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으로는 오지 않을 거야." 서은준은 차분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어서 나가.""저... 저는 두렵지 않아요." 수수는 문을 닫고 뒤를 돌았고 불안함은 조금 나아졌지만 조금 부끄러웠다. "도련님, 정말 사모님께서 시키신 일이 아니에요. 사모님께서는 저를 아예 신경쓰지 않으시니까요. 그저 사모님 눈에는 못 생긴 직원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아무리 변명해도 네가 쓴 돈은 변하지 않아." 서은준은 아직도 속이 좋지 않았지만 더이상 화가 나진 않았다.그녀는 그 돈으로 자신이 아닌 그를 위해 약과 음식을 샀으니 말이다."다 쓴 건 아니에요. 한... 십이만 원 정도 남았어요." 그녀는 가방에서 돈을 꺼내며 말했다. "버릴게요.""지금 버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서은준의 표정은 다시 차가워졌다. 그리고 그녀를 흘끗 바라보더니 말했다. "내 앞에서 울지마."수수는 자신이 양심도 없이 그의 앞에서 울었던 모습을 생각하며 당황스러웠다.그리고 수수는 그래도 자신을 생각해준 그에게 감동을 받을 때, 그가 한마디 했다. "우는 모습이 너무 못생겼으니까."수수: "... 도련님, 못 생겼다고 한 번만 말씀하셔도 이해해요... 근데 굳이..."서은준: "우는 모습이 예쁘다고 생각해?"수수: "그래도... 이렇게 면전에 대놓고 말씀하는 건 너무 무례하다고 생각해요!"서은준은 그녀가 이렇게 큰 목소리로 말할 거라 생각지도 못했다. "이렇게 크게 목소리도 낼 줄 알았구나?"수수는 그 말에 당황했다.대표님과 사모님이 돌아왔는데 그들의 주의를 끌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생각했다.본관.서씨 가문의 딸 서빈나가 오늘 밤 집에 돌아왔고 가족들 모두 기뻐했다.서 사모님에게는 아들과 딸이 있었으며, 그의 아들은 서 대표의 그룹에서 일을 배우고 있었다.그녀의 딸은 서빈나.서빈나는 올해 스무살이고, 외지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겨울과 여름 방학 때 잠깐 집에 돌아오긴 했지만 그나마도 노느라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그래서 딸이
"돈만 있으면 다른 사람의 반려동물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죽여도 되고 다른 사람의 자존심을 함부로 짓밟아도 되고... 돈이 참 좋긴 좋네." 서은준은 주먹을 꽉 쥐고 말했다."도련님, 조금만 더 참으세요! 도련님께서 지금 해야 할 일은 열심히 공부하는 것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이 집에서 나가 지낼 수 있잖아요. 그럼 사모님께서도 도련님을 어떻게 하지 못할 겁니다." 수수는 얘기하며 식탁을 깨끗이 치웠다."네 계획 말하는 거야? 대학 졸업하고 나면 서씨 집안에서 더 이상 머슴 노릇 하지 않아도 되잖아." 서은준은 그녀가 날렵하게 쓰레기를 치우는 것을 바라보며 말했다."네, 맞아요! 대학 등록금 열심히 벌어서 대학만 졸업하면 앞으로 사회에 나가 취직할 거예요." 수수는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며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분명 점점 나아질 거예요."홀로 버텨내는 그녀의 가냘픈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은준은 갑자기 목이 메어오는 것 같았다: "부모님은 모두 그 화재로 돌아가셨다고?"수수는 잠시 얼어붙었다 고개를 끄덕이려 했지만 차마 서은준에게 거짓말을 하고싶지 않았다."아직 미성년자고 가족들도 다 돌아가셨고, 정부에서 너같은 학생들한테 보조금 제공할 거야, 이렇게 힘들에 일해서 돈 안 벌어도 돼." 서은준은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녀에게 귀띔해 주었다."도련님, 저는 T국 사람이 아니라서 T국의 혜택을 받을 조건이 안됩니다." 수수는 그의 선심을 받아들이고 감사를 전했다. "그래도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서씨 집안에서 일하는 거 하나도 안 힘들어요. 그리고 저도 이제 곧 성인이고 저 혼자 벌면서 살 수 있어요."수수는 책가방을 메고 쓰레기봉투를 들었다."도련님, 갈비찜은 냉장고에 넣어뒀어요. 내일 낮에 배고프시면 데워서 드세요. 내일 저녁에 다시 밥 가져다 드릴게요." 수수는 쓰레기봉투를 들고 현관문으로 향했다.문을 열고 수수는 고개를 내밀어 본관 쪽을 향해 바라보았다.본관의 문은 닫혀있었고 그녀는 퇴근할 수 있었다.
흉터는 얼굴형에 맞게 실리콘으로 만들어졌고 겉에는 색이 바래지 않는 페인트로 흉터의 모양을 그려냈다.아무도 그녀의 얼굴에 흉터가 가짜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할머니 외에 아무도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본 적 없기 때문이다.그녀의 얼굴을 본 사람들의 첫 반응은 종종 놀라 질겁하곤 한다, 그리고 빠르게 시선을 뗀 후 다시는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지 않는다.사모님 말에 따르면 그녀의 얼굴에 난 흉터는 보기만 해도 끔직하다, 누가 본다고 해도 다 역겨워할 것이다.그 누구도 끔찍한 흉터를 반복해서 쳐다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얼굴에 난 흉터때문에 그녀는 많은 억울한 일도 당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항상 이 흉터를 감사하게 생각하며 지내고 있었다.할머니가 그녀에게 나쁜 사람들이 그녀를 찾고 있다고, 그녀를 찾으면 해칠 수도 있다고 말했었다.그리하여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늘 이렇게 못생기게 분장을 하고 지내왔다, 사람들에게 못생겼다는 말을 듣는 것 외에 나쁜 사람들을 만난 적도 어떤 실질적인 피해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나쁜 사람들도 그녀의 얼굴에 난 흉터를 보면 놀라 도망칠 것이다.흉터를 떼어낸 후, 그녀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진짜 얼굴을 보며 마음속에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왼쪽 얼굴에 흉터를 붙이며 지냈기에 그녀의 왼쪽 얼굴은 오랜 시간 햇볕을 보지 못했다.이로 인해 그녀의 왼쪽 얼굴은 다른 쪽보다 피부가 더 하얬다.하지만 이로 인해 이목구비가 뚜렷한 그녀의 미모에 영향을 주진 않았다.수수는 아주 예쁜 여자아이였다, 사람들 속에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미모였다.그녀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진짜 모습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다.할머니가 살아계셨을 때 그녀에게 오랫동안 흉터를 떼지 말라고 했었다.할머니는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가 재앙을 불러올까봐 그녀를 위험에 빠뜨릴까봐 늘 걱정했었다.이리저리 숨어다니는 것도 쉽지 않았다.게다가 할머니도 나이가 점점 드니 더 이상 전처럼 이곳저곳 떠돌아 다닐 수 없었다.그녀는 할머니의 마음을
몇몇 아이들이 거리에서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다.아이들의 얼굴에 비친 해맑은 미소와 들려오는 은방울같은 웃음소리에 그녀는 따라서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아름다운 것들을 보면 쉽게 감동받고 함께 행복을 느낀다.누가 부르기라도 한듯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목도리를 둘러싸고 밖으로 나갔다.아이들과 멀지 않은 곳에서 그녀도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했다.그녀는 두 개의 눈사람을 만들었다. 하나는 좀 크게, 다른 하나는 좀 작게 만들었다."언니, 언니랑 엄마 만든 거야?" 한 여자아이가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가 만든 눈사람을 보며 물었다.수수는 목도리로 얼굴을 둘러 가리고 있어 그녀의 초롱초롱한 눈만 볼 수 있었다."이건 언니랑 언니 할머니야.""아... 그럼 큰 건 언니 할머니고 작은 건 언니야?" 여자아이는 계속해서 물었다.수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큰 건 언니고 작은 게 언니 할머니야."할머니는 아프기 전에도 비교적 말랐고 체격이 작았다. 아픈 후로는 더 많이 야위였다.수수가 어렸을 때는 할머니가 마치 한 그루의 나무처럼 느껴졌다, 키도 크고 우람한 나무처럼 수수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곧 할머니의 키를 훌쩍 따라잡았다.그녀가 하루하루 자라는 사이 할머니도 하루하루 늙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수수가 할머니를 지켜줬었다.아쉽게도 할머니는 그녀가 진정으로 어른이 되는 날까지 기다리진 못했다.저녁 여섯시 반.겨울밤은 차가운 안개층으로 뒤덮인 것마냥 쓸쓸한 고요함만 남았다.저녁을 사온 수수는 조심스레 서씨 가문에 들어섰다.본관의 대문은 닫혀있었다.이런 추운 겨울밤에 문을 열어놓는 집은 아주 드물 것이다.수수는 조금 긴장이 풀렸다, 그리고 조심스레 별관의 정원 문을 열었다.그녀는 어제처럼 1층 침실 옆의 창가로 다가가 창문을 두드렸다.잠시 후 별관의 문이 열렸다.그녀는 문이 열리는 것을 보고 바로 작은 발걸음으로 달려갔다."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본관 대문은 닫혀있었어요. 아무도 제가 이리로 오
수수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집사를 찾아가 사정해 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다."어디 가려고?" 서은준이 그녀를 불렀다."집사 아저씨 찾으러 가려구요.""집사 아저씨 찾아서 무슨 소용 있겠어? 우리 아버지가 아저씨의 말을 들을 것 같아?" 서은준은 차갑게 말했다."그래도 어떤 말도 안하는 것보다 낫진 않을까요?" 수수는 여전히 집사를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서은준은 그냥 그녀가 어떤 반응인지 보고싶었던 것 뿐인데, 그녀가 이렇게까지 긴장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아버지한테 내가 이미 설명했어." 서은준은 그녀가 어젯밤에 빗속에 뛰어든 장면을 떠올리며 더 이상 말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어제처럼 뛰어나갈 것 같았다. "내가 사오라고 했다고 아버지한테 얘기했어."수수는 잠시 얼어붙었다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버지가 뭐라고 하셨어요? 혹시 제 탓 하지는 않으셨어요?""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어. 그냥 내가 갈비찜 다 먹는 거 보고 가셨어.""네, 그럼 아까 도련님 일부러 아버지가 제게 벌을 내릴 거라고 하신 거예요? 도련님 정말 나쁘시네요. 전 좋은 마음으로 식사 챙겨드리는 건데 저한테 겁 주시고." 수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네가 먼저 내가 때론 틀린 선택을 고집한다고 했잖아?" 서은준은 자신의 어떤 선택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자신이 틀린 선택을 했다고 생각해본 적 없었다."도련님은 틀린 적 없어요, 제가 틀렸어요." 수수는 그가 자신을 배신하지 않은 점을 봐서 타협하며 말했다. "제가 사드린 약은 바르셨어요? 효과는 있어요?""무슨 잔소리가 그렇게 많아, 우리 엄마도 너처럼 질문이 많진 않은 것 같다." 서은준은 육전을 다 먹고 스프를 들고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약국 직원분이 그 약 효과 없으면 다른 약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어요." 수수는 그가 뭐라 하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은준은 고개를 떨구고 서운한 듯한 그녀의 표정을 표고 뭔가 마음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그녀가 조금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평소에 집에서도 이렇게 늦게까지 공부해?" 서은준 그녀가 황급히 서둘러 책가방을 정리하는 것을 보고 아무 책 하나 가져다 펼쳐보았다. "글자는 이쁘게 쓰네."칭찬을 받은 수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도련님, 저 문제 맞게 풀었나요?"서은준의 표정은 갑자기 그늘이 졌다.혹시 그가 공부를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가?그는 그녀의 책을 책가방에 넣어주고 주제를 바꿨다: "내일은 밥 안 사와도 괜찮아."수수는 잠시 얼어붙었다: "냉장고에 넣어둔 거 내일까지 충분하겠어요?""내일은 네가 와서 밥 해줘." 서은준이 말했다. "방금 아버지가 메시지 보냈는데, 내일 와이프랑 딸 데리고 여행 간대."수수는 갑자기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잘됐네요! 도련님! 드디어 자유예요!""달라질 것 없어, 밖에 나갈 수 있다고 해도 나가기 귀찮아서 안 나갈 거야." 서은준은 교만하게 말했다."도련님, 혹시 밖에 너무 추워서 그래요? 사실 밖에 그렇게 춥지 않아요, 도련님이 옷을 너무 적게 입어서 그래요. 혹시 패딩 없어요?" 수수는 얇게 입고 있는 그를 보며 물었다. "아버지가 매달 생활비 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좀 따뜻한 패딩이라도 하나 사 입으세요.""잔소리 그만해." 서은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늦었으니까 너도 이제 그만 돌아가.""네." 수수는 책가방을 메고 쓰레기도 잊지 않고 챙겼다.문에 도착하려 할 때 수수는 갑자기 뭔가 떠올랐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도련님, 저 내일 좀 늦게 와도 될까요? 저 내일 오전에 일이 있어서 빨리 마치고 올게요. 도련님 점심 식사는 늦지 않을 거에요, 약속할게요."서은준은 반사적으로 자기도 모르게 '내일 무슨 일인데'하고 묻도 싶었지만, 다시 그 말을 집어삼켰다.“알겠어.”그는 그녀가 빠르게 어둠 속에 뛰어들어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 그녀의 뒷모습은 어둠 속에 사라졌다.그녀의 얼굴은 못생겼다, 몇 번이고 다시 봐도 못생긴 건 똑같았다.그러나 그녀의 눈빛은 아주 밝았다, 그가
"우리가 헛소리 믿을 것 같아? 돈을 갚던지, 아니면 그 쇼핑백 우리한테 줘!""아저씨, 이건 안돼요. 이건 제가 도련님한테 사준 거예요.... 아저씨, 저 지금 서씨 가문에서 일하고 있어요. 사모님이 월급 두 배로 주겠다고 했어요. 다음 달에 월급 받으면 다 드릴게요." 수수는 쇼핑백을 몸 뒤로 숨기고 말했다. "제가 옷 산 돈은 도련님이 준 거예요. 정말 제 돈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거짓말 아니에요.""서씨 가문 어느 도련님이 너같은 애를 쓰겠니? 네가 얼마나 못생겼는지 모르는 거야? 거짓말을 해도 정도껏 해야지!" 남자는 그녀의 뒤로 가 그녀의 손에 있는 쇼핑백을 뺏어갔다."아저씨, 못 믿겠으면 계속 저를 미행해도 좋아요. 저 지금 당장 서씨 집안에 돌아갈 거거든요. 서 어르신께서 아들 하나를 데리고 집에 돌아왔는데 사모님이 새 도련님을 아주 싫어하세요. 그래서 제가 새 도련님을 모시고 있어요." 수수는 간절하게 부탁하며 말했다. "아저씨, 저 이 일 없으면 안돼요. 이 일까지 잃으면 아저씨들 돈 더 갚기 어려울 거예요.""수수야,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 너한테 뭐 값진 거 남겨준 거 없니?" 남자는 악의를 품고 말했다. "서씨 집안에서 거의 십 년동안 일했는데 어떻게 돈이 하나도 없을 수 있니? 전에 너한테 돈 빌려준 것도 너희 할머니가 서씨 집안에서 오랫동안 일한 거 보고 빌려준 건데... 이젠 할머니도 죽었고 못생긴 얼굴로 언제든 서씨 집안에서 쫓겨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우리가 공짜로 너한테 돈을 줄 수는 없잖니?"수수는 상대방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정말로 갚을 돈이 없었다."아저씨, 제게 한 달만 더 주시면 안될까요?""어차피 다른 방법도 없잖아! 우리가 널 돈으로 바꿀 수도 없고! 네가 예쁘게 생겼으면 모를까 이 모습으로는 팔아도 누가 사는 사람도 없을 거야!" 남자는 정색하게 말하며 그녀의 책가방을 빼앗으려 했다. "뭐 가치있는 물건이 있나 한 번 보자!""없어요... 정말 가치있는 물
"누가 널 괴롭혔어?""괜찮아요." 수수는 다른 사람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전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쇼핑백에서 패딩을 꺼냈다."도련님, 남은 돈으로 도련님 패딩 하나 샀어요. 앞으로 밖에 나가실 때 이 패딩 입으세요!" 그녀는 그에게 옷을 건넸다. "도련님 돈으로 산 거니까 고맙다는 말은 할 필요 없어요.""누가 괴롭혔냐고 묻잖아!" 서은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패딩을 옆에 소파에 내팽개치고는 쳐다보지도 않았다."도련님, 제 사적인 일입니다. 일에 영향주는 일 없을 겁니다." 수수는 책가방을 벗어 신발장 옆에 놓으려고 했다."할머니 돌아가시고 너 지금 혼자잖아? 근데 알바랑 공부하는 것외에 무슨 사적인 일이 있다는 거야?" 서은준은 그녀의 책가방을 쳐다보며 말했다. "책가방이 오늘은 좀 더러워 보이네."이 한 마디는 꿋꿋이 버티고 있던 수수의 마음을 무너지게 했다.그녀는 쪼그려 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면서 말했다: "그 사람들이 할머니가 제게 남겨준 팔찌를 뺏아갔어요. 그건 할머니가 제게 남겨준 유품인데... 할머니가 그 팔찌 비싼 건 아니라고 했지만 그래도 그 팔찌 제게 아주 중요하거든요....""누가 팔찌를 뺏어갔는데?" 서은준은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내려다보며 말했다. "누구한테 도둑이라도 맞은 거야?""아니에요." 수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울먹이며 말했다. "제가 그 사람들한테 빚을 졌는데 아직 못 갚았어요...""빚을 얼마나 졌는데? 어쩌다 빚을 지게 된 거야?""4백만 원 정도 빚이에요... 할머니가 아프실 때 약을 사야 해서 그 사람들한테 빌렸어요." 수수는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들어 애처롭게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 그 돈 갚을 수 있어요. 사모님께서 월급 두 배로 주신다고 했거든요. 도련님께서 저를 해고하시지만 않는다면 저 내년까지 다 갚을 수 있어요.""너한테 뺏어간 할머니 팔찌는 다시 네게 돌려줄 수 있을까?" 서은준은 그녀가 이런 이유 때문에 빚을 질 거라고 예상치 못했다.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