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찾으러 1층으로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부엌에서 발소리가 들렸다!라엘은 갑작스러운 발소리에 너무 놀라 숨 한번 크게 쉬지 못한 채 곧바로 계단을 향해 뛰어갔다.어쩔 수 없이 2층으로 올라간 라엘은 벽에 기대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이때,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누군가가 위층으로 올라오고 있었다!라엘은 어쩔 줄 몰라하며 서둘러 숨을 곳을 찾았다.잠시 후 2층에 나타난 이모님은 안방으로 향했다.알고 보니 이모님은 진아연을 만나러 온 거였다.아무래도 이모님은 박시준과 마이크의 경기가 어쩐지조금 걱정스러웠다.전에 교통사고를 당한 박시준은 어느 정도 회복은 됐지만 의사는 격렬한 운동을 하지 말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더군다나 시합에 져서 마이크한테 맞는 박시준의 모습은 더더욱 보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진아연을 찾아온 것이었다.문을 열고 들어온 이모님은 침대로 다가갔다.이모님은 잠자고 있는 진아연을 보면서 깨우고 싶지 않았지만 잠은 언제든지 잘 수 있지만 시합은 지면 되돌릴 수 없다는 생각에 결국 깨우기로 결심했다."사모님." 이모님은 혹시나 깨지 않을까 봐 자고 있는 진아연의 어깨를 토닥였다. "사모님!"잠에서 깬 진아연은 인상을 찌푸렸다."사모님, 일어나세요." 이모님은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진아연은 천천히 눈을 뜨고 반쯤 풀린 눈으로 이모님을 보고 입꼬리가 올라갔다."사모님, 빨리 일어나세요. 마이크 씨와 회장님이 지금 코트에서 테니스 시합을 하고 있어요. 어서 말리러 가셔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회장님의 다리가 불편하시잖아요." 이모님은 급한 마음에 진아연을 부축하며 말했다.진아연은 눈을 비비며 이모님의 말에 의아해 했다. "마이크와 박시준 씨가 테니스 코트에 있다고요?""네!" 이모님은 얼른 조금 전에 발생한 일들을 말했다.진아연은 잠시 멍하니 방안을 둘러보다 등에서 갑자기 식은땀이 흘렀다. "제가 왜 여기 있는 거죠?!"이모님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사실대로 알려줬다. "사모님께서 어제 차를 잠그고 잠이 드셨다가 회
집에 아이가 있다니?!박시준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숨을 들이켰다!방에서 나온 박시준은 계단 너머로 훌쩍이고 있는 라엘의 작은 모습을 보았다!바로 진아연의 딸이다!참 나, 이제는 웃음도 안 나오군!진아연의 딸은 또 언제 온 거야?물론 박시준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가장 선진적인 보안 시스템을 장비한 집이 이들한테는 아무 소용이 없는 건가?하, 이때 그는 문득 생각났다. 집의 네트워크 시스템이 수리된 지 이제 두 시간밖에 안 된 상태였다.라엘은 토끼 모양의 어린이 책가방을 메고 있었다. 어린 소녀는 한 손에는 토끼 인형, 한 손은 계단 난간을 잡고 훌쩍이며 조심스럽게 내려오고 있었다.라엘은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박시준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집에 있던 하인들은 모두 1층 계단 입구에 모여 눈앞에 나타난 어린 소녀를 바라보며 놀라고 있었다!"우우... 엄마는 이제 없어... 이렇게 울고 있는데도... 나를 찾지 않아... 우우!"라엘의 울음소리는 마치 기차의칙칙폭폭 소리처럼 매우 리드미컬했다."꼬마 아가씨, 아가씨 설마 진아연 사모님의 딸인가요?" 이모님은 울고 있는 라엘을 안고 아래층으로 데려갔다.라엘은 빨개진 두 눈으로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저희 엄마와 오빠는 떠났나요?""맞아요! 몇 시간 전에 떠났는데 아가씨는 언제 이곳으로 왔나요? 들어오는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말이죠?" 이모님은 라엘을 안고 소파에 앉아 티슈로 라엘의 눈물을 닦아줬다.눈앞의 어린 소녀는 정말 아름다웠고 진아연과 똑 닮은 모습이였다.언뜻 봐도 진아연의 친딸임이 틀림없었다.다만 아이의 아빠는...이모님은 더는 물어볼 용기가 없었다.아마 박시준은 이미 알아냈을 것이다."아무도 없을 때 들어왔어요... 들어온지 함참 됐는데... 전 엄마를 찾으러 왔어요. 우우! 너무 보고 싶어요..." 훌쩍거리고 있는 라엘은 몹시 불쌍해 보였다. "왜 떠날 때 저를 데려가지 않았을까요? 마이크 아저씨도 분명 제가 여기 있는 것을 알고 있었을 텐데 ..."박시준은 라엘의
"왜 갑자기 화를 내요! 저도 엄마가 남의 집에 들어갈 때 노크하라고 가르쳤어요! 하지만 쓰레기 같은 놈의 집에 갈 때도 노크하라고는 하지 않았어요!" 라엘은 두 눈 부릅뜨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박시준을 쏘아보며 소리쳤다. 목소리는 오히려 박시준보다 훨씬 더 컸다.마치 누구의 목소리가 더 크고 힘찬지를 비교하는 것처럼 말이다.박시준은 라엘의 말에 이를 악물었다. 쓰레기라고?대체 누가 아이에게 이런 말을 가르친 건가?"저도 이 집에 오기 싫어요! 지금 당장 갈래요!" 라엘은 화를 내며 소파에서 뛰어 내려와 토끼 인형을 잡고 문밖을 향해 걸어갔다!병원.진아연은 일련의 혈액 검사를 진행한 후 마이크한테서 핸드폰을 빌려 장희원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휴대폰 배터리가 없었다어머니에게 전화해 무사하다고 알려야 했다.마이크는 핸드폰을 꺼내 진아연에게 건네줬다.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연결되었다.진아연은 웃으며 말했다. "엄마, 나 아연이야. 나 이제 괜찮아. 어제는 너무 졸려서 잠들었을 뿐이야. 걱정하지 않아도 돼. 지금 마이크랑 한이와 함께 있어. 바로 집으로 돌아갈게."장희원: "다행이구나. 그럼 엄마도 밥하러 갈게."진아연: "엄마, 라엘은 어디 있어? 우리 라엘이 너무 보고 싶고 목소리도 듣고 싶은데."장희원은 진아연의 말에 놀랐다. "마이크가 라엘을 데리고 너를 찾으러 갔는데! 함께 있는 거 아니었어?!"진아연은 듣자마자 얼굴빛이 확 변하더니 핸드폰을 꽉 쥐었다. 순간 힘이 빠지면서 멘탈이 무너졌다.마이크는 진아연이 화를 내기도 전에 머리를 두드리면서 외쳤다. "맞다. 라엘을 깜빡하고 있었구나! 아마 아직도 박시준의 집에 있을 거야! 지금 가서 아이를 데리고 올게!"진아연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마이크와 함께 박시준의 집으로 향했다."여기에서 결과를 기다려야 하잖아!" 마이크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넌 여기서 한이랑 함께 있어! 라엘은 내가 가서 데리고 올게!" 진아연의 말투는 그 어떠한 거절도 허용치 않는 듯했다. "핸드폰은 내
30분 후.진아연은 박 씨 별장에 도착했다.그녀는 거침없이 거실로 향했지만거실은 텅 비어 있었다.진아연은 순간 당황했다."라엘아!" 진아연은 급히 딸의 이름을 외쳤다.잠시 후 라엘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저 여기 있어요! 빨리 구해줘요! 저 쓰레기 같은 남자가 저를 때리려고 해요! 우우!"진아연은 라엘의 소리를 찾아갔다.식당.라엘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식탁 아래로 숨어있었다.다가온 진아연을 본 후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라엘아! 왜 식탁 밑에 숨어있니? 빨리 나와!" 진아연은 식탁으로 다가가 쪼그려 앉아 있는 딸을 데리고 나왔다.라엘은 붉어진 눈으로 진아연에게 안겨 그녀에게 불평했다. "저를 때리려고 했어요! 너무 무서워서... 숨은 거예요! 다행히 제가 빨리 도망쳐서 쫓아오지 못했어요... 잡히면 진짜 때려죽였을 거예요!"물론 진아연은 딸의 말을 믿지 않았다.박시준이 아이를 때리다니. 말이 되는 소리야?라엘이 자기 아이라는 것도 모르는데 말이다."라엘아, 아저씨는 널 때리지 않을 거야." 진아연은 조곤조곤 라엘을 달랬다.박시준: "아니. 진짜 때리고 싶었어."고개를 든 진아연은 그의 차가운 시선과 마주쳤다.회색 잠옷을 입고 있는 그의 목에는 빨간 이빨 자국이 선명했다."진라엘, 왜 삼촌을 문 거야?" 진아연은 박시준이 진짜 화났음을 눈치채 적어도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전에 한이가 박시준을 문건 허락 없이 한이를 집으로 데려갔기 때문이지만이번에는 라엘이 스스로 그의 집에 찾아왔기 때문에 굳이 물 이유가 없었다.라엘은 통통 부은 눈을 비비며 억울한 듯 말했다. "저를 꽉 껴안았어요! 저는 하지 말라고 했는데... 저를 꽉 끌어안았어요... 그래서 너무 화가 나 문 거예요!""아, 그래도 사람을 물면 안 되지!" 딸의 말을 들은 진아연은 바로 딸을 훈계했다. "아저씨 목에 피까지 나고 있잖아. 얼른 아저씨에게 사과하렴."고집이 센 라엘은 진아연이 뭐라 하든 뾰로통한 표정으로 거부했
"요즘 뭐 하고 지내?" 박시준은 뜨거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진아연은 그의 상처를 치료한 후 약 상자를 다시 치웠다.그의 질문에 진아연은 그냥 가볍게 답했다. "일 때문에 바빴어요.""거짓말. 일 때문에 바쁘면 왜 회사로 나가지 않은 거야? 요즘 너 좀 이상한 것 같아. 이제는 점점 너라는 사람을 알 수 없달까." 박시준은 말하면서 그녀의 팔을 꽉 붙잡았다.진아연: "저에 대해 알아서 뭐 하게요? 박시준 씨, 어제는 저를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제가 저녁 식사를 대접해 드릴까요... 아니면 다른 페넌트라도 드리겠습니다."박시준은 그녀의 말에 기가 막혔다. "난 네 감사나 받으려고 널 구한 게 아니야. 빨리 네 딸이나 데려가! 그리고 네 아들도 말이야. 정전을 일으키고 네트워크 해킹까지 하질 않나. 만약 네가 제대로 교육하지 않는다면 내가 대신 참교육 시켜줄 수도 있어!"진아연은 그의 말에 바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돌아가서 제대로 교육하겠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진아연은 약 상자를 제자리에 놓고 라엘을 안은 후 떠날 준비를 했다."진아연!" 박시준은 그녀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작은 선물 상자를 건네줬다. "생일 축하해."진아연은 그가 건네준 선물상자를 바라보기만 했다.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모르지만 왠지 비싼 선물인 것 같았다."박시준 씨, 감사합니다..." 축하는 고마웠지만 선물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말을 끝내기도 전에라엘이 냅다 선물을 받았다.진아연: "..."박시준은 그녀가 거절할 거라 생각했지만 받아준 그녀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엄마, 빨리 집에 가자! 오빠와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어..." 라엘은 간드러진 목소리로 진아연의 어깨에 기대 어리광을 피웠다."그래, 집에 가자." 머리가 혼란스러운 진아연은 고개를 들어 박시준을 바라보며 인사를 나눴다. "그럼 가보겠습니다."박시준은 떠나는 두 사람을 지켜보기만 했다.만약 그녀의 아이들이 그녀를 대하는 것처럼 순하고 예의
한이는 여동생의 순진한 얼굴을 보며 소녀의 환상을 깨뜨렸다. "쓰레기들이 쓰레기인 이유는 동시에 많은 여자를 사랑하기 때문이야. 절대 박시준에게 속지 마."라엘은 오빠의 말에 서운한 듯했다.박시준이 쓰레기라고 해도 자기도 모르게 이끌렸다는 말을 오빠에게 차마 말할 용기가 없었다....저녁 식사 후, 진아연은 한이를 방으로 불러 얘기를 나눴다."한아, 엄마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지?"한이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전에 엄마와 어떻게 약속했어? 다시는 박시준에게 도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약속을 어겼네. 엄마를 찾기 위해서 그랬다는 것은 알겠지만 이런 방법으로..." 진아연은 말하면서도 더욱 서러워졌다."엄마, 미안해요. 다음에는 안 그럴게요." 한이는 고개를 들어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한아, 박시준은 네가 생각한는 만큼 쉽게 건들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엄마는 이미 그 사람과 이혼했고 만에 하나 더는 옛정을 봐주지 않는 상황에서 네가 계속 도발한다면 결코 우리를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 엄마는 그냥 너와 라엘, 그리고 할머니와 함께 조용히 행복하게 살고 싶어.""알겠어요." 한이는 엄마의 말에 다시 고개를 숙였다."노트북을 엄마한테 주렴." 진아연은 말했다.한이는 방으로 돌아가 노트북을 들고 어머니에게 건네주었다."마이크 아저씨를 불러줄래." 진아연은 한이가 건네준 노트북을 옆에 두고 아들에게 말했다.잠시 후 마이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아연아, 나를 네 방으로 부르다니, 너무 놀라운걸!" 마이크는 미소로 긴장을 숨기며 진아연의 옆에 앉았다.진아연은 침울한 얼굴로 마이크 얼굴의 상처를 바라봤다. "조지운과 싸웠다며? 안경까지 깨뜨렸다며? 아주 대단하시네요!"마이크는 진아연의 말에 바로 양손을 들고 항복했다. "그 사람이 먼저 내 팔찌를 당겨서 그런 거야. 그건 내 전 남자친구가 준 거라고...""전 남자친구가 싫다고 하지 않았어? 거짓말이었구나!"마이크: "정말 싫지! 그래도 팔찌는 오래
진아연이 염치가 있다면 바로 끊겠지.과연, 진아연은 심윤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 "죄송합니다. 데이트 중인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선물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다만 더는 이런 선물을 주지 마시길 바랍니다. "진아연은 박시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바로 전화를 끊었다.박시준은 전화 저편에서 전해지는 '뚜뚜' 소리와 함께 마음이 찔리는 듯 아파졌다."시준 씨, 아연이가 어제 차에 갇혔다고 들었는데 이제 괜찮나요?" 심윤이 먼저 말을 꺼냈다."네." 박시준은 관심이 없는지 그녀와 진아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했다. "저한테 의사를 소개해 준다고 하셨는데 혹시 누구신가요?"심윤은 가방에서 명함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제가 알아봤는데 A국에서도 유명한 정신과 의사예요. 예약된 진료가 내년까지 예정되어 있는데 사람을 찾아 부탁해서 다음 주 수요일 오전으로 예약해 뒀어요. 그날에 시은이와 함께 가서 진료받으시면 돼요."박시준은 명함을 힐끗 쳐다봤다. 가정의가 추천한 정신과 의사와 같은 의사인 듯했다....스타팰리스.진아연은 샤워를 마치고 아이들의 방으로 들어갔다.라엘은 티비를 보고 있고 한이는 퍼즐을 풀고 있었다.진아연은 아이들에게 저녁 9시에 잠자리에 누울 것을 요구했기 때문에9시전까지는 마음대로 놀 수 있었다."엄마." 한이는 진아연을 보자마자 퍼즐을 내려놨다.진아연은 아들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물었다. "엄마가 네 노트북을 압수했는데 화난 거 아니었어?"한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아이한테 노트북이 없는 삶은 불완전한 삶이었다.하지만-"저는 그래도 엄마를 사랑하니까요." 한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진아연은 순간 마음이 녹아내렸다.그녀는 아들을 가슴에 품고 훌쩍거렸다. "엄마가 다시 돌려주겠지만 당분간은 안되는 거 알지.""네." 한이는 엄마의 말에 기분이 많이 풀린 듯했다. "엄마도 얼른 가서 쉬세요. 제가 동생을 데리고 같이 잘게요.""그래."밤 9시.방의 불은 꺼져 있었고 아이들은 침대에 누워
한이는 침대 옆 스탠드를 더 밝게 켰다.상자에서 쏟아져 나온 것은 CD 한 장과 종이 한 장이었다.라엘은 종이를 펼쳐 그 위에 적힌 글자를 여러 번 주의 깊게 살펴 보았다. 그러고는 멀뚱한 표정으로 오빠에게 건넸다. "오빠, 이 위에 적힌 거 무슨 뜻이야? 하나도 모르겠어."한이는 종이를 보고 무표정으로 답했다. "나도 모르겠어."결국 그도 유치원에 다녀야 할 어린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종이에 적힌 글은 그에게 있어서 논문과도 같았다.너무 많은 전문 용어가 있었기 때문."그럼 이건 또 뭐야?" 라엘은 CD를 집어 들고 앞뒷면을 살펴보았다.그 위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CD를 보니 한이도 궁금해졌다.하지만 지금 컴퓨터가 없어서 확인할 수 없었다."오빠, 이거 컴퓨터에 넣어야 볼 수 있는 거지?" 라엘은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마이크 아저씨 거 빌리면 되잖아!"라엘의 반짝이는 눈빛을 보니 한이도 마음이 끌렸다."내가 가서 빌릴게, 오빠! 오빠가 컴퓨터 하는 걸 엄마가 알면 또 화낼 거야!" 라엘은 방문을 향해 달려가며 말했다.한이는 라엘이 컴퓨터를 들지 못할까 봐 즉시 쫓아갔다.마이크는 오늘은 클럽에 가지 않았다.멍든 얼굴을 한 채 클럽에 가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볼게 분명했다.한이와 라엘이 그의 방에 들어갔을 때 그는 게임을 하고 있었다."둘이 왜 왔어? 아홉 시가 넘었는데, 아직 안 잔 거야?" 마이크는 둘을 힐끗 쳐다본 후 시선은 다시 모니터로 돌렸다.한이와 라엘은 그의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그들은 게임에는 관심이 없었고, 그의 컴퓨터에만 관심이 있었다."마이크 아저씨, 컴퓨터 좀 빌려주시겠어요?" 라엘이 애교 섞인 말투로 물었다.마이크의 손가락은 키보드 위를 날아다녔고, 매우 빠른 속도로 말했다. "컴퓨터로 또 뭐 하게? 아연이가 너희들에게 컴퓨터를 빌려준 걸 알면, 나 바로 쫓겨날지도 몰라. 오늘 너희들 엄마한테 제대로 욕먹었다니까! 내가 진지한 어린이에게 안 좋은 것만 가르쳤다고..."한이는 미간을 찌푸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