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까지 미소를 보이던 진아연은 박시준의 말에 표정이 굳었다."네가 사나워도 난 여전히 좋아." 박시준은 계속해 설명했다. "전에는 내가 너와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느낌이었고 이 또한 내 책임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이제는 내가 아닌 네가 나를 보호해야 하니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이 때문에 한동안 우울했었던 거야.""그럼 이제는 괜찮아요?" 진아연은 한결 나아진 그의 말투에 많이 호전된 것 같은 느낌이라 생각했다."한이가 오늘 제대로 알려줬어." 박시준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을 이었다. "이제 진짜 늙었나 봐.""그렇게 생각하지 마요. 사람은 누구나 늙기 마련이에요. 나이를 먹으면 오래된 기계처럼 가끔 말을 듣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진아연은 젓가락을 들어 소고기 한 점 올려주며 말을 이었다. "잘 먹고 잘살면 희망이 보일 거예요.""오늘 전문가들과 만났는데,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해?" 박시준은 마이크가 찾아준 전문가들을 의심하고 있었고진아연은 그의 말에 야채를 입에 넣어 천천히 곱씹으면서 말을 이었다. "아직 깊이 알고 있는 사이가 아니어서 바로 결론을 말하기 힘들어요. 하지만 피트안이라는 사람은 꽤 유명하신 분인데, 도와줄 거라 예상 못 했어요.""아마 사람을 부활할 수 있는 기사회생 술에 이끌린 거겠지!" 박시준은 담담하게 자기 추측을 알렸다."네. 이런 신기한 수술을 믿지 않는 자와 같은 타입이에요. 죽은 사람을 되살린다는 기술은 들어도 본적도 없어서 무섭잖아요." 진아연은 말하면서 갑자기 생각을 바꿨다. "그런데 오히려 저희 생각이 너무 고전적이어서 자기 지식 범위를 벗어난 일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걸 수도 있어요."진아연은 말을 마치자 바로 박시준을 보며 물었다. "당신은 어때요? 오늘 진명 그룹 갔죠? 강민 씨를 봤어요?""봤어." 박시준은 여유 있는 표정을 보이면서 말을 이었다. "아연아, 진명 그룹은 네 꺼야. 영원히 네 회사야. 난 네 물건을 뺏을 생각이 없어.""알아요. 전에 당신을 의심했었지만, 나중
강도평은 그녀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강민아, 아빠가 그만한 돈을 투자해 진명 그룹의 지분을 사야 한다고 생각해?""아빠, 만약 다른 사람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조건 살 겁니다." 강민은 계속해 자기 생각을 주장했다. "지금의 박시준 씨는 살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진아연 씨는 그의 병을 치료해 주기 위해 바쁘고요. 두 사람 모두 진명 그룹을 신경 쓸 시간이 없어요. 바로 지금이 기회에요. 만약 이번 기회를 놓치고 진아연 씨가 박시준 씨를 구하면 어떻게 될까요?"강도평은 강민의 말에 계약서의 글이 읽히지 않았다."강민, 지금 말한 게 사실이야?" 강도평은 조명주와의 결혼뿐만 아니라 다른 비즈니스 때문에 진명 그룹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던 참이었다."저는 확신합니다. 만약 확실하지 않았다면 감히 아버님께 말하지 않았을 거예요?" 강민은 강도평이 믿지 않을까 봐 계속해 말을 이었다. "지금 ST 그룹의 부대표님과 꽤 괜찮은 사이를 유지하고 있어요. 박시준 씨가 그한테 저를 타깃으로 삼으라고 하지 않았다면 절대 저를 힘들게 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 박시준 씨와의 조정 메커니즘을 보면 앞으로 저를 귀찮게 해도 뭐라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강도평은 강민의 말에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잠시 고민하더니 바로 결정했다.왜냐면 진명 그룹의 전망은 미화 제약보다 훨씬 위였고그는 미화 제약을 팔아서라도 진명 그룹을 차지할 생각이었다!아무래도 조명주가 죽은 탓에 그의 계획은 잠시 뒤로 미뤄야 했고만약 그녀의 말대로 진행할 수 있으면 진명그룹에 모든 걸 걸어볼 생각이었다."알겠어. 그럼 이건 너한테 맡길게. 만약 잘 처리하면 진명 그룹은 너한테 넘겨 관리하도록 할게.""아버님, 고맙습니다. 아버님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편히 쉬세요. 저는 내일 바로 일을 처리하겠습니다. 그리고 전부 해결하면 다시 찾아오겠습니다.""매일 와서 나한테 보고해!" 강도평은 엄숙한 표정으로 그녀한테 지시했다. "혹시라도 실수하면
진명 그룹 B국 계열 회사.본부장 비서는 출근하자마자 각 부서 경영진을 회의실로 불렀고계열 회사 대부분 경영진 또한 강민이 직접 모집한 직원들이었기에평소 제일 많이 만날 수 있는 고위층이 바로 강민이었다.이들이 모두 회의실로 모여 회의가 시작되자 조지운은 모든 직원들에게 강민은 이미 회사에서 사임했다는 사실을 알렸고 이를 들은 경영진들은 전부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을 보였다."강 대표님께서 왜 갑자기 사임하신 거죠?""며칠 전에도 출근하셔서 저와 4분기 매출 상황에 관하여 논의하셨어요. 너무 갑작스러워요."…조지운은 이들이 말을 마치자 천천히 설명했다. "강민 씨는 개인적인 사유로 진명 그룹을 그만두게 된 겁니다. 그리고 추후 개인적인 발전에 관해서 사적으로 연락해 물어보셔도 되니 앞으로 진명 그룹과 그 어떤 관계도 없다는 점 알아주시기 바랍니다.""조 실장님, 방금 말씀하신 부분이 진짜 이유는 아니겠죠? 굳이 저희한테 뭔가를 알아내려고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만약 진짜 원인을 말씀하시지 않으신다면 강 대표님도 감히 진짜 원인에 대해 말하지 않을 겁니다.""강 대표님은 당신들이 해고한 거죠?"물론 이들의 말대로 모든 경영진은 바보가 아니었다. 박시준이 오기 전에 강민은 아무 일 없이 회사에 출근했는데, 왜 갑자기 사직서를 내고 떠난 거지?"강민 씨는 해고된 게 맞습니다. 그럼 당신들은 그녀를 따라 떠날 생각입니까?" 조지운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이들을 보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 회의 주요 내용은 강민 씨의 사임뿐만 아니라 회사 내 인사 변동이 생겨 알리기 위해 부른 겁니다. 그리고 새로 오신 본부장님께서 출근하시면 당신들과 일일이 면담을 시작할 겁니다!"회사 내 대부분 인원들은 강민의 측근이므로 무조건 숙청해야 했다!이 때문에 조지운의 말이 끝나자 아무도 방금처럼 질의를 표하지 않았다.이들 또한 강민이 떠나면 자기도 피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회의가 끝난 후, 경영진은 모두 회의실을 떠났지만박시준은 제자리에서 움
그렇다면 이런 친척은 별로 가깝게 지내는 친척 또한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조진운이 회의실로 들어와 박시준에게 알렸다. "대표님, 찾아오신 분은 최운철 씨의 아내분입니다. 최운철 씨는 기억하시죠? 바로 대표님의 이복형제인 큰형입니다."박시준은 이름을 듣자 낯빛이 어두워졌고그는 최운철이 줄곧 B국에 있는 걸로 알고 있었다.최운철이라는 사람은 능력은 없지만, 야망은 하늘을 찌르는 사람이었다."그의 아내분이 나를 왜 찾는 거지?" 박시준은 솔직히 그녀와 만나고 싶지 않았다."대표님께서 돈을 줬으면 합니다." 조지운 바로 사실대로 설명했다. "최운철 씨가 창업 실패로 빚을 졌는데, 사람까지 사라져서 빚쟁이가 그녀를 찾아냈어요. 다만 빚 갚을 능력이 없어서 대표님의 도움을 청하려는 겁니다.""얼마가 필요한데?" 박시준은 일어나 바로 그한테 물었다."아직 물어보지 않았어요. 그럼 제가 지금 가서 물어볼까요?""여기로 데려와. 그럼 내가 물어볼게.""네." 조지운은 그의 말에 최운철의 아내를회의실로 안내하고 바로 자리를 비워줬다.최운철의 아내는 박시준을 보자마자 울고불고 숨을 헐떡이며 입을 열었다. "박시준 씨, 저도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최운철 씨와 언제 결혼하셨죠?" 박시준은 사실 최운철이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 없었다."재작년에 결혼하고 작년에 결혼식을 올렸어요. 지금 임신 5개월인데 남편의 행방을 알 수 없어요." 최운철의 아내는 눈물을 머금고 말을 이었다. "만약 빚쟁이가 찾지 않았다면 저는 남편이 이리 많은 빚을 졌을 거라 생각하지도 못했을 거예요. 저한테 10억 넘는 돈이 어디 있겠어요."박시준은 여자의 불쌍한 모습과 살짝 부어오른 배를 보더니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일단 채권자의 연락처를 알려주세요." 박시준은 여자의 처지를 불쌍히 여겼지만, 최운철은 결혼식에 그를 초대하지 않았으니 그녀의 신분과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이에 최운철의 아내는 바로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찾아 그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라는 거죠? 그리고 여자애는 또 무슨 소리죠?" 프론트 데스크는 노인의 억양에 더욱 짜증이 났다.이때 경비원이 다가와 상황을 물었다."아마 돈 때문에 찾아온 거라 생각합니다! 딸이 자기한테 부탁해 박시준 대표님을 찾아가라고 했데요. 대표님 같은 분이 이런 분을 알고 있을 리가 없잖아요? 거짓말도 성의가 있어야죠! 아마 저희 대표님에게 뭔가를 얻어내려고 그러는 심보일 겁니다!" 프런트 데스크는 말할수록 기분이 불쾌했다. "오늘 오전에도 웬 여자가 찾아와 대표님의 친척이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실장실에 알렸는데, 대표님에게 돈 뜯으려고 찾아온 거였어요!"프런트 데스크는 이에 짜증 가득한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팀장님이 저를 엄청 혼냈어요! 앞으로 함부로 보고하지 말라고 말이에요. 만약 대표님의 친척분이 찾아오셨다면 대표님과 전화 한 통 없이 찾아올 리가 없잖아요?"경비원은 그녀의 말도 일리가 있다 생각했고같은 월급 노예의 입장에서 공로보다 실수를 피하자는 생각 또한 이해했다."아저씨, 이런 곳에 함부로 찾아오면 안 됩니다! 얼른 가세요!"노인은 경비원의 말에 겁에 질려 뒤로 물러났고 뒤를 힐끗 쳐다보면서 자리를 떠났다.노인은 조영과 서로 친한 사이는 아니었고조영이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의 청소부였지만, 조영이 누군가에게 잡혀가기 전에 마침 그녀의 별장 근처를 청소하고 있었다.마침 그때 조영이 창문을 통해 그한테 진명 그룹으로 가서 박시준을 찾아 말을 전해 달라고 부탁했었다.그리고 조영이 그한테 모든 것이 거짓이라고 알린 후, 강도들에 그녀의 집에 침입했다.청소부는 이에 깜짝 놀라 단지 경비원을 찾아갔지만경비원은 남의 집안일은 부동산 관리 부서에서 간섭할 수 없다고 알렸다.청소부는 창가에서 두려움이 가득한 조영의 표정에 너무 불안해수도로 향하는 장거리 버스를 타서 진명 그룹까지 찾아왔던 거였다.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박시준을 만나기는커녕 오히려 쫓겨났고프론트 데스크가 자기 말을 박시준에게 전해줄지도 모르는
"네." 프론트 데스크는 갑자기 조심스러워진 조지운의 모습에 놀랐고조지운은 바로 상황실로 향해 CCTV를 확인 후, 휴대폰으로 모니터에 담긴 내용을 찍어 박시준에게 보냈다.조진운은 노인을 자세히 살펴봤지만, 아무리 봐도 낯선 느낌이었고이들은 아마 서로 알고 있는 사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박시준은 조진운이 보내준 사진을 힐끗 보더니 그냥 물음표 하나만 보냈다.조지운: 대표님, 혹시 아시는 분이세요? 이분이 회사에 와서 대표님을 찾았어요.박시준은 그의 말에 사진을 자세히 봤고 일부러 사진을 확대해 확인 후, 모르는 사람인데 무슨 일 때문에 찾냐고 조지운에게 물었다.조지운: 프론트 데스크가 억양이 심하고 외지인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자기 딸이 대표님과 할 말이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박시준: 난 모르는 사람이야. 그리고 이 사람의 딸도 모르고. B국에 알고 지내는 여성 친구가 없어.조지운: 네. 그럼 그냥 돌려보내겠습니다.병원.수액을 받은 강도평은 몸이 전보다 훨씬 가벼운 느낌이었고 침대에서 내려와 걷는 것 또한 문제없었다.다만 마음이 너무 급한 탓에 잠깐 걸었더니 머리가 어지러운 느낌 때문에 다시 침대에 누울 수밖에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조영은 강도평의 병실로 옮겨졌고양손이 묶여있는 조영의 모습에 강도평은 부하를 노려보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무슨 짓이야?! 영이는 내 딸과 다를 바 없는 아이야. 이런 바보 같은 녀석들, 감히 이런 식으로 대하다니! 얼른 손을 풀어주지 못해?"이때 부하가 강도평의 곁으로 다가와 조용히 설명했다. "조 아가씨께서 계속 도망치려 해서 저희도 어쩔 수 없이 묶은 겁니다."사실을 알게 된 강도평은 바로 환한 미소를 보이며 조영을 바라봤다."일단 나가봐. 영이와 단둘이 할 얘기가 있어."부하가 그의 말에 병실을 떠나자남은 사람은 강도평과 비서, 그리고 조영밖에 없었다.조영은 무기력한 표정으로 강도평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저씨, 저는 아저씨한테 그 어떤 불평, 불만도 없는데, 왜 저를 이곳까지
강도평은 그녀의 말에 낯빛이 어두워졌다!"조영, 얼마 전에 우리 집안에서 추문이 발생한 건 알고 있겠지?" 강도평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 조영을 위협했다. "내가 진짜 너를 죽이지 못할 거라 생각해?"이제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회의 쓴맛도 모르는 조영은 잔인한 강도평의 상대가 아니었다.무섭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그녀가 가장 두려운 건 강도평이 그녀를 대하는 방식이 아닌 죽음이었다.아무래도 그녀는 조명주와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었다.조명주는 인생의 반을 살아오면서 인생의 쓴맛 단맛을 겪어봤겠지만, 그녀의 인생은 이제 시작이고 강도평 때문에 곧 끝나겠다는 생각이 두려웠던 것이다."강 아저씨, 엄마가 죽기 전에 저와 얘기했었어요." 조영은 잠깐의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엄마는 이제 원하는 것에 달성해 더는 아쉬움이 없다고 말했었어요. 그리고 인생은 오래 사는 것보다 의미 있게 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죠. 아마 더 오래 살아봤자 마치 의학상을 받은 영광을 두 번 다시 경험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을 거예요.""진짜 그렇게 말했어?" 강도평은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자기 인생을 의심했다.그는 자기와 조명주는 같은 생각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고 줄곧 믿었지만, 현실은 그게 아님을 알려줬다.그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절대 조명주처럼 삶을 마무리 지을 생각 없었다."강 아저씨, 저 아저씨한테 거짓말할 필요 없어요. 엄마가 진짜 그렇게 말했어요." 조영은 주머니에서 웬 작은 하얀색 약병을 그한테 넘겼다. "이건 엄마가 저한테 준 거예요."강도평은 그녀가 건네준 약병을 바라봤지만, 바로 받지 않았다.약병에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아 무슨 약인지도 알 수 없었다."이게 뭐야?""이건 제가 엄마한테 부탁한 겁니다." 조영은 말하면서 약병을 열어 작은 약 한 알을 꺼냈다. "강 아저씨, 엄마가 왜 저를 입양했는지 알아요?"강도평은 관심 없다고 말하려 했지만조영은 그가 말하기도 전에 계속해 말을 이었다. "저는 선천적으로 색맹이에요. 한
강도평은 변호사의 연락임을 확인하더니의자에 앉아 있는 조영을 힐끗 바라봤다.조영은 아까부터 눈을 감고 있어 죽었는지 확인할 수 없었지만강도평한테는 죽은 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빨리 치워! 재수 없어!" 강도평은 이를 악물고 비서한테 지시했다."네! 지금 바로 사람 불러서 치우겠습니다!" 비서는 바로 병실 밖의 경호원을 지시해 조영을 밖으로 보냈고강도평은 병실 침대에 누워 전화를 받았다. "강민이 계약서를 받아냈어?""대표님, 지금 강민 씨와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변호사는 급한 마음에 바로 상황을 알렸다. "오전에 돈을 이체해 주면 점심에 진명 그룹의 지분 양도 계약서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저희가 돈을 이체했지만, 아직도 연락이 없어요."강도평은 갑작스러운 소리에 순간 머리가 어지러웠고 바로 침대에 다시 쓰러졌다."지금... 지금 어디에 있는데?!" 강도평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마를 붙잡고 말을 이었다."문제 해결을 위해 진명 그룹에 간다고 해서 제가 방금 진명 그룹에 갔어요. 방금 프론트 데스크 직원 강민 씨는 오늘 진명그룹에서 해임됐다고 알려줬습니다." 변호사는 지금 어떤 상황인지 당최 알 수 없었다. "저는 지금 강민 씨가 돈을 진명 그룹에 넘겼는지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왜냐면 진명 그룹에 알고 지내던 책임자와 연락이 닿지 않거든요. 그리고 강민 씨도 연락되지 않아 대표님께 상황을 보고한 겁니다."비서가 병실 문을 열어 들어오자강도평은 불을 뿜을 듯한 눈동자로 그를 노려봤다!"강민이 도망갔어! 평소 가깝게 지내지 않았어? 지금 내 돈 4조 8000억을 들고 튀었는데, 설마 너와 공모한 건 아니지?!"비서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얼굴이 창백해졌다. "대표님,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강민 씨가 대표님의 돈을 들고 튀었다고요? 그럴 리가요?! 저한테 그런 말을 하지 않았어요!"강도평은 너무 화가 나 이성을 잃었는지 탁자 위의 찻잔을 집어 비서한테 던졌다."그럼 너한테 무슨 얘기 했어?! 두 사람 맨날 함께 있는 걸 내가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