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연 언니 앞에서 절대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최은서는 진아연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둘째 오빠랑 같이 돌아오지 않은 것만 봐도 충분히 조급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잖아요.""나도 귀국한 후로는 연락 안했어. 많이 바쁜 것 같아서 차마 연락하게 안되더라." 성빈은 박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시준아, 너 지금 상태 많이 좋아진 것 같아, 전보다 살도 좀 찐 거 같고. 아연 씨가 아주 잘 보살펴 줬나보네."최은서: "둘째 오빠가 살쪘다고요? 예전보다 훨씬 마른 거 같은데요.""그건 네가 아연 씨가 시준이 금방 데려왔을 때의 모습을 못 봐서 그래. 얼마나 많이 말랐는지 소름 돋을 정도였어." 성빈은 이어 말했다. "당신이 속상해 할까봐 감히 말 못했지."최은서는 코끝이 찡해났다."괜찮아, 이젠 둘째 오빠도 돌아왔으니 너무 속상해 하지마." 성빈은 말하며 박시준에게 귀띔해 주었다. "시은이 오늘 너 돌아온다는 얘기 듣고 어제 애들 데리고 바로 너희 집에 가서 잤어."박시준은 시은이라는 이름을 듣고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세 사람은 박시준의 집으로 도착했다.차는 점차 속도를 줄이며 천천히 정원으로 들어섰다.정원에는 박시은과 위정, 라엘이와 지성이, 하준기와 여소정, 소소와 보현이가 나란히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박시준이 차에서 내릴 때, 사람들은 모두 그를 향해 걸어왔다.마치 무슨 명절이라도 지내는 듯 시끌벅적한 분위기였다."어떻게 다들 여기 있어?" 그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게 익숙치 않았다. "라엘아, 너희들 왜 학교에 안 갔어?""아빠, 아빠 거의 죽다 살아나셨는데 제가 지금 학교에 있으면 서운하지 않겠어요?" 라엘이는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보며 코끝이 찡해났다. "아빠 돌아와서 너무 다행이에요, 저 하마트면 아빠를 잃을 뻔 했어요."라엘이는 말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박시준은 바로 딸을 품에 안았다: "라엘아, 아빠가 좀 더 빨리 너희들 보러 왔어야 했는데 정말 미안
"소정아, 시준이 형 비웃을 거 없어. 어쨌든 이번에 시준이 형 죽다 살아난 거잖아, 분명 마음가짐도 많이 바뀌었을 거야. 그리고 시준이 형이 아연 씨한테 오글거리는 말 안 하는 건 평소에 많이 하기 때문일 거야."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그에게로 향했다."아니... 내 말은 시준이 형이 말보다는 행동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그렇지 않으면 아연 씨가 그렇게 시준이 형 곁에서 저렇게 잘해주겠어?" 하준기는 말하며 자신의 딸 보현이를 안고 맛있는 것을 찾으러 주방으로 가려고 했다.보현이는 콧방귀를 끼며 그를 밀어냈다."아빠랑 안 놀 거예요! 라엘이 언니랑 지성이 오빠랑 소소 동생이랑 놀 거예요!"딸에게 거절당한 하준기는 조금 서운하고 속상했다.이때 박시준의 경호원이 박시준의 캐리어를 들고 걸어왔다.박시준은 경호원으로부터 캐리어를 건네받고 캐리어를 열었다.안에는 크고 작은 선물들로 가득 차 있었다.네 명의 어린이들은 바로 캐리어를 둘러 쌌다."흥, 보아하니 선물 갖고싶은 거 같은데!" 하준기는 열심히 선물을 뺏고 있는 딸의 작은 두 손을 보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테이블에 음식을 다 올린 이모님은 식사를 하라고 불렀다."지금 상태가 좀 어때요?" 위정이 박시준의 곁으로 다가가 물었다. "어디 불편하시진 않으세요? 어디 불편하시면 꼭 저한테 바로 말씀하셔야 해요. 아연이가 메시지로 매일 형님 상태 체크해달라고 부탁했어요.""그사람 확실히 내가 귀국하는 거에 대해 많이 걱정하긴 했어. 근데 저 그 정도로 약하진 않아. 지금 상태 괜찮아, 기분도 엄청 좋구." 박시준은 위정의 곁에 서있는 박시은을 향해 말했다. "시은아, 내가 죽는다고 해도 넌 잘 살아야 해. 내가 너보다 먼저 죽는 건 정상이야."시은이는 원래 기분이 좋았지만 그의 말을 듣고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난 오빠가 죽는 거 받아들일 수 없어.""영원히 사는 사람은 없어.""그래도 나보다 먼저 죽지 마.""그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박시준은 그녀가 현실을
진아연: "비행기에서 내리고 휴대폰 꺼낼 시간도 없었다면서요? 강도평이 퇴원했다는 소식은 어떻게 들었어요?"박시준: "당신이 나한테 영상통화 걸었을 때 지운이가 마침 나한테 메시지를 보냈고 우연히 보게 됐지.""타이밍이 이렇게 우연히 맞다구요?""그러게, 타이밍이 이렇게 딱 맞네. 아님 내가 비행기에서 내리고 당신이랑 연락 안 하고 다른 사람이랑 연락했을 거라고 생각해?" 박시준은 휴대폰 건너 편에서 전해오는 질투의 냄새를 맡은 것 같았다."그래요, 알았어요. 전 당신 믿어요." 진아연은 침대 머리에 기대어 나른하게 말했다. "저 내일 조명주 장례식에 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그래. 우리 라엘이랑 지성이 많이 컸어.""우리 애들만 큰 게 아니라 보현이랑 소소도 많이 큰 거 같아." 진아연은 웃으며 말했다. "우리도 많이 늙었잖아요.""마음만 젊음을 유지한다면 늙지 않을 거야." 박시준은 자신이 늙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진아연이 늙었다는 사실은 더 인정할리 없었다.마치 그의 눈에 라엘이가 몇 살이든 평생 어린이인 것과 같은 이치다.그의 눈에 진아연은 항상 자신감이 넘치는 빛나는 여성이다."당신 컨디션 엄청 좋아보여요, 기분 괜찮은가 보네요!" 진아연은 빛나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따라서 기분이 좋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당신이랑 같이 귀국할 걸 그랬어요.""사람들도 당신이랑 한이가 돌아오길 기대하고 있어.""저는 돌아갈 수 있어도 한이는 어려울 거 같은데요. 일단 여기서 학업을 마쳐야 돌아가든 말든 결정하겠죠." 진아연은 침대에 누웠다. "한이는 B국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나중에 B국에 있겠다고 하면 전 반대할 생각 없어요.""그래. 원하는 곳에 있으면 돼. 어차피 지금 교통도 편리하고 어디든 가기 편하니까."진아연은 하품을 하며 눈을 비비려는 순간, 휴대폰을 들고 있던 손이 힘이 풀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휴대폰이 떨어져 그녀의 콧등을 때렸다.그녀는 아파서 소리를 질렀다."아연아! 괜찮아!
2조 8천억의 사기를 당하고도 저렇게 빨리 퇴원하다니.정상이라면 강도평은 분노에 차올라 현기증이 나고 혈압이 치솟아야 될텐데 말이다.진아연은 일의 흐름이 잘못되고 있음을 느꼈다.뉴스를 본 후 그녀는 카카오톡을 열어 박시준이 보내온 사진 몇 장을 보았다.박시준과 두 아이들이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그들의 미소는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사진을 보고있던 진아연의 입꼬리도 저절로 올라갔다.지금 당장이라도 그들 곁으로 돌아가 함께 살고 싶었다."엄마, 뭘 보고 있어요?" 아침을 먹으러 온 한이는 웃고 있는 어머니를 보며 물었다.진아연은 바로 한이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아버지 집에 잘 도착했어, 아버지가 보내온 사진이야."한이는 사진을 흘끗 보았다, 그의 동생들은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박시준도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한이야, 졸업 후 어떻게 할 건지 계획 있어?" 진아연은 아들의 생각을 알고 싶었다."엄마, 졸업하려면 아직 멀었어요!" 한이는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앞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지금 미래에 대해 계획한다고 해도 계획대로 이뤄질 수 없을 수도 있다."하긴. 엄마 아버지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다시 돌아갈 거 같은데. 우리 한이랑 떨어질 생각하니까 너무 슬프다.""엄마 연구 이제 곧 끝나요?" 한이는 너무 슬퍼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진아연: "아니, 아직 아무런 진전도 없어. 한아, 엄마 너무 쓸모없는 거 같지 않아?""아니요! 엄마도 해내기 어려운 일이라면 다른 사람한테는 더 어려울 거에요." 한이는 어머니에게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엄마가 해결하지 못한다고 해도 박시준이 엄마를 탓하지 않을 거예요. 박시준이 감히 엄마 탓하면 그냥 버리세요.""한아, 아버지는 엄마 탓하지 않을 거야. 오히려 엄마 힘들게 할까봐 늘 걱정하고 있어. 엄마가 지금 하고있는 모든 것들 다 엄마가 원해서 하는 거야." 진아연은 아들에게 환한 미소를 지었다."엄마, 코 왜 그러세요?" 한이는 진아연의
강도평은 조명주의 장례식을 이용하여 언론을 통해 조명주의 팀원들에게 조명주의 마지막을 보내주길 원한다며 장례식에 초대했다.사실 이것은 도덕적 삿대를 이용한 가스라이팅이었다.하지만 최종 목표에만 달성할 수 있다면 상관없었다."강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좀 늦었습니다." 차에 탄 남자가 말했다."무훈 씨라고 했었나요? 장례식은 거의 다 끝났습니다. 오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드립니다. 저와 따로 얘기 좀 나누시죠!" 강도평은 미소를 지으며 살가운 태도로 무훈에게 말했다. "강 선생님, 저 혼자 온 게 아닙니다." 무훈은 옆에서 큰 꽃바구니를 꺼내며 말했다. "이건 저희 연구팀 동료들끼리 같이 구매한 꽃바구니입니다.""알겠습니다! 경호원에게 들여보내라고 하겠습니다." 강도평은 말하며 꽃바구니를 경호원에게 건넸다. "무훈 씨, 우리 조용한 곳에 가서 얘기 좀 합시다!"무훈은 잠시 생각한 다음 차에서 내렸다.추도식이 끝난 후, 조명주와 조영의 시신은 화장되었다.매체에서는 모든 과정을 생중계로 방송하고 있었다.조명주의 시신이 화장된 후, 사람들은 조명주의 유골과 함께 묘소로 가서 안장하는 것을 보았다. 모든 일이 끝난 후, 하객들은 호텔로 돌아가 연회를 참석했다.강도평이 자리를 비웠기 때문에 강훈이 손님을 접대했다.의료계 종사자뿐 아니라 상업계 종사자도 있었다."훈아, 너희 아버지가 은행에서 큰돈을 빌려 투자했다고 들었는데 그게 사실이냐?" 어떤 사람이 강훈에게 물었다. "너희 아버지가 전에 나 데리고 같이 돈 벌겠다고 약속했거든. 돈은 이미 준비가 다 되었고 언제든 주식에 투자할 생각인데 그 사이에 아버지 은행에 가서 대출까지 받고. 혼자서 부자되겠다 이거야?"강훈은 물론 강씨 집안의 실제 상황에 대해 밝힐리 없었다: "죄송하지만 수철 삼촌이 말한 것에 대해 저도 잘 몰라요.""아버지가 말하지 않았어?""네.""며칠 전에 아버지가 고혈압으로 입원하셨잖니? 조명주의 죽음이 아버지한테 그렇게 큰 타격이었던 거야? 조명주가 죽었다고 해도
"방금 훈이와 이번 일을 논의했네! 난 자네가 나 없이 혼자 재미를 보려는 줄 알았어. 이제 보니 내 속이 좁았어! 이따가 벌주로 석 잔 마시겠네!"…강훈은 아버지가 최 씨 성의 사내와 화기애애하게 술상에 앉는 것을 보고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지금 아버지는 정말로 기분이 좋은 것처럼 보인다.방금 그가 도대체 뭘 한 걸까?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가 수중에 또 다른 패를 쥐게 되기라도 한 걸까?강훈이 재빨리 걸어가 아버지의 곁에 앉았다.저녁 식사 자리에는 듣는 귀가 많아, 그들은 사업 이야기는 일절 꺼내지 않았다.술자리가 끝난 후, 두 사람은 룸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강훈은 함께 들어갈 수 없어, 아버지 곁을 지키는 경호원을 찔러보는 수밖에 없었다."방금 아버지와 어디를 다녀왔나? 누구를 만났지?"아버지가 최 씨와 룸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그는 아버지에게 직접 물었을 것이다.이번 일을 강훈에게 말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 경호원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조명주 씨는 이미 돌아가셨지만, 조명주 씨의 연구팀에 나머지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 대표님께서 오늘 그 연구팀의 나머지 사람들을 찾아내셨습니다."강훈은 순간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듯했다.그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아버지는 이미 헤아리고 있었다.그뿐만 아니라 아버지는 조명주 연구팀의 나머지 사람들까지 순조롭게 찾아내기까지 했다.조명주의 팀원은 지금까지 비밀에 부쳐져, 외부인은 그 팀의 핵심 인물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의 초점은 항상 조명주를 향할 수밖에 없었다.강훈은 아버지가 이렇게 절망적이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방법을 찾아 낼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이건 아마 진아연과 박시준 또한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강훈은 순간 희망을 보았다.강씨 가문이 살아날 가능성이 보였다.하지만 아버지의 성격에, 아버지는 이 기술을 이용해 돈을 벌어들이더라도 분명 박시준에게 복수하고 말 것이다.강훈은 또다시 진아연에게 연락해 주절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
진아연은 표정이 굳어지고, 가슴이 옥죄여 왔다: "무슨 방법?""알아서 추측해." 강훈이 뜸을 들였다. "진아연, 내가 너에게 강씨 가문에 대해 말해주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거야.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말, 너도 들어 봤겠지.""그래, 너도 결국은 강씨 가문의 차남일 수밖에 없지. 네가 네 아버지 편을 드는 거, 나도 이해해.""어쩐지 그 말은 날 놀리는 것 같은데.""넘겨짚지 마, 강훈아. 난 그럴 생각 없어. 네가 말로는 너희 아버지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다고 하지만, 어쨌든 피는 물보다 진하고, 넌 너희 집의 유일한 후계자잖아. 대부분 사람이 너와 같은 선택을 할 거야." 진아연은 차분한 말투로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강도평이 또 어떤 패를 손에 넣은 건지 생각하고 있었다."나도 너와 박시준 씨처럼 내 힘으로 살고 싶어. 하지만 이상만 그득할 뿐, 현실은 영 볼품이 없지. 강씨 가문을 떠나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그래. 강훈아, 하지만 넌 너희 아버지와 달라. 나중에 네가 강씨 가문을 물려받으면, 난 네가 너희 아버지처럼 행동하진 않을 거라고 믿어...""우리 아버진 아직 돌아가실 수 없어." 강훈은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그녀는 강씨 가문이 가진 패가 그녀와 박시준을 해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강씨 가문을 통제하는 사람이 그라면, 그는 당연히 그들을 해치지 않겠지만, 지금 강씨 가문의 주인은 강도평이었다."너희 아버지는 조명주의 연구 결과를 어떻게 찾은 거야? 조명주는 너희 아버지를 사랑하지도 않았으니, 그에게 남긴 것도 없었을 텐데." 진아연이 추측하며 말했다."조명주가 남긴 것이 아니야. 네가 놓치고 있는 게 하나 있어. 그 기술은 조명주 혼자 개발한 것이 아니야. 당시 조명주에게는 연구팀이 있었어. 지금 우리 아버지는 그 연구팀의 사람을 찾아내신 거야." 강훈은 그녀에게 털어놓을 생각이 없었지만, 이야기하다 보니 그의 마음이 자연스레 열려버렸다."그랬구나." 진아연은 정말로 그 부분을
강훈의 전화를 끊은 다음, 그녀가 김세연의 전화를 받았다."아연 씨, 지금 B국이에요? 식사는 했어요? 제가 밥 살게요." 이 시각, 김세연은 맨발로 부드러운 양모 카펫을 밟은 채, 커다란 통유리창 앞에 서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는 막 B국의 집에 도착해, 여유가 생기자마자 그녀가 생각나 전화를 걸었다."전 벌써 식사했어요. 이번엔 일 때문에 온 거예요, 아니면 쉬러 온 거예요?" 진아연이 물었다."쉬러 왔어요. 게다가 이번엔 2년 동안이나 휴가를 아껴뒀죠. 그래서 적어도 두 달은 쉴 수 있어요." 여기까지 말하고는 김세연이 즐겁게 웃었다. "사실 전 여기에 오고 싶지 않았어요. 아연 씨가 여기에 있어서 여기로 온 거예요.""그런데 전 요즘 엄청 바빠요." 진아연이 솔직하게 말했다. "시준 씨 소식, 들으셨죠?""네. 저도 들었어요. 제가 잘 아는 의사에게 물어봤는데, 그분이 저한테 그러더군요. 박시준 씨의 일은 너무 터무니없다고요. 시나리오 작가한테 영화 한 편 만들라고 해도 될 정도래요."진아연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좀 터무니없긴 하죠. 하지만 시준 씨의 머릿속에 특수 장치가 있는 건 사실이에요. 게다가 그것 때문에 시준 씨가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고요.""꺼낼 수는 없는 거예요?" 김세연이 물었다. "저였다면, 이렇게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걸 절대 견디지 못할 것 같아요.""세연 씨, 시준 씨 앞에서 그런 말 하지 말아요. 사실 시준 씨 생각도 세연 씨와 같아요. 제가 버텨달라고 부탁한 거죠.""그럴 일 없어요. 이제 앞으로 박시준 씨를 싫어할 수도 없게 되었네요. 박시준 씨가 저한테 화를 내다가 문제라도 생기면, 아연 씨가 저를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요.""저도 저지만, 라엘이도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그나저나 두 사람도 만날 기회가 없겠네요. 시준 씨는 지금 귀국했어요." 진아연이 창밖의 햇살을 바라보았다.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강훈이 한 말을 떠올리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눈썹을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