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연은 진아연의 답장에 마음이 더욱 착잡해졌다.라엘이는 그의 거절 때문에 몇 년 동안 연락 한번 없었고 그 또한 라엘과 연락하지 않았다.그래도 전에는 자주 만나지 못해도 가끔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주고받고 인스타그램으로 서로의 게시글에 댓글도 달아줬지만지금의 이들은 남보다 더 어색한 남이 되었다.이런 느낌 진짜 답답하네.김세연은 더는 이런 상황이 싫은지 잠시 고민하고 바로 라엘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요즘 많이 바빠?"게시글의 댓글을 보고 있던 라엘이는 갑자기 튀어나온 김세연의 메시지에 바로 확인했다."내가 올린 게시글을 봤나?" 라엘이는 혼잣말하면서 김세연에게 답장했다. "괜찮아요."그녀는 간단하게 답장한 뒤, 바로 이어 물었다. "여자친구와 언제 결혼할 생각이에요? 저 엄청 기다리고 있어요!"김세연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이어 라엘이의 메시지를 받았다. "두 사람 결혼하면 B국에 정착할 거예요? 아니면 A국에 정착할 거예요?"김세연은 그녀의 말에 어쩔 수 없이 간단하게 답했다. "아직 결혼은 너무 일러. 그런데 인스타그램에 올린 C국 사람과 잘 지내볼 생각이야? C국은 조금 멀지 않아? 네가 신중하게 생각했으면 해. 그리고 부모님께서도 너무 멀리 떨어지는 걸 원하지 않을 거야."라엘: 엄마와 아빠는 신경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리고 지금 비행기도 있는데 원하면 바로 올 수 있죠.김세연: 네 아버지는 원하지 않는 것 같은데?라엘: 그럼 저한테 메시지를 보낸 이유가 고작 이런 말을 하기 위해 보낸 거예요?김세연: ...라엘: 세연 삼촌, 진짜 너무하네요. 매년 새해면 저한테 새해 선물을 줬잖아요. 작년에도 저와 동생에게 선물을 줬는데, 제가 올해 고백했다고 선물도 보내주지 않았잖아요. 전에는 이런 인색한 사람인 줄 몰랐네요? 다른 사람이 보면 제가 고백받고 거절한 줄 알겠어요!김세연: 갖고 싶은 선물 있어? 바로 너와 지성이한테 보내줄게.라엘: 됐어요! 괜히 제가 달라고 부탁하는 것 같잖아요
그가 창문을 잠그지 않았다면 말이다.그녀는 그의 방을 자주 청소했기 때문에 그가 창문을 잠그는 버릇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추위를 무릅쓰고 밖으로 나가 그의 창문을 열었다.열린 창문을 따라 방안으로 찬 바람이 방안으로 불어왔다...침대에 누워 있던 서은준은 곧 이불을 젖히고 성큼성큼 창가로 걸어가 창문을 잠그려 했다."도련님, 죄송해요, 남에게 빌붙어서 산다는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사실 그건 제가 한 말이 아니라 둘째 도련님이 하신 말씀이에요. 전 그저 반박하지 않았을 뿐이에요." 수수는 창문을 향해 손을 내밀고 그가 창문을 닫지 못하게 했다.이 일을 계속할 수 있든 없든 그녀는 서은준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헤어지더라도 그에게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어쨌거나 서씨 가문에서 몇 년 동안 일하면서 서은준은 그녀에게 잘해준 유일한 사람이었으니 말이다."도련님이 사주신 케이크는 제가 먹었어요." 수수가 감동하며 말했다. "도련님이 안 드실 줄 알고 제가 다 먹었어요. 케이크가 아주 맛있었어요. 고마워요. 도련님."서은준: "..."그는 자신이 케이크를 쓰레기통에 버린 것을 기억했다.그렇다면 그녀는 그것을 다시 꺼내 먹었다는 말인가?"아침에 화가 좀 나서 도련님 편을 들어주지 않은 건 맞아요. 어젯밤 저랑 함께 생일을 축하해 준다고 했는데 안 돌아오셔서 오래 기다렸거든요." 수수는 코끝이 찡해왔고 그에게 자신의 기분을 말해줬다. "도련님한테 전화해도 받지 않았잖아요. 안 돌아 올 거면 미리 저한테 얘기해주시지. 그러면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리지 않았을 테고, 화도 나지 않았을 거예요.""넌 그냥 우리 집 하녀일 뿐이야. 내가 약속을 안 지켰다고 해도 너한테 설명할 이유가 없어." 서은준이 차갑게 말을 마치고 그녀의 손을 창밖으로 밀어내더니 창문을 닫고 잠갔다.수수는 멍하니 닫힌 창문을 바라보다가 창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도련님, 아무리 화가 났다 하더라도 식사는 하셔야죠. 식사를 거르면 위장이 안 좋아요. 창문을
선생님이 가르치고 있을 때 수수는 곁눈질로 부엌을 향해 걸어가는 서은준을 보았다.수수는 곧바로 선생님에게 기다려달라고 부탁한 뒤 부엌으로 달려갔다."도련님, 배고프세요? 제가 부침개를 만들었는데 지금쯤 아마 식었을 거예요. 전자레인지로 데워 드릴게요." 수수는 그가 주방을 향해 걸어가자 배고파서 먹을 것을 찾으러 왔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서은준보다 한 걸음 앞서 주방에 들어가 바쁘게 움직였다."압력솥에 고기도 삶아 놓았는데 도련님이 너무 느끼하다고 해서 많이 만들지는 않았어요. 연근을 넣고 만든 건데 드셔보세요." 수수는 부침개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나서 숟가락으로 연근 갈비를 한 그릇 담았다."도련님, 전기밥솥에 밥이 있는데 따뜻해요. 밥 드시지 않을래요?" 수수가 물었다."내가 알아서 할게." 서은준은 전자레인지를 마주하고 수수에게 등을 돌렸다.수수는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도련님, 미안해요. 정말 잘못했어요. 화내지 말아요.""넌 그냥 하녀일 뿐이야. 자신의 신분을 기억해. 매일 밥하고 청소하는 것 외 나한테 아무것도 말걸지 마." 서은준이 차갑게 말했다..수수: "아... 알았어요, 도련님, 앞으로 귀찮게 안 할게요. 그럼 전 먼저 보충수업을 하러 갈게요. 식사를 마친 후에 그릇과 접시를 상 위에 놓으면 내가 나중에 설거지하면 돼요."말을 마친 수수는 서은준이 대꾸하지 않자 과외 선생님에게 돌아갔다."선생님, 게스트룸에 가서 수업 보충해요." 수수는 책을 안고 과외 선생님과 함께 게스트룸으로 갔다.두 사람이 게스트룸에 들어가 문을 닫은 후 선생님이 물었다. "두 사람 싸웠어?"수수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네, 제 잘못이에요. 제가 말을 잘못해서 도련님이 화났어요.""하하, 도련님이 성격이 안 좋잖아. 괜히 영향을 받지 마." 선생님은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선생님, 사실 도련님 꽤 착해요. 선생님이 성격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 도련님이 겪은 일을 몰라서 그래요." 수수가 말했다. "도련님은
"걔는 참 철이 없어. 은비 마음에 들기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주제도 모르고. 은비가 우리 승우를 좋아하면 내가 얼마나 기쁘겠어?" 서 사모님은 눈을 흘기며 말했다. "어느 대학에 보낼 예정이에요? T대예요?"서 어르신은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T대에 연락해 봤는데 은준이를 입학시키는 게 별로 어렵진 않대. 다만 특기생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러면 은준이가 동의하지 않을 거야. 특기생이면 매일 훈련해야 하니 얼마나 힘들겠어.""작은 아들에 대한 사랑이 지극정성이군요! "서씨 사모님이 비꼬면서 말했다. "서씨 가문이 없으면 그 자식은 아무것도 아닌데 뭘 두려워하고 그래요? 노은비는 그냥 그를 갖고 노는 거라구요. 노은비는 딱 봐도 놀기 좋아하는 여자잖아요.""그 애가 두려운 게 아니야. 서씨 가문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으니 적응하기 어려우니..." 서 어르신이 설명했다."돌아온 지 반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적응을 못 해요? 적응력이 그렇게 안 좋으면 앞으로 어떻게 대학을 간대요? 졸업하고나서 사회는 어떻게 나가고 일은 어떻게 해요? 평생 키울 거예요?" 서씨 사모님이 비꼬면서 말했다. "승우와 준빈에게 그렇게 친절한 걸 못 봤네요. 준빈이가 예전에 해외에서 학교를 다닐때 내가 당신에게 전화해보라고 해야 겨우 전화 한 통 하지 않았잖아요...""그런 소리는 왜 해?" 서 어르신은 체면이 말이 아니라 생각해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준빈이는 어릴 때부터 말을 잘 들어서 무슨 일이 생길 거라 걱정하지 않았어. 그런데 은준이는 준빈이랑 다르잖아.""서은준이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당신이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하는 거예요? 그럼 승우와 준빈에게 공평해요?" 서 사모님은 말을 하고 나서 수저를 내려놓았다. "왜 그 애는 별관에서 지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은 안 되는 거예요? 아예 밖에서 별장 한 채를 사주지 그래요?""당신도 필요하면 별관에 가. 누가 말린대?" 서 어르신이 소리 질렀다."엄마, 그만 해요." 서승우가 엄마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
이렇게 되니 서은준은 말하는 것조차 귀찮아졌다.그가 말을 하지 않으면 아빠는 돌아갈 것이다.하지만 의외로 서 어르신은 소파에 앉아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리 와. 우리 얘기 좀 하자.""무슨 할 얘기가 있어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요." 서은준은 귀찮은 듯 다가갔다."너의 엄마한테서 전화 왔었어." 서 어르신은 아들이 걸어오자 물었다. "너 혹시 엄마 전화번호를 차단했니? 너랑 연락이 안 돼서 다른 번호로 걸었는데 네가 받지 않는대.""네, 차단했어요." 서은준은 솔직하게 인정했다. "다른 일은요?"서 어르신은 숨이 가빠졌다. "엄마가 전화 와서 슬프게 울었어. 나한테...""듣고 싶지 않아요." 서은준은 아빠의 말을 가로챘다. "다른 일 없으면 전 방에 들어갈게요.""은준아!" 서 어르신이 소파에서 일어서더니 빠른 걸음으로 아들 앞에 다가갔다. "네 엄마가 많은 말을 했어. 설전에 일부러 너랑 의논하지 않고 나한테 데려가라고 한 게 아니야. 너희 두 사람 여러 번 다퉜다고 했어. 넌 네 엄마의 말을 듣지 않고 네 엄마는 널 가르칠 수 없다고 생각했지. 네가 나쁜 길로 나갈까 봐 이런 결정을 한 거야. 엄마가 너랑 의논했다면 넌 엄마 말에 안 따르거나 가출했을 거야.""저에 대해 참 잘 아시네요." 서은준이 차갑게 비꼬았다. "네 엄마잖아. 그런데 어떻게 널 모를 수 있겠어? 네 엄마도 네가 더 잘 살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한테 보낸 거야." 서 어르신이 말했다. "그리고 나도 일부러 널 버린 게 아니야. 내가 네 엄마랑 헤어질 때 네 엄마가 임신했다는 걸 몰랐어. 네 엄마는 나중에 널 낳았고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어.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서 그녀가 아이를 낳았다는 말을 듣고 찾아갔지. 네가 내 아들이라는 걸 알았을 때 데려오려 했지만 네 엄마가 죽음으로 협박하며 널 나한테 주려 하지 않았어."서은준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엄마는 그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네 엄마는 널 사랑해. 널 사랑하지 않는다면 왜 굳이 널 키웠겠어
수수는 그가 평소처럼 종일 방에 있을 줄 알았는데 그는 검은색 배낭을 메고 나왔다."도련님, 외출하시려고요?" 수수는 국수 그릇을 내려놓고 서은준을 향해 걸어갔다.서은준은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그는 외출하려는 것이 분명했지만외출해서 무엇을 하려는 지 알 수 없었다.수수는 별관 문 앞에 서서 서은준이 서씨 가문의 차에 타고 빠르게 떠나가는 것을 바라보았다.수수는 차가 사라지는 곳을 바라보며 강렬한 예감이 들었다.그녀는 앞으로 서은준과 점점 멀어지고 결국 아무런 교집합이 없어질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잠시 찬 바람을 쐬고 난 그녀는 주방으로 돌아왔다.설거지를 마친 그녀는 본관 주방으로 갔다.서은준이 점심에 돌아와 식사할 지 알 수 없었다.서은준은 지금 아무것도 그녀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정상적인 주인과 하녀라고 하더라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장 아주머니, 제가 요리하는 걸 도와드릴게요.""서 도련님 외출했지? 출국한대." 장 아주머니는 본관에 있었기에 소식이 빨랐다.수수는 멍해졌다. "해외에서 대학을 다니는 거예요?""그래, 어젯밤 어르신이 별관에 가서 도련님이랑 얘기를 나눴잖아? 아마 어젯밤 결정한 것일 거야. 오늘 아침 사모님께서 화가 나 아침밥도 안 드셨어. 도련님이 해외에 나가 공부하면 돈이 많이 든다고 말이야." 장 아주머니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수수: "도련님이 어느 나라 어느 대학에 간대요? 언제 간대요? 지금 저한테 화가 나셔서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아요.""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기사가 돌아오면 기사에게 물어볼게. "장 아주머니도 알고 싶었다. "도련님이 해외로 나갈 때면 너도 대학에 가겠지.""네." 수수는 고개를 숙이고 감자를 씻으며 마음이 불안해 왔다.서은준이 출국하면 더 좋은 미래가 있을 테니 그녀는 서은준을 위해 기뻐할 것이지만그가 화가 나서 해외로 가기로 한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아침 10시에 집사가 수수를 찾아왔다."수수야, 할 말이 있어." 집사는 미소를 지으며 수수에게 말했다. "오늘부
이 두 나라 사이에는 여러 나라가 있었다.비행기를 타더라도 오래 걸릴 것 같았다."수수야, 넌 여기서 안 도와줘도 돼. 집에 돌아가 쉬어. 학교에 수업도 나가고 그래. 넌 수능을 봐야 하잖아." 집사가 말했다. "T 대에 붙으면 나한테 빚진 돈은 안 갚아도 돼. 너의 할머니의 생전 소원이 네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거였어.""가정부 아저씨, 고맙습니다. 제가 T 대학에 들어갈 수 있든 없든 아저씨에게 빚진 돈은 꼭 갚을 거예요." 수수는 고맙게 인사하고 서씨 가문을 나섰다.집사의 말대로 수능이 코앞이라 그녀는 시간을 다그쳐 공부해야 했다.학교로 돌아오니 쉬는 시간에 몇몇 학생들이 수수의 책상 옆에 몰려왔다."수수야,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너는 아르바이트하고 있다고 들었어."이 사건은 선생님이 같은 반 학생들에게 알려준 것이 틀림없었다.수수가 오랫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았기에 학생들은 수수가 자퇴한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네." 수수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한 마음을 이해했다."그럼 지금 일 안 해도 돼?""나 아르바이트해. 다만 지금 일이 조금 쉬워졌어. 오후 수업이 끝나고 가면 되거든." 수수가 침착하게 설명했다."아, 아르바이트로 뭐 하는데? 부잣집에서 아르바이트한다고 들었어.""요리해." 수수는 이 단어를 말하고 나서 더 이상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다행히 이때 담임선생님이 오셔서 수수에게 사무실로 가라고 하셨다."수수야, 아리 선생님이 나한테 문서를 보내서 프린트하라고 해서 프린트했어. 가지고 가서 잘 봐봐." 담임 선생님이 잘 묶은 인쇄물을 수수에게 건넸다. "아리 선생님이 널 정말 좋아해! 앞으로 네가 좋은 대학에 가서 힘들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어.""고맙습니다." 수수는 고맙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다.서은준이 아니었더라면 그녀는 과외 선생님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서은준이 아니었더라면 그녀는 아르바이트를 함과 동시에 학교에 나가 수업도 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그래서 서은준의
수수는 대야를 들고 와 서은준의 앞에 내려놓았다."도련님, 예전에 둘째 도련님에게 했던 말이 전부 진심이 아니에요. 알잖아요. 사람은 화가 날 때 말을 거꾸로 한다는 걸 말이에요. 전 도련님이 노력하기만 한다면 큰 도련님이나 둘째 도련님 못지않을 거라 생각해요."서은준은 손을 씻고 나서 차갑게 입을 열었다. "너희들이 날 어떻게 평가하든 관심 없어.""알았어요. 도련님. 그렇게 해요. 공부에만 열중하고 다른 사람의 말에 신경 쓰지 말아요." 수수는 대야를 옆으로 옮기고 그에게 국을 떠줬다. "도련님, 많이 드세요. 안 그럼 제가 도련님 댁 월급을 받기 미안하잖아요."서은준: "..."하루에 한 끼만 요리하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었다.서은준은 식량이 별로 크지 않아 수수가 매끼 반찬 두 개와 국 하나만 만들면 됐다."도련님, 외국어 잘하세요?" 수수는 밥 한 공기 먹고 나서 국을 마시며 그에게 물었다. "E국에 가야 하는데 그곳의 언어를 배워둬야죠."서은준이 그녀를 힐끗 보았다."도련님, 저 외국어를 잘하는데... 말하기가 조금 안돼서 가르칠 수 없어요. 도련님은 해외에 나갈 거라서 말하기가 더 중요할 거예요. 아버지한테 외국어 강사를 부탁해서 전문적으로 외국어를 배워요." 수수가 건의했다."내가 오늘 뭐 하러 갔다고 생각해?" 서은준이 묻자 그제야 수수는 알아차렸다."도련님, 이렇게 변화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요." 수수가 말했다. "도련님, 전 결심했어요. 도련님이 출국하고 나면 저도 서씨 가문에서 일하지 않을 거예요."서은준은 대답하지 않았다."오늘 담임 선생님께서 대학에 진학하면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이자도 없다고 하니 대학에 가면 공부만 하고 아르바이트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수수는 자신의 미래를 서은준에게 말해줬다. "도련님, 정말 고마웠어요. 지난 몇 달 동안은 저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는데 도련님이 싫어하지 않고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수수는 말하다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시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