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라엘이가 전 세계적으로 공개 구혼을 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그가 느끼기에 조금 황당한 소식이었다."맞아요, 라엘이의 아빠와 오빠가 도와주고 있어요. 라엘이 본인도 알고 지내는 이성이 별로 없다며, 친구를 사귀고 싶어 했고요." 진아연이 설명했다. "세연 씨와 세연 씨의 여자친구는 어때요? 언제 결혼할 계획이 있어요?"김세연: "아직 없어요. 공개 구혼을 하기에, 라엘이가 하루빨리 결혼하고 싶어 하는 줄 알았어요.""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초고속 결혼을 하려고 할지도 모르죠. 그럼, 저희도 막을 생각이 없고요." 진아연이 말했다. "라엘이도 올해 25살이에요. 벌써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었죠."김세연이 몇 초간 침묵하더니, 알겠다고 대답했다."세연 씨, 세연 씨는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전혀 없어요. 세연 씨도 라엘이를 좋아한다는 거, 저도 알고 있어요. 세연 씨는 라엘이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잖아요. 라엘이가 무턱대고 세연 씨에게 고백하는 통에 많이 놀랐죠?" 진아연이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 "언제 시간 있을 때 나와요. 우리 만나서 식사라도 해요. 상황이 어떻든, 전 세연 씨 같은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아요.""이해해 줘서 고마워요, 아연 씨. 맞아요, 전 정말 놀랐어요." 김세연은 그동안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할지 몰라, 내내 감정을 감추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진아연이 먼저 말을 꺼내자, 그는 비로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저와 이미 씨는 그냥 친구 사이예요.""그럴 줄 알았어요. 세연 씨와 이미 씨가 잘 되었다면, 세연 씨도 우리에게 숨기지 않았을 테죠. 하지만 지금 방법은 라엘이를 물러서게 만들 수는 있겠지만, 라엘이도 속으론 세연 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 거예요. 지난번에 라엘이가 세연 씨와 만났을 때, 세연 씨가 라엘이에게 혼자라고 말했다면서요!""아연 씨, 전 뭐든 라엘이에게 약속해 줄 수 있어요. 하지만 이번 일만은 어떻게 해줄 방법이 없어요." 김세연이 난처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 라엘이를 행
지난번 수현이의 18번째 생일 사진을 올린 이후, 진아연이 페이스북에 새로운 게시물을 올렸다.페이스북에 올라온 새 게시물은 사진이었다.산에서 찍은 풍경 사진이었다.수수는 그 사진이 귀영사에서 찍은 사진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오랜 시간 돌아가지 않았지만, 수수는 여전히 귀영사의 절과 산 위의 풍경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그리고 수수는 예전에 할머니께서 진아연은 나쁜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말씀하신 것도 기억하고 있었다.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어떻게 진아연이 나쁜 사람일 수 있을까?수현이는 그녀와 함께 떠난 후, 이렇게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가 종종 귀영사에 돌아오는 걸 보면, 그녀는 좋은 사람일 것이다.수수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페이스북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그녀는 페이스북에 1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었다. 팔로워 수가 인플루언서만큼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진심으로 그녀를 좋아하는 진짜 팬들이 대부분이었다.그녀의 모든 페이스북 게시물에는 수많은 댓글과 ‘좋아요’가 있었다.수수는 넋을 놓고 그녀의 페이스북을 바라보았다. 돌아가서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 또다시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수수는 가진 돈이 없었다.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지면, 반드시 돌아가 확인해 볼 것이다.그리고 가능하다면, 수수는 Y국에도 돌아가 보고 싶었다.수수는 Y국이 어땠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하지만 수수는 엄마의 이름이 김영아라는 것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T국의 인터넷에서 김영아라는 이름을 검색해 봤지만, T국 내의 김영아만 찾을 수 있을 뿐, 그녀의 엄마에 대한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아빠는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했다.만약 Y국에 간다면, 답을 찾을 수 있을까?그날 오후, 넋을 잃은 수수를 보고는 과외 선생님이 물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T 대학에 가지 못할까 봐 걱정되어서 그래요?"수수가 T 대학에 가고 싶어 하는 것을 아는 과외 선생님은 항상 그녀를 격려해 주었다."선생님, 저
모두 진라엘의 전 세계적인 공개 구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진라엘이 우리 집안에 시집올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서 어르신이 자신의 두 아들을 흘끗 보았다.큰아들과 막내아들 모두 나이 제한에 부합했다.집안에 2조 원이 없다는 점만 빼면, 서 어르신은 자신의 두 아들도 꽤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했다."하하. 하지만 우리 집엔 2조가 없잖아요. 다른 사람은 우릴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예요." 오늘 낮에 그 기사를 본 서 사모님 역시 진라엘이 자기 아들과 결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대담한 상상을 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이 제한에 부합하는 것 외에 다른 조건은 아무것도 부합하지 않았다."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박씨 가문에서 이렇게까지 엄격한 조건을 내건 걸 보면, 딸을 시집보낼 때 분명 엄청난 혼수를 해올 거예요." 서 사모님이 추측하며 말했다. "우리에게 2조가 없긴 하지만,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 순 있어요."서준빈이 물었다: "아버지, 돈을 빌릴 계획이세요? 얼마나 빌릴 수 있으세요?""준빈이 너, 설마 너까지 혹하는 건 아니지?" 서승우가 아버지에게 질문하는 동생을 보고는 놀림조로 말했다.서준빈이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큰형, 형도 프로필 한 번 내 봐. 형 정도면 진 아가씨가 반해서 다른 조건은 조금 완화해 줄지도 모르잖아."동생의 말에, 서승우는 생각에 잠긴 듯 했다."준빈이 말이 맞다." 서 어르신이 말했다. "너희 둘 다 도전해 볼 만 해. 우리 서씨 가문의 아들이라면 자산 2조를 가진 재벌 2세와 견주어도 모자라지 않지. 만약 진라엘이 너희 둘 중 한 사람을 마음에 들어 한다면, 우리 서씨 가문은 말 그대로 엄청난 신분 상승을 하는 거야! 그렇게 되면 앞으로는 구씨 가문이니, 노씨 가문이니 모두 신경 쓸 필요 없을 거야.""맞아요. 이따가 인적 사항을 정리해서 보내볼게요." 서승우가 말했다. "오늘 진명 그룹에 대한 정보를 찾아봤는데, 진라엘이 지금 진명 그룹의 회장이래요. 이제 막 석사를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진명 그룹을
"이상한 것도 없죠. 내가 남자였어도, 우리 딸 같은 여자가 공개 구혼을 하는 걸 보면, 메일을 보내지 않고는 못 배길 거예요." 진아연이 얼굴을 닦으며 박시준의 곁으로 다가가 컴퓨터 화면을 흘끗 보았다.마침 박시준이 서준빈이 보낸 메일을 클릭한 참이었다."이 사람은 꽤 멀끔하게 생긴 것 같은데요?" 진아연이 서준빈의 프로필을 흘끗 보았다. 뒤이어 그가 빨간색으로 굵게 표시한 '처가살이 가능'이라는 문구를 발견했다. "하하, 이 사람은 처가살이도 할 수 있대요!""제 분수도 모르는 놈이야! 우리 집에서 처가살이를 하고 싶어 하는 남자라면, 지구 몇 바퀴를 줄 세울 수도 있어. 빨간색으로 굵게 표시한 걸 보면, 내가 그 말에 혹해 자기를 눈여겨볼 거로 생각했나보지?! 지능에 문제가 있는 놈은 아닌지 의심스러워."박시준이 그 말과 동시에 서준빈의 메일을 삭제했다."여보, 그만 봐요. 더 보다가는 이따 당신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까 걱정돼요." 진아연이 그의 노트북을 닫더니, 그대로 들고 가버렸다."여보, 만약 라엘이가 괜찮은 상대를 찾지 못하면 어떡하지?" 박시준은 원래 이번 일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딸의 공개 구혼을 시작한 이후, 그의 생각은 극단적으로 치달았다. "우리 둘이 죽고 난 뒤에, 라엘이 홀로 덩그러니 남으면 어떡하는 말이야...""한이와 지성이가 있는데, 왜 라엘이가 홀로 덩그러니 남아요?" 진아연이 노트북을 탁자 위에 올려놓은 뒤, 침대로 돌아와 박시준의 곁에 앉았다."한이와 지성이가 각자 결혼한 뒤에도 라엘이를 돌봐줄 수 있을까?" 박시준은 걱정스러웠다. "지성이는 별로 걱정되지 않아. 지성이는 나중에 분명 별 탈 없이 아내를 맞이할 거야. 한이도 별로 걱정할 게 없어. 한이는 아내 없이도 스스로 잘 해낼 아이니까. 하지만 우리 라엘이는...""그런 걸 걱정할 시간에, 우리 둘 중에 누가 먼저 죽게 될 지나 걱정해요!" 진아연 그가 한가한 걱정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당신이 먼저 죽으면, 나 혼자 남게 될 텐
진아연: "......"진아연이 자리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여보, 당신 배신하기 없기야!" 박시준도 따라 자리에 누우며, 긴 팔을 뻗어 불을 껐다."내가 무슨 배신을 한다고 그래요? 당신, 너무 갔어요."진아연이 이불 끄트머리를 잡고 그에게 덮어주었다."정말로 김세연 씨가 당신을 꼬드긴 거 아니야?" 박시준이 그녀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내가 세연 씨와 통화할 때, 문 앞에 서서 모두 듣고 있지 않았어요?" 진아연이 웃으며 말했다. "아니면 나 몰래 세연 씨한테 물어보러 가던가요.""내가 그런 짓을 왜 해?" 박시준이 거만하게 말했다. "내가 몰래 그를 찾아갔다가는, 나도 모르게 그를 쳐버릴까 걱정이야.""여보, 그러지 말아요." 진아연이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나이에 세연 씨와 싸움이라도 붙었다가, 이기지도 못하면 어떡해요. 당신이 다치기라도 하면, 난 정말 마음이 아플 거예요."박시준: "...여보, 나 그렇게 연약하지 않아."진아연: "남자는 죽을 때까지 소년 같은 마음을 품고 산다는 것 나도 알아요. 하지만 당신도 이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해요. 나이가 들수록 체내 칼슘 손실이 가속화돼요. 더 이상 예전처럼 무턱대고 덤비면 안 돼요. 만에 하나 문제라도 생기면, 회복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거예요. 본전도 찾기 어려운 거죠. 뭐든 다 당신이 나서려고 하지 말아요. 내 말 알아들었어요?"박시준: "알았어, 여보. 기억할게.""하지만 당신이 경호원을 대동해 세연 씨를 만나러 간다면, 나도 바로 알게 될 거예요." 진아연이 그를 끌어안고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당신 내일은 회사에 출근해요! 아니면 우리 같이 여행이라도 가요."박시준이 계속 집에서 빈둥거리게 둘 수는 없었다."우리 아들이 아직 개강 전이잖아! 아들이 개강하고 나면 출근하고 싶어.""아들이 개강 전이면 뭐 해요.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아들이랑 같이 놀아 주는 것도 보지 못한 것 같은데요?" 진아연이 말했다."난 자동차 수리에 관심이 없어."
어쩌면 인생은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 않고, 조금의 아쉬움이 남아야 비로서 기억이 짙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눈 깜짝할 사이에 한 달이 훌쩍 지났다.마당 안의 눈은 이미 다 녹았고, 갈수록 기온이 높아지고 있었다.날씨는 여전히 추웠지만, 수수의 마음은 굉장히 들떠있었다.최근, 과외 선생님께서 수수의 성적이 크게 올랐다고 칭찬해 주셨기 때문이다. 이대로면 안정적으로 T 대학에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칭찬해 주셨다.게다가, 곧 수수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다.열여덟 살은 어린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분기점이다."도련님, 내일 저녁 식사 후에, 저 집에 좀 다녀올게요." 수수가 서은준에게 내일의 일정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우리 영화관에서 만나요. 어때요?"서은준: "왜 영화를 보려는 거야?"수수는 잠시 당황했다: "말했잖아요. 제 생일에 도련님한테 비밀 하나를 알려드리겠다고요."서은준은 그것을 잊지 않았지만, 왜 영화를 보러 가려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비밀은 영화관에서만 말할 수 있어?"수수: "그건 아니에요. 갑자기 말했다가, 도련님이 놀랄까 걱정되어서요. 영화관에 가면, 제 비밀을 들은 후에 도련님이 영화를 보면서 충격을 좀 가라앉힐 수 있잖아요."서은준: "???"도대체 무슨 비밀이기에 그가 듣고 나면 그렇게 충격을 받을 것이란 말인가?"도련님, 실은 제가 아직 영화관에 가본 적이 없어서 그래요." 수수가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영화관에 가보고 싶어요. 아무 영화나 다 괜찮아요. 저 혼자 가려니 조금 무서워서요."서은준: "무서울 게 뭐 있어? 내일 저녁 몇 시?"서은준이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내일 저녁 7시 어때요? 영화를 보고 나와도 그렇게 늦지 않을 거예요." 수수가 휴대폰을 켜고는 서씨 가문에서 가까운 영화관을 찾았다. "이 영화관 어때요? 마침 일곱 시에 시작하는 영화가 있어요."서은준이 수수의 휴대폰을 가져와 확인했다.수수가 고른 영화는 액션 영화였다.서은준이 제목과 주연
"마음대로 해.""그럼 저 먼저 갈게요. 내일 뵈요!" 수수는 책가방을 등에 메고 쓰레기봉투를 들더니 바로 눈앞에서 사라졌다.매번 떠날 때마다 뒤도 돌아보지 않는 수수의 모습에서은준은 서운한 기분이 들었다.아마 어머니가 그와 상의도 없이 아버지에게 넘긴 이유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집으로 돌아간 수수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고 등은 이미 땀으로 적셔져바로 문을 잠그고 가방을 내려놓은 뒤 바로 깨끗한 옷을 들고 샤워하러 갔다.바쁜 하루를 보낸 그녀는 이대로 씻지도 않고 공부하면 집중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해샤워를 마친 뒤, 맑은 정신으로 책을 보니 더 집중할 수 있었다.별관.서은준은 샤워를 마친 뒤, 욕실에서 나왔고왠지 노크 소리가 들린 듯해티셔츠를 입고 바로 방문 쪽으로 다가갔다.아니나 다를까, 누군가 노크하는 소리에그는 바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왜 전화를 받지 않는가 싶었는데 샤워하고 있었구나!" 서 어르신은 아들을 힐끗 보더니 바로 별관으로 들어갔다."무슨 일이시죠?" 서은준은 문을 닫지 않았지만 제자리에 서서 자리를 비키지 않았다.바깥의 냉기가 스며들어와 뼈기 시릴 정도였지만아버지가 빨리 나갔으면 하는 마음에 문을 닫지 않았던 거였다."문 닫아! 감기 걸리면 안 돼." 서 어르신은 아들이 문을 닫지 않자 바로 들어가 문을 닫고 말을 이었다. “방금 은비가 내일 집에서 생일 파티가 있는데 네가 왔으면 한다고 연락 왔어. 그래서 왜 너한테 직접 말하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네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어. 너 진짜 아비가 뒷목 잡고 쓰러지는 모습 보고 싶은 거야? 아빠는 은비가 너한테 연락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네가 감히 은비를 무시해?”"저 가지 않을 거예요." 서은준은 내일 수수의 생일이어서 함께 있어주기를 약속했고 절대 어길 생각 없었다."하하! 내가 지금 네 의사를 물어보려고 왔을 것 같아? 노씨 가문에게 밑보이면 우리한테 좋을게 있을 거라 생각해? 만약 네가 가지 않으면 노씨 가문이 손가락 하나로 우리를 지옥으로
서은준은 별관의 문을 닫은 후 바로 침실로 돌아갔다.그는 휴대폰을 들고 수수에게 내일 곁에서 함께 있어줄 수 없다고 말하려 했지만전화를 할지, 문자를 할지 고민하게 되었다.만약 전화하면 무슨 이유 때문인지 물어볼 테지만서은준은 노은지의 생일 파티 때문에 내일 함께 있어줄 수 없다고 차마 입을 열 수 없었다.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런 말을 하면 너무 창피할 거라 생각했다.한동안 고민하던 그는 결국 수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내일 함께 영화 볼 수 없어.샤워를 마치고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려던 수수는 서은준의 메시지를 확인했다.영화를 볼 수 없다고?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나?그녀는 이런 생각에 바로 답장했다. 네.서은준은 그녀의 답장을 보자 순간 답답한 마음이었다.왜 이유도 묻지 않는 거지?가끔 센 척할 때도 있지 않았었나? 수업도 본인이 매일 끌고 갔었잖아?수수는 휴대폰을 들고 내일 영화 보지 않으면 무슨 일정이 잡혔는지 물어볼 생각이었지만, 서씨 가문의 하인인 본인은 서은준과 친구 사이가 아닌 주종 관계라는 생각에 더는 묻지 않았다.서은준이 영화 보러 갈 수 없다고 말했고 이에 따른 이유를 말하지 않았으면 그냥 거절한 것과 마찬가지였다.그녀가 의자에 앉아 공부를 시작하려고 할 때 서은준이 두 번째 메시지를 보냈다.—내일 일 때문에 나가봐야 해. 밤에 별관 앞에서 기다려. 함께 생일 보내자.수수는 그의 두 번째 메시지에 그제야 미소를 보였고 바로 답장했다. 네!그녀는 지금 바로 서은준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끝내 내일 물어보기로 생각했고메시지를 보낸 후 서은준이 보낸 메시지를 계속해 확인했다.서은준처럼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어하는 사람이 먼저 그녀한테 메시지를 보낸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고더욱 놀라운 건, 그녀가 자기 전에 서은준이 세 번째 메시지도 그녀한테 보냈다. 내일 오전에는 오지 않아도 돼.이에 수수는 망설임 없이 바로 '네'라고 답장했다.그 후 서은준은 더 이상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