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별관을 힐끗 보더니 서은준이 집에 없음을 확인하고바로 본관 주방으로 향했다.장 아주머니는 그녀를 보자 바로 웃으면서 다가갔다. "은준 도련님이 집에 없는데, 오늘은 집에서 쉬지 그래?""도련님께서 점심에 오라고 했어요. 그래서 지금 왔죠." 수수는 장 아주머니를 도와 채소를 씻으며 말을 이었다. "도련님은 나갔어요?""노씨 가문 아가씨의 생일 파티에 갔어! 방금 전에 나갔는데!" 장 아주머니는 계속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어르신께서도 엄청 귀한 선물도 준비해 함께 갔어."수수는 그녀의 말에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오늘 일이 있다고 하더니 노씨 가문 아가씨의 생일 파티를 갔구나.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다니! 수수는 노씨 가문 아가씨와 생일날이 같을 줄 생각지도 못했다."그리고 생일 파티에 유명한 인사분들을 초대했다고 들었어! 노씨 가문 별장에서 파티를 열어서 사모님도 궁금해하셨지만 갈 수 없어! 왜냐면 노씨 가문은 은준 도련님만 초대했거든! 어르신도 아마 조금 있으면 돌아오실 거야!" 장 아주머니는 알고 있는 정보들을 전부 수수에게 얘기해 줬다. “은준 도련님도 참 운이 좋아! 노씨 가문 아가씨의 마음에 들다니. 그리고 노씨 가문 아가씨의 부모님께서도 말리지 않은 걸 보면 두 사람한테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지.”수수는 그녀의 말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도련님께서 잘 생겼잖아요. 딱 여자애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죠!""하하! 너도 도련님을 좋아하지?" 장 아주머니는 수수를 힐끗 보면서 말을 이었다. "사람도 없는데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만약 내가 조금 젊었다면 너처럼 은준 도련님의 외모에 반했을 거야. 어르신과 닮지 않았고 엄마를 닮은 걸 보면 엄마도 미인이실 거야.""네. 첫째 도련님과 둘째 도련님은 어르신을 닮았어요. 특히 둘째 도련님은 완전히 똑같이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수수는 심심한지 장 아주머니와 수다를 떨었다."맞아. 사모님은 어르신께서 항상 둘째 도련님을 이뻐하신다고 하는데, 닮았으니까
"하하! 내기할까? 난 오늘 돌아오지 못한다에 걸게. 노씨 가문 아가씨 생일인데 하루로 끝날 거라 생각해?" 서준빈은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이며 말을 이었다. “내일 돌아올 수도 있어! 아버님께서 오늘 나씨 가문 별장으로 보내고 이틀동안 축제한다고 말했어!”수수: "아... 둘째 도련님, 알려줘서 고마워요. 그럼 저 먼저 퇴근할게요.""그래. 그런데 왠지 실망한 것 같은데?" 서준빈은 농담 삼아 말을 이었다. “설마 내 동생을 좋아하는 거야?”"둘째 도련님, 하나도 웃기지 않아요." 수수는 무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오늘 은준 도련님께서 오라고 하셔서 온 것뿐이에요. 저는 도련님의 가정부일 뿐, 시키는 일은 해야죠.""수수야,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말이야." 서준빈은 소파에 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나와 큰 형보다 서은준이 여자한테 인기가 많다고 생각해?”"둘째 도련님, 저는 잘 모르겠어요. 만약 공부와 관련된 문제라면 바로 답할 수 있을 거예요." 수수는 바보처럼 서준빈에게 미움 살 생각 없었다."하하, 나도 알고 있어. 그냥 나와 큰 형보다 잘 생겼을 뿐이잖아. 잘 생겼다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건 아니잖아. 노씨 가문 아가씨도 참 사람 보는 눈이 없단 말이지." 서준빈은 서은준의 운에 질투했는지 계속해 원망했다. "그리고 아버님도 참, 왜 우리 가문이 노씨 가문과 결혼이라도 할 것처럼 좋아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수수는 그의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말을 돌렸다. “둘째 도련님, 목마르지 않아요? 제가 물이라도 부어드릴까요?”"괜찮아." 서준빈은 다시 그녀를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전에 빚을 갚아주겠다는 말은 생각해 봤어?"수수는 그의 말에 깜짝 놀랐다. "둘째 도련님, 저 진짜 도움 필요 없어요. 전에도 말씀드렸잖아요.""월급도 높지 않은데, 지금은 빚을 갚을 수 있다고 해도 등록금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 서준빈은 사실 진짜 그녀를 돕고 싶었다. “내 도움을 원하지 않는 건, 설마 서은준이 도와줬어?”수수
수수는 그래도 그와 미리 얘기하는 게 좋을 거라 생각했다.혹시 이따 돌아오면 어떡하지?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휴대폰에서 울리는 신호음에 심장이 벌렁벌렁 뛰기 시작했다.지금 어떤 상태지? 왜 전화를 받지 않는 거지?그녀는 서은준이 전화를 받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끊으려는 찰나 전화가 연결됐다."안녕하세요. 누구시죠?"휴대폰 저편에는 웬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이에 깜짝 놀란 수수는 순간 몸이 얼어붙었다. “저... 저는 서씨 가문의 가정부에요... 은준 도련님이 혹시 옆에 계시나요?”"아, 가정부 시구나! 은준이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오늘은 저희 집에서 지낼 거예요." 노은비는 계속해 말을 이었다. "가정부라면 혹시 누구시죠? 전에 서씨 가문에 갔을 때 만난 적 있나요?"수수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순간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아니요... 본 적 없어요.""목소리가 어린 것 같은데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노은비는 수수의 앳된 목소리에 바로 의심했다.수수는 노은비의 태도에서 적대감을 느끼자 순간 당황했고만약 그녀에게 미움을 사면 일거리를 잃을까 봐 걱정부터 앞섰다.노은비가 전화를 받을 줄 알았다면 연락하지 않았을 텐데."저..." 수수는 머뭇거리면서 자기 나이를 선뜻 얘기할 수 없었고이때 노은비가 갑자기 전화를 끊었다.수수는 그녀가 전화를 끊자 바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채 안심하기도 전에 노은비는 서은준의 휴대폰으로 바로 영상 통화로 연락했다.수수: "..."수수는 한밤중의 추위에 심호흡을 하고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킨 뒤, 전화를 받았다.노은비는 어두운 불빛 속에 비친 수수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봤고 그녀 얼굴의 흉터를 보자 깜짝 놀라 욕을 퍼부으면서 바로 휴대폰을 바닥에 던졌다.수수: "..."수수는 어두운 환경에서 자신의 얼굴을 보면 낮보다 훨씬 무서울 거라는 걸 알고 있고방금 전의 결정에 엄청 후회했다.사실 그녀는 가면을 벗고 진짜 그녀의 모습으로 서은준과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볼 생각이었다.적
아침 9시, 수수는 아침을 먹은 후 채소를 씻고 주방에서 나왔다.그녀는 책을 보면서 서은준과 과외 선생님을 기다릴 생각이었지만이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수수는 바로 문을 열었지만, 찾아온 사람은 다름 아닌 서준빈이었다."둘째 도련님."수수는 서준빈이 왜 자꾸 별관으로 찾아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만약 서은준이 집에 있다면 그를 집에 들여보낼 용기도 없었고지금 집에 없어도 들어오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없었다."내 말이 맞지?" 서준빈은 말하면서 문을 밀어 거실로 향했다. "어제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말했잖아.""둘째 도련님, 혹시 볼 일이라도 있으세요?" 수수는 그와 서은준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지만서준빈은 계속해 말을 이었다."수수야, 서은준이 너한테 잘 대해줘서 편을 들어주는 거라 알고 있어." 서준빈은 소파에 앉아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절대 그한테 걸맞지 않은 환상을 품지 않았으면 하는 내 말도 들어줬으면 해."수수는 서준빈이 말을 돌리지 않고 설득까지 하려 하자 더는 말하지 않았다.만약 서준빈이 하려던 말을 마저 하지 않으면 불쾌함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내 동생은 무식하고 얼굴만 잘생겼을 뿐이야! 그리고 지금 쓰고 있는 돈도 아버님께서 준 돈이야. 나중에 서씨 가문에서 나가면 아무것도 아니야.""그런 녀석이 아무리 대학을 졸업해도 좋은 직장 하나 찾기 어려울 거야. 만약 서씨 가문 회사에 남아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걸? 아버님께서도 알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요구가 간단한 거야. 그냥 외모를 이용해서 부잣집 아가씨와 만나야 앞으로의 삶을 보장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수수야, 여자한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이런 남자가 진짜 좋아?"수수는 서준빈의 말에 얼굴이 빨개졌고 낯빛이 어두워졌다.왜 서씨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그녀가 서은준을 좋아하고 그한테 뭔가를 바란다고 생각하는 거지?가난한 집안 때문에 그녀가 무조건 그런 사람일 거라 생각하는 건가?그녀는 서씨 가문의 가정부가 맞지만, 그렇다
거실에 있던 수수는 밖에서 전해진 소리에조심스럽게 다가가 문을 열어 확인했다."우리 동생, 돌아왔구나!" 서준빈은 서은준이 별관 밖 쓰레기통 옆에 서있자 수수의 뒤에서 인사했다."둘째 도련님, 일단 본관으로 돌아가세요!" 수수는 바짝 긴장한 모습을 보였고 손에 땀까지 쥐고 있었다.왜냐면 서은준은 지금 적의 가득한 눈빛으로 이들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알았어. 갈게. 혹시 뭐라고 하면 내가 막무가내로 들이닥쳤다고 책임을 넘겨." 서준빈은 조용히 수수에게 당부하고 바로 밖으로 향해서은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어젯밤 노씨 가문 별장에서 잘 놀았어? 네 가정부 아가씨가 전날 너를 늦게까지 기다렸는데 말이야. 하하. 빨리 가서 달래줘!" 서준빈은 서은준이 그의 비웃음에 주먹을 쥐자 바로 뒤 돌아 본관으로 향했고수수는 별관의 대문을 활짝 열어 서은준이 들어오기를 기다렸지만서은준은 마치 조각상처럼 제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았다.이때 차가운 바람이 스며들어 수수는 추운지 서은준에게 다가갔다.화가 난 것이었다. 수수는 서은준이 별관에 서준빈이 있어서 그런 건지 두 사람의 대화 때문에 화난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사실 무슨 원인이든 수수는 당당했다.별관은 서씨 가문의 건물로 굳이 들어오겠다는 서은준을 가정부인 수수가 무슨 수로 막을 수 있을까?그리고 서준빈과의 대화는 모두 그녀의 속마음이었고만약 서은준이 이 때문에 화난 거라면 그녀도 어쩔 수 없었다.수수는 바로 서은준에게 다가갔지만, 서은준은 그녀가 멈춰 서기도 전에 바로 스쳐지나 별관으로 향했다.수수는 제자리에 서서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고 더는 모습이 보이지 않자 고개를 숙였다.그녀는 이제 가정부의 생활은 끝이라 생각했고한숨을 내쉬며 쓰레기통 뚜껑을 열었다.그녀는 쓰레기통안의 케이크에 깜짝 놀랐다.설마 방금 서은준이 버린 건가?방금 케이크를 던진 소리였을 거야.오늘 아침에 케이크 사러 갔구나!케이크를 사러 가지 않았으면 일찍 돌아왔을 텐데 말이야.수수는 이
한 살 먹으면 더 강해질 거라 생각하고 모든 상황이 더 좋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왜 상상했던 것과 정 반대인 걸까?그녀는 서은준이 절대 그녀를 쉽게 용서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물론 서준빈에게 속마음을 얘기한 것뿐이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면 이런 말들이 서은준을 속상하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서은준이 무식하든, 능력이 없어서 앞으로 남에게 붙어살든, 이런 말들은 그가 있는 곳에서 말하면 안 되는 거였고해서도 안 되는 거였다.입장을 바꿔 생각해 만약 서은준이 몰래 노은비한테 그녀는 얼굴이 망가진 괴상한 여자라고 말하면 그녀 또한 속상하기 마련이다.그런데 왜 방금 서준빈한테 그런 말을 한 거지?그녀는 서준빈 앞에서 서은준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지도 않았는데 말이야.수수는 이 모두 너무 흥분해서 그런 거라 생각했고그녀는 서은준이 전날 밤 그녀와 함께 생일을 보내기로 약속했지만노은비의 집에서 밤을 보내 약속을 어겨서 그런 말을 했다고 생각했다.A국.라엘이의 구혼 뉴스를 한 달 동안 지속되었고 관련된 이메일은 이미 수천 개 받은 상태였다.그리고 모든 이력은 이미 나이, 학력, 가정 등 심사 기준을 거쳐 최종 52명의 후보를 선발되었다.52명의 남자는 세계 각지에서 선택된 사람들이었고한이는 이들과 일일이 면담할 계획이었다.진명 그룹.라엘이는 오빠가 보낸 52통의 이메일을 확인했고이는 심사에 통과한 남자 52명의 개인 데이터였다.라엘이는 눈앞에 놓인 이메일들을 볼수록 머리가 아파급히 비서를 불러 도움을 청했고본인은 커피잔을 들고 마시기 시작했다.잠시 후, 한이가 그녀한테 연락했다."오빠, 보내준 메일은 확인했어요. 시간 되면 볼게요." 라엘이는 커피를 마시면서 창 밖의 풍경을 바라봤다."보기 귀찮으면 보지 않아도 돼. 내가 한 명씩 만나서 면담할 거야. 그리고 만나고 나서 얘기할게." 한이는 동생의 구혼을 그 무엇보다 중요히 여겼다.그는 여동생에게 어울리는 남자는 무조건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남자여야 한다고 생각했
그는 바로 C국의 왕자님이었다."내 기억이 맞다면 C국에 왕실 귀족들이 많아. 왕자가 희귀한 것도 아니야." 라엘이는 사실 귀족이라는 말에 전혀 궁금해하지 않았다.아무래도 평소 집에서도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자란 공주님이고 그녀가 원하는 건 부모님과 오빠가 다 준 이유가 가장 컸다."대표님!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죠! 나중에 왕위를 물려받지 못해도 엄청 많은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잖아요! 그리고 이렇게 잘 생겼는데 돈이 많은 지가 중요하지 않잖아요. 대표님, 이렇게 잘 생긴 사람인데 진짜 설레지 않으세요?" 비서는 사진을 보면서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라엘: "다른 사람은?""있어요! 다들 너무 잘생겼어요! 잘생기고 분위기도 달라요! 그리고 피부색도 다르고, 나라도 다르지만 유일하게 같은 점은 잘생기고, 부자고, 실력 있다는 거예요! 대표님, 만약 이런 사람들과 모두 결혼할 수 있으면...""풉!" 라엘이는 그녀의 말에 깜짝 놀라 커피를 뿜고 말았다. "그런 소리 하지 마. 난 한 명이면 충분해.""그런데 선택하기 너무 어렵잖아요! 대표님, 보세요. 다들 너무 훌륭한 스펙을 가지고 있어요!" 비서는 마치 본인이 선택해야 하는 듯 난처한 모습을 보였다. "일단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얘기하고 만약 괜찮다 싶으면 회사로 초대해서...""회사로 초대해?" 라엘이는 비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바로 알아챘다. "아니면 네가 대신 만나지 그래!""대표님, 저를 놀리지 마세요. 저는 잘생긴 남자를 보면 뇌가 마비된다구요. 아니면 친구분한테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건 어때요?" 비서도 이런 남자들과 만나고 싶은 마음이지만, 결국 현실에서 만날 용기가 없었다."그래! 그럼 내가 시간 있으면 확인할게." 라엘이가 말을 마치자 비서는 바로 자리를 비켜줬다."대표님, 근데 왕자님은 정말 괜찮은 것 같아요. 그리고 눈도 엄청 맑고 관상으로 보면 순진한 멍멍이 같아요."라엘: "..."비서: "대표님, 그럼 천천히 확인하세요. 저는 이만 나갈게요
김세연은 진아연의 답장에 마음이 더욱 착잡해졌다.라엘이는 그의 거절 때문에 몇 년 동안 연락 한번 없었고 그 또한 라엘과 연락하지 않았다.그래도 전에는 자주 만나지 못해도 가끔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주고받고 인스타그램으로 서로의 게시글에 댓글도 달아줬지만지금의 이들은 남보다 더 어색한 남이 되었다.이런 느낌 진짜 답답하네.김세연은 더는 이런 상황이 싫은지 잠시 고민하고 바로 라엘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요즘 많이 바빠?"게시글의 댓글을 보고 있던 라엘이는 갑자기 튀어나온 김세연의 메시지에 바로 확인했다."내가 올린 게시글을 봤나?" 라엘이는 혼잣말하면서 김세연에게 답장했다. "괜찮아요."그녀는 간단하게 답장한 뒤, 바로 이어 물었다. "여자친구와 언제 결혼할 생각이에요? 저 엄청 기다리고 있어요!"김세연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이어 라엘이의 메시지를 받았다. "두 사람 결혼하면 B국에 정착할 거예요? 아니면 A국에 정착할 거예요?"김세연은 그녀의 말에 어쩔 수 없이 간단하게 답했다. "아직 결혼은 너무 일러. 그런데 인스타그램에 올린 C국 사람과 잘 지내볼 생각이야? C국은 조금 멀지 않아? 네가 신중하게 생각했으면 해. 그리고 부모님께서도 너무 멀리 떨어지는 걸 원하지 않을 거야."라엘: 엄마와 아빠는 신경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리고 지금 비행기도 있는데 원하면 바로 올 수 있죠.김세연: 네 아버지는 원하지 않는 것 같은데?라엘: 그럼 저한테 메시지를 보낸 이유가 고작 이런 말을 하기 위해 보낸 거예요?김세연: ...라엘: 세연 삼촌, 진짜 너무하네요. 매년 새해면 저한테 새해 선물을 줬잖아요. 작년에도 저와 동생에게 선물을 줬는데, 제가 올해 고백했다고 선물도 보내주지 않았잖아요. 전에는 이런 인색한 사람인 줄 몰랐네요? 다른 사람이 보면 제가 고백받고 거절한 줄 알겠어요!김세연: 갖고 싶은 선물 있어? 바로 너와 지성이한테 보내줄게.라엘: 됐어요! 괜히 제가 달라고 부탁하는 것 같잖아요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