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는 핑크색 샌들과 진아연이 신고 있는 샌들을 번갈아보았다.같은 색상, 같은 스타일의 두 샌들은 크기만 서로 달랐다."수수야, 아침 먹었어? 배는 안 고프고?" 진아연은 그녀가 신을 갈아 신는 걸 보며 물었다. "목 마르지 않아? 뭐 좀 마실래? 물도 있고 음료수도 있는데...""배고프지도 목마르지도 않아요." 수수는 신발을 갈아 신으며 대답했다."그럼 집에 익숙해 질 수 있도록 구경시켜 줄게. 네 방도 가 보고." 진아연은 수수가 이곳 환경에 빨리 익숙해 지도록 하고 싶었다.수수는 긴장한 마음에 진아연을 따라나섰다.그녀에게 말을 걸고 있는 진아연 외의 다른 사람은 모두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박시준 등과 집안의 도우미를 포함해서 말이다."1층에는 방이 여섯 개 있는데 안방 하나와 게스트룸 두 개, 그리고 유모방과 다용도실이 있어. 우리는 주로 2층과 3층에서 살고 있어." 진아연이 수수에게 말했다. "여기엔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계단을 이용하고 싶지 않을 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돼. 우린 보통 운동 겸 계단을 이용하고 있어. 하지만 아파서 운동할 수 없을 땐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돼.""나랑 너의 아빠는 2층에서 지내고 너의 언니도 2층에서 지내. 큰오빠랑 둘째 오빠는 3층에서 지내구." 진아연이 말을 이었다. "네 방은 언니 옆 방이니 지금 같이 가 보자."수수는 진아연의 옆에서 걸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수수야. T국에 돌아가 그곳 생활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걸 알아. 나랑 아빠가 함께 가줄게." 진아연은 수수가 말이 별로 없자 한마디 보충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에요." 수수가 생각에 잠기다가 말했다. "김영아가 저의 엄마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사람들은 진실을 몰라." 진아연은 수수를 데리고 방에 들어가 작은 소파에 앉아 얘기를 나눴다. "이 일이 좀 수치스러운 일이기도 하고 김형문 일가가 다 죽었기도 해서 그래. 너무 많은 사고
이들 부자는 이 일에서 의견이 같았다.진아연은 그들이 불필요한 걱정을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말리지 않았다."이 일은 제가 처리할게요." 진지한이 말했다. "엄마, 아빠는 집에서 현이랑 함께 있어요.""그냥 사람을 보내면 되는데 네가 직접 갈 필요 뭐 있어?" 박시준은 아들이 이번 외출에서 무슨 사고라고 날까 걱정되었다.진지한: "여동생이 생활하던 곳을 둘러보려고요.""그래. 그럼 경호원을 데리고 가. 안전 조심하고." 박시준이 말했다....수수는 방에서 잠이 들었다.눈을 뜬 그녀는 낯선 방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었다.오전에 진아연은 그녀를 데리고 별장을 둘러보며 그 해 일어났던 일을 자세히 설명했다.그녀는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다만 아직 막연히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를 뿐이었다.그녀는 자신의 친 부모님을 인정하기 싫은 건 아니었다. 박시준과 진아연이 그동안 끊임없이 그녀를 찾아헤맸다는 걸 알았을 때 크게 감동했다.하지만 그녀의 지난 십여 년과 지금의 생활은 너무 달랐다.그녀는 끝에서 다른 끝으로 달리는 기분이었고 이 모든 걸 받아들이고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그녀는 침대에 앉아 한동안 멍때리다가 침대에서 내려 방에서 걸어 나왔다."현이야." 진아연은 그녀가 방에서 걸오나오는 걸 보고 곧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진아연은 방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딸의 움직임을 제때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수수는 엄마가 자신을 ‘현이’라고 부른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 집에 돌아왔으니 앞으로 그녀는 현이로 살아야 할 것이다."배고프지 않아? 엄마랑 같이 내려가서 과일 먹자." 진아연은 현이의 손을 잡고 말했다. "아빠는 낮잠 자고 계셔.""엄마, 엄마는 왜 안 자요?" 수수가 머뭇거리다가 물었다.진아연은 딸이 ‘엄마’라고 부르자 기분이 좋아져 그동안 고생했던것이 보람차게 느껴졌다."잠이 안 와. 너랑 얘기하고 싶어서. 내가 현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해?" 진아연이 물었다.수수는 고개를
"수수라는 신분을 없앨 거야. 앞으로는 수수는 없어지고 현이만 존재하는 거지." 진아연은 부드럽게 말했다. "현이야, 이렇게 하는 건 앞으로 닥칠 위험을 대비해서야."수수는 고개를 숙이고 엄마의 말을 되새겼다.'수수' 의 신분이 아쉬운 건 아니었다. 다만 조금 마음이 불편했다.어쨌거나 그녀는 이 신분으로 십여 년을 살아왔으니 말이다."현이야, 네가 아쉬워한다는 걸 알아. 하지만 이건 가장 좋은 선택이야. 앞으로 네가 원하는 걸 우린 뭐든 다 줄거야...""엄마, 난 좀 아쉬울 뿐이에요. 다들 그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해요. 어차피 전 친구도 별로 없거든요." 수수는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하지만 제가 진 빚을 아직 다 못갚았어요.""그들의 이름과 계좌 번호를 알려 줘. 내가 갚아줄게. 아니면 내가 너한테 돈을 줄테니 네가 직접 돌려주렴." 진아연이 말했다. "또 해야 할 일이 있니?"수수가 고개를 저으며 유감스럽게 말했다. "겨우 T에 붙었는데 다닐 수 없게 됐네요.""좋은 학교에 입학하기란 정말 쉽지 않아. 하지만 우리가 좋은 대학에 가는 건 좋은 학교라서 가는 게 아니라 거기가서 학업을 계속 하기 위해서잖아. 그렇다면 T대든 A대든 상관없이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해." 진아연이 위로했다. "A시의 대학은 네가 마음대로 선택해도 돼. 앞으로 배우고 싶은 걸 마음껏 배워. 엄마 아빠가 전부 지원해줄게."진아연은 주문이라도 걸 듯 몇 마디 말로 수수의 불안하던 마음을 위로했다."엄마, 작은 부탁이 있어요" 수수는 과일을 먹으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전 평범한 사람의 삶을 원해요. 그래서 다른 사람이 제가 엄마아빠 딸이라는 사실을 몰랐으면 좋겠어요. 제 또 다른 신분때문에 너무 관심이 쏠릴까봐 걱정돼서 그래요."지난 몇 년 동안 그녀는 조용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그녀는 그런 삶에 더욱 익숙했다."그래. 엄마는 너의 그런 마음을 이해해. 많은 지인들이 우리가 널 찾았다는 걸 알고 널 보러 오려 했는데 내가 다 거절
"이건 옷이고, 바닥에 있는 건 백이야." 진아연이 딸에게 설명했다. "직원들이 아직 진열을 못했어. 네가 이렇게 일찍 일어날 줄 몰랐거든. 좀 있다 신이랑 화장품도 도착할거야.""엄마, 너무 많아요..." 현이는 깜짝 놀랐다.그녀는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다."천천히 골라. 마음에 드는 걸 남겨두고 아닌 건 그냥 돌려보내." 진아연이 말했다. "날씨가 덥지만 않았어도 엄마랑 함께 쇼핑가는건데. 쇼핑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옷은 두 벌만 고르면 돼요. 백은 필요없어요. 책가방이 있으면 충분해요...""그래도 골라봐. 캐주얼 한 백으로 고르면 되잖아... 책가방 같은 스타일도 있어. 방에 큰 드레스 룸이 있으니 많은 걸 놓을 수 있을 거야." 진아연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현이야, 우린 너에게 빚진 게 너무 많아. 함께 하고 싶고 보상해주고 싶은데 넌 이미 어른이 되었고 앞으로 학교도 가야하니 함께 있을수도 없잖아. 그래서 엄마 아빠가 경제적으로라도 보상하려는 거니 거절하지 말아줄래?"현이는 엄마아빠가 그녀에게 보상해 주려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물건은 사치고 낭비인 것 같았다."돈이 아까워서 그래? 엄마는 너의 지난 삶을 잘 알아. 돈을 어렵게 벌었다는 걸 말이야. 하지만 우리집은 돈이 부족하지 않아. 네 아빠는 재벌 순위에 몇년 씩이나 순위권에 들었었고 엄마도 은퇴하기전에 부자 명단에 오르기도 했었어. 우리가 매일 네게 새옷을 사주고 새 가방을 사준대도 아무런 문제도 없단다." 진아연이 말했다. "네 큰오빠가 돌아와 우리가 네게 제대로 된 옷이나 가방조차 사주지 않은 걸 발견하면 분명 널 데리고 사러 갈거야. 그냥 큰 오빠랑 쇼핑갈래?"현이: "..."큰오빠가 좋긴 하지만 그녀는 큰오빠랑 쇼핑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큰오빠는 말수가 너무 적어서함께 쇼핑한다면 어색할 것 같았다."그럼 좀 고를게요." 현이가 선반 앞에 다가가자 직원이 포장을 하나씩 풀고 그녀에게 보여
"고를 필요 없어." 박시준이 입을 열었다. "색상이 다른 가방은 색상이 다른 옷에 맞춰야 해. 너의 언니는 백이 이것보다 훨씬 많아."진아연이 곧 말을 이었다. "그래, 현이야, 언니 백이 훨씬 더 많으니 이것들은 다 남겨 두자. 여러가지 스타일이 다 있어야 해."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신발과 화장품도 도착했다.도우미는 거실에 있는 가방과 옷을 현이 방으로 옮겼다.화장품과 신이 거실로 옮겨진 후 라엘이와 지성이도 일어나 구경하러 나왔다.."이 신발들은 사이즈만 맞으면 다 남겨." 라엘이가 입을 열었다. "화장품은 맞는지 꼭 써봐야 해."라엘이는 동생을 위해 화장품을 발라봤다."현이야, 이 시리즈가 좋아. 네가 사용해도 알레르기가 생기지 않을거니 이것부터 써." 라엘이는 가장 비싼 세트를 가져와 현이의 손등에 발랐다."언니, 엄마 아빠가 저한테 옷이랑 신이랑 가방이랑 너무 많이 사줬어요. 좀 낭비인 것 같은데..." 현이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뭐가 낭비야. 돈을 카드 안에서만 두는게 진정한 낭비야." 라엘이가 말했다. "며칠 뒤 내가 쇼에 데려가 줄게. 디자이너에게 네 옷을 만들어달라고 하자... 넌 귀엽게 생겼으니 예쁜 옷을 입어야 해."박지성은 우유 한 컵을 손에 들고 마시면서 말했다. "아빠, 왜 동생에게 악세사리는 안 사준 거예요? 우리 박씨 집안 작은 공주님이 얼마나 초라해 보여요.""네 형이 주문했으니 좀 있다 가져올거야." 박시준이 말했다. 현이: "...""박지성, 넌? 아무 것도 없니?" 라엘이가 발을 들고 박지성을 향해 발길질을 날릴 준비를 했다.박지성은 우유를 한숨에 들이키고 차 키를 꺼냈다. "현이야, 오빠는 차 한 대 선물할게. 이 차는 내가 산 후 아직 한 번도 타보지 못한 거야.""네 낡은 차는 네가 타고 다녀. 현이에겐 새 차를 뽑아줄 거야." 진아연은 아들의 차 키를 도로 그의 손에 집어줬다. "네 차는 안 예뻐서 현이 마음에 들지 않을 거야."박지성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난 뭘
T국.수수가 죽었다는 소식이 서 씨 가문에 전해졌을 때 별다른 파장도 일으키지 않았다.어차피 수수는 서 씨 가문의 도우미에 불과했다. 그것도 옛날 도우미 말이다.수수가 서씨 가문을 떠난 후 서씨 가문에선 아무도 그녀를 떠올린 적이 없었다.서준빈이 먼저 수수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수수가 그녀에게 진 빚을 갚았기 때문이었다."아빠, 우리집 못생긴 어린 도우미가 기억나요? 수수라고 말이에요." 저녁을 먹을 떄 서준빈이 이 일을 꺼냈다."당연히 기억하지. 은준이가 그 아이에게 잘해줬잖아." 서 어르신이 서준빈을 힐끗 보고나서물었다. "그 아이는 왜? 널 찾아갔었어?"서준빈이 고개를 저었다. "죽었대요."갑자기 테이블 분위기가 확 변했다.그들은 수수의 생사에 별 관심이 없었지만 이 일에 충격을 받긴 했다."왜 죽었대? 병이 걸린건 아니지? 일을 깔끔하게 잘하는 것 같던데." 서씨 사모님은 재수없다고 생각하며마음속으로 무슨 이상한 병이 아니기를 기도했다."어떻게 죽었는지 저도 잘 몰라요. 나한테 돈을 좀 빌렸는데 오늘 낮에 누군가 돈을 보내왔더라고요. 그녀를 대신해 갚는 거라면서요. 그러더니 그녀가 죽었다면서 예전에 보살펴줘서 고맙다고 인사했어요." 이 일을 말하는 서준빈은 마음이 조금 차가워졌다."누군가 돈을 갚아줬다고? 누구지? 가족이 없지 않아?""자선단체나 뭐 그런거겠지." 서준빈이 추측했다.이때 집사도 입을 열었다. "나한테 빌린 돈도 갚았어요.""돈을 돌려준 사람이 집사 아저씨에게도 그 아이가 죽었다고 했어요?" 서준빈이 물었다.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돌봐줘서 고맙다고 했어요.""어떻게 죽은 건지 모르겠네. 너무 갑작스러워. T대에 붙었다고 하더니." 서준빈이 안타까워 하며 말했다. "병에 걸린건 아닌 것 같아요. 무슨 병이 그렇게 갑자기 도진대요? 사고나 뭐 그런거일 거예요."서씨 사모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아이 팔자가 좋지도 않은데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일찍 죽으면 일찍 환생할 수 있잖아. T대에
그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그가 그때 아주 크게 화를 내고 그녀가 자신을 공항까지 바래다주겠다는 걸 거절했었다.심지어 그는 그녀가 다음날 아침 서씨 가문에 도착했을 때 자신이 이미 떠나가버린 걸 보고 실망했을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무슨 영문인지 그는 그녀가 자기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는 걸 볼 때마다 마음이 짜릿했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이렇게 일찍 세상을 떠날 줄은 몰랐다.그녀가 이렇게 빨리 죽을 줄 알았다면 그녀에게 화를 내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미 모든 것이 늦어버렸다.그녀가 죽었다.그의 개가 죽었을 때처럼 너무 갑작스러웠다.작별 인사를 할 시간도 없이 영원히 그를 떠났다.그가 좋아하는 것은 꼭 다 빼앗아 가야 하는 걸까?A국.현이가 박씨 가문에 온 지 보름이 지났다.이 보름은 현이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그녀는 끼니 걱정할 필요 없고 비바람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으며 생계를 걱정할 필요도, 학비를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그녀는 폭신한 큰 침대에서 눈을 떴다. 밖에서 눈 부신 햇살이 쏟아졌고 방안엔 예쁜 생화가 있었는데 매일 다른 생화로 바뀌었다. 그녀의 새 옷과 새 신발처럼 매일 새로운 것들이었고... 그녀는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이 그냥 이 모든 걸 즐기면 됐다.매일 아래층에 내려가면 맛있는 음식이 기다리고 있어 먹고 싶은 걸 골라 먹을 수 있었다.그녀가 부탁할 필요 없이 맛있는 음식들이 계속 그녀의 앞으로 배달됐고 엄마 아빠와 오빠가 계속 그녀의 옆을 지켰다.지성이가 여름 방학이 있는 것에 비해, 큰 오빠는 일이 바쁜데 그녀와 함께 있기 위해 일을 뒤로 미루었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그들은 그녀를 데리고 각종 전시회와 콘서트장에 갔고 그녀를 데리고 놀이동산과 박물관도 갔다... 매일 일정이 달랐고, 매일 그녀는 새롭게만 느껴졌다.그녀를 데리고 놀러 다닌 것 외에도 그들은 그녀를 데리고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러 다녔다. 또한, 놀러 다닐 때마다 여러가지 기념 선물들도 사주었다.그녀가 상상할 수 있는
현이는 얼굴이 발그스름해졌다. 졸업 후의 일은 너무 멀었다.박씨 가문에 돌아오지 않았다면 그는 방송을 배우고 싶다고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아직 T국에서 혼자 생활하는 거라면 그녀는 아마 취업에 유리한 전공을 택했을 것이다. 컴퓨터 공학이나 의학, 그리고 교사 같은 전공 말이다.이제 그녀는 생계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걸 선택할 수 있었다.인생에는 너무 많은 가능성이 있었다."현이야, 넌 아직 친척들을 뵌 적이 없지? 다들 널 보고 싶어 해. 그래서 네가 대학에 가기전에 집에서 파티를 하려고 해. 친척들을 다 불러서 널 보여주고 싶어." 진아연이 딸과 의논했다. "큰 오빠가 곧 B국에 돌아올 거야. 너만 괜찮다면 이번주 말에 모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네가 싫다면...""엄마, 그렇게 해요." 현이는 보름동안 가족들과 함께 있으면서 자신이 박씨 가문의 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그리고 엄아 아빠와 오빠 언니에게서 일부 친척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하하, 무리하지는 마. 엄마는 널 강요하지 않을거야." 진아연이 소리 내 웃었다. "지금 안 만나도 설에 만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친척들이 널 너무 보고싶어 하긴 해. 매일 네 사진을 보내달라고 성화야.""그럼 이번 주말에 봐요. 저도 친척들이 궁금해요." 현이가 웃으며 말했다.해보자!"사실 우리는 친척이 별로 없어. 왕래가 잦은 사람들은 대부분 나랑 네 아빠 친구들이야." 진아연이 설명했다. "긴장할 필요 없단다. 두려워하지도 말고, 다들 좋은 사람들이야.""그래요, 안 두려워요."현이와 대화를 나눈 후 진아연은 현장 배치 준비에 나섰다.저녁이 되어 퇴근해 돌아온 라엘이는 엄마 아빠가 파티 음식을 의논하는 것을 보았다."파티해요?""그래. 현이가 돌아온 후 아직 축하 파티를 안 했잖아. 친척 지인들을 집에 초대해 축하할 예정이야." 진아연이 대답했다. "라엘아, 금요일을 비워 둬. 동생이랑 나가서 예쁜 드레스를 골라."라엘이는 알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나한테 맡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