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강민은 신경 안 써도 될 거야. 강도평이 지금 강민을 죽이고 싶어서 안달이 났거든. 강도평이 강민을 찾기만 한다면 강민은 지옥보다 더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될 거야." 박시준은 그녀에게 차분한 어조로 설명했다."시준 씨, 왜 저한테 미리 말하지 않았어요?" "강민이 걸려들지 확신이 없었거든." 박시준이 말했다. "오늘 오전에야 송금했어, 저녁에 당신 만나서 얘기하려고 했지.""네... 어떤 미끼를 던진 거예요?""당신이 나한테 Y국에 있었던 일이 강민이 한 짓이라는 것을 알려줬을 때, 바로 사람 보내서 강민의 부모님을 찾아가게 했지. 조명주가 죽지 않는다고 해도 반드시 강민에게 복수할 생각이었으니까." 박시준은 차분하게 한 마디씩 이었다. "강민이 미끼에 넘어온 건 온전히 국내에 계시는 부모님 때문만은 아닐 거야. 우리를 죽이지 못한 그 순간부터, 강민의 결말은 이미 정해졌거든.""당신 지금 어디에 있어요?" 그의 냉정하고 침착한 목소리를 들으며 진아연은 마치 예전의 박시준이 돌아온 것 같았다.익숙한 듬직함에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집에서 쉬고 있어. 아연아, 나 귀국해서 우리 아이들 보고싶어."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그는, 아예 이불을 제끼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이들을 못본지 너무 오래 됐어, 돌아가서 애들 좀 봐야겠어."그는 그녀와 의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녀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있었다."시준 씨, 당신이 애들 보고싶어 하는 거 알아요. 경호원들에게 애들 여기로 데려오라고 하면 되잖아요.""하지만 애들도 학교에 가야지. 평소에 주말은 시간이 너무 짧아." 박시준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귀국해서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길 거라면 여기 계속 남는다고 해도 분명 똑같은 결과일 거야.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두려워서 계속 여기 갇혀있는 건 아니야."그녀는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 차마 뭐라고 반박할 수가 없었다."그럼 저도 같이 돌아갈래요.""같이 일할 사람들까지 불러놓고, 당신이 빠지면 좀 아니지 않아?
오늘 너무 많은 충격을 받아서인지, 강도평은 감수능력이 강해진 것 같았다.강훈의 말을 듣고 그의 상태는 더 심각해지지 않았다.그는 흰 천장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마치 마법에 걸려 영혼을 잃은 사람처럼 꼼짝하지 않고 얼어붙어 있었다.강훈은 넋을 잃은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버지가 한 순간에 10년은 늙은 것 같았다.생에 처음으로 보는 아버지의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아버지, 그 돈은 다시 되찾기 힘들 것 같아요. 차라리 그냥 잊어버리세요!" 강훈은 아버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얼마나 빌리셨는데요? 앞으로 저희가 천천히 갚을게요."강도평은 경멸적인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강훈아, 나 아직 죽지 않았다! 조명주가 죽었고 조영이 죽었다고 해도 박시준이 지금 살아있는 시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아! 나 강도평 지금까지 살면서 누굴 두려워 한 적은 없었다! 나보다 돈이 많으면 뭐 어떠냐, 죽기살기로 해볼 거야!""아버지, 우선 건강 회복하는데만 신경 쓰세요! 건강이 제일 중요해요." 강훈은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이런 못난이 같으니라고! 전혀 나한테 도움이 안되는 구나! 내가 죽고나서 장례식 뒤치닥거리 하는 것외에, 네가 할 수 있는 게 뭐야?" 혈압이 안정된 강도평은 사신의 손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는지 유난히 화를 내며 성질을 부렸다."그럼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강훈은 계속 남아서 아버지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고 괜히 혼나고 싶지도 않았다.아들의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강도평은 왠지 모르게 마음속이 찝찝했다.그는 방금 자신이 말을 너무 심하게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강훈아!" 강도평은 아들을 불렀다. "조영한테 한 번 가봐. 조영이 진짜 죽었는지 확인해 보고, 정말로 죽었다면 네가 조명주랑 조영 장례식 좀 치르거라!"강훈: "어떻게 치르길 원하십니까? 좀 간단하게 치를까요 아니면 좀 거창하게 치를까요?"강도평은 몇 초 동안 고민한 후 말했다: "물론 거창하게 해야지. 조명주가 올해 마치 의학상을 수상했잖니? 하객 명단
"당신이 산 선물이라고 하면서 애들한테 주세요." 그녀는 마음이 섬세한 사람이었다. "당신 너무 오랫동안 사라져서 애들도 함께 걱정하고 슬퍼했으니 선물 가지고 가면 애들도 더 좋아할 거예요."박시준은 그녀가 산 선물을 꺼내서 보았다.라엘이에게 사준 선물은 예쁜 머리핀이였다."우리 딸의 취향은 여전하네." 박시준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라엘이는 어떤 액세서리든 다 좋아할 거예요. 아직은 어리니까 팔찌나 목걸이같은 건 좀 이른 거 같아서 머리핀으로 샀어요.""그래." 그는 머리핀을 내려놓고 아들에게 사준 장난감 비행기를 집어들었다. "이런 장난감은 국내에도 많아, 돌아가서 내가 사줘도 되는데.""자리 얼마 안 차지하니까 캐리어에 넣어두세요." 그녀는 말하며 선물을 들고 침실로 향했다. "티켓은 예매하셨어요?""이미 다 예매했어, 내일 오전 11시 비행기야.""알겠어요. 귀국하고 몸 불편하면 바로 병원으로 가셔야 해요." 그녀는 간절하게 부탁하듯 말했다. "시준 씨, 아무리 생각해도 애들 여기로 데려와도 충분히 괜찮을 거 같은데요.""아연아, 이미 티켓도 다 샀고 라엘이한테도 전화로 다 말했어." 박시준은 그녀가 자신을 걱정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안심할 수 있도록 그녀를 다독였다. "나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내 몸은 내가 잘 알아. 사실 예전이랑 별로 다른 점도 없어."진아연: "그건 당신이 지금 집에만 있어서 그래요, 먼길 떠나는 건 다르다구요. 비행시간도 열 시간이나 되고 이륙할 때랑 착륙할 때 당신이 견딜 수 없을까 봐 걱정돼요.""아연아, 당신 말대로라면 나 평생 여기 남아있어야 해, 아무 곳에도 못 가." 박시준은 인내심을 가지고 차분하게 그녀를 설득했다. "평생 이렇게 약한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면 정말 사는게 의미없을 것 같아.""당신 스스로만 생각하시면 안돼죠, 저와 아이들의 입장도 생각해 주셔야죠."두 사람은 침실로 들어갔고, 진아연은 작은 캐리어를 들고 나와 그에게 짐정리를 해주었다."나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
"진아연, 삼일 후에 우리 집에서 조명주와 조영의 장례식을 치를 예정인데 너 참석할 수 있어?" 강훈이 물었다. "시간 없으면 안 와도 괜찮아.""네 아버지가 그 모녀의 장례식을 치러준다고?" 진아연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너희 아버지 지금 조명주를 죽을 만큼 원망할 텐데 왜 장례식을 치러주려고 하는 거야?""나도 잘 모르겠어." 강훈은 확실히 이유를 몰랐다.그리고 진아연에게 강도평의 계획에 대해서도 밝히고 싶지 않았다.지금 강씨 집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1조 4천억이라는 빚을 지고 있다.그는 더 이상 아버지의 반대편에 서서 무작정 진아연과 박시준을 도와줄 수 없었다."그래... 그때 가서 다시 얘기하자!" 진아연은 잠시 생각하다 물었다. "아버지는 괜찮으셔?""안 괜찮으셔. 은행에서 1조 4천억을 빌렸거든.""강훈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그건 강도평이 진 빚이지 너의 빚이 아니야. 대신 갚아줄 필요 없어." 진아연은 위로하는 것외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가 강도평에게 돈을 돌려주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강민이 돈을 송금할 때 박시준의 요구에 따라 구매 사항이라고 비고했기 때문에 강도평이 소송을 제기한다고 해도 다시 돌려받을 수 없다.강도평은 강민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강민을 찾는다고 해도 강민은 강도평에게 갚을 돈이 턱없이 부족했다.때문에 강도평은 어쩔 수 없이 막대한 손실을 견딜 수밖에 없었다.박시준은 강도평이 평생 동안 애써 모은 돈을 다 잃었다고 생각하니 복수에 성공한 듯한 쾌감을 느꼈다.진아연의 기분도 그와 마찬가지였다.강도평같은 악당을 상대할 때는 마음이 약해지면 안된다."진아연, 비록 우리 아버지가 큰 빚을 졌지만 분명 다 갚을 수 있을 거야. 그렇게 가식 떨면서 위로해주는 척할 필요 없어.""내가 가식적이라고 생각하면서 조명주 장례식에는 왜 초대하는 거야?" 진아연은 반박하며 물었다. "나 조명주랑 그 정도로 친한 사이 아니야, 너랑도 그렇게 가까운 사이도 아니고. 너한테 가
최은서가 박시준을 이렇게 다정하게 부른 건 처음이었다.과거에 그녀는 박시준을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신같은 존재로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사건 후로 박시준도 자신과 똑같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박시준은 그녀가 갑자기 자신을 오빠라고 부를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좀 어색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박시준은 성큼성큼 그들 앞으로 다가갔다.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성빈도 따라서 둘째 형이라고 불렀다.박시준: "...""당신 오빠 아니라 제 오빠거든요!" 최은서는 성빈을 노려보며 말했다. "저 아직 당신이랑 결혼 안했어요.""최은서, 당신 이미 내 프로포즈에 허락했잖아, 결혼하는 건 시간문제야." 성빈은 승복하지 않았다. "전에 둘째 오빠 찾으면 나한테 시집 오겠다고 했잖아. 이젠 오빠도 돌아왔고, 언제 결혼식 올릴까?"박시준: "결혼식 준비는 다 했어?""준비 다 했지! 우리 부모님께서 준비해 주셨어." 성빈이 설명했다. "원래는 내가 준비했어야 했는데 네가 그런 일 당하고 정말 결혼식 준비할 기분이 아니었어.""준비 다 됐으면 얼른 식 올려!" 박시준은 자신이 건강하고 결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때 가능한 빨리 식을 올리라는 뜻이었다.성빈도 그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그렇게 급할 거 없어. 아연 씨가 네 문제 잘 해결하고 나면...""아연이 선배가 아연이 평생동안 내 문제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어." 박시준은 그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했다. "너도 이젠 나이도 있고, 얼른 자리 잡아서 부모님 걱정도 덜어드려야지.""둘째 오빠, 왜 내 의견은 안 물어봐? 어떻게 남의 편을 들 수가 있어!" 최은서는 박시준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 "나야말로 오빠 친동생이라고!"박시준은 최은서의 다정함에 적응이 안되서인지 그녀의 손을 밀어내며 말했다. "지금 너한테는 성빈이 최고의 신랑감이야.""나보다 돈 좀 많은 것 뿐이잖아? 대신 나는 성빈 씨보다 많이 어리거든..." 최은서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성
"아연 언니 앞에서 절대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최은서는 진아연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둘째 오빠랑 같이 돌아오지 않은 것만 봐도 충분히 조급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잖아요.""나도 귀국한 후로는 연락 안했어. 많이 바쁜 것 같아서 차마 연락하게 안되더라." 성빈은 박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시준아, 너 지금 상태 많이 좋아진 것 같아, 전보다 살도 좀 찐 거 같고. 아연 씨가 아주 잘 보살펴 줬나보네."최은서: "둘째 오빠가 살쪘다고요? 예전보다 훨씬 마른 거 같은데요.""그건 네가 아연 씨가 시준이 금방 데려왔을 때의 모습을 못 봐서 그래. 얼마나 많이 말랐는지 소름 돋을 정도였어." 성빈은 이어 말했다. "당신이 속상해 할까봐 감히 말 못했지."최은서는 코끝이 찡해났다."괜찮아, 이젠 둘째 오빠도 돌아왔으니 너무 속상해 하지마." 성빈은 말하며 박시준에게 귀띔해 주었다. "시은이 오늘 너 돌아온다는 얘기 듣고 어제 애들 데리고 바로 너희 집에 가서 잤어."박시준은 시은이라는 이름을 듣고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세 사람은 박시준의 집으로 도착했다.차는 점차 속도를 줄이며 천천히 정원으로 들어섰다.정원에는 박시은과 위정, 라엘이와 지성이, 하준기와 여소정, 소소와 보현이가 나란히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박시준이 차에서 내릴 때, 사람들은 모두 그를 향해 걸어왔다.마치 무슨 명절이라도 지내는 듯 시끌벅적한 분위기였다."어떻게 다들 여기 있어?" 그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게 익숙치 않았다. "라엘아, 너희들 왜 학교에 안 갔어?""아빠, 아빠 거의 죽다 살아나셨는데 제가 지금 학교에 있으면 서운하지 않겠어요?" 라엘이는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보며 코끝이 찡해났다. "아빠 돌아와서 너무 다행이에요, 저 하마트면 아빠를 잃을 뻔 했어요."라엘이는 말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박시준은 바로 딸을 품에 안았다: "라엘아, 아빠가 좀 더 빨리 너희들 보러 왔어야 했는데 정말 미안
"소정아, 시준이 형 비웃을 거 없어. 어쨌든 이번에 시준이 형 죽다 살아난 거잖아, 분명 마음가짐도 많이 바뀌었을 거야. 그리고 시준이 형이 아연 씨한테 오글거리는 말 안 하는 건 평소에 많이 하기 때문일 거야."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그에게로 향했다."아니... 내 말은 시준이 형이 말보다는 행동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그렇지 않으면 아연 씨가 그렇게 시준이 형 곁에서 저렇게 잘해주겠어?" 하준기는 말하며 자신의 딸 보현이를 안고 맛있는 것을 찾으러 주방으로 가려고 했다.보현이는 콧방귀를 끼며 그를 밀어냈다."아빠랑 안 놀 거예요! 라엘이 언니랑 지성이 오빠랑 소소 동생이랑 놀 거예요!"딸에게 거절당한 하준기는 조금 서운하고 속상했다.이때 박시준의 경호원이 박시준의 캐리어를 들고 걸어왔다.박시준은 경호원으로부터 캐리어를 건네받고 캐리어를 열었다.안에는 크고 작은 선물들로 가득 차 있었다.네 명의 어린이들은 바로 캐리어를 둘러 쌌다."흥, 보아하니 선물 갖고싶은 거 같은데!" 하준기는 열심히 선물을 뺏고 있는 딸의 작은 두 손을 보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테이블에 음식을 다 올린 이모님은 식사를 하라고 불렀다."지금 상태가 좀 어때요?" 위정이 박시준의 곁으로 다가가 물었다. "어디 불편하시진 않으세요? 어디 불편하시면 꼭 저한테 바로 말씀하셔야 해요. 아연이가 메시지로 매일 형님 상태 체크해달라고 부탁했어요.""그사람 확실히 내가 귀국하는 거에 대해 많이 걱정하긴 했어. 근데 저 그 정도로 약하진 않아. 지금 상태 괜찮아, 기분도 엄청 좋구." 박시준은 위정의 곁에 서있는 박시은을 향해 말했다. "시은아, 내가 죽는다고 해도 넌 잘 살아야 해. 내가 너보다 먼저 죽는 건 정상이야."시은이는 원래 기분이 좋았지만 그의 말을 듣고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난 오빠가 죽는 거 받아들일 수 없어.""영원히 사는 사람은 없어.""그래도 나보다 먼저 죽지 마.""그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박시준은 그녀가 현실을
진아연: "비행기에서 내리고 휴대폰 꺼낼 시간도 없었다면서요? 강도평이 퇴원했다는 소식은 어떻게 들었어요?"박시준: "당신이 나한테 영상통화 걸었을 때 지운이가 마침 나한테 메시지를 보냈고 우연히 보게 됐지.""타이밍이 이렇게 우연히 맞다구요?""그러게, 타이밍이 이렇게 딱 맞네. 아님 내가 비행기에서 내리고 당신이랑 연락 안 하고 다른 사람이랑 연락했을 거라고 생각해?" 박시준은 휴대폰 건너 편에서 전해오는 질투의 냄새를 맡은 것 같았다."그래요, 알았어요. 전 당신 믿어요." 진아연은 침대 머리에 기대어 나른하게 말했다. "저 내일 조명주 장례식에 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그래. 우리 라엘이랑 지성이 많이 컸어.""우리 애들만 큰 게 아니라 보현이랑 소소도 많이 큰 거 같아." 진아연은 웃으며 말했다. "우리도 많이 늙었잖아요.""마음만 젊음을 유지한다면 늙지 않을 거야." 박시준은 자신이 늙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진아연이 늙었다는 사실은 더 인정할리 없었다.마치 그의 눈에 라엘이가 몇 살이든 평생 어린이인 것과 같은 이치다.그의 눈에 진아연은 항상 자신감이 넘치는 빛나는 여성이다."당신 컨디션 엄청 좋아보여요, 기분 괜찮은가 보네요!" 진아연은 빛나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따라서 기분이 좋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당신이랑 같이 귀국할 걸 그랬어요.""사람들도 당신이랑 한이가 돌아오길 기대하고 있어.""저는 돌아갈 수 있어도 한이는 어려울 거 같은데요. 일단 여기서 학업을 마쳐야 돌아가든 말든 결정하겠죠." 진아연은 침대에 누웠다. "한이는 B국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나중에 B국에 있겠다고 하면 전 반대할 생각 없어요.""그래. 원하는 곳에 있으면 돼. 어차피 지금 교통도 편리하고 어디든 가기 편하니까."진아연은 하품을 하며 눈을 비비려는 순간, 휴대폰을 들고 있던 손이 힘이 풀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휴대폰이 떨어져 그녀의 콧등을 때렸다.그녀는 아파서 소리를 질렀다."아연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