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이 아니야." 강도평이 강민의 말을 바로잡았다. "네가 날 대신해 일을 처리하는 거지. 네가 일을 잘 처리한다면, 내가 너에게 상을 줄거다. 하지만 만약 네가 일을 망친다면, 앞으로 누가 널 죽이려는 상황이 와도, 네 살길은 네가 알아서 찾아야 할 거야."강도평의 차가운 말에, 강민은 겁에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당시 어머니가 강도평의 곁을 떠난 이유가 있었다.지금까지는 어머니가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은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제 보니 어머니가 강도평의 곁을 떠난 건, 강도평의 곁에서 마주하게 될 온갖 위험이 얻게 될 이익보다 훨씬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 분명했다."왜 아무 대답이 없지?" 강도평이 그녀를 곁눈질로 흘끗 바라보았다.강민의 얼굴에서 알랑거리던 표정이 싹 사라졌다. 지금 그녀는 이상할 정도로 차분해 보였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강도평 씨, 제가 박시준과 진아연을 죽일 계획을 세운 건 맞지만, 진아연은 죽지 않았어요. 만약 당신이 박시준을 그 지하실에서 데려가지 않았다면, 박시준은 진아연과 함께 구조되었겠죠. 박시준을 데려간 게 당신이라는 걸 제가 진아연에게 말하면, 진아연이 노리는 게 정말 저 하나뿐일까요?"강민은 더 이상 '아버지'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지금 나를 협박하는 건가?" 강도평이 눈을 가늘게 뜬 채 그녀를 겁주었다."드림 메이커 그룹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강민이 그의 주름살 가득한 얼굴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드림 메이커 그룹은 진아연이 만든 거예요. 지금 B국에서 당신의 세력이 진아연보다 더 클 거라고 착각하지 마세요. 적을 과소평가하면, 오히려 죽음을 더 앞당길 뿐이에요! 왕은지가 죽은 것도 당연하죠. 왕은지는 진아연의 손에 죽었어요. 왕은지가 사망한 날이 마침 진아연 어머니의 기일이었거든요."강도평은 이 일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강민의 말을 집중해서 들었다."지금 박시준은 당신 손에 있죠. 박시준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신 행동
공항에서 많은 에너지를 쏟은 탓에, 지금 그녀는 온몸이 으스스하고 기운이 없었다. 머리도 핑 도는 듯했다.그녀는 자신이 죽는 한이 있어도, 하루빨리 박시준을 구해내고 싶었다.하지만 증거도 없고, 박시준이 있는 곳도 알지 못하니, 그녀는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그녀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휴대폰 벨 소리에 그녀는 정신이 확 깨었다.그녀가 더듬더듬 휴대폰을 집어 들어, 전화를 받았다."진아연, 우리 형이 휘두른 칼에 찔렸다는 소식 들었어. 괜찮아? 아버지가 부르셔서 저녁에 본가에 갔다가, 이제야 집에 돌아오는 길이야." 강훈은 내내 진아연에게 전화해 안부를 묻고 싶었지만, 본가에서는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너희 형이 나를 찔렀다기보단, 너희 아버지가 나를 죽이려고 했다고 하는 게 맞지." 진아연의 목소리가 차가웠다."그래, 나도 알아. 오늘 조명주 씨와 대화를 나눴는데, 나더러 농담조로 강민을 조심하라고 하더라. 강민이 똑똑하고 유능하다며, 아버지가 강민을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신다고 말이야... 난 이해가 안 돼. 도대체 강민이 어떻게 아버지의 마음을 사로잡은 거지? 넌 나보다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게 더 많겠지?" 강훈이 물었다.진아연은 감정이 조금 격해져, 실수로 무음 버튼을 눌렀다."내가 그 여자에 대해 좀 알긴 하지! 그 여자는 야심 찬 데다, 음흉하고 악랄한 사람이야! 그 여자는 시준 씨를 유혹하는 걸 실패하자, 킬러를 고용했어! 게다가 나까지 죽이고 진명 그룹을 차지해, 진명 그룹의 대표 자리에 앉으려고 했지! 나와 시준 씨가 Y국에서 죽을 뻔한 게, 다 그 여자가 꾸민 짓이었던 거야!"여기까지 말하자, 진아연은 상처 부위에서 다시 찢어질 듯한 심한 고통이 느껴졌다.방금 말을 할 때 너무 힘을 준 탓에, 상처 부위에 압력이 가해진 것이다.그녀가 말을 멈추고 고통스러운 숨을 내쉬었다."진아연... 왜 대답이 없어? 내가 쉬는 걸 방해한 거야? 지금 시간이 좀 늦긴 했지. 내가 내일 찾아갈게, 만나
강훈이 진아연의 울음소리를 뚜렷하게 들을 수 있듯, 진아연 역시 강훈의 말이 잘 들릴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그녀의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스러운 울부짖음을 그저 들어주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그녀는 한참을 울고 난 뒤에야 통화가 계속 켜져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가 다급히 말했다: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지..."이 말을 끝으로 그녀가 전화를 끊었다.끊어진 전화 통화를 바라보며, 강훈은 머리가 아팠다.방금 진아연이 한 말에서, 그녀가 예전에 박시준을 오해했었고, 그 사실을 오늘 밤에야 알아차렸다는 걸 헤아리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박시준이 그녀의 곁에 있었다면, 그녀는 분명 박시준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그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하지만 박시준을 찾지 못하고 있는 지금, 그녀는 오해가 풀릴수록 죄책감만 더해질 뿐이었다.마이크는 진아연의 방문 앞에 서서 서성이다가 어두운 표정으로 한이의 방문을 두드렸다.그들이 공항으로 떠날 때, 한이도 자기 방에서 나왔었다.하지만 한이는 그들과 함께 공항에 가지 않았다.마이크는 분명 한이가 아직 자고 있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방문을 열자, 한이는 역시 깨어 있었다."너희 엄마가 방에서 혼자 울고 있어." 마이크가 한이 곁으로 걸어가 힘없이 말했다. "박시준에 대한 감정이 저렇게 깊은 줄은 몰랐어. 박시준이 사고를 당하기 전까진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거든."박시준이 사고를 당하기 전, 진아연은 박시준에게 시종일관 단호한 태도를 유지했다."이해가 안 돼요." 한이가 울적한 목소리로 말했다."넌 당연히 이해가 안 되겠지. 넌 여자애들과 대화를 해본 적도 없잖아?" 마이크가 침대 옆에 앉아 한이를 놀리며 말했다. "한번 상상해 봐. 엄마가 다치기라도 할까 봐 겁나지? 평생 엄마랑 함께 지내고 싶지? 그런데 나중에 너한테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면, 넌 그 사람도 지켜주고 싶을 거야. 그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고 싶어질 테고.""오글거려요."
"잠이 안 오시면 인터넷에 업로드된 영상들을 전부 삭제해 주세요. 내일 일어났는데, 엄마가 신문 헤드라인에 나타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네요.""그래. 지금 바로 처리할게."강민이 강씨 저택에서 나올 즘, 이미 새벽 1시가 되었고강도평은 그녀에게 하루 묵고 떠나라고 말했지만, 강민은 바로 거절했다.강민은 원래부터 강도평이 싫었지만 강도평이 곧 조명주와 결혼한다는 소식에 더욱 싫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강도평의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싫은 티를 낼 수 없었다.만약 어쩔 수 없이 한 지붕 아래 살게 된다면 강민은 아마 미쳐버릴 것이다.그녀는 강도평에게 사람을 보내 B국 자기 집까지 호송을 부탁했고집에 도착했을 즘, 거의 새벽 2시가 되었지만전혀 졸리지 않았다.이때 엄마가 갑자기 그녀에게 연달아 메시지를 보내 상황을 물었고이에 강민은 바로 엄마에게 연락했다."엄마, 강도평 씨는는 그냥 진명 그룹을 원할 뿐이고 딸인 저는 안중에도 없어요." 강민은 얘기할수록 화가 나는지 언성을 높였다. "그 사람한테 저는 그냥 이익을 취할 수 있는 도구일 뿐이에요. 이제 73세인데, 왜 아직도 이익만 추구하는 걸까요? 왜 가족에게 신경도 쓰지 않냐고요?"이는 강민이 강도평을 만나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73세 노인은 어찌 보면 인생 반을 넘게 살았다고 볼 수 있지만 왜 그한테서 한 톨의 진심과 자비조차 보이지 않을까?"강민아, 엄마는 30년 전에 그와 만난 후로 더는 만난 적이 없어." 강민의 어머니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강도평 씨는 호색한이지만, 이는 남에게 말 못 할 병 때문에 그러는 거야. 엄마가 전에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이런 사람들은 보통 정서적으로 비뚤어진 사람이야.""네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지 않았다면, 나 또한 절대 너를 그 사람한테 보내지 않았을 거야. 솔직히 엄마도 강도평 씨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엄마, 방금 말 못 할 병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것 때문에 아이를 적게 낳은
사실 진아연도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머릿속에 박시준과 함께 했던 나날들이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괴로웠고마치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듯 만약 마이크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그녀는 아마 계속 슬픈 추억을 되살리며 멍하니 있었을 것이다."그래도 우리 한이 형이 실력이 대단하다니까. 난 조명주 씨를 조사할 생각도 없었는데, 한이 형이 갑자기 이상한 부분을 캐치했다니까." 흥분한 마이크는 진아연의 침대 옆에 앉아 말을 이었다. "강도평 씨와 조명주 씨가 어떤 사이인 줄 알아?"진아연: "강도평 씨는 두 사람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했어.""조명주 씨가 강도평 씨의 투자로 회사를 세웠는데 말이야. 이상한 건, 회사가 돈을 벌기는커녕 매년 엄청난 돈을 쓰고 있거든. 그런데 강도평 씨가 조명주 씨에게 매년 빠짐없이 돈을 바치는 이유가 뭔지 알아? 너도 알다시피 강도평 씨는 아주 현실적인 사람이잖아. 자기 친자식한테도 인색한 양반이 왜 다른 연자한테 이리 잘해주는지 이상하지 않아?"진아연은 그의 말을 끊지 않고 진지한 모습으로 바라봤다."우리 한이 형이 그 회사를 조사했는데, 주로 의학 연구를 진행하는 회사였어.""의학 연구? 어떤 분야의 연구야?" 진아연은 마이크가 말을 하지 않자 바로 그에게 물었지만마이크는 고개를 저으면서 답했다. "아직 몰라. 하지만 네트워크 보안에 공을 엄청 들였는지 한이 형이 아무리 애를 써도 뚫을 수가 없었어. 꽤 신비로운 회사라고 생각하지 않아? 아무래도 단순한 회사는 아니라고 생각해."진아연은 마이크의 분석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강도평 씨가 조명주 씨를 매우 존경하는 것 같았어. 겉으로는 조명주 씨가 강도평 씨의 돈을 쓰는 것 같지만, 왠지 강도평 씨가 조명주 씨한테 도움을 청하고 있는 듯 해. 그러니까 조명주 씨의 회사는 분명 어떤 문제가 있을 거야!""그래. 한이 형과 나도 똑같은 생각이야." 마이크는 계속해 자기의 추측을 말했다. "그리고 강도평 씨는 여자를 좋아하지 남자를 좋아하지 않잖아. 그러니까 박시준
마이크는 그녀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래서 두 사람 무음 버튼 잘못 눌러서 그렇게 큰 오해를 일으켜 서로 3년 동안 미워했던 거야? 물론 이보다 더 비참한 건, 네가 진명 그룹을 포기한 이유로 박시준 씨가 진명 그룹을 강민 씨에게 줬다는 사실이지만, 두 사람 자칫하면 강민 씨 때문에 죽을 뻔했잖아! 진짜 대단하다! 사람들이 사실을 알게 되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할 거 같은데?!"마이크는 너무 심하게 말하지 않았나 싶어서 다시 말을 이었다. "물론 다 지난 일들이야. 더는 그런 일로 울지 않아도 돼. 그래도 오해를 풀고 두 사람 화해했잖아? 그게 무슨 뜻이겠어? 앞으로 두 사람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곤경에 처해도 절대 헤어지지 않을 거라는 뜻이야."진아연은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옷장에서 옷을 꺼내 화장실로 들어갔다.마이크는 그녀가 대답이 없자 방에서 나와 거실로 향했고 밖에 웬 사람들이 서 있는 걸 보자밖으로 향했고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바로 강훈이었다.다만 경호원은 강훈이 들어오지 못하고 문을 막고 있었다."그냥 들여보내세요." 이때 마이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다만 다른 분들은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경호원은 마이크의 말에 바로 문을 열어줬고강훈은 마이크를 보자 바로 부탁했다. "죄송한데 선물들 좀 들어주실래요? 저 혼자는 무리인 것 같아서 말이죠.""이런 것들은 왜 들고 왔어요?" 마이크는 바닥에 놓인 선물들을 보며 싫은 티를 팍팍 냈다."어제 제 큰 형 때문에 진아연 씨가 다쳤잖아요? 그래서 아빠가 진아연 씨한테 너무 미안해서 저를 보냈죠." 강훈은 말하면서 마당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진아연 씨는요? 괜찮으신 거죠?""어제 공항에서 당신 누나인 강민 씨를 죽이려 했는데, 몰랐어요?" 마이크는 차가운 표정으로 답했다. "진아연은 괜찮아요. 그리고 이런 물건들은 필요 없으니까 다시 가져가세요.""무사하다니 다행이에요. 그런데 어제 연락할 때 계속 울어서 저도 그 때문에 밤새 자지 못했어요." 강훈은 걱정
"마이크, 너 자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 진아연은 두 사람이 서로 얼굴을 붉히는 모습에 바로 나서서 마이크를 말렸다. "일단 가서 쉬고 있어! 나 오늘 집에 있을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알았어. 확실히 졸리긴 해." 마이크는 말하면서 다시 기성이에게 다가가 지시했다. "거실에 있어요. 누가 자리를 비켜달라고 해도 여기에 있어요. 아니면 강훈 씨만 따라다니면서 지켜봐 주세요."이에 기성이는 우렁찬 목소리로 답했다. "알겠습니다!"마음이 놓인 마이크는 방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고 기성이는 거실에 서서 강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이에 강훈은 몹시 불편했지만, 이대로 떠날 생각은 없었다.강훈이 소파에 앉자 가정부가 다가와 그한테 뭘 마시고 싶은지 물었다."저는 물 한 컵이면 됩니다." 강훈은 고개를 돌려 진아연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어제 밤새 자지 않았죠? 얼굴이 하얗고 눈도 충혈됐네요. 왠지 좀 무서운데요."진아연은 그의 말에 맞장구칠 생각 없었고가정부는 강훈에게 물컵을 가져다주면서 진아연의 아침도 함께 가져왔다.진아연은 우유를 한 모금 마시면서 바로 강훈에게 물었다."어제 저한테 강민에 관한 일들을 물어보셨잖아요? 혹시 당신 아버지께서 강씨 집안의 재산을 두 사람한테 물려줄 생각이에요?"강훈은 진아연의 말에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저히 짐작할 수 없어서 말이죠. 그런데 어젯밤 강민 씨를 데리러 공항까지 직접 가셨어요. 솔직히 자식들 중에서 이런 대우를 받은 사람은 지금까지 없었어요.""사실 어젯밤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특수 상황이죠. 당신 아버지가 마중 나오지 않았다면 제가 강민 씨를 잡았을 겁니다." 진아연은 컵을 내려놓고 빵을 먹으면서 말을 이었다."네...""그녀 때문에 저와 박시준 씨가 Y국에서 사고를 당했던 거예요.""그건 들었어요. 사실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성격은 강도평 씨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녀에 관한 소식들을 접했었는데, 모두 그녀와 박시준 씨가 함께 있었을 때의
물론 박시준이 납치된 사건과 관련이 없는 듯해 보였지만, 진아연은 이를 통해 강도평이 어떤 사람인지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절반은 맞았어요. 아무 이유 없이 죽어버린 아이들은 아버지의 친자식이 아니에요. DNA 검사가 얼마나 쉬운데 이런 일을 아버지를 속일 수 있겠어요? 그래서 저는 아버지의 허락으로 아이들이 태어난 거라 생각합니다. 아마 태어난 아이들을 마치 동물을 키운다는 마음으로 키우지 않았을까 싶어요!"진아연은 그의 말에 할 말이 없었다."다만 지금 제가 확신한 건, 저와 큰 형은 친자식이고 강민 씨 또한 그의 친자식이라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강민 씨를 위해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나서지 않았을 거예요. 그리고 아버지의 건강은 당신이 생각한 것처럼 그리 좋지 않아요. 그렇지 않았다면 조명주 씨한테 의지하지 않았을 겁니다." 강훈은 계속 말을 이었고진아연은 강훈이 먼저 조명주에 대해 언급할 줄 몰랐다."당신 아버지가 조명주 씨에게 투자해 회사를 세웠잖아요. 어떤 회사죠?" 진아연은 바짝 긴장한 모습으로 그에게 물었다. "강훈 씨, 당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전부 저한테 알려줘요.""당신한테 알려주면 저한테 이득이 되는 점이라도 있을까요?" 강훈은 그녀의 말에 협상을 시도했고이에 진아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아연 씨, 사실 저도 알고 있는 게 많지 않아요." 강훈은 진지하게 고민하는 그녀의 모습에 웃으면서 얘기했다. "그러니까 그냥 알려드릴게요.""그럼 빨리 말하세요!""괜히 제가 알려줘서 당신이 사고 칠까 봐 걱정이네요." 강훈은 난처한 모습을 보이면서 말을 이었다. "사실 어젯밤 공항에서 강민 씨를 죽이려는 행동은 너무 극단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당신한테 말할 얘기 또한 제 추측일 뿐이라는 점 알아주세요. 아직 증거도 없어서 확실하지 않아요...""말해요! 절대 흥분하지 않을게요!" 진아연은 숨을 고르고 최대한 침착한 모습을 보이려 했다."가까이 와봐요." 강훈은 기성이를 힐끗 보더니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