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라는 거죠? 그리고 여자애는 또 무슨 소리죠?" 프론트 데스크는 노인의 억양에 더욱 짜증이 났다.이때 경비원이 다가와 상황을 물었다."아마 돈 때문에 찾아온 거라 생각합니다! 딸이 자기한테 부탁해 박시준 대표님을 찾아가라고 했데요. 대표님 같은 분이 이런 분을 알고 있을 리가 없잖아요? 거짓말도 성의가 있어야죠! 아마 저희 대표님에게 뭔가를 얻어내려고 그러는 심보일 겁니다!" 프런트 데스크는 말할수록 기분이 불쾌했다. "오늘 오전에도 웬 여자가 찾아와 대표님의 친척이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실장실에 알렸는데, 대표님에게 돈 뜯으려고 찾아온 거였어요!"프런트 데스크는 이에 짜증 가득한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팀장님이 저를 엄청 혼냈어요! 앞으로 함부로 보고하지 말라고 말이에요. 만약 대표님의 친척분이 찾아오셨다면 대표님과 전화 한 통 없이 찾아올 리가 없잖아요?"경비원은 그녀의 말도 일리가 있다 생각했고같은 월급 노예의 입장에서 공로보다 실수를 피하자는 생각 또한 이해했다."아저씨, 이런 곳에 함부로 찾아오면 안 됩니다! 얼른 가세요!"노인은 경비원의 말에 겁에 질려 뒤로 물러났고 뒤를 힐끗 쳐다보면서 자리를 떠났다.노인은 조영과 서로 친한 사이는 아니었고조영이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의 청소부였지만, 조영이 누군가에게 잡혀가기 전에 마침 그녀의 별장 근처를 청소하고 있었다.마침 그때 조영이 창문을 통해 그한테 진명 그룹으로 가서 박시준을 찾아 말을 전해 달라고 부탁했었다.그리고 조영이 그한테 모든 것이 거짓이라고 알린 후, 강도들에 그녀의 집에 침입했다.청소부는 이에 깜짝 놀라 단지 경비원을 찾아갔지만경비원은 남의 집안일은 부동산 관리 부서에서 간섭할 수 없다고 알렸다.청소부는 창가에서 두려움이 가득한 조영의 표정에 너무 불안해수도로 향하는 장거리 버스를 타서 진명 그룹까지 찾아왔던 거였다.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박시준을 만나기는커녕 오히려 쫓겨났고프론트 데스크가 자기 말을 박시준에게 전해줄지도 모르는
"네." 프론트 데스크는 갑자기 조심스러워진 조지운의 모습에 놀랐고조지운은 바로 상황실로 향해 CCTV를 확인 후, 휴대폰으로 모니터에 담긴 내용을 찍어 박시준에게 보냈다.조진운은 노인을 자세히 살펴봤지만, 아무리 봐도 낯선 느낌이었고이들은 아마 서로 알고 있는 사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박시준은 조진운이 보내준 사진을 힐끗 보더니 그냥 물음표 하나만 보냈다.조지운: 대표님, 혹시 아시는 분이세요? 이분이 회사에 와서 대표님을 찾았어요.박시준은 그의 말에 사진을 자세히 봤고 일부러 사진을 확대해 확인 후, 모르는 사람인데 무슨 일 때문에 찾냐고 조지운에게 물었다.조지운: 프론트 데스크가 억양이 심하고 외지인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자기 딸이 대표님과 할 말이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박시준: 난 모르는 사람이야. 그리고 이 사람의 딸도 모르고. B국에 알고 지내는 여성 친구가 없어.조지운: 네. 그럼 그냥 돌려보내겠습니다.병원.수액을 받은 강도평은 몸이 전보다 훨씬 가벼운 느낌이었고 침대에서 내려와 걷는 것 또한 문제없었다.다만 마음이 너무 급한 탓에 잠깐 걸었더니 머리가 어지러운 느낌 때문에 다시 침대에 누울 수밖에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조영은 강도평의 병실로 옮겨졌고양손이 묶여있는 조영의 모습에 강도평은 부하를 노려보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무슨 짓이야?! 영이는 내 딸과 다를 바 없는 아이야. 이런 바보 같은 녀석들, 감히 이런 식으로 대하다니! 얼른 손을 풀어주지 못해?"이때 부하가 강도평의 곁으로 다가와 조용히 설명했다. "조 아가씨께서 계속 도망치려 해서 저희도 어쩔 수 없이 묶은 겁니다."사실을 알게 된 강도평은 바로 환한 미소를 보이며 조영을 바라봤다."일단 나가봐. 영이와 단둘이 할 얘기가 있어."부하가 그의 말에 병실을 떠나자남은 사람은 강도평과 비서, 그리고 조영밖에 없었다.조영은 무기력한 표정으로 강도평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저씨, 저는 아저씨한테 그 어떤 불평, 불만도 없는데, 왜 저를 이곳까지
강도평은 그녀의 말에 낯빛이 어두워졌다!"조영, 얼마 전에 우리 집안에서 추문이 발생한 건 알고 있겠지?" 강도평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 조영을 위협했다. "내가 진짜 너를 죽이지 못할 거라 생각해?"이제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회의 쓴맛도 모르는 조영은 잔인한 강도평의 상대가 아니었다.무섭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그녀가 가장 두려운 건 강도평이 그녀를 대하는 방식이 아닌 죽음이었다.아무래도 그녀는 조명주와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었다.조명주는 인생의 반을 살아오면서 인생의 쓴맛 단맛을 겪어봤겠지만, 그녀의 인생은 이제 시작이고 강도평 때문에 곧 끝나겠다는 생각이 두려웠던 것이다."강 아저씨, 엄마가 죽기 전에 저와 얘기했었어요." 조영은 잠깐의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엄마는 이제 원하는 것에 달성해 더는 아쉬움이 없다고 말했었어요. 그리고 인생은 오래 사는 것보다 의미 있게 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죠. 아마 더 오래 살아봤자 마치 의학상을 받은 영광을 두 번 다시 경험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을 거예요.""진짜 그렇게 말했어?" 강도평은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자기 인생을 의심했다.그는 자기와 조명주는 같은 생각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고 줄곧 믿었지만, 현실은 그게 아님을 알려줬다.그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절대 조명주처럼 삶을 마무리 지을 생각 없었다."강 아저씨, 저 아저씨한테 거짓말할 필요 없어요. 엄마가 진짜 그렇게 말했어요." 조영은 주머니에서 웬 작은 하얀색 약병을 그한테 넘겼다. "이건 엄마가 저한테 준 거예요."강도평은 그녀가 건네준 약병을 바라봤지만, 바로 받지 않았다.약병에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아 무슨 약인지도 알 수 없었다."이게 뭐야?""이건 제가 엄마한테 부탁한 겁니다." 조영은 말하면서 약병을 열어 작은 약 한 알을 꺼냈다. "강 아저씨, 엄마가 왜 저를 입양했는지 알아요?"강도평은 관심 없다고 말하려 했지만조영은 그가 말하기도 전에 계속해 말을 이었다. "저는 선천적으로 색맹이에요. 한
강도평은 변호사의 연락임을 확인하더니의자에 앉아 있는 조영을 힐끗 바라봤다.조영은 아까부터 눈을 감고 있어 죽었는지 확인할 수 없었지만강도평한테는 죽은 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빨리 치워! 재수 없어!" 강도평은 이를 악물고 비서한테 지시했다."네! 지금 바로 사람 불러서 치우겠습니다!" 비서는 바로 병실 밖의 경호원을 지시해 조영을 밖으로 보냈고강도평은 병실 침대에 누워 전화를 받았다. "강민이 계약서를 받아냈어?""대표님, 지금 강민 씨와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변호사는 급한 마음에 바로 상황을 알렸다. "오전에 돈을 이체해 주면 점심에 진명 그룹의 지분 양도 계약서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저희가 돈을 이체했지만, 아직도 연락이 없어요."강도평은 갑작스러운 소리에 순간 머리가 어지러웠고 바로 침대에 다시 쓰러졌다."지금... 지금 어디에 있는데?!" 강도평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마를 붙잡고 말을 이었다."문제 해결을 위해 진명 그룹에 간다고 해서 제가 방금 진명 그룹에 갔어요. 방금 프론트 데스크 직원 강민 씨는 오늘 진명그룹에서 해임됐다고 알려줬습니다." 변호사는 지금 어떤 상황인지 당최 알 수 없었다. "저는 지금 강민 씨가 돈을 진명 그룹에 넘겼는지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왜냐면 진명 그룹에 알고 지내던 책임자와 연락이 닿지 않거든요. 그리고 강민 씨도 연락되지 않아 대표님께 상황을 보고한 겁니다."비서가 병실 문을 열어 들어오자강도평은 불을 뿜을 듯한 눈동자로 그를 노려봤다!"강민이 도망갔어! 평소 가깝게 지내지 않았어? 지금 내 돈 4조 8000억을 들고 튀었는데, 설마 너와 공모한 건 아니지?!"비서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얼굴이 창백해졌다. "대표님,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강민 씨가 대표님의 돈을 들고 튀었다고요? 그럴 리가요?! 저한테 그런 말을 하지 않았어요!"강도평은 너무 화가 나 이성을 잃었는지 탁자 위의 찻잔을 집어 비서한테 던졌다."그럼 너한테 무슨 얘기 했어?! 두 사람 맨날 함께 있는 걸 내가
진아연은 그의 말에 바로 반박했다. "저희한테 그런 도움을 줄 사람 없어요. 그리고 만약에 있더라도 스스로의 힘이에요." 그녀는 말을 다 하자 순간 뭔가를 깨달은 듯 강훈에게 확인했다. "방금 조영 씨가 죽었다고요?""네. 독을 먹고 자살했어요." 강훈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녀는 조명주 씨와 같은 독약을 삼켰어요. 아마 두 사람 이런 결말을 맞이할 거라 예상했을 거예요."진아연은 갑작스러운 소식에 마음이 아팠다.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강도평은 조명주의 기사회생술을 원하고, 그렇다면 조영을 죽일 리가 없는데, 조영이 왜 자살한 거지?"강훈 씨, 조영 씨가 죽기 전에 조명주 씨의 물건을 당신 아버지한테 줬어요?" 진아연은 바로 강훈에게 자세한 상황을 물었다."아마 주지 않았을 거예요. 저는 현장에 없어서 자세한 상황을 몰라요. 그리고 제가 도착했을 때, 조영 씨는 이미 죽은 상태였어요." 강훈은 병실 밖에 서서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아버지께서 아마 2조 8000억 정도의 돈은 없을 거예요. 아마 어디에서 돈을 빌릴 것 같아요. 돈을 찾지 못한다면 혈압이 절대 내려가지 않을 거예요.""당신은 지금 아버지의 생사로 인해 그의 빚이 당신한테 넘겨지게 될까 걱정이에요?" 진아연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지만, 강훈 또한 그녀와 피차 일반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의 유산을 이어받지 않으면 대신 빚을 갚을 필요도 없잖아요.""저는 아직 그리 많은 걸 생각하지 않았어요." 강훈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당신도 알다시피 저와 아버지는 서로한테 감정이 없어요. 저는 오로지 강씨 집안이 저에게 준 부와 신분에 감정이 있을 뿐이에요. 저는 강씨 집안 둘째 도련님이라는 말이 좋아 다른 사람들이 저를 그렇게 부르기 원했어요. 제가 너무 위선적인 사람이라고 느껴지지 않아요?""저는 당신의 마음 이해합니다. 다만 강훈 씨, 사람은 그래도 스스로에게 의지하는 게 편합니다. 부모님이나 애인에게 의지해봤자 자기보다 못한걸요." 진아연은 강훈을 위로해 주는 듯
"이제부터 강민은 신경 안 써도 될 거야. 강도평이 지금 강민을 죽이고 싶어서 안달이 났거든. 강도평이 강민을 찾기만 한다면 강민은 지옥보다 더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될 거야." 박시준은 그녀에게 차분한 어조로 설명했다."시준 씨, 왜 저한테 미리 말하지 않았어요?" "강민이 걸려들지 확신이 없었거든." 박시준이 말했다. "오늘 오전에야 송금했어, 저녁에 당신 만나서 얘기하려고 했지.""네... 어떤 미끼를 던진 거예요?""당신이 나한테 Y국에 있었던 일이 강민이 한 짓이라는 것을 알려줬을 때, 바로 사람 보내서 강민의 부모님을 찾아가게 했지. 조명주가 죽지 않는다고 해도 반드시 강민에게 복수할 생각이었으니까." 박시준은 차분하게 한 마디씩 이었다. "강민이 미끼에 넘어온 건 온전히 국내에 계시는 부모님 때문만은 아닐 거야. 우리를 죽이지 못한 그 순간부터, 강민의 결말은 이미 정해졌거든.""당신 지금 어디에 있어요?" 그의 냉정하고 침착한 목소리를 들으며 진아연은 마치 예전의 박시준이 돌아온 것 같았다.익숙한 듬직함에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집에서 쉬고 있어. 아연아, 나 귀국해서 우리 아이들 보고싶어."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그는, 아예 이불을 제끼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이들을 못본지 너무 오래 됐어, 돌아가서 애들 좀 봐야겠어."그는 그녀와 의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녀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있었다."시준 씨, 당신이 애들 보고싶어 하는 거 알아요. 경호원들에게 애들 여기로 데려오라고 하면 되잖아요.""하지만 애들도 학교에 가야지. 평소에 주말은 시간이 너무 짧아." 박시준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귀국해서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길 거라면 여기 계속 남는다고 해도 분명 똑같은 결과일 거야.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두려워서 계속 여기 갇혀있는 건 아니야."그녀는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 차마 뭐라고 반박할 수가 없었다."그럼 저도 같이 돌아갈래요.""같이 일할 사람들까지 불러놓고, 당신이 빠지면 좀 아니지 않아?
오늘 너무 많은 충격을 받아서인지, 강도평은 감수능력이 강해진 것 같았다.강훈의 말을 듣고 그의 상태는 더 심각해지지 않았다.그는 흰 천장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마치 마법에 걸려 영혼을 잃은 사람처럼 꼼짝하지 않고 얼어붙어 있었다.강훈은 넋을 잃은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버지가 한 순간에 10년은 늙은 것 같았다.생에 처음으로 보는 아버지의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아버지, 그 돈은 다시 되찾기 힘들 것 같아요. 차라리 그냥 잊어버리세요!" 강훈은 아버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얼마나 빌리셨는데요? 앞으로 저희가 천천히 갚을게요."강도평은 경멸적인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강훈아, 나 아직 죽지 않았다! 조명주가 죽었고 조영이 죽었다고 해도 박시준이 지금 살아있는 시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아! 나 강도평 지금까지 살면서 누굴 두려워 한 적은 없었다! 나보다 돈이 많으면 뭐 어떠냐, 죽기살기로 해볼 거야!""아버지, 우선 건강 회복하는데만 신경 쓰세요! 건강이 제일 중요해요." 강훈은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이런 못난이 같으니라고! 전혀 나한테 도움이 안되는 구나! 내가 죽고나서 장례식 뒤치닥거리 하는 것외에, 네가 할 수 있는 게 뭐야?" 혈압이 안정된 강도평은 사신의 손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는지 유난히 화를 내며 성질을 부렸다."그럼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강훈은 계속 남아서 아버지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고 괜히 혼나고 싶지도 않았다.아들의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강도평은 왠지 모르게 마음속이 찝찝했다.그는 방금 자신이 말을 너무 심하게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강훈아!" 강도평은 아들을 불렀다. "조영한테 한 번 가봐. 조영이 진짜 죽었는지 확인해 보고, 정말로 죽었다면 네가 조명주랑 조영 장례식 좀 치르거라!"강훈: "어떻게 치르길 원하십니까? 좀 간단하게 치를까요 아니면 좀 거창하게 치를까요?"강도평은 몇 초 동안 고민한 후 말했다: "물론 거창하게 해야지. 조명주가 올해 마치 의학상을 수상했잖니? 하객 명단
"당신이 산 선물이라고 하면서 애들한테 주세요." 그녀는 마음이 섬세한 사람이었다. "당신 너무 오랫동안 사라져서 애들도 함께 걱정하고 슬퍼했으니 선물 가지고 가면 애들도 더 좋아할 거예요."박시준은 그녀가 산 선물을 꺼내서 보았다.라엘이에게 사준 선물은 예쁜 머리핀이였다."우리 딸의 취향은 여전하네." 박시준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라엘이는 어떤 액세서리든 다 좋아할 거예요. 아직은 어리니까 팔찌나 목걸이같은 건 좀 이른 거 같아서 머리핀으로 샀어요.""그래." 그는 머리핀을 내려놓고 아들에게 사준 장난감 비행기를 집어들었다. "이런 장난감은 국내에도 많아, 돌아가서 내가 사줘도 되는데.""자리 얼마 안 차지하니까 캐리어에 넣어두세요." 그녀는 말하며 선물을 들고 침실로 향했다. "티켓은 예매하셨어요?""이미 다 예매했어, 내일 오전 11시 비행기야.""알겠어요. 귀국하고 몸 불편하면 바로 병원으로 가셔야 해요." 그녀는 간절하게 부탁하듯 말했다. "시준 씨, 아무리 생각해도 애들 여기로 데려와도 충분히 괜찮을 거 같은데요.""아연아, 이미 티켓도 다 샀고 라엘이한테도 전화로 다 말했어." 박시준은 그녀가 자신을 걱정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안심할 수 있도록 그녀를 다독였다. "나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내 몸은 내가 잘 알아. 사실 예전이랑 별로 다른 점도 없어."진아연: "그건 당신이 지금 집에만 있어서 그래요, 먼길 떠나는 건 다르다구요. 비행시간도 열 시간이나 되고 이륙할 때랑 착륙할 때 당신이 견딜 수 없을까 봐 걱정돼요.""아연아, 당신 말대로라면 나 평생 여기 남아있어야 해, 아무 곳에도 못 가." 박시준은 인내심을 가지고 차분하게 그녀를 설득했다. "평생 이렇게 약한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면 정말 사는게 의미없을 것 같아.""당신 스스로만 생각하시면 안돼죠, 저와 아이들의 입장도 생각해 주셔야죠."두 사람은 침실로 들어갔고, 진아연은 작은 캐리어를 들고 나와 그에게 짐정리를 해주었다."나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