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창문을 잠그지 않았다면 말이다.그녀는 그의 방을 자주 청소했기 때문에 그가 창문을 잠그는 버릇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추위를 무릅쓰고 밖으로 나가 그의 창문을 열었다.열린 창문을 따라 방안으로 찬 바람이 방안으로 불어왔다...침대에 누워 있던 서은준은 곧 이불을 젖히고 성큼성큼 창가로 걸어가 창문을 잠그려 했다."도련님, 죄송해요, 남에게 빌붙어서 산다는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사실 그건 제가 한 말이 아니라 둘째 도련님이 하신 말씀이에요. 전 그저 반박하지 않았을 뿐이에요." 수수는 창문을 향해 손을 내밀고 그가 창문을 닫지 못하게 했다.이 일을 계속할 수 있든 없든 그녀는 서은준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헤어지더라도 그에게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어쨌거나 서씨 가문에서 몇 년 동안 일하면서 서은준은 그녀에게 잘해준 유일한 사람이었으니 말이다."도련님이 사주신 케이크는 제가 먹었어요." 수수가 감동하며 말했다. "도련님이 안 드실 줄 알고 제가 다 먹었어요. 케이크가 아주 맛있었어요. 고마워요. 도련님."서은준: "..."그는 자신이 케이크를 쓰레기통에 버린 것을 기억했다.그렇다면 그녀는 그것을 다시 꺼내 먹었다는 말인가?"아침에 화가 좀 나서 도련님 편을 들어주지 않은 건 맞아요. 어젯밤 저랑 함께 생일을 축하해 준다고 했는데 안 돌아오셔서 오래 기다렸거든요." 수수는 코끝이 찡해왔고 그에게 자신의 기분을 말해줬다. "도련님한테 전화해도 받지 않았잖아요. 안 돌아 올 거면 미리 저한테 얘기해주시지. 그러면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리지 않았을 테고, 화도 나지 않았을 거예요.""넌 그냥 우리 집 하녀일 뿐이야. 내가 약속을 안 지켰다고 해도 너한테 설명할 이유가 없어." 서은준이 차갑게 말을 마치고 그녀의 손을 창밖으로 밀어내더니 창문을 닫고 잠갔다.수수는 멍하니 닫힌 창문을 바라보다가 창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도련님, 아무리 화가 났다 하더라도 식사는 하셔야죠. 식사를 거르면 위장이 안 좋아요. 창문을
선생님이 가르치고 있을 때 수수는 곁눈질로 부엌을 향해 걸어가는 서은준을 보았다.수수는 곧바로 선생님에게 기다려달라고 부탁한 뒤 부엌으로 달려갔다."도련님, 배고프세요? 제가 부침개를 만들었는데 지금쯤 아마 식었을 거예요. 전자레인지로 데워 드릴게요." 수수는 그가 주방을 향해 걸어가자 배고파서 먹을 것을 찾으러 왔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서은준보다 한 걸음 앞서 주방에 들어가 바쁘게 움직였다."압력솥에 고기도 삶아 놓았는데 도련님이 너무 느끼하다고 해서 많이 만들지는 않았어요. 연근을 넣고 만든 건데 드셔보세요." 수수는 부침개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나서 숟가락으로 연근 갈비를 한 그릇 담았다."도련님, 전기밥솥에 밥이 있는데 따뜻해요. 밥 드시지 않을래요?" 수수가 물었다."내가 알아서 할게." 서은준은 전자레인지를 마주하고 수수에게 등을 돌렸다.수수는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도련님, 미안해요. 정말 잘못했어요. 화내지 말아요.""넌 그냥 하녀일 뿐이야. 자신의 신분을 기억해. 매일 밥하고 청소하는 것 외 나한테 아무것도 말걸지 마." 서은준이 차갑게 말했다..수수: "아... 알았어요, 도련님, 앞으로 귀찮게 안 할게요. 그럼 전 먼저 보충수업을 하러 갈게요. 식사를 마친 후에 그릇과 접시를 상 위에 놓으면 내가 나중에 설거지하면 돼요."말을 마친 수수는 서은준이 대꾸하지 않자 과외 선생님에게 돌아갔다."선생님, 게스트룸에 가서 수업 보충해요." 수수는 책을 안고 과외 선생님과 함께 게스트룸으로 갔다.두 사람이 게스트룸에 들어가 문을 닫은 후 선생님이 물었다. "두 사람 싸웠어?"수수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네, 제 잘못이에요. 제가 말을 잘못해서 도련님이 화났어요.""하하, 도련님이 성격이 안 좋잖아. 괜히 영향을 받지 마." 선생님은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선생님, 사실 도련님 꽤 착해요. 선생님이 성격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 도련님이 겪은 일을 몰라서 그래요." 수수가 말했다. "도련님은
"걔는 참 철이 없어. 은비 마음에 들기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주제도 모르고. 은비가 우리 승우를 좋아하면 내가 얼마나 기쁘겠어?" 서 사모님은 눈을 흘기며 말했다. "어느 대학에 보낼 예정이에요? T대예요?"서 어르신은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T대에 연락해 봤는데 은준이를 입학시키는 게 별로 어렵진 않대. 다만 특기생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러면 은준이가 동의하지 않을 거야. 특기생이면 매일 훈련해야 하니 얼마나 힘들겠어.""작은 아들에 대한 사랑이 지극정성이군요! "서씨 사모님이 비꼬면서 말했다. "서씨 가문이 없으면 그 자식은 아무것도 아닌데 뭘 두려워하고 그래요? 노은비는 그냥 그를 갖고 노는 거라구요. 노은비는 딱 봐도 놀기 좋아하는 여자잖아요.""그 애가 두려운 게 아니야. 서씨 가문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으니 적응하기 어려우니..." 서 어르신이 설명했다."돌아온 지 반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적응을 못 해요? 적응력이 그렇게 안 좋으면 앞으로 어떻게 대학을 간대요? 졸업하고나서 사회는 어떻게 나가고 일은 어떻게 해요? 평생 키울 거예요?" 서씨 사모님이 비꼬면서 말했다. "승우와 준빈에게 그렇게 친절한 걸 못 봤네요. 준빈이가 예전에 해외에서 학교를 다닐때 내가 당신에게 전화해보라고 해야 겨우 전화 한 통 하지 않았잖아요...""그런 소리는 왜 해?" 서 어르신은 체면이 말이 아니라 생각해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준빈이는 어릴 때부터 말을 잘 들어서 무슨 일이 생길 거라 걱정하지 않았어. 그런데 은준이는 준빈이랑 다르잖아.""서은준이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당신이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하는 거예요? 그럼 승우와 준빈에게 공평해요?" 서 사모님은 말을 하고 나서 수저를 내려놓았다. "왜 그 애는 별관에서 지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은 안 되는 거예요? 아예 밖에서 별장 한 채를 사주지 그래요?""당신도 필요하면 별관에 가. 누가 말린대?" 서 어르신이 소리 질렀다."엄마, 그만 해요." 서승우가 엄마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
이렇게 되니 서은준은 말하는 것조차 귀찮아졌다.그가 말을 하지 않으면 아빠는 돌아갈 것이다.하지만 의외로 서 어르신은 소파에 앉아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리 와. 우리 얘기 좀 하자.""무슨 할 얘기가 있어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요." 서은준은 귀찮은 듯 다가갔다."너의 엄마한테서 전화 왔었어." 서 어르신은 아들이 걸어오자 물었다. "너 혹시 엄마 전화번호를 차단했니? 너랑 연락이 안 돼서 다른 번호로 걸었는데 네가 받지 않는대.""네, 차단했어요." 서은준은 솔직하게 인정했다. "다른 일은요?"서 어르신은 숨이 가빠졌다. "엄마가 전화 와서 슬프게 울었어. 나한테...""듣고 싶지 않아요." 서은준은 아빠의 말을 가로챘다. "다른 일 없으면 전 방에 들어갈게요.""은준아!" 서 어르신이 소파에서 일어서더니 빠른 걸음으로 아들 앞에 다가갔다. "네 엄마가 많은 말을 했어. 설전에 일부러 너랑 의논하지 않고 나한테 데려가라고 한 게 아니야. 너희 두 사람 여러 번 다퉜다고 했어. 넌 네 엄마의 말을 듣지 않고 네 엄마는 널 가르칠 수 없다고 생각했지. 네가 나쁜 길로 나갈까 봐 이런 결정을 한 거야. 엄마가 너랑 의논했다면 넌 엄마 말에 안 따르거나 가출했을 거야.""저에 대해 참 잘 아시네요." 서은준이 차갑게 비꼬았다. "네 엄마잖아. 그런데 어떻게 널 모를 수 있겠어? 네 엄마도 네가 더 잘 살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한테 보낸 거야." 서 어르신이 말했다. "그리고 나도 일부러 널 버린 게 아니야. 내가 네 엄마랑 헤어질 때 네 엄마가 임신했다는 걸 몰랐어. 네 엄마는 나중에 널 낳았고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어.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서 그녀가 아이를 낳았다는 말을 듣고 찾아갔지. 네가 내 아들이라는 걸 알았을 때 데려오려 했지만 네 엄마가 죽음으로 협박하며 널 나한테 주려 하지 않았어."서은준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엄마는 그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네 엄마는 널 사랑해. 널 사랑하지 않는다면 왜 굳이 널 키웠겠어
수수는 그가 평소처럼 종일 방에 있을 줄 알았는데 그는 검은색 배낭을 메고 나왔다."도련님, 외출하시려고요?" 수수는 국수 그릇을 내려놓고 서은준을 향해 걸어갔다.서은준은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그는 외출하려는 것이 분명했지만외출해서 무엇을 하려는 지 알 수 없었다.수수는 별관 문 앞에 서서 서은준이 서씨 가문의 차에 타고 빠르게 떠나가는 것을 바라보았다.수수는 차가 사라지는 곳을 바라보며 강렬한 예감이 들었다.그녀는 앞으로 서은준과 점점 멀어지고 결국 아무런 교집합이 없어질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잠시 찬 바람을 쐬고 난 그녀는 주방으로 돌아왔다.설거지를 마친 그녀는 본관 주방으로 갔다.서은준이 점심에 돌아와 식사할 지 알 수 없었다.서은준은 지금 아무것도 그녀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정상적인 주인과 하녀라고 하더라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장 아주머니, 제가 요리하는 걸 도와드릴게요.""서 도련님 외출했지? 출국한대." 장 아주머니는 본관에 있었기에 소식이 빨랐다.수수는 멍해졌다. "해외에서 대학을 다니는 거예요?""그래, 어젯밤 어르신이 별관에 가서 도련님이랑 얘기를 나눴잖아? 아마 어젯밤 결정한 것일 거야. 오늘 아침 사모님께서 화가 나 아침밥도 안 드셨어. 도련님이 해외에 나가 공부하면 돈이 많이 든다고 말이야." 장 아주머니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수수: "도련님이 어느 나라 어느 대학에 간대요? 언제 간대요? 지금 저한테 화가 나셔서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아요.""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기사가 돌아오면 기사에게 물어볼게. "장 아주머니도 알고 싶었다. "도련님이 해외로 나갈 때면 너도 대학에 가겠지.""네." 수수는 고개를 숙이고 감자를 씻으며 마음이 불안해 왔다.서은준이 출국하면 더 좋은 미래가 있을 테니 그녀는 서은준을 위해 기뻐할 것이지만그가 화가 나서 해외로 가기로 한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아침 10시에 집사가 수수를 찾아왔다."수수야, 할 말이 있어." 집사는 미소를 지으며 수수에게 말했다. "오늘부
이 두 나라 사이에는 여러 나라가 있었다.비행기를 타더라도 오래 걸릴 것 같았다."수수야, 넌 여기서 안 도와줘도 돼. 집에 돌아가 쉬어. 학교에 수업도 나가고 그래. 넌 수능을 봐야 하잖아." 집사가 말했다. "T 대에 붙으면 나한테 빚진 돈은 안 갚아도 돼. 너의 할머니의 생전 소원이 네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거였어.""가정부 아저씨, 고맙습니다. 제가 T 대학에 들어갈 수 있든 없든 아저씨에게 빚진 돈은 꼭 갚을 거예요." 수수는 고맙게 인사하고 서씨 가문을 나섰다.집사의 말대로 수능이 코앞이라 그녀는 시간을 다그쳐 공부해야 했다.학교로 돌아오니 쉬는 시간에 몇몇 학생들이 수수의 책상 옆에 몰려왔다."수수야,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너는 아르바이트하고 있다고 들었어."이 사건은 선생님이 같은 반 학생들에게 알려준 것이 틀림없었다.수수가 오랫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았기에 학생들은 수수가 자퇴한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네." 수수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한 마음을 이해했다."그럼 지금 일 안 해도 돼?""나 아르바이트해. 다만 지금 일이 조금 쉬워졌어. 오후 수업이 끝나고 가면 되거든." 수수가 침착하게 설명했다."아, 아르바이트로 뭐 하는데? 부잣집에서 아르바이트한다고 들었어.""요리해." 수수는 이 단어를 말하고 나서 더 이상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다행히 이때 담임선생님이 오셔서 수수에게 사무실로 가라고 하셨다."수수야, 아리 선생님이 나한테 문서를 보내서 프린트하라고 해서 프린트했어. 가지고 가서 잘 봐봐." 담임 선생님이 잘 묶은 인쇄물을 수수에게 건넸다. "아리 선생님이 널 정말 좋아해! 앞으로 네가 좋은 대학에 가서 힘들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어.""고맙습니다." 수수는 고맙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다.서은준이 아니었더라면 그녀는 과외 선생님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서은준이 아니었더라면 그녀는 아르바이트를 함과 동시에 학교에 나가 수업도 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그래서 서은준의
수수는 대야를 들고 와 서은준의 앞에 내려놓았다."도련님, 예전에 둘째 도련님에게 했던 말이 전부 진심이 아니에요. 알잖아요. 사람은 화가 날 때 말을 거꾸로 한다는 걸 말이에요. 전 도련님이 노력하기만 한다면 큰 도련님이나 둘째 도련님 못지않을 거라 생각해요."서은준은 손을 씻고 나서 차갑게 입을 열었다. "너희들이 날 어떻게 평가하든 관심 없어.""알았어요. 도련님. 그렇게 해요. 공부에만 열중하고 다른 사람의 말에 신경 쓰지 말아요." 수수는 대야를 옆으로 옮기고 그에게 국을 떠줬다. "도련님, 많이 드세요. 안 그럼 제가 도련님 댁 월급을 받기 미안하잖아요."서은준: "..."하루에 한 끼만 요리하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었다.서은준은 식량이 별로 크지 않아 수수가 매끼 반찬 두 개와 국 하나만 만들면 됐다."도련님, 외국어 잘하세요?" 수수는 밥 한 공기 먹고 나서 국을 마시며 그에게 물었다. "E국에 가야 하는데 그곳의 언어를 배워둬야죠."서은준이 그녀를 힐끗 보았다."도련님, 저 외국어를 잘하는데... 말하기가 조금 안돼서 가르칠 수 없어요. 도련님은 해외에 나갈 거라서 말하기가 더 중요할 거예요. 아버지한테 외국어 강사를 부탁해서 전문적으로 외국어를 배워요." 수수가 건의했다."내가 오늘 뭐 하러 갔다고 생각해?" 서은준이 묻자 그제야 수수는 알아차렸다."도련님, 이렇게 변화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요." 수수가 말했다. "도련님, 전 결심했어요. 도련님이 출국하고 나면 저도 서씨 가문에서 일하지 않을 거예요."서은준은 대답하지 않았다."오늘 담임 선생님께서 대학에 진학하면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이자도 없다고 하니 대학에 가면 공부만 하고 아르바이트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수수는 자신의 미래를 서은준에게 말해줬다. "도련님, 정말 고마웠어요. 지난 몇 달 동안은 저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는데 도련님이 싫어하지 않고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수수는 말하다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시울이
A국.라엘이는 공개 구혼 일차 선발 결과가 나온 후 더 바빠졌다.그녀는 매일 일에 지쳤을 때, 그리고 점심 휴식 때마다 메일에서 남자를 찾아 영상통화를 했다.첫 두 명과 대화를 할 땐 조금 어색했지만 두 명을 거치고 나니 훨씬 편안하고 홀가분해졌다.요즘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이 랜덤으로 영상통화를 하는 게 유행이지 않던가? 그냥 그런 게임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저녁에 라엘은 엄마에게 불평했다."엄마, 오늘 점심에 통화한 남자가 얼마나 어이없는지 알아요?" 라엘이는 웃으면서 말했다. "오빠를 노리느 것 같았어요. 대화가 거의 끝날 무렵 나한테 본인이 마음에 안 들면 오빠의 친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진아연: "너의 오빠가 대단하긴 해. 너의 오빠는 집안의 힘이 필요 없이 혼자의 힘으로 지금의 모든 걸 이루었잖아. 그러니 누군가 너의 오빠를 존경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야."라엘이는 자기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오빠가 그렇게 대단하니 좋아하는 여자도 많을 거잖아요?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요. 사업도 안정됐는데 왜 연애를 하지 않는 거예요?"진아연: "라엘아, 사람마다 생각이 달라. 연애하는 걸 즐기는 사람도 있고 혼자를 즐기는 사람도 있어."박시준이 끼어들었다. "내가 너의 엄마를 알기 전에도 연애해 본 적이 없었어."라엘: "그럼 오빠는 아빠를 닮은 건가 봐요. 야심이 너무 커요. 이미 많은 걸 이루었는데 매일 너무 열심히 일해요."박시준: "전진하지 않는 것이 곧 후퇴하는 것이야."라엘: "아빠, 아빠는 언제 은퇴해요? 은퇴하면 엄마랑 함께 세계 일주를 해요. 엄마가 반평생 고생했는데 이젠 좀 누려야죠!"진아연이 수줍게 말했다: "라엘아, 엄마는 힘들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 아빠가 출근하는 걸 좋아하니 그냥 일하게 놔둬. 일을 하지 않으면 마음이 허전하실 거야."박시준과 함께 몇 년 동안 산전수전 다 겪은 그녀는 박시준에 대한 감정이 더 커졌다."내가 돌아다니는 걸 싫어해서 그래." 진아연이 덧붙였다.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