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엘아, 아빠랑 엄마랑 연애할 때도 많은 약속을 했단다. 하지만 그건 그 순간일 뿐. 시간이 지나면서 약속의 의미가 흐려질 수도 있어." 진아연은 딸에게 이런 걸 가르쳐주고 싶지 않았지만 남을 쉽게 믿는 것도 문제였기에 그녀에게 알려줬다."알아요...! 그래도 라엘이에게 거짓말을 했다면 저는 아빠를 보지 않을 거예요!" 라엘이는 볼에 바람을 가득 넣으며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아빠는 라엘이도 필요없어요!"진아연은 라엘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자, 그만 생각하고 엄마랑 오늘 놀까?""네."B국.박시준과 강민은 드림 메이커 경영진과 만나기 위해 다시 드림 빌딩에 도착했다.두 사람은 응접실에 앉아서 기다렸고, 비서는 그들에게 물을 따라주었다."박 대표님, 강 대표님. 두 분 다 이렇게 시간 약속이 철저하실 줄을 몰랐습니다. 저... 협상하기 전에 미리 알려드려야 할 거 같아서요." 담당자는 약간 머뭇거리다 말을 이어나갔다. "저희가 그 대표님에게 말씀을 드리긴 했는데요. 프로젝트 진행 거절 의사를말씀하셨습니다."박시준은 그닥 놀랍지도 않았다.하지만 강민은 절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 대표님의 거절 이유에 대해서 듣고 싶군요. 뭐 대표님께서 돈이 아주 많으신가 보죠? 저희의 투자와 프로젝트 제의를 거절하시다니?""대표님께서 저희에게 이유는 말씀해 주시지 않으셨습니다. 저희 역시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알 수 없어서요..." 담당자는 이어서 말했다. "저희 대표님이 워낙 유별나신 분이라... 간혹 이런 결정을 내리시기도 하십니다.""그러니깐 그 말은 대표님께서는 투자 자금도 필요하지 않다는 거라는 거죠?" 강민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그건 또 아니지만." 그리고 바로 이어 말하기 시작했다. "회사 설립 후, 고작 2년 밖에 되지 않아서 그런지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긴 해서요. 대표님께서도 분명 큰 재산을 지니신 분이신 것도 같고요.""근데 정말 대표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나요?""네. 없습니다. 모두 이
눈에 익은 목걸이였다.지난번에 엄마가 라엘에게 사주려 했던 목걸이였는데 강민이 가로챘었다."목걸이뿐인가요?” 라일이 강민을 바라보며 따져 물었다. “강민 이모, 팔찌는 왜 숨겨둔 거예요? 아니면 팔찌를 다른 애한테 선물했어요?”강민의 얼굴이 한순간 빨갛게 달아올랐다.목걸이와 팔찌가 세트라는 걸 라엘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추측한 건가?박시준은 딸이 이토록 예의 없게 굴자 황급히 입을 열었다. “라엘아, 너...”"박시준! 입 다물어요!” 라엘이 눈살을 찌푸리고 아빠를 향해 소리 질렀다.강민도 이모님도 깜짝 놀랐다.라엘이 박시준의 이름을 부르는 것도 매우 무례한 행동인데 아빠한테 불같이 화까지 내다니!딸이 다른 사람이 보는 가운데 이렇게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기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박시준은 어리둥절했다."라엘아, 이렇게 아빠한테 소리 지르면 안 돼. 이모한테 팔찌가 있긴 한데 다음번에 너한테 주려고 했어. 네가 그렇게 좋아한다면 지금 가져다줄게.” 강민은 라엘의 화를 누르려고 황급히 팔찌 가지러 갔다.강민이 떠난 후 박시준은 라엘의 앞에 다가가 아이의 손목을 잡았다.라엘은 아무 생각 없이 그의 손을 뿌리치고손에 든 목걸이를 땅에 던졌다!"또 강민을 집에 들이면 이사 갈 거예요!”이모님은 분위기가 점점 삼엄해지는 걸 보고 한걸음 나서서 두 사람 사이에 섰다."라엘아, 왜 그렇게 화를 내는 거야? 강민 씨는 너한테 생일 선물을 주려고 일부러 찾아온 거야. 평소엔 집에 온 적이 없어. 오해하지 마.” 이모님은 라엘이 진정하도록 아이의 손을 잡았다."오해하는 게 아니에요. 강민은 나쁜 사람이에요. 박시준도 마찬가지예요!”"그런 식으로 아빠를 말하면 어떻게 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지금 다른 사람이 없으니 얘기해 봐.” 이모님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라엘이 이렇게 크게 화를 내고 있는 것이 진아연과 관련이 있을 것 같았다.진아연은 귀국하기 전에 박시준과 종종 싸우기는 했지만 아빠와 딸이 이렇게 크게 싸운 적이 없었다.
진아연이 고통스러웠다고 딸이 말하고 있다.딸이 한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그가 진아연에게 고통을 준 것이 맞다.진아연이 그 보석 세트를 사려 했다는 걸 모르고 있긴 했지만 말이다.전화 연결음이 몇 초동안 울린 후 전화가 연결되었다."여보세요.” 차분한 진아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일주일 전 나한테 나가 죽으라고 했던 게 설마 강민이 네가 사고 싶은 보석 세트를 사 가서야?” 박시준이 물었다. “방금 라엘이가 그러더라고.”진아연은 멍해졌다.그에게 말하지 말라고 딸에게 당부했었는데딸이 참지 못하고 말해버린 것이다."그래요, 내가 유치하다고 비웃으려는 거예요?” 진아연이 되물었다."미안해."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시준이 사과했다. “당신도 그 보석 세트를 사려 했다는 걸 몰랐어. 강민이 얘기해 주지 않았거든.”"강민 씨를 탓하지 말아요. 강민 씨도 그 자리에 없었으니 강민 씨의 비서와 가격 싸움을 한 사람이 나라는 걸 몰랐을 거예요.”박시준은 강민이 평소 그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이 거의 없어서 지난번에 그녀를 도와준 것이라고 그녀에게 설명하고 싶었다.하지만 설명을 해도 진아연이 듣고 싶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엘이 화가 많이 났는데 한번 와주면 안 될까?” 그가 딸을 언급했다. “사과하고 싶은데 날 보면 화부터 내.”진아연은 조금 난감해졌다.그녀는 그의 집에 가고 싶지 않았지만 딸이 지금 화를 내고 있으니 달래야 한다고 생각했다.박시준의 별장.이모님이 열심히 라엘을 설득하고 있었다.“네가 마음속으로는 아빠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어. 좋아하지 않으면 언제든 엄마와 오빠를 찾아갔을 거야. 하지만 넌 그렇게 하지 않았잖아. 넌 지난 시간 동안 줄곧 아빠 옆에 있었으니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 거야. 다른 여자와 사귄 적도 없고 매일 퇴근하고 나면 집에 돌아와 너와 동생이랑 놀아주시잖아. 엄마와 이혼한 게 다른 여자가 생겨서 그런 거라면 어떻게 너랑 동생에게 그렇게 잘해주겠어? 그리고 2년이나 넘는 시간 동안 어떻게
진아연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엄마는 네가 걱정돼서 그래. 하지만 기분 좋아 보이네.”"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내쫓았거든요. 앞으로 우리 집에 오지 못하게 할 거예요!” 라엘은 엄마의 손을 잡고 거실로 향했다.박시준은 거실에 서서 그들 모녀가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라엘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고 조금 전의 불쾌한 일은 일어나지 않은 듯했다.그는 강민에게 전화해서 앞으로 여기에 오지 말라고 했다.그리고 목걸이도 기사를 통해 그녀에게 돌려주도록 했다.강민은 전화로 그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그날 경매장에 진아연도 있은 줄 몰랐다고 했다.박시준은 그녀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걸 믿었지만 이런 결과에 대해 딸과 진아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아연 씨, 케이크도 샀어요?” 이모님이 진아연을 보고 열성스레 말을 걸었다. “오늘 저녁 여기서 먹어요. 라엘이 생일 축하 겸 말이에요.”"엄마, 오늘 할 일이 없으면 나랑 같이 있어 줘요.” 라엘이 칭얼거렸다. “좀 있다가 같이 가서 동생도 데려와요.”"동생은 어디 갔어?” 진아연이 물었다."시은 고모네 집에 갔어요. 좀 있다 시은 고모도 식사하러 오라고 해요.” 라엘이 제의했다. “미리 내 생일 파티한다고 생각해요.”딸이 그렇게 말하니 진아연은 거절할 수 없었다."요리 준비하러 갈게요.” 이모님이 웃으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주방으로 갔다.거실에는 진아연, 라엘과 박시준만 남겨졌다.화목해야 할 세 사람인데 그 시각 분위기가 너무 어색했다.라엘이 아빠와 다투지만 않았어도 라엘은 이 정도로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라엘아, 아빠가 잘못했어.” 박시준이 먼저 딸에게 사과했다."뭘 잘못했는데요? 말해봐요.” 라엘은 아빠의 태도가 좋아진 것을 보고 욕심을 부렸다.라엘의 공격적인 태도에 진아연은 딸을 말렸다."라엘아. 그렇게 씩씩거리며 말하지 말고 차분하게 말해.”"아빠랑은 말을 차분하게 할 수 없어요. 본인이 뭘 잘못했는지 분명 모를 거예요.” 라엘은 여전히 원망하고 있었지만 말투가 훨씬
"라엘아, 아빠가 고칠게. 앞으로 강민 이모랑 따로 밥 먹지 않을 거고 우리 집에 오지도 못하게 할 거야.” 그는 딸에게 맹세했다. “앞으로 나한테 도움을 요청하면 못한다고 할게.”"이제야 말이 통하네요.” 라엘이 아빠를 바라보는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진아연, 앞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제때 말해주질 바래.” 박시준은 딸을 달래고 나서 옆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진아연을 향해 말했다. “예를 들면 일주일 전, 넌 내가 강민을 도와 네가 사고 싶던 보석을 빼앗았다는 걸 알고 있었어. 그러면 그때 바로 나한테 연락할 수 있었잖아. 네가 날 욕한다고 해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말해줬으면 난 너에게 고마워할 거야.”진아연은 그가 갑자기 이렇게 진지하게 자신에게 말을 하리라 생각지 못했다."당신이 강민 씨를 도와 물건을 사는데 내가 왜 당신에게 연락해야 해요?” 그녀가 되물었다."네가 나한테 연락을 안 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강민이 네가 원하는 걸 빼앗아갔잖아. 지금 진실을 알게 된 내 기분이 좋을 것 같아?” 그는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진아연, 나랑 강민은 그저 일반 동료 사이일 뿐이야. 그런 사람을 위해 일부러 너랑 아이들이 화가 나는 일을 하지 않을 거야.”그는 자신과 강민의 관계를 분명히 설명했다. 앞으로 그녀가 또다시 그와 강민의 관계를 언급하면 그건 그녀의 문제다."당신이 우리 앞에서 두 사람 사이를 부인한다는 걸 강민 씨도 알고 있어요?” 그녀는 도무지 참을 수 없어 야유를 부렸다."그녀가 알든 모르든 신경 안 써. 하지만 당신은 내 사생활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 그가 되려 그녀를 놀렸다.그녀의 표정이 갑자기 확 바뀌었다. “착각이 심하네요.”"진아연, 너 박사 공부한다며?” 그는 기회를 잡아 그녀와 대화를 시도했다. “그럼 젊은 남자친구도 사귈 수 있겠네?”"쓸데없는 말이 참 많아요.”"당신 모습을 보니 아직인가 보군.” 그가 말했다.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다면 나랑 강민에게 관심이 없을 테니 말이
진아연은 그가 자리를 뜨려는 줄 알았는데 그는 그녀의 옆에 앉았다.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옆으로 비켰다."뭐 하는 거예요?” 가까운 곳에 있는 익숙한 모습을 보며 그녀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방금 내가 라엘에게 한 사과가 왜 진심이 아니라는 거야?” 그의 목소리는 조금 전보다 좀 더 낮아졌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도 이러는데 내가 없을 때 라엘에게 내 얘기를 어떻게 한 거야?”"당신 생각하는 대로 말했다고 생각해요. 무슨 자신감으로 내가 애 앞에서 당신 좋은 말을 할 거라 생각하는 건데요?” 그녀가 비꼬면서 말했다. “칭찬해주길 바라는 거라면 안될 것도 없죠. 양육권을 저한테 줘요. 매일 당신 칭찬만 해줄게요.”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진아연, 당신은 내가 무엇을 하든지 당신 방식으로 이해해. 내가 언제 날 위해 변명한다고 했어? 난 뭘하든지 내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아.”"양심이라고요? 나랑 지금 양심을 운운하는 거예요?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고요?” 진아연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현이는 우리 딸이야. 그 애가 위험하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뭐가 잘못된 거지? 당신 눈이 실명된 것도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고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고. 진아연, 당신은 날 아무 이유 없이 모함하지 않을 거라 믿었어. 그래서 그때 우리가 했던 통화 녹음 파일을 찾아봤어.”그녀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그가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닌지 살펴봤다.“내 휴대폰에 녹음 파일이 있는데 들어볼래?” 그는 휴대폰을 꺼냈다. “당신이 이혼 얘기를 꺼내기 전에 우리가 했던 마지막 통화야. 난 그때 당신 눈이 문제가 있는 걸 몰랐고, 그래서 당신이 이혼 얘기를 꺼내니 화가 많이 났어.”"나도 들었어요." 그녀는 그의 휴대폰을 힐끗 보고 나서 말했다. “시준 씨, 당신의 녹음 파일이 정말 아무 문제 없는 게 맞아요?”"통신사 관계자에게 부탁해서 얻은 파일이야. 그때 당신이랑 통화할 때 들은 거랑 똑같았어.” 그는 휴대폰을 꽉 움켜쥐었다. “우리가 통
그때 마당에 파란색 차가 서서히 멈춰 섰다.잠시 후 경호원이 거실에 들어오더니 보고했다. “대표님, 강민 씨가 진아연 씨 만나러 왔다고합니다.”진아연은 그의 말을 듣고 밖을 내다보았다.그녀와 강민은 정식으로 만난 적이 없다.그런데 강민이 박시준의 집에 찾아와 그녀를 만나고 싶다고 하니 참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박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갔고진아연이 그의 뒤를 따랐다.그녀는 강민이 왜 그녀를 찾아왔는지 알고 싶었다.강민은 손에 커다란 보석 상자를 들고 있었다.그녀의 손에 들린 상자를 본 순간 진아연은 그녀가 왜 찾아왔는지 알아차렸다."시준 씨, 진아연 씨.” 강민은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 질투하지 않을 수 없었다."강민 씨, 전화로 분명히 얘기한 것 같은데요.” 박시준이 눈살을 찌푸리고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우리 집에 찾아오지 말라고 했잖아요. 우리 사이엔 공적인 일이 아닌 다른 일은 얘기하지 말도록 해요.”박시준의 말투가 공격적이었다.이 말을 진아연에게 했다면 그녀는 아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을 것이다.하지만 강민은 달랐다.강민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멘탈이 여간한 게 아니었다."시준 씨, 난 당신을 찾아온 게 아니에요. 당신 집에 들어갈 생각도 없고요.” 말을 마친 강민은 진아연을 바라보았다. “미안해요, 진아연 씨, 진아연 씨도 이 보석 세트를 살 생각이었다는 걸 몰랐어요. 지금 알았으니 이 보석 세트를 당신에게 줄게요. 이건 원래 당신 거여야 했어요. 보석 세트가 라엘에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선물하려고 샀어요. 이건 살 때 챙겨둔 영수증인데 진아연 씨가 무상으로 받진 않을 것 같으니 위에 있는 금액만 저한테 주시면 돼요.”박시준은 진아연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강민의 손에서 영수증을 낚아챘다."그렇다면 오느라 고생했어요.” 말을 마친 박시준은 강민의 손에서 보석도 받아들었다.진아연이 라엘에게 선물하려던 보석이
"보석을 나한테 팔았어.” 진아연이 보석 상자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는 박시준에게 손을 내밀며 영수증을 달라고 했다. “영수증 줘요.”박시준은 영수증을 힐끗 봤다.20억.적은 금액은 아니었다."나중에 입금해 줄 거야...""나한테 판 거지 당신에게 판 건 아니잖아요.” 진아연은 그의 앞에 다가가 영수증을 낚아챘다. “20억... 이렇게 많은 돈을 써가며 라엘에게 선물하려 했다니, 돈이 많은가 보죠. 평소 라엘에게 주는 선물이 다 이렇게 비싼 건가요?”박시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작년에 라엘에게 치마 하나를 선물한 적이 있는데 가격표를 보니 몇천만 원 정도였어.”"몇천만 원이라고요? 몇천만 원이 싼 거예요? 다른 사람이 아무 이유 없이 아이한테 이렇게 귀한 선물을 하는데 그걸 덥석 받아요?” 진아연은 그를 흘겨보았다.그는 입을 다문 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선물은 그의 손을 거치지 않고 라엘이 직접 받았고그는 라엘이 선물을 받은 후 몰래 가격표를 훔쳐본 것이다."엄마, 작년에 나한테 준 생일선물은 내가 받았어요. 치마가 아주 예뻤는데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라엘은 치마 하나에 몇천만 원이나 할 줄은 몰랐다."괜찮아, 이미 받았는걸, 아빠가 답례로 다른 걸 줬을 거야.” 진아연은 숨을 들이쉬고 영수증을 든 채 딸 옆에 다가갔다. “라엘아. 이 보석 좀 봐, 네 마음에 든다면 엄마가 강민 씨한테 송금할 거야.”상자를 열어본 라엘은 눈앞이 환해진 것 같았다.예전에 사진으로만 봤을 때 참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눈으로 직접 보니 더 예쁜 것 같긴 했지만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엄마, 너무 비싸요... 저 안 가질래요.” 라엘은 엄마가 자신을 위해 그렇게 많은 돈을 쓰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보석을 힐끗 보고 나서 박스를 닫았다."라엘아. 네 마음에 든다면 조금 비싸도 괜찮아. 엄마에게 돈이 있어.” 라엘은 다시 박스를 열었다. “엄마가 해줄게. 얼마나 예쁜지 보자.”"20억이잖아요, 그 정도 돈이면