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관계입니다." 위정이 대답했다."노 교수님 제자 중에 다른 여학생들도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심윤 씨와는 친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어서 박시준은 물었다. "혹시... 진아연을 좋아합니까?"위정은 그에게서 자신에 대한 강한 라이벌 의식을 느꼈다."설마... 진아연과 다시 새롭게 시작하고 싶으신 건가요?" 위정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박 대표님은 제가 알기로 심윤 씨와 사귀고 있는 걸로 아는데. 그런데 아직도 아연이에게 미련이 있습니까?"박시준의 눈빛은 심연처럼 깊고 어두워졌다. "계속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노 교수님이 돌아가신 후, 노 교수님이 말씀하신 그 학생이 누구인지 알아봐달라고 당신에게 부탁했습니다. 근데 당신은 그저 내게 명단을 주기만 했을 뿐. 왜 바로 심윤이라고 말하지 않은 겁니까? 심윤은 당신을 안다고 하던데. 당신 역시 그녀를 알고 있지 않습니까?"위정은 그가 아예 바보는 아니라고 생각했다."물론 알다마다요. 뭐 내가 그녀의 의료 기술에 대해 감히 판단할 수 없었기에 대표님에게 명단을 준 것뿐입니다. 대표님이 직접 찾아보는게 옳다고 판단했습니다."박시준은 그의 대답에 속지 않았다."노 교수님이 당신에게 그녀를 언급한 적이 없을 리가 없을 텐데요? 노 교수님이 시은이의 수술을 아무에게나 맡기지는 않았을 테고. 맡긴 사람은 노 교수님이 가장 믿는 제자라는 건데... 노 교수님이 그런 제자를 당신에게 말하지 않을 리 없습니다."위정은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었다. 당황한 나머지 물 잔을 들어 물 한 모금을 마셨다."위 선생님, 저는 당신이 일부러 내게 말을 안 해 준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시준은 자신의 마음을 최대한 숨기며 말했다. "진아연을 위해... 거짓말을 한 거 맞습니까?""아연이와 아무 상관 없습니다." 위정은 바로 말했다. "노 교수님께서도 제게 모든 것을 말하진 않습니다. 대표님이 교수님에게 부탁한 일도 저는 알지 못했습니다. 전 그저... 조심스러웠을 뿐. 심윤 씨가 대단한 건 알지만 감히
그녀는안간힘을 다해 눈을 떠보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그러나 박시준의 목소리는 바로 알아차렸다.근데 저 여자 목소리는 누구지?낯선 목소리가... 박시준 오빠를 부르고 있네...박시준 설마 여자랑 시시덕거리며 장난치고 있는 거야?헐!푹 자고 있는 그녀 옆에서 감히 여자와 시시덕거리고 있다니. 아주 파렴치하고 뻔뻔한 자식이다!만약 그녀가 지금 꿈에서 깨어날 수 있다면 둘 다 쫓아냈을 게 분명했다!진아연은 깬 듯 만 듯 한 상태로 치밀어 올라오는 화 때문에 가슴이 아파왔고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그대로 다시 잠들었다.박시준은 시은의 손을 잡고 방으로 돌아가시은이 잠이 든 후 다시 침실로 돌아갔다.진아연은 몸을 돌린 채 여전히 깊이 잠들어 있었고박시준은 화장실로 성큼성큼 들어가 샤워했다....박시준이 진아연을 집으로 데려와 밤을 새운 소식을 들은 심윤은 너무 화가 나 눈시울까지 붉어졌다.대체 누가 그 남자의 여자친구인가?물론 그녀도 그가 단순히 시은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자신을 그의 여자 친구로 받아들였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할지언정 겉으로라도 예의를 지켜야 하는 게 아닌가!진아연을 집으로 데려와 밤을 지내는 게 말이 되나!아주 공개적으로 바람피우는 거잖아?전에 실수로 박우진과 잤던 수치심도 이제는 완전히 사라졌다.그녀는 박시준이 그녀가 박우진과 잤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화를 내지 않으리라 생각했다.그녀는 와인 한 병을 열고 방으로 돌아갔다.다음날.위정은 아침 일찍 박시준의 집으로 찾아와 진아연의 상황을 살폈다.박시준은 헐렁한 옷차림으로 매우 불쾌한 듯 그를 바라봤다."박 대표님, 저도 아줌마의 부탁으로 온 겁니다. 아줌마도 아연이가 집에 돌아오지 않아 걱정했습니다."이른 아침 방문이 실례라는 것을 알고 있는 위정은 급히 이실고직했다.장희원이 지시한 일이니, 그도 당연히 거절 할 수 없었다.그의 말을 들은 박시준은 그를 침실로 데려갔다.위정은 줄곧 진아연의 안전을 걱정했지만, 혼자 침대를 차지하고
한이는 동생의 말에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할머니한테 말하면 우리를 어머니에게 보내지 않을 게 분명해."뿌루퉁해진 라엘은 오빠의 말을 듣자 고민에 빠졌다. "아... 그럼 엄마를 찾으러 가자! 만약 쓰레기 아빠가 엄마를 괴롭히면 어떡해?"한이는 입술을 오므리고 잠깐 생각한 후 결정을 내렸다. "나 혼자 갈 테니 집에 있어. 할머니가 돌아오시면 무슨 이유든 상관없으니까 그냥 대충 얼버무려 말하고."한이는 말을 마치고 혼자 밖으로 나갔다.라엘은 닫히는 문을 지켜보다 긴 속눈썹이 깜박거리더니 이내 훌쩍거리기 시작했다.오빠 혼자 쓰레기 아버지를 찾아가는데 라엘의 마음이 편할 리 있을까?만약 오빠가 쓰레기 아빠에게 잡혀가면 어떡하지?절대 오빠를 잃을 수 없어!라엘은 울면서 마이크의 방문으로 달려갔다.라엘은 지저분한 큰 침대로 달려가 마이크의 팔을 잡고 울고불며 난리를 피웠다. "마이크 아저씨, 일어나요! 오빠가 가버렸어요! 저를 두고 혼자 떠났어요... 저를 데려가지도 않고 혼자 떠났다고요..."박시준의 저택.하인이 부엌에서 나와 이모님에게 물었다. "갑자기 웬 정전인가요?""정전 공지를 받은 적이 없는데요? 제가 보조 전원을 확인해 볼게요." 이모님은 말했다.보조 전원이 연결된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듯했지만약 10분이 지난 후, 보조 전원도 작동을 멈췄다.이모님은 위층에서 성큼성큼 내려오는 박시준을 보자 바로 상황을 보고했다. "정전입니다. 보조 전원도 고장이 났어요. 이미 수리 인원을 불렀습니다. 공전국에도 문의해 봤지만 근처의 정전 소식은 없다고 하더군요."박시준은 아무 표정 없이 그녀의 말을 담담히 듣고만 있었다.그리고 아랫층으로 내려가 바깥으로 나갔다.이때 경호원이 다가와 말을 건넸다."대표님, 갑자기 정전이라니. 좀 이상합니다. 일단 다른 인원들을 이쪽으로 불렀습니다."박시준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 앞마당을 향해 걸어갔다.경호원도 그의 의중을 몰라 일단 따라나섰다.박시준은 앞마당 문을 열고 나서 눈을
아이의 얼굴을 볼 때마다 치명적인 익숙함을 느낄 수 있었다!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 어린 시절의 자신을 보는듯했다!한이는 눈을 부릅뜨고 그를 잠시 노려보다 시선을 거두었다.이모님은 당황했는지 급히 한이에게 물었다. "지한 도련님, 진짜 도련님이 정전을 일으킨 겁니까? 어떻게 한 거죠? 노트북도 도련님 거예요? 어린 나이에 컴퓨터도 할 줄 알아요?"한이는 입술을 오므리고 조용히 노트북을 다시 책가방에 넣었다.그는 아무 말 없이 책가방을 메고 계단에 앉아서 진아연만을 기다렸다.이모님은 어색한 듯 박시준을 살짝 훔쳐봤다. 박시준의 얼굴은 점점 사색이 되어갔고 눈동자 속에서 뿜어 나오는 분노를 참고 있었다.만약 한이가 어린애가 니었다면 절대 이곳에 멀쩡히 앉아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약 30분 후, 문밖의 경호원이 조용히 물었다. "대표님, 자꾸 우리 쪽을 들여다 보는 이상한 외국인이 있습니다. 잡아 와서 물어볼까요?"경호원의 말을 들은 박시준은 바로 마이크의 얼굴이 떠올랐다.그는 바로 앞마당으로 향해 걸어갔다.앞마당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는 마이크의 반짝거리는 황금빛 머리카락을 보았다."진아연! 지금 가택에 감금된 거야? 그렇다면 알려줘! 바로 경찰을 부를 테니까!" 마이크는 박시준을 보며 소리쳤다.박시준은 마이크의 말에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어젯밤 얻어맞아 얼굴이 퍼렇게 멍든 주제에 감히 집 앞까지 찾아와서 문제를 일으키다니!"당장 잡아 와!" 박시준은 눈앞에서 얼쩡거리는 마이크가 짜증 나 바로 경호원에게 지시했다.경호원 두 명은 박시준의 지시에 바로 마이크의 팔을 붙잡고 끌고 왔다."이봐! 이게 무슨 짓이야? 내가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왜 나를 잡고 있는 거야? 지금 이건 엄연히 위법 행위라고? 경찰에 신고한다!? 바로 경찰에 신고할 거라고!" 경호원은 마이크가 소리치든 말든 거실로 질질 끌고 왔다.한이는 끌려온 마이크를 보고 뜻밖의 상황에 놀랐다.마이크는 한이에게 눈치를 준 후, 힘껏 경호원의 속박에서 벗어나 거실을 이
엄마를 찾으러 1층으로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부엌에서 발소리가 들렸다!라엘은 갑작스러운 발소리에 너무 놀라 숨 한번 크게 쉬지 못한 채 곧바로 계단을 향해 뛰어갔다.어쩔 수 없이 2층으로 올라간 라엘은 벽에 기대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이때,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누군가가 위층으로 올라오고 있었다!라엘은 어쩔 줄 몰라하며 서둘러 숨을 곳을 찾았다.잠시 후 2층에 나타난 이모님은 안방으로 향했다.알고 보니 이모님은 진아연을 만나러 온 거였다.아무래도 이모님은 박시준과 마이크의 경기가 어쩐지조금 걱정스러웠다.전에 교통사고를 당한 박시준은 어느 정도 회복은 됐지만 의사는 격렬한 운동을 하지 말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더군다나 시합에 져서 마이크한테 맞는 박시준의 모습은 더더욱 보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진아연을 찾아온 것이었다.문을 열고 들어온 이모님은 침대로 다가갔다.이모님은 잠자고 있는 진아연을 보면서 깨우고 싶지 않았지만 잠은 언제든지 잘 수 있지만 시합은 지면 되돌릴 수 없다는 생각에 결국 깨우기로 결심했다."사모님." 이모님은 혹시나 깨지 않을까 봐 자고 있는 진아연의 어깨를 토닥였다. "사모님!"잠에서 깬 진아연은 인상을 찌푸렸다."사모님, 일어나세요." 이모님은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진아연은 천천히 눈을 뜨고 반쯤 풀린 눈으로 이모님을 보고 입꼬리가 올라갔다."사모님, 빨리 일어나세요. 마이크 씨와 회장님이 지금 코트에서 테니스 시합을 하고 있어요. 어서 말리러 가셔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회장님의 다리가 불편하시잖아요." 이모님은 급한 마음에 진아연을 부축하며 말했다.진아연은 눈을 비비며 이모님의 말에 의아해 했다. "마이크와 박시준 씨가 테니스 코트에 있다고요?""네!" 이모님은 얼른 조금 전에 발생한 일들을 말했다.진아연은 잠시 멍하니 방안을 둘러보다 등에서 갑자기 식은땀이 흘렀다. "제가 왜 여기 있는 거죠?!"이모님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사실대로 알려줬다. "사모님께서 어제 차를 잠그고 잠이 드셨다가 회
집에 아이가 있다니?!박시준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숨을 들이켰다!방에서 나온 박시준은 계단 너머로 훌쩍이고 있는 라엘의 작은 모습을 보았다!바로 진아연의 딸이다!참 나, 이제는 웃음도 안 나오군!진아연의 딸은 또 언제 온 거야?물론 박시준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가장 선진적인 보안 시스템을 장비한 집이 이들한테는 아무 소용이 없는 건가?하, 이때 그는 문득 생각났다. 집의 네트워크 시스템이 수리된 지 이제 두 시간밖에 안 된 상태였다.라엘은 토끼 모양의 어린이 책가방을 메고 있었다. 어린 소녀는 한 손에는 토끼 인형, 한 손은 계단 난간을 잡고 훌쩍이며 조심스럽게 내려오고 있었다.라엘은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박시준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집에 있던 하인들은 모두 1층 계단 입구에 모여 눈앞에 나타난 어린 소녀를 바라보며 놀라고 있었다!"우우... 엄마는 이제 없어... 이렇게 울고 있는데도... 나를 찾지 않아... 우우!"라엘의 울음소리는 마치 기차의칙칙폭폭 소리처럼 매우 리드미컬했다."꼬마 아가씨, 아가씨 설마 진아연 사모님의 딸인가요?" 이모님은 울고 있는 라엘을 안고 아래층으로 데려갔다.라엘은 빨개진 두 눈으로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저희 엄마와 오빠는 떠났나요?""맞아요! 몇 시간 전에 떠났는데 아가씨는 언제 이곳으로 왔나요? 들어오는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말이죠?" 이모님은 라엘을 안고 소파에 앉아 티슈로 라엘의 눈물을 닦아줬다.눈앞의 어린 소녀는 정말 아름다웠고 진아연과 똑 닮은 모습이였다.언뜻 봐도 진아연의 친딸임이 틀림없었다.다만 아이의 아빠는...이모님은 더는 물어볼 용기가 없었다.아마 박시준은 이미 알아냈을 것이다."아무도 없을 때 들어왔어요... 들어온지 함참 됐는데... 전 엄마를 찾으러 왔어요. 우우! 너무 보고 싶어요..." 훌쩍거리고 있는 라엘은 몹시 불쌍해 보였다. "왜 떠날 때 저를 데려가지 않았을까요? 마이크 아저씨도 분명 제가 여기 있는 것을 알고 있었을 텐데 ..."박시준은 라엘의
"왜 갑자기 화를 내요! 저도 엄마가 남의 집에 들어갈 때 노크하라고 가르쳤어요! 하지만 쓰레기 같은 놈의 집에 갈 때도 노크하라고는 하지 않았어요!" 라엘은 두 눈 부릅뜨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박시준을 쏘아보며 소리쳤다. 목소리는 오히려 박시준보다 훨씬 더 컸다.마치 누구의 목소리가 더 크고 힘찬지를 비교하는 것처럼 말이다.박시준은 라엘의 말에 이를 악물었다. 쓰레기라고?대체 누가 아이에게 이런 말을 가르친 건가?"저도 이 집에 오기 싫어요! 지금 당장 갈래요!" 라엘은 화를 내며 소파에서 뛰어 내려와 토끼 인형을 잡고 문밖을 향해 걸어갔다!병원.진아연은 일련의 혈액 검사를 진행한 후 마이크한테서 핸드폰을 빌려 장희원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휴대폰 배터리가 없었다어머니에게 전화해 무사하다고 알려야 했다.마이크는 핸드폰을 꺼내 진아연에게 건네줬다.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연결되었다.진아연은 웃으며 말했다. "엄마, 나 아연이야. 나 이제 괜찮아. 어제는 너무 졸려서 잠들었을 뿐이야. 걱정하지 않아도 돼. 지금 마이크랑 한이와 함께 있어. 바로 집으로 돌아갈게."장희원: "다행이구나. 그럼 엄마도 밥하러 갈게."진아연: "엄마, 라엘은 어디 있어? 우리 라엘이 너무 보고 싶고 목소리도 듣고 싶은데."장희원은 진아연의 말에 놀랐다. "마이크가 라엘을 데리고 너를 찾으러 갔는데! 함께 있는 거 아니었어?!"진아연은 듣자마자 얼굴빛이 확 변하더니 핸드폰을 꽉 쥐었다. 순간 힘이 빠지면서 멘탈이 무너졌다.마이크는 진아연이 화를 내기도 전에 머리를 두드리면서 외쳤다. "맞다. 라엘을 깜빡하고 있었구나! 아마 아직도 박시준의 집에 있을 거야! 지금 가서 아이를 데리고 올게!"진아연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마이크와 함께 박시준의 집으로 향했다."여기에서 결과를 기다려야 하잖아!" 마이크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넌 여기서 한이랑 함께 있어! 라엘은 내가 가서 데리고 올게!" 진아연의 말투는 그 어떠한 거절도 허용치 않는 듯했다. "핸드폰은 내
30분 후.진아연은 박 씨 별장에 도착했다.그녀는 거침없이 거실로 향했지만거실은 텅 비어 있었다.진아연은 순간 당황했다."라엘아!" 진아연은 급히 딸의 이름을 외쳤다.잠시 후 라엘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저 여기 있어요! 빨리 구해줘요! 저 쓰레기 같은 남자가 저를 때리려고 해요! 우우!"진아연은 라엘의 소리를 찾아갔다.식당.라엘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식탁 아래로 숨어있었다.다가온 진아연을 본 후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라엘아! 왜 식탁 밑에 숨어있니? 빨리 나와!" 진아연은 식탁으로 다가가 쪼그려 앉아 있는 딸을 데리고 나왔다.라엘은 붉어진 눈으로 진아연에게 안겨 그녀에게 불평했다. "저를 때리려고 했어요! 너무 무서워서... 숨은 거예요! 다행히 제가 빨리 도망쳐서 쫓아오지 못했어요... 잡히면 진짜 때려죽였을 거예요!"물론 진아연은 딸의 말을 믿지 않았다.박시준이 아이를 때리다니. 말이 되는 소리야?라엘이 자기 아이라는 것도 모르는데 말이다."라엘아, 아저씨는 널 때리지 않을 거야." 진아연은 조곤조곤 라엘을 달랬다.박시준: "아니. 진짜 때리고 싶었어."고개를 든 진아연은 그의 차가운 시선과 마주쳤다.회색 잠옷을 입고 있는 그의 목에는 빨간 이빨 자국이 선명했다."진라엘, 왜 삼촌을 문 거야?" 진아연은 박시준이 진짜 화났음을 눈치채 적어도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전에 한이가 박시준을 문건 허락 없이 한이를 집으로 데려갔기 때문이지만이번에는 라엘이 스스로 그의 집에 찾아왔기 때문에 굳이 물 이유가 없었다.라엘은 통통 부은 눈을 비비며 억울한 듯 말했다. "저를 꽉 껴안았어요! 저는 하지 말라고 했는데... 저를 꽉 끌어안았어요... 그래서 너무 화가 나 문 거예요!""아, 그래도 사람을 물면 안 되지!" 딸의 말을 들은 진아연은 바로 딸을 훈계했다. "아저씨 목에 피까지 나고 있잖아. 얼른 아저씨에게 사과하렴."고집이 센 라엘은 진아연이 뭐라 하든 뾰로통한 표정으로 거부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