꿈이 뭔지 모르겠어요.""그럼 천천히 생각해 봐도 돼. 아직 어리니까.""하지만 전 제가 어리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조급해 하지마. 천천히 시간이 흐르는 대로 받아들이면 돼." 라엘이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자, 이제 가구 보러 가자.""네."다음 날, 이른 아침.성빈은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박시준 집에 도착했다.잠시 뒤, 하준기의 가족들도 도착했다.원래 오늘 밤 파티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다들 현이를 빨리 보고싶은 마음에 이렇게 아침이 되자마자 달려온 것이다.그들이 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위정의 가족들도 도착했다.수현은 현이의 방으로 가서 현이를 데리고 나왔다.현이는 아래층에 사람들이 이미 와있다는 것을 알고 서둘러 옷을 입었고 머리를 정리하기도 전에 수현이의 손에 이끌려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진아연과 박시준은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있었고 딸이 내려오는 것을 보자 바로 다가가 사람들에게 소개해줬다."제 막내 딸 현이입니다." 박시준은 사랑스러운 미소로 현이를 바라보며 모든 사람들에게 소개했다. "현이야
"마이크 삼촌! 지운 삼촌!"지성이는 두 사람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는 바로 달려가 인사했다.마이크와 조지운은 현이가 보름 전에 찾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사실은 더 빨리 현이를 보러 오고 싶었지만 진아연이 현이에게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시간을 달라고 말했었다.그래서 둘은 오늘에서야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우리가 제일 먼저 온 줄 알았는데!" 마이크는 마당에 주차된 고급 세단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아침도 안 먹고 다들 달려 왔나 보네?"지성이는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저희는 아직 아침 안 먹었어요!""일만 있으면 다들 아주 행동력 대장들이라니까!" 마이크는 투덜거리며 거실로 들어왔다.직원들은 손님 맞이를 위해 실내용 슬리퍼를 가져왔다."현이야, 저기 금발 머리는 마이크 삼촌이야. 어렸을 때부터 거의 우리를 키웠다고 볼 수 있지. 그 옆에는 지운 삼촌. 지운 삼촌은 원래 아빠 대표 비서 실장이셨어." 라엘이가 조용히 그녀에게 설명했다. "마이크 삼촌은 지금 큰 오빠 회사에서 일하고 있구. 지운 삼촌은 진명 그룹 B국 자회사에서 일하고 있어.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람들이야."현이는 그 말을 들으며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마이크와 조지운은 실내용 슬리퍼로 갈아 신은 뒤, 현이에게 성큼 성큼 다가가 현이를 뚫어져라 보며 말했다."이야! 뭐야? 완전 박시준 씨 여자 버젼이잖아! 완전 닮았어!" 마이크는 현이의 얼굴을 꼬집으려 하다 말았다. "태어났을 때는 아연이를 쏙 닮았더니 크니깐 아빠랑 완전 판박이네!""유전의 힘이네요." 조지운이 말했다. "누가봐도 대표님 딸이네요!"조지운은 박시준을 오랫동안 모셨기에 현이를 보자마자 박시준과 구체적으로 어디가 닮았는지 빠르게 알 수 있었다."특히... 눈. 정말 박시준 씨의 눈과 똑닮았네!" 마이크가 말했다."눈 뿐만 아니라 입도요." 조지운이 말했다."코는 약간 아연이랑 닮았어!" 마이크가 이어서 말했다."네...""DNA검사 해봤어?" 마이크가 진아연에게 물었다."현이
마이크가 덧붙여 말했다. "여기 지운 삼촌이 직접 인테리어를 담당했어!"현이는 집이라는 선물을 받을 것이라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너무나도 놀랐다."받아! 인테리어 끝나면 같이 가자!" 라엘이는 현이에게 서류 봉투를 쥐어주며 말했다."감사합니다... 마이크 삼촌... 그리고 지운 삼촌." 현이는 고마움에 얼굴이 붉어졌다."가족끼리 고맙긴 뭐가!" 마이크는 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놀렸다. "뭐야? 우리 온다고 머리도 빗지 않고 내려온 거야? 감동이네! 하하하! 자, 가서 밥이나 먹자. 배고파!"다같이 식당으로 향했다.손님이 올 줄 알고 아침을 이미 많이 만들어 놓았다."현이야, 네가 수현이랑 친하다고 들었어. 여기 성빈 삼촌이 다이아몬드 원석을 선물로 줄게. 나중에 수현이가 디자인해서 네게 주도록 할게." 최은서가 그녀에게 속삭였다. "이 왕관은 예전에 모델 대회에 참가했을 때 받은 상이야. 진짜 가장 소중한 물건인데 현이에게 선물로 줄게. 하고 싶은 일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현이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고맙습니다... 정말 소중히 잘 간직할게요.""울긴 왜 울어! 네가 행복해야 우리도 다 행복해 지는 거 잊지마. 우리가 얼마나 이 날만을 기다렸는지 알아? 몇 년 동안 널 찾아 다녔는지 몰라. 처음에는 찾지 못했지만 네가 살아있을 거라고 항상 믿고 있었어. 그리고 이렇게 네가 돌아왔구. 앞으로는 우리와 행복한 시간만 보내자."현이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거렸다. "네, 그렇게 할게요.""좋아! 그럼 이제 아침 먹자!" 진아연은 국수 한 그릇을 가져가 현이 앞에 놓았다.현이는 T국에서 오랫동안 살았기에 면 요리를 좋아했다.진아연은 딸이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이미 파악했기에 매일 현이를 위해 면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요청했다."은서 이모, 나중에 시간 되면 메이크업 좀 해줘요!" 라엘이는 샌드위치를 먹으며 최은서에게 말했다."알았어! 메이크업은 나한테 맡겨." 최은서는 지난 2년간 모델 업계에서 은퇴한 다음, 자신의 뷰티 브랜드와
"어머나, 너무 좋구나! 상민이라...귀여워!" 진아연은 매우 마음에 들었다. "혹시 다른 이름 생각한 거 더 있나요?"배유정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전 이게 다 예요. 아주머니랑 아저씨께서 지으시는 게 어떨까요.""후훗! 예전에 아이들 이름을 지을 때는 아주 쉽게 정한 거 같은데! 하지만 손주에게 지을 이름은 너무 어려운 거 같아요." 진아연은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했다. "유정 씨가 집에 가서 좀 생각해 줘요!""그래."진아연은 배유정을 GD 디저트 대표님에게 인사시켰다.두 사람이 인사를 나눈 뒤, GD 디저트 대표는 배유정에게 열정적으로 자신의 운영 비법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신규 디저트 가게에는 처음에 고급 디저트 1, 2개만 있으면 됩니다. 그래서 고객들이 그 맛에 적응하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서비스도 굉장히 신경써야 하구요.""오늘은 두 가지 정도 케이크 비법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베스트 셀러인 박스 케이크랑 신제품..."배유정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들었다.시간이 어느덧 점심 때가 되었다.오늘은 주방을 사용하는 바람에 점심은 밖에 나가 먹기로 했다."유정 씨, 우리 오빠랑 언제 그런 일이 있었던 거예요? 오빠에게 물어봐도 제대로 이야기를 안 해줘서요!" 레스토랑에 도착한 라엘이는 배유정을 붙잡고 물었다. "걱정마요. 오빠에게는 말 안 할게요."배유정은 난감했다.진지한에게 이끌려...진지한과 하룻밤을 보냈다고 말해야 하는 것일까?그 말은 절대로 그녀가 먼저 말할 수는 없었다."오빠가 그날 술을 엄청 마셨던 걸로 아는데. 주사가 여자랑 자는 건 절대 아닌데. 오빠가 첫 눈에 유정 씨에게 반한 게 틀림없어요." 라엘이는 배유정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며 말했다.진아연 역시 그 말에 동의했다.그녀 역시 인생 선배로서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보통 술에 취하면 기본적으로 피곤해서 잠을 자는 게 보통인데 아마 그녀를 보고 자신의 아들이 통제력을 잃었다고 생각했다."그게 아니에요... 그 생
"이사를 안 해서 남자친구를 못 사귀는 것 같아서 그래?" 진아연은 마음을 바꿨다.라엘: "엄마... 무슨 생각하는지 알겠지만 그런 거 아니에요. 주말마다 집에 돌아올 거예요. 그러니깐 오해하지 마세요."진아연: "네가 엄마를 닮아서 고집이 센 거 잘 알고 있어. 딸이 독립하고 싶다는데 말릴 수가 없잖아? 다만... 혼자는 너무 힘드니 가정부랑 같이 나가는 게 어때? 경호원이랑...""그만요... 사람들을 데리고 나가면 아빠가 분명 몰래 몰래 물어볼 거예요. 요리라면 혼자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요즘 배달도 잘 되어 있고 하니까 걱정마세요.""여자 혼자 안전할까?" 진아연은 이게 가장 걱정됐다."경호원이 매일 집에 데려다 주는 걸로 해요. 어때요?""알겠어. 근데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면 미리 말하지 그랬어." 진아연은 약간 섭섭함을 느꼈다. "설마 우리가 반대할 거 같아서 미리 집계약을 한 거야?"라엘이는 엄마를 안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정말 고의로 말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저도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이 말을 듣자 진아연의 안색이 다시 좋아졌다."왜 아버지에게 말하지 않고? 말하지 말까?""안전하지 않다고 완전 동의하지 않을까 두려워요...""아빠는 널 사랑하기 때문에 걱정하고 있어. 아빠의 감정을 이해해야 해." 그는 상심했을 것입니다."라엘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점심 먹고 이야기 해볼게요. 어제 동생이랑 같이 가구도 고르고 했어요. 보여줄게요."라엘이는 휴대폰을 켜서 사진첩에 들어가 집과 그녀가 산 가구들을 보여줬다.진아연은 사진을 본 뒤, 물었다. "현이는 뭐래? 자기도 나가고 싶다고 안 그래?"라엘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물었지만 엄마 아빠랑 같이 살고 싶데요! 걱정마세요. 현이가 지금 너무 행복하다고 했어요."진아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라엘아, 나가서 살아도 되지만... 조심해야해! 아무나 만나지 말고...""엄마, 저 어린애 아니에요. 걱정하지 않아도 되요.""어떻게 걱정을 안
"그래. 우리 역시 김세연 씨랑 멀어지자는 건 아니야. 저번에도 만났잖아. 그냥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조금씩 멀어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거야. 그러니 라엘이 너도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돼." 진아연은 라엘이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네가 고백하기 전에도 연락이 그렇게 많지 않았어.""예전에는 서로가 바빠서 그런 거 아니구요? 지금 다 은퇴해서 바쁘지 않잖아요..." 라엘이는 김세연과 관계가 더 멀어지지 않기를 바랐다.김세연과의 추억은 그녀의 어린 시절의 절반을 차지했으니 말이다."세연 씨도 우리한테 먼저 연락 안 하는 걸! 라엘아, 연락에 대해서 너무 강요하지 않는 게 좋아. 상대방이 연락이 없다면 그것대로 두는 것도 그 사람에 대한 예의야. 나중에 혹시나 도움이 필요해서 연락올 때, 그를 도와주면 되는 거야."라엘이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하지만 마음 한 편으로는 불편했다.그건 아마도 라엘이가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은 이유도 있을 것이다.점심 식사가 끝난 뒤, 라엘이는 아빠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하필이면 가장 더운 시간이었다.박시준은 나가자마자 땀이 흘러 내렸다."라엘아, 왜 굳이 밖에서 이야기 해야하는 거야?" 박시준은 라엘이도 더워하는 모습을 보고 물었다."집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요... 조용히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그게 어제 회사 근처에 집계약 했어요. 주중에는 혼자 있다가 주말에 본집에 들어오고 싶어서요. 아빠, 괜찮죠?" 라엘이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박시준을 바라보았다.박시준의 표정이 순식간에 심각해졌다. "대체 왜?""그냥 혼자 살아보고 싶어서요. 엄마한테는 이미 말했어요..." 라엘이는 급히 엄마를 핑계대며 말했다."왜 엄마한테 먼저 말한 거야? 아빠보다 엄마를 더 사랑하는 거지?" 박시준은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무슨 소리세요. 그냥 상황이 그래서 엄마한테 먼저 말한 것 뿐이에요. 그리고 엄마는 조금 개방적이시니까요. 그렇다고 아빠가 고지식하다는 건 아니에요. 그냥 걱정이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