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고 어디에 머물지 생각해요.” 진아연은 수현이를 힐끗 보고 나서 말했다. “수현이가 착해요. 그리고 난 이 아이와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수현이를 데려가려는 사람이 많았는데 다 거절했대요. 하지만 오늘 날 보고 별로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더라고요.”"그래, 도움이 된다면 좋겠지. 그 사찰에 머무는 건 좀 위험해 보여.” 박시준은 아이의 하얀 머릿결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꼭 천사 같네.”"시준 씨, 난 당신이 거절하지 않을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토록 다정할 줄은 몰랐어요. 참 의외예요.”"내가 그렇게 무정한 사람이었어?” 박시준이 반성했다. “당신이 나에 대한 인상은 나에게 아이가 있기 전에 머물러 있지? 난 아이가 있은 후 부터 줄곧 자상했어.”운전석과 조수석의 경호원은 할 말을 잃었다.두 사람은 웃음을 터뜨릴뻔했다.진아연은 박시준의 ‘잘생기고 자상한’ 얼굴을 보고 또 보았다. “당신에 대한 인상을 탈바꿈하긴 해야겠어요. 좀 있다 당신을 먼저 집까지 배웅할 테니 당신은 돌아가서 쉬어요. 전 수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야겠어요.”"하루 쉬게 하면 안 돼?” 박시준은 이렇게 서두를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아이의 병이 불치병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리고 발작을 일으키지 않으면 정상적인 일상을 보낼 수도 있고.”진아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럼 오늘은 쉬고 내일 병원에 데려가죠.”"오늘 밤은 우리 집에 머물도록 해. 라엘과 지성이가 이 아이를 보면 좋아할 거야.”"이 아이도 지성이와 라엘을 좋아할 거예요.” 웃고 있던 진아연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녀는 갑자기 현이가 떠올랐다.그녀가 오늘 데리고 온 아이가 현이라면 라엘과 지성이가 얼마나 기뻐하겠는가!오후, 지성이가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꼬맹이는 가방을 메고 예전과 다름없이 경호원의 뒤를 따라 거실에 들어섰다.신발을 갈아신으려고 하던 순간 그는 거실에 앉아 있는 수현에게 눈길이 끌렸다.수현이가 집에 온 후 이모님은
지성이는 수현이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현이라고 해. 그런데 어디에 있는지 몰라.”수현이 대답했다. “나에게도 동생이 있는데 내 친구야. 수수라고 해.”지성이는 수현의 머리에 꽂은 핀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 머리에 꽂은 핀은 우리 누나 핀이야. 누나가 자기 핀을 꽂은 걸 보면 화낼지도 몰라.” 잠시 멈칫하던 그가 한마디 보충했다. “나중에 내가 더 예쁜 핀을 사다 줄게. 어때?”현이가 미소를 짓고 말했다. “좋아. 하지만 난 너에게 아무것도 못 줘. 난 돈이 없거든.”"난 돈이 아주 많아. 한 통 선물할게.” 지성이는 수현의 손을 잡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두 아이는 어른의 개입이 없이 빠르게 친해졌다.진아연은 두 아이가 눈앞에서 갑자기 사라진 것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졌다."하하, 지성이가 여자애와 잘 어울리네요. 앞으로 여자친구 문제는 걱정 안 해도 되겠어요.” 이모님이 웃으며 농담했다.“다른 여자애들에게도 이렇게 다정하진 않겠죠?” 박시준이 말했다.예전에 지성이가 같은 동네 여자애와 장난감을 가지고 싸웠다는 말을 이모님에게 들었는데 지금처럼 남자답진 않았다."그래요,. 지성이는 다른 여자애들에게 이토록 남자답지 않아요. 친한 여자애들에게만 남자답죠.” 이모님이 말하며 지성이와 수현이를 보러 갔다. “배고프면 먼저 드세요. 전 애들을 보고 있을 테니.”"라엘이 돌아오면 먹을래요.” 진아연도 아이들을 보고 싶었다.진아연과 이모님이 함께 지성의 방으로 갔다.두 사람이 방에 도착하기도 전에 지성이와 수현이가 저금통 하나씩 들고 방에서 기분 좋게 나오고 있는 걸 보았다."엄마, 내 돼지 저금통을 수현이에게 선물했어요.” 지성이는 저금통이 적어도 스무 개가 있었다.크고 작은 이 저금통엔 지성이의 용돈과 세뱃돈이 담겨 있었는데자성이가 선물한 이 돼지저금통은 꽉 차 있었다."네가 수현이한테 선물했으면 이제 수현이 것이야. 나중에 후회하면 안 돼.” 진아연이 가르쳤다."후회 안 해요. 나한텐 아직 저렇게나 많이 있잖아요. 수현이가 좋아하면
박시준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아연아. 스스로 강하게 키운다면서? 살짝 넘어진 건데 스스로 일어나게 놔둬.”"그거랑 이거랑 같아요?” 진아연은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채 말했다."바닥엔 카펫이 있어 넘어져 다치기도 쉽지 않아. 뼈가 부러질 리는 더 없고.” 박시준의 말에 진아연은 말문이 막혔다."이제 내가 일부러 애 버릇 나쁘게 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겠지?” 박시준은 자신을 위해 변호하고 있었다. ”다 알아도 행동으로 옮기기 힘들 때도 있는 거야.”진아연이 박시준을 흘겨보자 박시준은 곧 그녀를 옆으로 끌어당겼다.“아들과 수현이를 방해하지 마. 두 사람 잘 놀고 있잖아.”지성이의 관심은 엄마 아빠한테 조금도 없었다.그는 수현이의 손을 꼭 잡고 자신의 장난감 구역으로 걸어갔다. “수현아, 내 장난감 구경시켜 줄게. 나 장난감이 아주 많아.”지성이는 수현이의 손을 잡고 말했다.박시준: "봤지? 지성이는 우리가 필요 없어. 나중에 여자친구를 찾으면 더 당신 마음대로 안 될걸.”진아연: "..."약 30분 후, 라엘이 학교에서 돌아왔다.라엘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동생과 수현이가 재미있게 놀고 있는 걸 보았다.이모님이 다가가 라엘에게 수현이를 소개하려 했는데라엘이 먼저 입을 열었다. “와, 내 동생이에요?”라엘은 빠른 걸음으로 이모님 옆을 지나 수현에게 다가갔다."네가 현이야?"수현은 라엘의 목소리를 듣고 라엘을 바라보았다.지성이도 누나를 발견하고 대답했다. “누나. 얘 현이 아니야. 얘는 수현이야.”웃고 있던 라엘의 표정이 그대로 얼어붙었지만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물었다. “수현이? 수현이는 네 친구야?”라엘은 머리카락이 하얀 아이를 처음 본다.머리카락을 하얗게 염색한 어른은 많이 봤으나 머리카락이 하얀 아이는 본 적이 없었다."수현이는 내 친구가 아니야. 수현이는 나보다 누나고 엄마 아빠가 데려왔어.” 지성이가 명확하게 누나에게 설명했다. “누나, 수현이가 누나 머리핀을 했는데 수현이한테 화내지 마. 수현이가 너무 불쌍해...”
"아... 엄마, 어디서 알게 된 거예요?" 라엘은 궁금한지 진아연에게 물었다."오늘 사원에 가서 기도할 때 수현이와 만났어." 진아연은 바로 딸에게 설명했다. "그리고 사원에 여자애들이 30여 명 있었어! 아이들이 모두 사원에 입양되었는데, 다음에는 엄마와 같이 갈까?"진아연은 딸이 다양한 세상과 이런저런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기를 바랐고하층민들의 삶을 알았으면 했다."좋아요!" 라엘은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 "엄마, 그럼 저 먼저 수현이와 동생 보러 갈게요. 동생이 또 제 물건에 손댈지도 모르니까요.""아연아, 우리 일단 밥 먹으러 가자! 애들은 아직 배가 고프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야." 박시준은 진아연을 끌고 식당으로 갔다."저도 아직 배고프지 않아요. 저 오늘 오후 수현이와 간식 먹어서 괜찮아요." 진아연은 배고프지 않다고 말했지만, 박시준과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수현이의 상황을 위정 선배한테 말해 혹시 어떤 생각인지 여쭤봤어요.”"얘기하고 싶으면 얘기해! 이런 일에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돈을 보태주는 것밖에 없으니까 말이야." 박시준도 본인의 입장과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자각했다.위정의 집.위정은 진아연이 보내준 수현이의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봤고시은이는 위정이 휴대폰에 집중하는 모습에 그의 곁으로 다가가 함께 휴대폰 화면으르 바라봤다."와! 진짜 멋지네요!" 시은이는 수현이의 흰머리를 보더니 감탄했다. "위정 씨, 여자애가 아주 시원시원하고 멋지네요."위정은 시은이를 옆에 앉히고 말을 이었다. "시은아, 아이가 몸이 많이 아파서 머리가 백발이야.""네? 치료할 수 있어요? 그런데 너무 이뻐요. 빨리 나았으면 좋겠네요." 시은이는 위정의 휴대폰을 건네받고 수현이의 사진을 자세히 바라봤다."아마 완치할 수 없을 거야. 만약 치료할 수 없으면 햇볕을 쬐면 안 되고 시력도 일반인들보다 못해." 위정은 바로 여자 아이의 상황을 시은이에게 설명했다."너무 불쌍해요!""맞아. 어릴 때 부모님에게 버림
강훈은 강도평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고의사가 보여준 DNA 감정 보고서를 보고 강도평의 시신이 틀림없음을 확인하자 그제야 점차 진정되었다.생사를 가리는 싸움에서 강도평이 죽든 강민이 죽든, 싸움에서 진 사람의 결과는 죽은 목숨일 수밖에 없었다.강도평의 시체는 상태가 너무 심각한 관계로 더는 보관할 수 없어 강씨 집안 자녀들은 강도평의 시신을 화장하도록 결정했고하루 종일 바삐 움직인 이들은 강도평의 유골을 들고 강씨 저택으로 돌아왔다.임 변호사는 이들을 따라다니면서 강도평이 시체에서 유골로 변하는 과정을 전부 지켜봤다.시신은 이미 화장했지만 하관 시간은 이들과 함께 논의할 부분이었다."임 변호사, 일단 아버님의 유언장부터 꺼내 보여주세요!" 강성재는 바로 임 변호사에게 먼저 말을 걸었고임 변호사는 그녀의 말에 자연스럽게 강성재를 바라봤다."하하! 임 변호사, 이렇게 티 내시면 어떡해요? 설마 유서 내용을 이미 강훈에게 알려준 거예요?" 강성재는 임 변호사의 태도에 성을 냈다. "강훈도 아버님의 아들이지만, 저희도 모두 아버님의 자식이에요! 저희가 딸이여서 강씨 집안 재산을 물려받을 자격이 없다는 거예요? 그럼 왜 저희의 성이 강씨 인거죠?!”강성재는 말할수록 점점 흥분한 모습을 보였고 그녀의 말에 주위 분위기도 심상치 않았다."맞아요. 저희도 여자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잖아요. 저희는 어릴 때부터 아버님의 곁에서 자랐고 강훈은 성인이 되어서 이 집에 들어온 자식이에요. 왜 그한테 재산을 물려주고 저희한테 주지 않는 거죠?" 이때 둘째 누나도 입을 열었다."만약 아버님께서 여자애는 그의 재산을 물려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시면 애당초 저희를 낳지 말았어야죠! 저희를 낳고 재산도 물려주지 않으면 고생만 시키는 거 아니에요?"강도평의 딸들은 서로 얘기를 나누면서 언성을 높였고강훈은 아무 말 없이 무지 차가운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봤다.그리고 이들이 조용해지자 임 변호사에게 계속 얘기하라고 눈치 줬다."여러분, 일단 진정
"언니, 너무 성내지 마요. 성환이도 아무것도 물려받지 못했어요. 진짜 불쌍하네요! 언니와 성환이가 강씨 집안을 위해 그렇게 노력했는데, 아버님은 결국 아무것도 주지 않았어요. 진짜 너무 편파적이라 생각해요!""다시 한번 말하지만, 유서는 중요하지 않아!" 강성재는 이를 악물고 어두운 낯빛으로 말을 이었다. "강훈, 딱 기다려! 절대 이대로 그만두지 않을 거야!"강성재는 말을 다 하자 바닥에 뿌려진 복사본을 집어 들고 강씨 저택을 떠났다.다른 사람들은 큰누나가 떠나자 바로 함께 자리를 떠났고임 변호사는 강훈이 어두운 낯빛을 하고 있자 바로 다가가 위로했다. ”아버님의 유서는 법적 보호를 받으니 아무리 원하지 않아도 참을 수밖에 없어요. 훈 씨, 일단 아버님의 장례식부터 끝내죠. 다른 사람한테 웃음거리로 남으면 안 되잖요.”"위로해 줘서 고마워요.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 예상했어요. 그리고 아마 곧 다 같이 소송 걸고 유산을 다툴 거라 생각해요." 강훈은 그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이 분야에서 제일 실력 있는 변호사를 모집했고 진짜 필요하면 임 변호사님께서 도와줬으면 합니다.”"당연하죠. 필요한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임 변호사는 계속해 말을 이었다. "그리고 다른 강씨 집안사람들과 빨리 연락해서 자기 편으로 만드세요. 소송 진행 시,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알았어요. 알려줘서 고맙습니다.""네. 그리고 장례식 날짜 정하면 꼭 알려주세요.""네."강훈은 임 변호사를 보내고 다시 거실로 돌아왔다.공개된 유서의 내용을 보면 그는 강도평 90%의 재산을 물려받았고 당연히 축하할 일이었다.법적 보호를 받음으로써 강재성이 아무리 원하지 않아도 변고가 생길 수 없었다.다만 강훈이 불안한 원인은오로지 강민 때문이다.만약 강민이 다른 자매들과 손잡고 그한테 소송 문제로 이어지면 훨씬 복잡한 상황에 처하게 될 거다.강민의 능력은 이미 박시준과 강도평의 인정을 받았고강훈은 강민이 전처럼 상황을 뒤집어 이변을 일으킬까 봐 두려웠던 거다
강훈: 아버지 장례식 마치고 나머지 일 처리 하고나서 할려고. 강민이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아.진아연: 신경 쓰지 마. 나중에 움직이면 그때 생각해. 그리고 지금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가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 몰라.강훈: 아마 그녀가 강도평을 죽이지 않았을까? 솔직히 좀 두려워. 손 잡을 생각이었는데, 나를 무시하는거 같아.진아연:강민은 극악무도한 범죄자들과 별반 차이 없어. 이런 사람들이 무섭겠지만, 결국 악은 정의를 절대 이길 수 없어. 그냥 평소 조심하면 되고 굳이 두려워할 필요 없어.강훈: 언제 B국에 돌아와?진아연: 당분간은 못 갈거 같아. 나중에 준비되면 그때 알려줄게.강훈: 알겠어진아연은 강훈과 메시지를 주고받은 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강훈은 어머니와 함께 자랐고 한부모 가정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예민하고 항상 불안함을 느낄 거라 생각했다.그리고 강훈이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도 강민이 두려워서 보낸 거라 생각했다.진아연은 잠시 고민하더니 바로 마이크에게 연락했다. 마이크, 시간 되면 강훈과 만나 줘! 이제 강훈은 강도평의 모든 재산을 물려받을거야. 그러면 강민은 곧 강씨 집안사람들과 연합해 그를 상대할 거야. 전에 나를 도와준 적이 있어서 이대로 혼자서 싸우게 둘 수 없어.마이크: 알았어! 그럼 강도평 장례식 때 가서 만날게. 그런데 강도평 시신은 봤어? 진짜 징그러워!진아연은 그의 말에 순간 입맛이 사라졌는지 들고 있는 우유 컵을 내려놨다. 안 봤어. 나한테 그런 사진 보여주지 마! 밥 먹고 있어!마이크: 보여주고 싶었으면 이미 보냈을 거야. 진짜 징그러워서 악몽이라도 꾸게 될까 봐 보내지 않았어.진아연: 그 정도야? 나도 시신 정도 봤었어.마이크: 강민이 그의 시신을 정화조에 던졌어. 며칠 내내 정화조에 담겨 있었는데, 날씨가 덥지 않았는데도 엄청 부패했어.진아연: 그만해...마이크: 그런데 소문으로 웬 여자애를 입양했다는데, 진짜야?진아연: 누가 알려줬어? 소식도 참 빠르네. 지운
아이는 그녀의 말에 겁먹었는지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아줌마를 따라 사원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이때 여승들이 방에서 나오자 아줌마와 수수는 바로 다가가 인사했다."이제 어디로 갈 생각이세요?" 주지는 이들을 보자 먼저 아줌마에게 물었다."아직 알고 지내던 친척들이 있어서 찾아갈 수 있어요. 전에는 수수가 몸이 약해서 산으로 데려왔지만, 이제 많이 좋아졌잖아요. 주지 스님과 여승님들께 부탁이지만 저희 행방을 다른 이들에게 알려주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줌마와 수수는 공짜로 얻어먹기 위해 사원으로 찾아온 게 아니었다.아줌마는 사원에서 요리하고 청소를 도왔고 사원의 여승들을 항상 존경했다.수수는 아줌마와 주지가 인사를 나눌 때, 주위를 둘러봤고아이의 맑은 눈동자는 아무리 봐도 사랑스러웠다.“아줌마, 저 오줌 마려워요.” 수수는 고개를 들고 아줌마한테 말을 다 하자 바로 밖으로 뛰어갔고아줌마는 별생각 없이 계속 주지 스님과 인사를 나눴다."수현이가 하산해서 수수가 많이 슬퍼했어요. 저는 수수가 계속 여기에 있으면 슬퍼할까 봐 걱정이에요. 그리고 수수도 이제 학교를 다녀야 하잖아요. 저는 하산하면 학교에 보내 다른 아이처럼 평범한 삶을 살았으면 해요." 아줌마는 담담하게 자기 생각을 알렸다.이에 주지 스님은 자상한 모습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수수는 영리하고 똑똑한 아이예요. 좋은 교육 환경만 받쳐준다면 앞으로 밝은 미래를 맞이할 겁니다.""주지님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수수가 잘 되면 꼭 산에 와서 주지님과 여승님들을 만나러 가라고 하겠습니다.""꼭 잘되어서 올 필요 없어요. 언제든지 원하시면 찾아오세요. 이곳은 언제나 아이의 집이니까요."얼마 지나지 않아 화장실에서 다녀온 수수는아줌마의 말에여승들과 일일이 작별 인사를 나눴고 바로 함께 하산했다.산기슭에는 웬 뷰익 자동차 한 대가 멈춰있었고아줌마와 수수의 모습이 보이자 뷰익 자동차에서 웬 남자가 내려와 이들을 차에 태웠다.아줌마는 수수를 안은 채, 차에 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