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연이 가장 큰 연회장을 예약했다면?그는 그녀가 예약한 연회장 옆에 있는 작은 연회장을 예약했다.그는 그녀가 얼마나 성대한 생일파티를 여는지 보고 싶었다....주말.생일 초대를 받은 사람들은 모두 샹그릴라 호텔에서 가장 큰 연회장인 스타문 홀에 입장했다."아연이는 아직인가?" 여소정은 연회장에 들어온 뒤, 마이크에게 물었다. "어젯밤부터 연락이 안 되던데 무슨 일 있나요?"마이크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요즘 바쁘잖아요. 무슨 일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저번에 주소를 보냈을 때 온다고 약속했어요."여소정: "음... 회사 일로 바쁜 게 아닌가 보죠?"마이크: "아, 그런 말이 아니라! 저도 무슨 일로 바쁜지 모른다는 말이에요. 모두 각자의 프라이버시가 있으니깐요. 그녀와 자매처럼... 남매처럼... 친하긴 하지만... 모든 걸 내게 알려줄 필요는 없죠."여소정: "음... 그렇게 바쁜데. 대체 생일파티는 누가 연 거죠?"마이크: "접니다!""손님 명단은요?""그것도 접니다!"여소정은 '풉'하고 몸을 돌려 옆에 있는 퍼플문 홀로 발걸음을 재촉했다.퍼플문 홀은 스타문 홀보다 훨씬 작았다.마이크 덕분에 오늘 박시준의 친구들은 퍼플문 홀에 모였다,여소정은 퍼플문 홀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하준기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박시준은? 아직도 안 온 거야? 아연이가 초대하지 않았다고 화났다고 하지 않았어?" 여소정은 호들갑을 떨며 하준기의 술잔을 뺏어 한 모금 마셨다."30분 전에 연락했을 때 길이 엄청 막힌다고 했어." 성빈은 여소정을 보더니 물었다. "진아연 씨도 아직 안 온 거야?""응! 마이크한테 물었는데 요즘 대체 무슨 일로 바쁜 건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 생일 파티를 연 것도 아연이가 아니라 마이크였고 손님 명단 역시 마이크 씨가 관리해서 초대하지 않은 거 같아!""그런 거였구나! 마이크 씨, 은근히 속이 좁으시네!" 성빈은 비웃었다. "우리 지운이가 그랬다고 우리까지 미워할 줄이야!"여소정과 성빈의 말은 조지운을 자극
그러다 멀지 않은 곳에서 싸우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게 됐다.그는 한걸음에 달려갔다.무슨 일인지 바로 알아내기는 힘들었다.하지만 분명한 건 마이크가 두 남자에게 구타를 당하고 있다는 것이였다.그리고 그 둘 중 한 명은... 진아연의 전남편 박시준.위정은 달려가 마이크를 부축했고 박시준에게 물었다. "대체... 두 사람이 왜 마이크를 때리고 있는 거죠?"박시준은 그가 도착하기 3분 전에 이곳에 도착했다.마이크가 조지운의 위에 올라타 때리는 모습을 보고 바로 달려가 무자비하게 마이크를 발로 차버렸다.그렇게 상황은 2 대 1로 변했고 이후, 역전된 것이다."위 선생님, 저 사람이 내 비서를 때렸습니다." 박시준은 옷에 묻은 약간의 먼지를 털어내면서 말했다. "제 비서가 생각보다 약해 안도와줄 수 없었어요."조지운의 안경이 무참히 박살 난 것을 본 위정은 고개를 돌려 마이크를 노려보았다."아연이랑 계속 연락이 안 됩니다. 무슨 일이 생겼을 수도 있어요." 위정은 마이크에게 말했다. "지금 아연이를 찾으러 갈거에요. 여기 계시겠습니까, 아니면 저랑 같이 찾으러 가시겠습니까."마이크는 화가 났지만 꾹 참았다. "저, 저도 갈게요!"박시준은 그들 앞으로 긴 다리로 성큼성큼 다가와 물었다. "진아연... 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위정: "박 대표님, 저희도 아직 무슨 일인지 정확히 모릅니다. 아침에 전화를 했을 때는 저녁 6시까지 오겠다고 하더니. 7시가 되도록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주말인데... 집에는요?" 박시준의 눈빛에서 불안함과 그녀를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졌다.위정: "집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박 대표님,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찾고 난 다음에, 직접 이야기하시죠."그렇게 두 사람은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박시준은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엘리베이터 앞으로 조급하게 걸어갔다.조지운은 그의 뒤를 따라가며 설명했다. "대표님, 이번 생일파티는 마이크 씨가 주최했다고 했습니다. 손님 명단 역시 진아연 씨께서 관리를 한 게
그녀의 차 문은 잠겨있었다!그는 유리 창문 너머에 있는 그녀를 만질 수 없었다.그의 뒤를 따라온 경호원이 비상용 소방 망치를 발견하고는 바로 앞 유리창을 부수고 차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차에 들어간 다음, 경호원은 재빠르게 잠금 장치를 풀었다.박시준은 바로 차 문을 열어 진아연을 안고 차에서 끌어냈다.다른 외상은 보이지 않았지만 호흡이 매우 약했다!정신을 잃고 쓰러진 듯 했다.그렇지 않다면 경호원이 유리를 깨뜨렸을 때 벌써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을 것이다.병원.진아연을 진찰한 의사가 말했다. "저산소증으로 정신을 잃은 것 같습니다. 일찍 발견해서 다행이네요. 돌아가서 푹 쉬면 바로 괜찮아지실 거예요."박시준: "저산소증이 온 이유는? 혈액 검사 결과는 괜찮습니까?""혈액 검사는 다 정상으로 나왔습니다... 다만 저혈당이 좀 있으시네요. 다른 건 다 괜찮습니다." 의사는 그녀의 체크리스트를 가져와 훑어본 뒤, 박시준에게 건넸다."근데... 왜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리는 거죠? 대체... 언제 정신을 차린다는 겁니까! 더 검사를 안 해도 되는 거 맞습니까?!" 박시준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의사의 말을 믿지 못했다.외상은 없지만 문이 잠겨 있는 차 안에서 의식을 잃었다.그 말은... 분명 어딘가 좋지 않다는 말이다.의사: "박 대표님, 피로가 누적돼서 깊은 잠에 드신 것뿐입니다." 그가 계속 걱정할까 봐 의사는 계속해서 말했다. "보세요... 다크서클이랑 충혈된 눈."그러면서 의사는 진아연의 눈꺼풀을 뒤집어 박시준에게 보여줬다.박시준은 그녀의 충혈된 눈을 보고는 약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리고 그는 운전하다 너무 졸려 길가에 잠시 차를 세우고 잠든 그녀의 모습이 떠올렸다.대체 최근에 뭘 하고 다니길래 잠 한숨을 자지 못 한 걸까?얼마나 피곤했으면 위험하게 차에서 혼자 잠에 취해버린 걸까?만약 그가 그녀를 찾지 못했다면 그녀는 정말 심각한 저산소증으로 위험에 빠질뻔한 상황이었다.한 시간 후, 박시준은 진아연을 집으로 데
"친구 관계입니다." 위정이 대답했다."노 교수님 제자 중에 다른 여학생들도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심윤 씨와는 친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어서 박시준은 물었다. "혹시... 진아연을 좋아합니까?"위정은 그에게서 자신에 대한 강한 라이벌 의식을 느꼈다."설마... 진아연과 다시 새롭게 시작하고 싶으신 건가요?" 위정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박 대표님은 제가 알기로 심윤 씨와 사귀고 있는 걸로 아는데. 그런데 아직도 아연이에게 미련이 있습니까?"박시준의 눈빛은 심연처럼 깊고 어두워졌다. "계속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노 교수님이 돌아가신 후, 노 교수님이 말씀하신 그 학생이 누구인지 알아봐달라고 당신에게 부탁했습니다. 근데 당신은 그저 내게 명단을 주기만 했을 뿐. 왜 바로 심윤이라고 말하지 않은 겁니까? 심윤은 당신을 안다고 하던데. 당신 역시 그녀를 알고 있지 않습니까?"위정은 그가 아예 바보는 아니라고 생각했다."물론 알다마다요. 뭐 내가 그녀의 의료 기술에 대해 감히 판단할 수 없었기에 대표님에게 명단을 준 것뿐입니다. 대표님이 직접 찾아보는게 옳다고 판단했습니다."박시준은 그의 대답에 속지 않았다."노 교수님이 당신에게 그녀를 언급한 적이 없을 리가 없을 텐데요? 노 교수님이 시은이의 수술을 아무에게나 맡기지는 않았을 테고. 맡긴 사람은 노 교수님이 가장 믿는 제자라는 건데... 노 교수님이 그런 제자를 당신에게 말하지 않을 리 없습니다."위정은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었다. 당황한 나머지 물 잔을 들어 물 한 모금을 마셨다."위 선생님, 저는 당신이 일부러 내게 말을 안 해 준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시준은 자신의 마음을 최대한 숨기며 말했다. "진아연을 위해... 거짓말을 한 거 맞습니까?""아연이와 아무 상관 없습니다." 위정은 바로 말했다. "노 교수님께서도 제게 모든 것을 말하진 않습니다. 대표님이 교수님에게 부탁한 일도 저는 알지 못했습니다. 전 그저... 조심스러웠을 뿐. 심윤 씨가 대단한 건 알지만 감히
그녀는안간힘을 다해 눈을 떠보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그러나 박시준의 목소리는 바로 알아차렸다.근데 저 여자 목소리는 누구지?낯선 목소리가... 박시준 오빠를 부르고 있네...박시준 설마 여자랑 시시덕거리며 장난치고 있는 거야?헐!푹 자고 있는 그녀 옆에서 감히 여자와 시시덕거리고 있다니. 아주 파렴치하고 뻔뻔한 자식이다!만약 그녀가 지금 꿈에서 깨어날 수 있다면 둘 다 쫓아냈을 게 분명했다!진아연은 깬 듯 만 듯 한 상태로 치밀어 올라오는 화 때문에 가슴이 아파왔고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그대로 다시 잠들었다.박시준은 시은의 손을 잡고 방으로 돌아가시은이 잠이 든 후 다시 침실로 돌아갔다.진아연은 몸을 돌린 채 여전히 깊이 잠들어 있었고박시준은 화장실로 성큼성큼 들어가 샤워했다....박시준이 진아연을 집으로 데려와 밤을 새운 소식을 들은 심윤은 너무 화가 나 눈시울까지 붉어졌다.대체 누가 그 남자의 여자친구인가?물론 그녀도 그가 단순히 시은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자신을 그의 여자 친구로 받아들였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할지언정 겉으로라도 예의를 지켜야 하는 게 아닌가!진아연을 집으로 데려와 밤을 지내는 게 말이 되나!아주 공개적으로 바람피우는 거잖아?전에 실수로 박우진과 잤던 수치심도 이제는 완전히 사라졌다.그녀는 박시준이 그녀가 박우진과 잤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화를 내지 않으리라 생각했다.그녀는 와인 한 병을 열고 방으로 돌아갔다.다음날.위정은 아침 일찍 박시준의 집으로 찾아와 진아연의 상황을 살폈다.박시준은 헐렁한 옷차림으로 매우 불쾌한 듯 그를 바라봤다."박 대표님, 저도 아줌마의 부탁으로 온 겁니다. 아줌마도 아연이가 집에 돌아오지 않아 걱정했습니다."이른 아침 방문이 실례라는 것을 알고 있는 위정은 급히 이실고직했다.장희원이 지시한 일이니, 그도 당연히 거절 할 수 없었다.그의 말을 들은 박시준은 그를 침실로 데려갔다.위정은 줄곧 진아연의 안전을 걱정했지만, 혼자 침대를 차지하고
한이는 동생의 말에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할머니한테 말하면 우리를 어머니에게 보내지 않을 게 분명해."뿌루퉁해진 라엘은 오빠의 말을 듣자 고민에 빠졌다. "아... 그럼 엄마를 찾으러 가자! 만약 쓰레기 아빠가 엄마를 괴롭히면 어떡해?"한이는 입술을 오므리고 잠깐 생각한 후 결정을 내렸다. "나 혼자 갈 테니 집에 있어. 할머니가 돌아오시면 무슨 이유든 상관없으니까 그냥 대충 얼버무려 말하고."한이는 말을 마치고 혼자 밖으로 나갔다.라엘은 닫히는 문을 지켜보다 긴 속눈썹이 깜박거리더니 이내 훌쩍거리기 시작했다.오빠 혼자 쓰레기 아버지를 찾아가는데 라엘의 마음이 편할 리 있을까?만약 오빠가 쓰레기 아빠에게 잡혀가면 어떡하지?절대 오빠를 잃을 수 없어!라엘은 울면서 마이크의 방문으로 달려갔다.라엘은 지저분한 큰 침대로 달려가 마이크의 팔을 잡고 울고불며 난리를 피웠다. "마이크 아저씨, 일어나요! 오빠가 가버렸어요! 저를 두고 혼자 떠났어요... 저를 데려가지도 않고 혼자 떠났다고요..."박시준의 저택.하인이 부엌에서 나와 이모님에게 물었다. "갑자기 웬 정전인가요?""정전 공지를 받은 적이 없는데요? 제가 보조 전원을 확인해 볼게요." 이모님은 말했다.보조 전원이 연결된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듯했지만약 10분이 지난 후, 보조 전원도 작동을 멈췄다.이모님은 위층에서 성큼성큼 내려오는 박시준을 보자 바로 상황을 보고했다. "정전입니다. 보조 전원도 고장이 났어요. 이미 수리 인원을 불렀습니다. 공전국에도 문의해 봤지만 근처의 정전 소식은 없다고 하더군요."박시준은 아무 표정 없이 그녀의 말을 담담히 듣고만 있었다.그리고 아랫층으로 내려가 바깥으로 나갔다.이때 경호원이 다가와 말을 건넸다."대표님, 갑자기 정전이라니. 좀 이상합니다. 일단 다른 인원들을 이쪽으로 불렀습니다."박시준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 앞마당을 향해 걸어갔다.경호원도 그의 의중을 몰라 일단 따라나섰다.박시준은 앞마당 문을 열고 나서 눈을
아이의 얼굴을 볼 때마다 치명적인 익숙함을 느낄 수 있었다!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 어린 시절의 자신을 보는듯했다!한이는 눈을 부릅뜨고 그를 잠시 노려보다 시선을 거두었다.이모님은 당황했는지 급히 한이에게 물었다. "지한 도련님, 진짜 도련님이 정전을 일으킨 겁니까? 어떻게 한 거죠? 노트북도 도련님 거예요? 어린 나이에 컴퓨터도 할 줄 알아요?"한이는 입술을 오므리고 조용히 노트북을 다시 책가방에 넣었다.그는 아무 말 없이 책가방을 메고 계단에 앉아서 진아연만을 기다렸다.이모님은 어색한 듯 박시준을 살짝 훔쳐봤다. 박시준의 얼굴은 점점 사색이 되어갔고 눈동자 속에서 뿜어 나오는 분노를 참고 있었다.만약 한이가 어린애가 니었다면 절대 이곳에 멀쩡히 앉아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약 30분 후, 문밖의 경호원이 조용히 물었다. "대표님, 자꾸 우리 쪽을 들여다 보는 이상한 외국인이 있습니다. 잡아 와서 물어볼까요?"경호원의 말을 들은 박시준은 바로 마이크의 얼굴이 떠올랐다.그는 바로 앞마당으로 향해 걸어갔다.앞마당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는 마이크의 반짝거리는 황금빛 머리카락을 보았다."진아연! 지금 가택에 감금된 거야? 그렇다면 알려줘! 바로 경찰을 부를 테니까!" 마이크는 박시준을 보며 소리쳤다.박시준은 마이크의 말에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어젯밤 얻어맞아 얼굴이 퍼렇게 멍든 주제에 감히 집 앞까지 찾아와서 문제를 일으키다니!"당장 잡아 와!" 박시준은 눈앞에서 얼쩡거리는 마이크가 짜증 나 바로 경호원에게 지시했다.경호원 두 명은 박시준의 지시에 바로 마이크의 팔을 붙잡고 끌고 왔다."이봐! 이게 무슨 짓이야? 내가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왜 나를 잡고 있는 거야? 지금 이건 엄연히 위법 행위라고? 경찰에 신고한다!? 바로 경찰에 신고할 거라고!" 경호원은 마이크가 소리치든 말든 거실로 질질 끌고 왔다.한이는 끌려온 마이크를 보고 뜻밖의 상황에 놀랐다.마이크는 한이에게 눈치를 준 후, 힘껏 경호원의 속박에서 벗어나 거실을 이
엄마를 찾으러 1층으로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부엌에서 발소리가 들렸다!라엘은 갑작스러운 발소리에 너무 놀라 숨 한번 크게 쉬지 못한 채 곧바로 계단을 향해 뛰어갔다.어쩔 수 없이 2층으로 올라간 라엘은 벽에 기대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이때,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누군가가 위층으로 올라오고 있었다!라엘은 어쩔 줄 몰라하며 서둘러 숨을 곳을 찾았다.잠시 후 2층에 나타난 이모님은 안방으로 향했다.알고 보니 이모님은 진아연을 만나러 온 거였다.아무래도 이모님은 박시준과 마이크의 경기가 어쩐지조금 걱정스러웠다.전에 교통사고를 당한 박시준은 어느 정도 회복은 됐지만 의사는 격렬한 운동을 하지 말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더군다나 시합에 져서 마이크한테 맞는 박시준의 모습은 더더욱 보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진아연을 찾아온 것이었다.문을 열고 들어온 이모님은 침대로 다가갔다.이모님은 잠자고 있는 진아연을 보면서 깨우고 싶지 않았지만 잠은 언제든지 잘 수 있지만 시합은 지면 되돌릴 수 없다는 생각에 결국 깨우기로 결심했다."사모님." 이모님은 혹시나 깨지 않을까 봐 자고 있는 진아연의 어깨를 토닥였다. "사모님!"잠에서 깬 진아연은 인상을 찌푸렸다."사모님, 일어나세요." 이모님은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진아연은 천천히 눈을 뜨고 반쯤 풀린 눈으로 이모님을 보고 입꼬리가 올라갔다."사모님, 빨리 일어나세요. 마이크 씨와 회장님이 지금 코트에서 테니스 시합을 하고 있어요. 어서 말리러 가셔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회장님의 다리가 불편하시잖아요." 이모님은 급한 마음에 진아연을 부축하며 말했다.진아연은 눈을 비비며 이모님의 말에 의아해 했다. "마이크와 박시준 씨가 테니스 코트에 있다고요?""네!" 이모님은 얼른 조금 전에 발생한 일들을 말했다.진아연은 잠시 멍하니 방안을 둘러보다 등에서 갑자기 식은땀이 흘렀다. "제가 왜 여기 있는 거죠?!"이모님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사실대로 알려줬다. "사모님께서 어제 차를 잠그고 잠이 드셨다가 회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