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지나지 않아 배태준이 사무실에서 나왔다. 어두운 얼굴에 차가운 아우라가 뿜어 나왔다.“배 대표님, 소장이 뭐라고 그러세요?” 두 경호원이 배태준의 앞에 다가가 물었다.“어제 시준이와 진아연 씨가 온 적이 있대. 오전에 여 죄수 한 명을 만나보더니 오후엔 그 범인을 아예 데려갔대.” 배태준은 소장에게서 들은 정보를 그들에게 말해주었다. “어제 오후에 여자 범인을 데려간 후 지금까지 안 돌아왔고 소장도 시준이랑 연락이 안 된대.”“셋이서 같이 실종됐다는 말이에요?” 박시준의 경호원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불가사의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래요?”“그들이 떠나간 후 대체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아무도 몰라. 소장에게 어제 그들이 타고 온 차의 번호판을 알아보라고 했어. 일단 그 차부터 찾아내고 다시 얘기해.” 배태준이 말했다. “당신들은 호텔로 돌아가 있어. 여기엔 당신들이 필요 없어.”“우린 호텔에 돌아가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배 대표님, 저희도 함께 가게 해주세요.” 박시준의 경호원은 심장이 칼로 찌른 것처럼 아팠다. 박시준의 소식을 듣기 전에는 잠도 제대로 잘 수없고 음식도 먹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마음이 불안하기만 했다.“호텔로 돌아가서 기다려야지. 호텔로 돌아간 거면 어떻게 해?” 배태준이 말했다. “당신들은 그 스위트룸에 가서 기다려!”“아, 알았어요!”두 경호원은 구치소를 떠났다.약 30분 후 배태준은 어제 오후에 진아연과 박시준이 운전한 차의 번호판을 알 수 있었다.차는 그들이 머문 호텔의 차였는데 고객에게 빌려주는 전용차량이었다.배태준은 차량 정보를 얻어낸 후 곧 호텔 측에 연락해 박시준과 진아연이 이 차량을 임대한 것이 맞는지 확인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호텔 측에서 결과를 보내왔다. “이 차량은 박 대표님이 임대한 것이 확실한데 아직 안 돌아오셨어요.”“그 차에 위치 GPS시스템 있어요? 지금 연락이 안 돼서 그러는데 차를 찾으면 그 사람 행방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요.”“박시준 씨가 임대한
”아니요, 저도 어젯밤에야 그들이 Y국에 왔다는 걸 알았어요.” 배태준이 하품을 하며 말했다. “시체 구덩이는 좀 멀리 떨어진 외곽에 있는데 거기에서 일하는 직원의 말에 의하면 두 사람의 경호원이 어제 거기에 종일 있었대요. 하지만 시준이와 진아연 씨가 갔다는 말은 하지 않았어요.”조지운은 우울해졌다. “배 대표님, 우리 대표님과 진아연 씨를 해코지할 만한 사람이 있어요?”“정말 짐작이 안 가요. 어젯밤 밤새 생각해 봤어요. 둘째 형과 넷째한테도 전화했는데 모두 놀라더라고요. 시준이는 나랑 사이가 가장 좋긴 하지만 내 친구들하고도 사이가 좋아요. 그 둘은 지금 Y국에 없지만 시준이한테 일이 생겼다는 말을 들은 후 도울 일이 있으면 말하라고 했어요.”배태준이 조지운에게 말했다.누군가 감히 여기에서 박시준을 해코지할 수 있다면 그건 둘째랑 넷째일 것이다.하지만 사실은 두 사람이 박시준을 해코지할 이유가 없었다.“여 죄수 한 명도 함께 실종됐다고 하던데 여 죄수도 못 찾은 거예요?” 조지운은 비행기에서 내려 휴대폰을 켜고 마이크가 보낸 문자를 보았다.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실종된 사람이 박시준과 진아연이 아니었다면 조지운은 이 사건이 납치 사건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여 죄수 한 명이 어떻게 박시준과 진아연을 납치한단 말인가?“아니요, 무슨 음모가 있는 게 분명해요.” 배태준이 말했다. “시준이는 진아연과 함께 있어요. 여 죄수의 뒤에 다른 세력이 있는 게 아니라면 세 사람이 함께 실종됐을 리가 없어요. 그들이 임대한 차량은 기차역 부근에서 찾았는데 그 차량의 콘솔이 파괴되었대요. 시준이와 아연 씨 짓일리가 없잖아요. 예감이 별로 안 좋아요.”조지운은 그 소식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만약 소파에 앉아 있는 게 아니었더라면 아마 제대로 서있지도 못했을 것이다.배태준과 얘기를 마친 조지운은 마이크에게 전화를 했다.“지운 씨, 그쪽 상황은 어때요?” 마이크는 밤새 눈을 붙이지 못했다.라엘이와 지성이를 지켜줘야 하지만 않았더라면 마이
“날 찾아오는 게 아니면 누굴 찾아간단 말이에요? 한이가 날 찾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한이를 찾아야 해요. 걔 혼자 마음대로 나다니게 할 순 없잖아요... 한이한테까지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요?” 그런 생각에 조지운은 미쳐버릴 것 같았다.“한이를 만나면 알게 될 거예요.” 마이크가 말했다. ”일단 호텔에 가서 좀 쉬고 있어요. 배태준이 조사해 내지 못하는 걸 당신이 조급해한다고 해도 방법이 없어요.”“짜증 나게 잠이 안 와요!”“잠이 안 와도 자요. 한이가 도착하면 전화해 줄게요.”“네!“조지운은 박시준의 경호원에게 연락한 후 그들이 머물고 있는 호텔로 찾아갔다.스위트룸을 본 조지운은 마음이 우울해졌다.“조 비서님. 우리랑 함께 스위트룸에 묵읍시다.” 경호원이 요청했다. “배 대표님께서 조사한다고 하니 우린 여기서 결과를 기다리면 돼요.”조지운은 경호원을 흘겨보았다. “이런 말까진 안 하려 했는데 두 사람 왜 이렇게 바보 같은 일을 저지른 거야? 차라리 개를 한 마리를 데려왔어도 사람을 잃어버리진 않았을 거라고.”경호원들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조 비서님, 누군가 뒤에서 조종하는 것 같아요!” 박시준의 경호원은 한동안 침묵하다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매일 방을 살폈거든요. 문 앞에 ‘방해하지 마세요!’ 라는 팻말이 걸려있더라고요. 그런데 그 팻말이 두 사람이 걸어놓은 게 아니에요.”“감시 카메라는 돌려봤어?” 조지운이 화를 냈다.“조사했어요. 청소부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 걸어놓았어요. 호텔에 있는 청소부를 다 조사해 봤는데 아무도 알지 못하더라고요.” 경호원이 말했다. “Y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표적이 된 것 같아요.”경호원의 말을 들은 조지운은 마음이 무거워졌다.그는 스위트룸의 마지막 빈 방에 들어가 휴식했다. 몇 시간 후에 휴대폰 벨 소리에 그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한이가 도착했어요.” 마이크가 입을 열었다. “전화해 봐요.”“알았어요.” 조지운은 머리가 많이 아팠다.전화를 끊은 그는
배태준은 깜짝 놀랐다. “가 보자.”“기지국을 건설하겠다고 먼저 약속해 줘요.” 한이는 그 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도심엔 아마 안될 거야. 너무 눈에 띄니 내 능력 밖의 사람까지 건드릴 수 있어. 이 삼촌이 능력이 좀 있긴 해도 뭐든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 배태준이 말했다. “조금 외딴곳이라도 괜찮아?”“괜찮아요.” 한이가 말하고 나서 걸어 나갔다.배태준이 그의 뒤를 따라나섰다.한이는 분명 열 살 남짓한 아이인데 배태준은 마치 자신이 한이의 부하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배태준은 한이에게 차에 타라고 한 후 장소를 찾으려 했다.“한이야, 엄마 휴대폰에 칩이 있다고 했지? 그게 무슨 칩이야?”“위치 추적 칩이에요.”“아, 네가 산 거야? B국에서 새로 출시된 거야? 나도 휴대폰에 위치 추적 시스템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어. 하지만 휴대폰을 끄고 나면 위치 추적이 안된대.” 배태준은 이 위치 추적 칩에 대해 관심이 아주 많았다.“산 게 아니에요. 엄마 휴대폰에 있는 칩은 휴대폰을 꺼놓아도 추척할 수 있어요. 문제는 기지국이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B국엔 그런 기지국이 있는데 여기엔 없어요.” 한이의 대답에 배태준은 알 둥 말 둥한 느낌이었다.“그 위치 추적 시스템이 일반 위치 추적 시스템이랑 다르단 말이지?”“네.“ 한이는 이 문제에 대해 계속 대답하고 싶지 않아 휴대폰을 꺼내 조지운의 전화를 받았다.“한이야. 전화를 여러 번 했는데 다 안 받으면 어떻게 해. 걱정했잖아!” 조지운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금 어디야? 데리러 갈게.”“배태준 삼촌이랑 함께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한이가 차분하게 대답했다.“배태준 삼촌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지만 넌 나랑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조지운은 배태준에 대해 안심할 수 없었고 그가 있는 곳은 위험한 것 같았다. “그리고 너 큰 삼촌이라고 불러야 해. 배태준은 네 아빠보다 나이가 많아.”“지운 아저씨, 나 지금 해야 할 일이 있어 그러는데 일을 다 마치고
차량 뒤로 다른 차량 한 대가 뒤따르고 있었다.배태준이 뒤돌아 보니 검은색 차량이었다.“이렇게 어린 나이에 일을 참 똑 부러지게 하는구나.” 배태준이 칭찬했다. “앞으로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해. 내가 오늘 사람을 보내 시체 구덩이를 조사해 봤는데 네 엄마 아빠가 요즘 그곳에 간 적이 없대.”“네.“배태준은 한이에게 기지국의 위치까지 데려다준 후 옆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았다.한이는 사람을 적지 않게 데려왔는데 이 사람들은 공수해온 각종 장비와 자재를 운반하고 기지국을 건설하기 시작했다.모든 일은 바쁘면서도 질서정연하게 진행되고 있었다.그로 한이는 옆에서... 감독하고 있었다.배태준은 자신이 한이를 너무 애 취급했다는 생각이 들어 감히 다가가 말을 걸지 못했다.자신이 하려는 말이 결국 한이에겐 쓸데없는 말이 될 테니 말이다.한이는 기지국 건설과 진아연의 행방을 찾는데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배태준은 밖에서 햇볕에 땀을 뻘뻘 흘리다가 차에 돌아가 기사에게 집으로 운전하라고 했다.돌아가는 길에 배태준은 더는 참지 못하고 조지운에게 전화를 걸었다.“배 대표님, 방금 한이한테 전화를 걸었더니 대표님한테 갔다고 하더라고요...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조지운이 미안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제가 조금 있다가 데리러 갈게요.”“왜 데려가려는 거예요? 따라가지 않으려 할 거예요.” 배태준이 나지막하게 웃었다. “많은 사람을 데리고 왔던데 지금 뭐 하고 있는지 아세요?”“네? 많은 사람을 데려왔다고요?” 조지운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마이크가 그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주소를 보내줄 테니 직접 가서 보세요.” 배태준은 말을 마치고 나서 기지국의 주소를 조지운에게 보내줬다.주소를 받은 조지운은 곧 경호원과 함께 그리로 떠났고,목적지에 도착한 조지운은 한이를 보았다.조지운은 콧등까지 내려온 안경을 밀며 한이를 찾아가는 대신 휴대폰을 꺼내 이 장면을 찍어 마이크에게 보내고마이크가 답장하기 전에 그는 영상통화를 걸었다.
A국.진명 그룹.강민은 요즘 Y국의 뉴스에 주목하고 있었다.다만 인터넷에는 그녀가 알고 싶어 하는 기사가 올라오지 않았다.사실 이 일은 별로 다른 결론이 있을 수 없었다.박시준과 진아연은 교외에 있는 낡은 주택의 지하실에 갇혔다.그녀는 거기에 신호 방해 기기를 설치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지하실에서 아무리 소리 질러도 아무도 구해줄 수 없었다.출구 하나는 막혀버렸고 나머지는 막아버렸으니 두 사람은 죽음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날짜를 세어보니 오늘이 박시준과 진아연이 지하실에 갇힌 지 4일째 되는 날이었다.사람이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4일을 살수 있을까?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박시준은 몸이 건장하니 안 죽을 수도 있겠지만 진아연은 그에 비해 훨씬 약해 보였다.진아연은 아마 죽었을 것이다.진아연이 죽었을 거라는 생각에 강민은 기분이 좋아졌다.진명 그룹이 이름을 바꿀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이미 무슨 이름으로 바꿔야 할지 생각해뒀다.때가 되면 회사 이름을 ‘강민 그룹’으로 바꿀 것이다.“강 대표님, 무슨 생각을 하는데 그렇게 웃어요?” 비서가 노크하고 들어오다가 강민의 환한 미소를 보고 따라서 웃었다. “ST 그룹의 부대표가 지나가가다가 계약서를 가져왔다고 해요.”강민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들어오라고 해!”양 부대표는 밖에 있다가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곧 문을 열고 걸어들어갔다.“강민 씨,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일을 방해한 건 아니죠?” 양 부대표가 손에 계약서를 들고 책상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마침 지나가던 길에 계약서를 가져왔어요.”“아무리 바빠도 양 대표님을 만날 시간은 있어요.” 강민은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귓등으로 넘기며 말했다. ”양 대표님, 커피 마실래요? 아니면 차 마실래요? 급한 일 없으시면 얘기 좀 하시죠.”“그래요. 오늘 별로 안 바빠요.” 양 부대표는 대답하고 나서 강민의 비서에게 말했다. “무슨 차가 있어요?”“여러가지 차가 있긴 한데 며칠 전에 품질이 좋은 녹차가 들어왔어
“그냥 물어본 거예요. 강민 씨 성격을 제가 잘 알고 있잖아요. 강민 씨가 마음먹은 일에 대해 다른 사람의 설득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아요.” 양 부대표는 말하다가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차피 하다가 그만둔다고 해도 지금 상황을 유지할 수 있을 거예요. 시준 씨가 강민 씨를 자르기야 하겠어요?”“그건 모르는 일이에요. 나한테 목표를 만들어줬다는 건 사실 내가 어려움을 느끼고 물러서길 바라서였어요. 하지만 나라는 사람은 고집이 심하고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걸 좋아하죠. 나중에 실패한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강민 씨, 전 강민 씨의 이런 불굴의 정신이 참 좋아요.”“양 대표님, 저도 대표님을 존경해요. 제가 보기엔 양 대표님의 능력이 박시준에 비해 절대 뒤떨어지시지 않는 걸요.”“그런 말을 하지 말아요. 전 시준 씨와 비교조차 할 수 없어요.” 양 대표는 아연실색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강민 씨, 이런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에요.”“양 대표님, 여긴 내 사무실이에요. 두려워하지 말아요. 제가 감히 그런 말을 한다는 건 밖으로 샐 염려가 없다는 말이에요.” 강민이 말할 때 비서가 차를 들고 들어왔다.강민은 차를 받아들고 비서에게 나가보라고 했다.사무실 문이 다시 닫혔고 양 부대표가 강민을 바라보며 물었다.“시준 씨가 진아연과 다시 합쳐서 시준 씨에게 불만이 많으신 거예요?”강민은 손에 든 찻잔을 바라보며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양 대표님, 절 너무 과소평가하시네요. 박시준의 마음에 제가 없었던 부분은 조금 실망스럽긴 하지만 그렇다고 눈이 돌아갈 정도는 아니에요.” 강민이 냉정하게 말했다. “인생에는 사랑과 혼인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이 많아요. 맞는 사람을 만나 결혼할 수 없다면 의지가 같은 사람을 만나 친구가 되는 것도 아주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그래요?”“양 대표님, 떠도는 소문을 들으셨는지 모르겠어요.” 강민은 차를 따라서 첫 잔을 양 대표에게 건넸다.“무슨 소
다음날.성빈이 Y국에 도착했다.양 부대표가 그에게 박시준에게 사고가 났다고 말한 후 그는 안절부절못하다가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아보려고 왔다.조지운은 성빈을 데리고 한이가 건설하고 있는 기지국 현장으로 갔다.성빈은 아직 완성되지 못한 기지국을 바라보며 콧등까지 흘러내린 안경을 올리밀었다.“위치 추적 칩? 그래서 해당 기지국을 건설한다고?”조지운: “나도 그게 궁금해요. 그래서 어젯밤 한이에게 물었더니 시장에서 팔고 있는 그런 위치 추적 시스템이 아니래요. 한이가 직접 개발한 거라더군요.”성빈: “한이가 학교 다니고 있는 거 아니었어?”“학교 다녀도 자유시간이 있잖아요. 어쨌거나 위치 추적 시스템은 여러 차례 암호를 걸어서 기지국만 잘 건설하면 신호를 잡을 수 있대요. B국에선 한이의 위치 추적 시스템을 쓰는 사람이 있다더군요.” 조지운이 말했다. “어젯밤 12시까지 일하는 걸 내가 억지로 쉬라고 데려갔어요. 오늘 아침 날이 밝기도 전에 또 왔더라고...”성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렇게 큰일이 생겼는데 왜 내게 알리지 않은 거야?”“성빈 형, 지금 연애 중 아니에요? 그리고 아연 씨와 대표님이 어떻게 된 일인지 알려진 것도 아닌데 형에게 알려도 걱정하게만 할 뿐 아무런 소용도 없잖아요.” 조지운이 말했다. “사실 난 대표님이 살해 당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매일 밤 꿈에서 대표님이 보이거든요, 꿈에서 나한테 진아연 씨와 함께 놀러 갔다고 했어요.”조지운이 그 꿈을 말해주지 않았다면 성빈 역시 박시준에게 사고가 난 사실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가 꿈 얘기를 하니 성빈은 당황스러웠다.기지국 건설 3일째, 하늘에서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배태준이 아침을 먹고 달려왔다.오늘 기지국이 완성된 다는 말을 들은 배태준은 기지국이 건설된 후 한이가 정말 진아연의 행방을 찾아낼 수 있을지 궁금했다.배태준 외 성빈과 조지운도 아침 일찍 현장에 도착했다.사실 지난 이틀 동안 두 사람은 줄곧 현장을 지켜왔다.이해할 수 없고 도움도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