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원들은 부들부들 떨었다.박시준과 진아연이 안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낼 줄 알았는데 실종됐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두 사람이 실종된 줄 알았더라면 두 경호원은 긴장했을 것이다. 시체 구덩이 따윈 생각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곳에 가서 하루 동안 무료로 일꾼이 되는 일 따윈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잠시 후, 마이크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경호원은 박시준과 진아연이 실종된 소식을 그에게 알려주었다.“우린 지금 배 대표님과 함께 행방을 찾는 중이에요. 대표님과 진아연 씨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저도 돌아가지 못해요.”그 말을 들은 마이크가 전화를 끊었다.진아연이 실종됐다!그녀가 Y국에 가자마자 실종되었다. 그것도 박시준과 함께 실종되었으니 황당하기 그지없었다.“무슨 상황이에요?” 마이크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 것을 본 조지운이 그를 구석으로 데리고 가서 물었다.“두 사람이 실종됐대요. 박시준의 경호원이 그랬어요.” 마이크가 심호흡을 하고 나서 말을 이었다. “ “안되겠어요. 가봐야겠어요.”“대표님이 진아연 씨와 함께 실종됐대요?!” 조지운은 식은땀이 흘렀다. “젠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간 지 겨우 이틀이지 않아요? 이틀 됐죠?”“이틀 반 됐어요.” 마이크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지금 당장 Y국에 가야겠어요. 당신은 여기서 애나 봐요.”“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당신이 집에서 애를 봐요. 내가 Y국에 갈 거예요.” 조지운이 그에게 반박했다. “애가 당신이랑 더 친하잖아요. 그리고 전 배태준과 얘기도 나눌 수 있어요.”“그럼 지금 당장 가요.” 마이크는 일이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났고, 또 의외라 생각해 두 사람에게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것이 아닌지 걱정했다.“좋아요.” 조지운은 휴대폰을 꺼내고 비행기 표를 예약하려 했다.“여기서 Y국으로 향하는 항공편이 아주 적어요. 비행기를 전세 내서 날아갈 거예요.” 마이크가 주소록을 꺼내 번호를 찾아냈다.비행기를 전세 낸 후 마이크는 조지운을 데려다 주려 했다.한이도 돌아왔고 라
얼마 지나지 않아 배태준이 사무실에서 나왔다. 어두운 얼굴에 차가운 아우라가 뿜어 나왔다.“배 대표님, 소장이 뭐라고 그러세요?” 두 경호원이 배태준의 앞에 다가가 물었다.“어제 시준이와 진아연 씨가 온 적이 있대. 오전에 여 죄수 한 명을 만나보더니 오후엔 그 범인을 아예 데려갔대.” 배태준은 소장에게서 들은 정보를 그들에게 말해주었다. “어제 오후에 여자 범인을 데려간 후 지금까지 안 돌아왔고 소장도 시준이랑 연락이 안 된대.”“셋이서 같이 실종됐다는 말이에요?” 박시준의 경호원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불가사의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래요?”“그들이 떠나간 후 대체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아무도 몰라. 소장에게 어제 그들이 타고 온 차의 번호판을 알아보라고 했어. 일단 그 차부터 찾아내고 다시 얘기해.” 배태준이 말했다. “당신들은 호텔로 돌아가 있어. 여기엔 당신들이 필요 없어.”“우린 호텔에 돌아가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배 대표님, 저희도 함께 가게 해주세요.” 박시준의 경호원은 심장이 칼로 찌른 것처럼 아팠다. 박시준의 소식을 듣기 전에는 잠도 제대로 잘 수없고 음식도 먹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마음이 불안하기만 했다.“호텔로 돌아가서 기다려야지. 호텔로 돌아간 거면 어떻게 해?” 배태준이 말했다. “당신들은 그 스위트룸에 가서 기다려!”“아, 알았어요!”두 경호원은 구치소를 떠났다.약 30분 후 배태준은 어제 오후에 진아연과 박시준이 운전한 차의 번호판을 알 수 있었다.차는 그들이 머문 호텔의 차였는데 고객에게 빌려주는 전용차량이었다.배태준은 차량 정보를 얻어낸 후 곧 호텔 측에 연락해 박시준과 진아연이 이 차량을 임대한 것이 맞는지 확인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호텔 측에서 결과를 보내왔다. “이 차량은 박 대표님이 임대한 것이 확실한데 아직 안 돌아오셨어요.”“그 차에 위치 GPS시스템 있어요? 지금 연락이 안 돼서 그러는데 차를 찾으면 그 사람 행방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요.”“박시준 씨가 임대한
”아니요, 저도 어젯밤에야 그들이 Y국에 왔다는 걸 알았어요.” 배태준이 하품을 하며 말했다. “시체 구덩이는 좀 멀리 떨어진 외곽에 있는데 거기에서 일하는 직원의 말에 의하면 두 사람의 경호원이 어제 거기에 종일 있었대요. 하지만 시준이와 진아연 씨가 갔다는 말은 하지 않았어요.”조지운은 우울해졌다. “배 대표님, 우리 대표님과 진아연 씨를 해코지할 만한 사람이 있어요?”“정말 짐작이 안 가요. 어젯밤 밤새 생각해 봤어요. 둘째 형과 넷째한테도 전화했는데 모두 놀라더라고요. 시준이는 나랑 사이가 가장 좋긴 하지만 내 친구들하고도 사이가 좋아요. 그 둘은 지금 Y국에 없지만 시준이한테 일이 생겼다는 말을 들은 후 도울 일이 있으면 말하라고 했어요.”배태준이 조지운에게 말했다.누군가 감히 여기에서 박시준을 해코지할 수 있다면 그건 둘째랑 넷째일 것이다.하지만 사실은 두 사람이 박시준을 해코지할 이유가 없었다.“여 죄수 한 명도 함께 실종됐다고 하던데 여 죄수도 못 찾은 거예요?” 조지운은 비행기에서 내려 휴대폰을 켜고 마이크가 보낸 문자를 보았다.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실종된 사람이 박시준과 진아연이 아니었다면 조지운은 이 사건이 납치 사건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여 죄수 한 명이 어떻게 박시준과 진아연을 납치한단 말인가?“아니요, 무슨 음모가 있는 게 분명해요.” 배태준이 말했다. “시준이는 진아연과 함께 있어요. 여 죄수의 뒤에 다른 세력이 있는 게 아니라면 세 사람이 함께 실종됐을 리가 없어요. 그들이 임대한 차량은 기차역 부근에서 찾았는데 그 차량의 콘솔이 파괴되었대요. 시준이와 아연 씨 짓일리가 없잖아요. 예감이 별로 안 좋아요.”조지운은 그 소식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만약 소파에 앉아 있는 게 아니었더라면 아마 제대로 서있지도 못했을 것이다.배태준과 얘기를 마친 조지운은 마이크에게 전화를 했다.“지운 씨, 그쪽 상황은 어때요?” 마이크는 밤새 눈을 붙이지 못했다.라엘이와 지성이를 지켜줘야 하지만 않았더라면 마이
“날 찾아오는 게 아니면 누굴 찾아간단 말이에요? 한이가 날 찾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한이를 찾아야 해요. 걔 혼자 마음대로 나다니게 할 순 없잖아요... 한이한테까지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요?” 그런 생각에 조지운은 미쳐버릴 것 같았다.“한이를 만나면 알게 될 거예요.” 마이크가 말했다. ”일단 호텔에 가서 좀 쉬고 있어요. 배태준이 조사해 내지 못하는 걸 당신이 조급해한다고 해도 방법이 없어요.”“짜증 나게 잠이 안 와요!”“잠이 안 와도 자요. 한이가 도착하면 전화해 줄게요.”“네!“조지운은 박시준의 경호원에게 연락한 후 그들이 머물고 있는 호텔로 찾아갔다.스위트룸을 본 조지운은 마음이 우울해졌다.“조 비서님. 우리랑 함께 스위트룸에 묵읍시다.” 경호원이 요청했다. “배 대표님께서 조사한다고 하니 우린 여기서 결과를 기다리면 돼요.”조지운은 경호원을 흘겨보았다. “이런 말까진 안 하려 했는데 두 사람 왜 이렇게 바보 같은 일을 저지른 거야? 차라리 개를 한 마리를 데려왔어도 사람을 잃어버리진 않았을 거라고.”경호원들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조 비서님, 누군가 뒤에서 조종하는 것 같아요!” 박시준의 경호원은 한동안 침묵하다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매일 방을 살폈거든요. 문 앞에 ‘방해하지 마세요!’ 라는 팻말이 걸려있더라고요. 그런데 그 팻말이 두 사람이 걸어놓은 게 아니에요.”“감시 카메라는 돌려봤어?” 조지운이 화를 냈다.“조사했어요. 청소부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 걸어놓았어요. 호텔에 있는 청소부를 다 조사해 봤는데 아무도 알지 못하더라고요.” 경호원이 말했다. “Y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표적이 된 것 같아요.”경호원의 말을 들은 조지운은 마음이 무거워졌다.그는 스위트룸의 마지막 빈 방에 들어가 휴식했다. 몇 시간 후에 휴대폰 벨 소리에 그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한이가 도착했어요.” 마이크가 입을 열었다. “전화해 봐요.”“알았어요.” 조지운은 머리가 많이 아팠다.전화를 끊은 그는
배태준은 깜짝 놀랐다. “가 보자.”“기지국을 건설하겠다고 먼저 약속해 줘요.” 한이는 그 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도심엔 아마 안될 거야. 너무 눈에 띄니 내 능력 밖의 사람까지 건드릴 수 있어. 이 삼촌이 능력이 좀 있긴 해도 뭐든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 배태준이 말했다. “조금 외딴곳이라도 괜찮아?”“괜찮아요.” 한이가 말하고 나서 걸어 나갔다.배태준이 그의 뒤를 따라나섰다.한이는 분명 열 살 남짓한 아이인데 배태준은 마치 자신이 한이의 부하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배태준은 한이에게 차에 타라고 한 후 장소를 찾으려 했다.“한이야, 엄마 휴대폰에 칩이 있다고 했지? 그게 무슨 칩이야?”“위치 추적 칩이에요.”“아, 네가 산 거야? B국에서 새로 출시된 거야? 나도 휴대폰에 위치 추적 시스템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어. 하지만 휴대폰을 끄고 나면 위치 추적이 안된대.” 배태준은 이 위치 추적 칩에 대해 관심이 아주 많았다.“산 게 아니에요. 엄마 휴대폰에 있는 칩은 휴대폰을 꺼놓아도 추척할 수 있어요. 문제는 기지국이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B국엔 그런 기지국이 있는데 여기엔 없어요.” 한이의 대답에 배태준은 알 둥 말 둥한 느낌이었다.“그 위치 추적 시스템이 일반 위치 추적 시스템이랑 다르단 말이지?”“네.“ 한이는 이 문제에 대해 계속 대답하고 싶지 않아 휴대폰을 꺼내 조지운의 전화를 받았다.“한이야. 전화를 여러 번 했는데 다 안 받으면 어떻게 해. 걱정했잖아!” 조지운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금 어디야? 데리러 갈게.”“배태준 삼촌이랑 함께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한이가 차분하게 대답했다.“배태준 삼촌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지만 넌 나랑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조지운은 배태준에 대해 안심할 수 없었고 그가 있는 곳은 위험한 것 같았다. “그리고 너 큰 삼촌이라고 불러야 해. 배태준은 네 아빠보다 나이가 많아.”“지운 아저씨, 나 지금 해야 할 일이 있어 그러는데 일을 다 마치고
차량 뒤로 다른 차량 한 대가 뒤따르고 있었다.배태준이 뒤돌아 보니 검은색 차량이었다.“이렇게 어린 나이에 일을 참 똑 부러지게 하는구나.” 배태준이 칭찬했다. “앞으로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해. 내가 오늘 사람을 보내 시체 구덩이를 조사해 봤는데 네 엄마 아빠가 요즘 그곳에 간 적이 없대.”“네.“배태준은 한이에게 기지국의 위치까지 데려다준 후 옆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았다.한이는 사람을 적지 않게 데려왔는데 이 사람들은 공수해온 각종 장비와 자재를 운반하고 기지국을 건설하기 시작했다.모든 일은 바쁘면서도 질서정연하게 진행되고 있었다.그로 한이는 옆에서... 감독하고 있었다.배태준은 자신이 한이를 너무 애 취급했다는 생각이 들어 감히 다가가 말을 걸지 못했다.자신이 하려는 말이 결국 한이에겐 쓸데없는 말이 될 테니 말이다.한이는 기지국 건설과 진아연의 행방을 찾는데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배태준은 밖에서 햇볕에 땀을 뻘뻘 흘리다가 차에 돌아가 기사에게 집으로 운전하라고 했다.돌아가는 길에 배태준은 더는 참지 못하고 조지운에게 전화를 걸었다.“배 대표님, 방금 한이한테 전화를 걸었더니 대표님한테 갔다고 하더라고요...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조지운이 미안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제가 조금 있다가 데리러 갈게요.”“왜 데려가려는 거예요? 따라가지 않으려 할 거예요.” 배태준이 나지막하게 웃었다. “많은 사람을 데리고 왔던데 지금 뭐 하고 있는지 아세요?”“네? 많은 사람을 데려왔다고요?” 조지운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마이크가 그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주소를 보내줄 테니 직접 가서 보세요.” 배태준은 말을 마치고 나서 기지국의 주소를 조지운에게 보내줬다.주소를 받은 조지운은 곧 경호원과 함께 그리로 떠났고,목적지에 도착한 조지운은 한이를 보았다.조지운은 콧등까지 내려온 안경을 밀며 한이를 찾아가는 대신 휴대폰을 꺼내 이 장면을 찍어 마이크에게 보내고마이크가 답장하기 전에 그는 영상통화를 걸었다.
A국.진명 그룹.강민은 요즘 Y국의 뉴스에 주목하고 있었다.다만 인터넷에는 그녀가 알고 싶어 하는 기사가 올라오지 않았다.사실 이 일은 별로 다른 결론이 있을 수 없었다.박시준과 진아연은 교외에 있는 낡은 주택의 지하실에 갇혔다.그녀는 거기에 신호 방해 기기를 설치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지하실에서 아무리 소리 질러도 아무도 구해줄 수 없었다.출구 하나는 막혀버렸고 나머지는 막아버렸으니 두 사람은 죽음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날짜를 세어보니 오늘이 박시준과 진아연이 지하실에 갇힌 지 4일째 되는 날이었다.사람이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4일을 살수 있을까?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박시준은 몸이 건장하니 안 죽을 수도 있겠지만 진아연은 그에 비해 훨씬 약해 보였다.진아연은 아마 죽었을 것이다.진아연이 죽었을 거라는 생각에 강민은 기분이 좋아졌다.진명 그룹이 이름을 바꿀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이미 무슨 이름으로 바꿔야 할지 생각해뒀다.때가 되면 회사 이름을 ‘강민 그룹’으로 바꿀 것이다.“강 대표님, 무슨 생각을 하는데 그렇게 웃어요?” 비서가 노크하고 들어오다가 강민의 환한 미소를 보고 따라서 웃었다. “ST 그룹의 부대표가 지나가가다가 계약서를 가져왔다고 해요.”강민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들어오라고 해!”양 부대표는 밖에 있다가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곧 문을 열고 걸어들어갔다.“강민 씨,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일을 방해한 건 아니죠?” 양 부대표가 손에 계약서를 들고 책상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마침 지나가던 길에 계약서를 가져왔어요.”“아무리 바빠도 양 대표님을 만날 시간은 있어요.” 강민은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귓등으로 넘기며 말했다. ”양 대표님, 커피 마실래요? 아니면 차 마실래요? 급한 일 없으시면 얘기 좀 하시죠.”“그래요. 오늘 별로 안 바빠요.” 양 부대표는 대답하고 나서 강민의 비서에게 말했다. “무슨 차가 있어요?”“여러가지 차가 있긴 한데 며칠 전에 품질이 좋은 녹차가 들어왔어
“그냥 물어본 거예요. 강민 씨 성격을 제가 잘 알고 있잖아요. 강민 씨가 마음먹은 일에 대해 다른 사람의 설득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아요.” 양 부대표는 말하다가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차피 하다가 그만둔다고 해도 지금 상황을 유지할 수 있을 거예요. 시준 씨가 강민 씨를 자르기야 하겠어요?”“그건 모르는 일이에요. 나한테 목표를 만들어줬다는 건 사실 내가 어려움을 느끼고 물러서길 바라서였어요. 하지만 나라는 사람은 고집이 심하고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걸 좋아하죠. 나중에 실패한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강민 씨, 전 강민 씨의 이런 불굴의 정신이 참 좋아요.”“양 대표님, 저도 대표님을 존경해요. 제가 보기엔 양 대표님의 능력이 박시준에 비해 절대 뒤떨어지시지 않는 걸요.”“그런 말을 하지 말아요. 전 시준 씨와 비교조차 할 수 없어요.” 양 대표는 아연실색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강민 씨, 이런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에요.”“양 대표님, 여긴 내 사무실이에요. 두려워하지 말아요. 제가 감히 그런 말을 한다는 건 밖으로 샐 염려가 없다는 말이에요.” 강민이 말할 때 비서가 차를 들고 들어왔다.강민은 차를 받아들고 비서에게 나가보라고 했다.사무실 문이 다시 닫혔고 양 부대표가 강민을 바라보며 물었다.“시준 씨가 진아연과 다시 합쳐서 시준 씨에게 불만이 많으신 거예요?”강민은 손에 든 찻잔을 바라보며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양 대표님, 절 너무 과소평가하시네요. 박시준의 마음에 제가 없었던 부분은 조금 실망스럽긴 하지만 그렇다고 눈이 돌아갈 정도는 아니에요.” 강민이 냉정하게 말했다. “인생에는 사랑과 혼인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이 많아요. 맞는 사람을 만나 결혼할 수 없다면 의지가 같은 사람을 만나 친구가 되는 것도 아주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그래요?”“양 대표님, 떠도는 소문을 들으셨는지 모르겠어요.” 강민은 차를 따라서 첫 잔을 양 대표에게 건넸다.“무슨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